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0
* * *
때는 막, 오딘이 궁니르를 던지려던 순간이었다.
커져라-.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오딘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나타난 마력의 흐름에 당황한 건 브리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의.”
투확-!
터어엉-!
브레스를 뿜으려던 브리트라의 턱이 올라갔다. 브리트라의 날갯짓이 휘청거리고, 거대한 봉 끝으로 새하얀 백발의 남자가 보였다.
“월척이네.”
“제천대성?”
저자가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걸까.
의문 가득한 오딘의 얼굴에 손오공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그렇게 감동받지 마라. 뭐 그리 별일이라고.”
“어깨는 나중에 올리거라.”
화르르르-.
브리트라의 입 안에 모여드는 뜨거운 열기.
“다시 온다.”
부우웅-.
브레스를 향해 장신의 남자가 뛰어오른다. 이내, 남자는 손안에 쥔 푸른 부채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파초선(芭蕉扇)-.”
푸화악-!
거대한 풍압이 뜨거운 열기를 밀어냈다. 익숙한 아이템과 기술에 오딘은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평천대성이로군.”
우마왕의 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푸른 부채.
그것은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평천대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이었다.
파초선(芭蕉扇).
한 번의 부채짓으로 태풍을 만들고 날씨를 부린다는 아이템.
우마왕은 천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아이템을 모두 되찾아온 것이다.
“저 둘이 왜 여기에?”
제천대성과 평천대성.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진짜 형제보다 더 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두 사람이다.
거대 길드 천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의형제. 두 사람의 등장에 브리트라 역시 잠시 주춤거렸다.
브리트라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자, 우마왕이 오딘을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다, 오딘.”
키히히힝-.
오딘이 탄 천마가 겁에 질려 울음을 흘렸다.
브리트라만 하더라도 천마가 버티고 서 있기 어려운 존재였다. 거기에 더해 손오공과 우마왕까지 등장하자, 완전히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그래. 오랜만이로군.”
오딘과 우마왕.
두 사람은 오래전 우라노스의 토벌 당시 만난 적이 있는 사이였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까지는 없다지만 두 사람의 실력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인사도 잠시.
“그대들 역시 김유원이 부른 건가?”
오딘은 이 모든 상황이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았다.
김유원.
자신을 무스펠하임으로 부른 것도, 수르트가 이곳에 돌아온 것도.
그리고 제우스를 이용해 천계를 막아 낸 것도.
모두 한 명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둘 역시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맞다.”
우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브리트라를 바라보았다.
“무스펠하임에 붙은 건 마왕, 그리고 용족이었다. 지금은 마왕과 천계가 정반대의 입장이 됐지만…….”
우마왕이 브리트라를 바라보았다.
“훨씬 골치 아픈 건 용족이지.”
용족의 힘은 강하다. 브리트라뿐만 아니라 용족 가운데에서는 최상위 하이랭커에 비견될 만한 존재들이 더러 있었다.
“다른 용족도 있었나?”
“파프니르.”
“파프니르도 이 싸움에 참전했다고?”
좁혀지는 미간.
파프니르까지 전쟁에 참여한 거라면 그건 더 이상 브리트라만의 개입이라 볼 수 없었다.
용족 전체의 개입.
사실상 거인족 악마들과 용족이 손을 잡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라그나로크의 규모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다.’
오딘은 자신이 큰 세상에서 살아왔다고 자신했다.
실제로도 이 탑에서 가장 거대한 길드 중 하나를 키웠고, 다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오딘조차도 이만한 규모의 전쟁은 겪어 보지 못했다.
만약.
아주 만약, 유원이 나타나 이 싸움이 앞당겨지지 않았다면…….
‘대체 얼마나 더 큰 싸움이 됐을 건지.’
새삼 유원이 왜 자신을 찾아와 라그나로크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파프니르는 어떻게 됐지?”
“쫓아냈다. 다행히 그 녀석은 말이 통하더군.”
“쫓아냈다니…….”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오딘의 말을 잘라 낸 우마왕은 브리트라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브리트라는 다시금 이빨을 드러내며 입 안에 브레스를 모으고 있었다. 싸움은 아직 한창이며, 이제 다음 싸움은 자신들이 이어받을 차례였다.
또한.
이 싸움은 여기 한 군데에서 끝날 게 아니었다.
“넌 집결지로 가라. 네가 할 일은 거기에 있을 거다.”
우마왕의 말에 오딘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잘 짜여진 판 위의 말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눈앞에 있는 두 사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실력이야 그렇다 쳐도,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내다 본 건지.
‘무섭군.’
시계태엽을 이용해 과거로 온 덕분이라지만 글쎄.
그 누구라 해도 이런 판을 만드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고, 그걸 되돌린다 하더라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는 드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 온 오딘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유원은?
‘기간토마키아, 삼귀자, 천계대전, 라그나로크…….’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그는 탑을 바꿔 나갔다.
대체 왜.
처음에는 단지 미래의 자신이 만들어 낸 시계태엽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알아야겠어.’
궁금증도 잠시.
오딘은 곧 지금 해야 할 일을 깨닫고는 말의 고삐를 쥐었다.
“그럼 미안하지만 맡기지.”
제천대성과 평천대성이라면 충분히 브리트라를 상대할 수 있을 터.
지금은 이 사건의 원흉인 수르트를 먼저 꺾어야 했다.
키히히힝-!
오딘이 탄 천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리트라는 그런 오딘을 쫓지 않았다.
지금은 눈앞에 나타난 다른 두 명을 집중해야 할 때였다.
-파프니르가 돌아갔다고?
새빨간 안광과 함께 브리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안에는 브레스를 머금고, 금방이라도 뱉어 낼 준비를 마친 상태.
저것이 뱉어지는 순간 싸움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역시 어리석은 겁쟁이였군.
“겁쟁이는 몰라도, 어리석은 건 아닐걸?”
입을 연 건 손오공이었다.
브리트라는 관심 없다는 듯 입을 벌려, 곧장 브레스를 쏘아 내려 했다.
그런데.
“어리석은 혼돈을 믿고 있는 거지?”
손오공의 말에 브리트라의 입 안에 모여 들던 막대한 마력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브리트라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꽤 놀란 반응이었다.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에 손오공은 김이 샌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대화를 나눌 준비는 된 것 같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설득과 회유를 해야 하다니.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손오공은 불평을 내뱉었다.
“이런 걸 왜 나한테 시키는 거야.”
“용족은 회유해야 한다.”
브리트라와 파프니르.
두 용족의 우두머리가 라그나로크에 참전한다는 걸 알고, 유원은 우마왕과 손오공에게 부탁했다.
“그건 우마왕과 네가 맡아라.”
* * *
콰앙-!
헤라클레스의 곤봉에 얻어맞은 수르트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잠시 멍하니 주저앉아 있던 수르트는 눈앞으로 날아온 헤라클레스의 곤봉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앙-.
화르르륵-!
손바닥으로 곤봉을 막아 내며 수르트가 서둘러 불길을 일으켰다.
용암조차도 맨몸으로 버텨 내던 헤라클레스였지만 수르트의 불은 경우가 달랐다. 서둘러 뒤로 몸을 피해 낸 헤라클레스가 다시 균형을 잡았다.
“불이 안 통한다라.”
수르트의 시선이 다시 유원에게로 향했다.
“‘불’ 때문인가?”
유원이 훔쳐 간 불.
그것은 오딘을 꺾기 위해 수르트가 준비한 비장의 수였다.
그런 만큼, 불의 위력은 수르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던 바.
그렇기에 수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애초에 유원이 불을 가져간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불은 평범한 랭커들은 다가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것은 단순히 불 속성의 저항력만으로 견뎌 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탑에서 단 한 명.
최강의 불 속성의 저항력과 거대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 수르트 자신만이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쿵-.
수르트가 땅을 밟았다.
“벌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콰직, 콰직-.
딛고 있는 발이 땅을 쩍쩍 갈라낸다.
불도 불이지만, 수르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네놈을 밟아 죽이고, 다시 그 불을 빼앗아 주마!”
쾅-!
수르트가 유원을 향해 날아왔다.
산보다 거대한 덩치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니. 애초에 덩치가 큰 만큼 둔한 거인족의 특징에 전혀 맞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구우우웅-!
수르트의 착지와 동시에 땅에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발끝에서 느낌이 없자 수르트는 고개를 돌렸다.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화악-.
수르트가 유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불이 통하지 않으면 육탄전으로 싸우면 된다.
애초에 불을 수르트가 지닌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이다.
수르트의 육체 능력은 헤라클레스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콰앙-!
지금은 그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돕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섭섭하군.”
부우웅-.
수르트의 팔을 쳐 낸 헤라클레스가 다시금 곤봉을 휘둘렀다.
“아까부터 나와 싸우고 있던 게 아니었나?”
“이노옴…….”
화르르륵-.
수르트가 온몸에 불길을 끌어올렸다.
“제우스의 버려진 자식 주제에, 건방을 떠는구나-!”
수르트가 헤라클레스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땅속에 박히던 주먹이 멈췄다. 헤라클레스는 수르트의 주먹을 힘으로 받아 내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수르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한 명에게는 불이 통하지 않고, 다른 한 명에게는 육탄전이 통하지 않는다.
골치 아픈 조합이었다.
그리고 그 조합을 구상한 건 유원은 수르트의 힘을 받아 내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라면 버틸 수 있다.’
다행히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걸 위해 헤라클레스에게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전달한 거였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기회는 많지 않다.’
어쩌면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기회.
수르트는 헤라클레스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원에게서 불을 빼앗기 위해서는 헤라클레스를 먼저 짓밟아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멀쩡히 움직이는 이상 그는 계속해서 유원을 보호하려 할 것이기에.
그리고 수르트의 시선이 잠깐 동안 헤라클레스에게 팔려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스윽-.
유원이 인벤토리 속에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수천, 수만 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반짝이는 거울.
바로 삼신기 중 하나, ‘야타의 거울’이었다.
[‘야타의 거울’이 발동합니다.] [거울에 비치는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야타의 거울에 수르트의 머리가 비춰졌다.
그 순간, 유원의 몸이 번쩍이며 수르트의 눈앞에 나타났다.
헤라클레스와 싸우고 있던 수르트가 당황한 것도 잠시.
그는 이내 마침 잘됐다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거리가 좁혀지면 반길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기에.
“어차피 네놈의 불은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
수르트는 그 오랜 세월 용암 속에서 지내 온 존재였다.
불에 대한 저항력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는 바.
그렇기에 제아무리 유원이 불을 차지했다 한들 수르트는 유원의 불을 겁내지 않았다.
하지만.
척-.
애초에 유원이 노리는 건 수르트의 ‘눈’이었다.
“눈 속에 수분이 얼마나 있는지 아나?”
화륵-.
유원이 손댄 수르트의 눈동자를 통해 보랏빛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모른다면 아마, 이제 곧 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