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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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안이 화끈거렸다.
수분이 끓어올랐다. 뜨거움이라는 걸 느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던 수르트조차도 견디기 어려운 열기였다.
빠르게 뜨거워진 수분은 곧 팔팔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퍼엉-!
수르트의 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끄아아아-!”
화륵, 화르르륵-.
보랏빛의 불길이 눈 안에서 터져 나왔다.
뜨거움에 눈을 부여잡고 절로 허리가 숙여졌다. 몸부림치는 수르트를 피해, 유원은 다시금 야타의 거울을 발동시켰다.
비명을 지르는 수르트.
유원은 그 반응에 확신했다.
‘통했다.’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이었다.
“눈이지.”
“눈밖에 없다.”
눈은 수르트와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의 약점으로 거론된 유일한 부분이었다.
수르트는 불에 관한 한 거의 무적에 가까운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단순한 육탄전으로 수르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어려웠다. 10위권 안팎의 최상위 하이랭커가 아니고서야, 수르트의 몸에 상처를 입힌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눈이라고 통할까?”
“‘불’을 얻으면 가능은 하겠지.”
“아니. 어려울 거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않겠어?”
“하긴. 어차피 불을 얻으면 수르트의 불을 견뎌 내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테니…….”
모두가 의견이 분분하던 때.
“단순히 견뎌 내는 정도로는 어려울 거다.”
확실한 의견을 낸 사람이 있었다.
오딘.
그는 이 탑의 누구보다도 마력과 마법에 능통해 있었다.
그렇기에 수르트에게 확실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 역시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최소한 수르트의 불을 꺾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겠지.”
수르트의 불을 능가하는 더 높은 차원의 불.
그게 바로 수르트에게 불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건이었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전제였다.
사실상 이 탑에서 수르트보다 더 높은 차원의 불을 다루는 랭커는 없다시피 하니까.
“수르트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불에 당할 리 없다는 생각과, 육체 능력을 믿고 대부분의 공격은 무시하지.”
수르트에 대해서는 오딘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라그나로크에서 패배한 후, 오딘은 수르트를 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렇기에 수르트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오딘은 여러 가지를 알려 줄 수 있었다.
“손에 넣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가령…….”
쾅-.
“왜-!”
수트르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왜, 왜, 왜에-!”
왜 자신의 불은 통하지 않으면서, 유원의 불은 이렇게 뜨거운 거냐는.
그 분노 섞인 외침에 주위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해 갔다.
“으아아아-!”
“애처럼 징징대기는.”
턱-.
분노에 몸부림치는 수르트의 머리 위로 다시금 유원이 올라왔다.
“믿기지가 않는다.”
스칵-.
파지지지지-!
“너 같은 거에게 오딘이 패배했다는 게.”
유원의 손안에서 붉은 검신이 빛을 뿜어냈다.
이 탑에서 가장 단단하고 예리한 검.
쿠사나기의 검이었다.
거기에 더해.
[‘우라노스의 심장’이 어두운 빛을 발합니다.] [‘타르타로스’를 소환합니다.]파지지지-!
타르타로스의 힘이 쿠사나기에 둘러진다.
부식의 힘을 지닌 어둠 속성의 마력은 검에 닿는 상대의 방어력을 뚫어 내는데 효과적이었다.
이 두 개의 조합이라면.
“쿠사나기와 흑신석의 조합이라면 충분히 수르트의 방어력을 뚫어 낼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역시, 수르트의 몸에 둘러진 불인데…….”
[‘화안금정’이 ‘수르트의 멸화’를 다스립니다.] [‘불의 심장’이 ‘수르트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성화’가 ‘수르트의 멸화’를 포식합니다.]화아악-!
유원이 휘두른 칼끝이, 수르트의 몸을 베어간다.
촤아아악-!
칼 끝에 느낌이 있었다.
베어진다.
불의 심장과 성화가 수르트의 불꽃을 뚫어 내고, 쿠사나기와 타르타로스의 마력이 그의 피부를 갈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베어졌지만 얕다.’
베어지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르트의 덩치를 생각했을 때 작은 생채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베었다’라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긁힌 정도.
하지만 그 정도면 의도한 바는 이룬 셈이었다.
촤아아아-!
유원은 강철처럼 느껴지는 수르트의 몸을 베어 내며 그의 몸 위를 활보했다.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가움에 수르트는 한 손으로는 눈을 덮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 날파리 같은 노옴-!”
부웅, 부우웅-.
시력을 잃어버린 수르트는 마구잡이로 손을 휘둘렀다.
상처들이 늘어나고, 유원을 놓칠수록.
수르트는 점점 더 큰 분노를 터뜨렸다.
“으아아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그게 수르트의 가장 큰 약점이지.”
그것은 불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플레이어들의 공통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 마력의 성질에 동화되어 끓어오르는 투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플레이어들은 오랫동안 인내심을 배운다.
하지만 수르트는 경우가 달랐다.
그는 이 무스펠하임의 왕. 또한, 이 탑에서도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존재였다.
화를 참고 인내할 필요가 없다. 그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수르트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자신의 불을 빼앗은 상대가 모기처럼 주위를 돌아다니며 칼을 휘두른다. 내가 아는 수르트라면 절대 못 참아. 아마 화가 나서 돌아버릴 거다.”
화르르륵-.
수르트의 몸에서 다시금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유원에게 자신의 불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사용하지 않았던 힘. 하지만 그 사실조차도 망각할 만큼, 수르트는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유원은 두 손을 교차해 불길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며, 찜질방처럼 후덥지근한 열기를 느꼈다.
[‘수르트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일부 성공합니다.]메시지의 내용이 달라졌다.
저항에 ‘일부’ 성공했다니.
그 말은 즉, 일부는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뒤를 생각하지 않을 셈인가.’
이 뒤에는 오딘이 있었다. 수르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힘을 비축해 둘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화륵-.
수르트의 불꽃을 뒤집어쓴 유원은 화끈거림을 느꼈다.
문득 튜토리얼 때가 떠올랐다.
수르트라.
수르트의 176번째 자식.
이 싸움은 그때의 싸움의 연장선이자, 확장판이었다.
“확실하게 힘을 쌓아서 싸우는 게 안전하지 않겠나?”
신중한 성격의 헤라클레스는 이런저런 조건들을 붙여 싸우는 데 의문을 가졌다.
그는 오로지 육체 하나만 믿고 부딪치는 성격이었기에.
그리고 그건, 손오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힘을 쌓아 수르트만큼 강해진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해. 그만큼 라그나로크의 규모는 더 커질 거다.”
라그나로크를 막을 수 없다면 한 시라도 빨리 일으켜라.
그리고 그 싸움에서 승리해라.
오딘은 그것이 바로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공식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준비가 필요하다. 약한 힘으로 강한 힘을 이길 수 있는 준비가.”
그 말과 함께 오딘은 유원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 싸움에는 네가 제격이다.”
오딘은 알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유원은 준비된 싸움에서만큼은 무적이라고.
“헤라클레스와 함께 수르트의 시선을 끌고 힘을 빼 둬라. 거기까지만 하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말이야.’
화륵-.
유원의 몸에서 피어오른 보랏빛의 불꽃이 수르트의 불꽃을 밀어냈다.
‘아직 얻을 게 더 남았단 말이지.’
[‘성화’가 ‘수르트의 멸화’를 향해 이빨을 드러냅니다.] [‘수르트의 멸화’를 포식합니다.]불꽃을 집어삼키는 성화.
그 힘을 억지로 더 끌어올리면 끌어올릴수록 유원은 정신이 아늑히 멀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불꽃의 원래 주인.
수르트는 자신의 불꽃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불꽃이?”
불꽃이 삼켜진다.
본래 불이란 더 큰 불에 삼켜지기 마련이었다. 그건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경우, 불은 더 높은 차원의 불을 따라가기 마련.
‘말도 안 된다.’
화르르륵-.
저 작은 불씨가 자신의 불보다 더 높은 차원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니.
자신이 모으고 모은 ‘불’을 얻은 덕분일까.
아니.
그건 단지 무스펠하임의 불을 끌어 모은 거대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더 큰 힘을 손에 넣는다 해서 힘의 성질과 구성이 바뀔 리는 없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명.
어리석은 혼돈.
녀석에게서 희미하게 느껴지던 힘과 비슷했다.
“네놈…….”
부릅뜬 눈.
“그 녀석과 한패였더냐?”
화아아악-!
수르트의 몸에서 치솟던 불길이 점점 더 커져 갔다.
지지 않겠다는 자존심. 불꽃에 관한 한 수르트는 이 탑에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상태 이상 : 화상이 시작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 [‘성화’의 숙련도가 1.213% 상승하였습니다.] [‘성화’의 숙련도가 1.012% 상승하였습니다.] [‘성화’의 숙련도가…….] [‘성화’가 만족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불의 심장’이 가득 찼습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줄줄이 떠오르는 메시지.
히히, 히히히-.
성화가 웃음을 흘린다.
그 소리가 이제는 귓가에 또렷이 들릴 지경이었다. 불을 얻고, 그 힘을 잡아먹은 성화는 처음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온몸에 화상을 입어 비틀거리던 유원이 물었다.
“이제 좀 만족하냐?”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확실히 느껴졌다.
불의 심장이 가득 찼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게걸스럽게 더 큰 불을 탐내던 성화는 비로소 만족한 듯 잠잠해졌다.
‘원하던 건 다 이뤘다.’
유원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시간이 됐다.
파지, 파지지지-!
저 멀리 구름 위.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하늘 위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
“뭣…….”
수르트 역시 그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 사이.
[‘야타의 거울’을 발동합니다.] [거울에 비치는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 [‘하늘걸음’을 발동합니다.] [5초 동안 이동 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5초 동안 하늘을 밟을 수 있습니다.]유원은 서둘러 스킬을 사용해 수르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헤라클레스-!”
“거기까지만 하면, 마무리는 내가 할 거다.”
유원은 예정되어 있던 라그나로크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멀어져라, 당장!”
“궁니르를 시동할 수 있을 만한 시간.”
파직, 파지지직-!
느껴 본 적 없던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 유원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저기에 휘말리게 되면 말 그대로 개죽음이 될지도 모른다.
궁니르.
이 넓은 탑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템 중 하나.
“그 시간만 주어진다면, 궁니르로 꿰뚫지 못할 상대는 없으니까.”
그 아이템이 이제 곧, 수르트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