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2
* * *
파직, 파지지지-.
노란빛의 전류가 도시를 뒤덮었다.
새하얀 날개가 땅 아래로 추락했다. 일개 개인의 몸에서 뿜어진 전류가 이 정도 범위로 번질 수 있다는 걸, 토르는 처음 알았다.
‘벼락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아이템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다.
묠니르라는 최상급의 아이템을 손에 쥔 토르조차, 이런 위력의 전격을 뿜어 낼 자신이 없었다.
‘왕은 왕이로군.’
제아무리 몰락했다지만 그는 한 거대 길드의 길드장이자, 올림포스의 왕으로 불렸던 자였다.
토르는 혼자서 천사들을 향해 뛰쳐 나가 전장을 휘젓고 있는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끼어들기도 어렵겠습니다.”
브룬힐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황금빛의 전격을 몸에 휘감고 주먹을 내지르며 벼락의 창을 만들어 낸다.
제우스의 싸움은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의 전격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기에.
“브룬힐데.”
“예, 왕자님.”
“소수로 움직인다. 랭커가 아닌 자들은 이 전장에서 배제시켜.”
“알겠습니다.”
제우스의 전격이 흐르는 곳에서 싸워야 하는 만큼, 랭커가 아닌 자들은 전장에 함께 서 있기도 어려웠다.
브룬힐데 역시 토르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쾅-!
성벽을 딛고 뛰어오른 토르가 전장에 합류했다. 브룬힐데는 소수의 발키리들을 이끌고 칼을 뽑아 들었다.
하늘과 아스가르드의 싸움.
그 가운데, 제우스가 비로소 하늘의 정점에 선 천사와 부딪쳤다.
그렇게 천사들과 아스가르드의 싸움이 한창이던 때.
콰릉-.
쩌저저정-!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천사.
제우스는 자신의 벼락을 정면에서 막아 낸 천사를 보며 물었다.
“미카엘인가?”
“설마 했더니, 정말 제우스였군.”
미카엘은 눈앞에 나타난 하이랭커가 정말 제우스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분명 그는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혔을 텐데.
“왜 아스가르드의 편에 붙었지? 그대는 아스가르드에 원한이 있을 텐데.”
“메타트론의 아래에 있는 한낱 우매한 백성 따위가 어찌 날 이해할까.”
“지금이라도 물러서라. 하늘은 그대와 싸울 이유가 없다.”
“자신이 없어서겠지.”
파지지지-!
제우스의 몸에서 노란빛의 전격이 터져 나왔다.
“날 넘어설 자신이.”
콰릉-!
치지지지-.
뒤로 튕겨져 날아간 미카엘이 전격을 막아 낸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군.”
부웅-.
미카엘의 검이 움직였다.
펄럭-.
날갯짓과 함께, 미카엘의 신형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처단하겠다.”
파앗-.
화아아악-!
풍압이 제우스의 주위로 불기 시작한다. 최속의 하이랭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카엘이었다.
속도는 그만큼 빨랐다.
쉬잇, 쉬이잇-.
검이 날아왔다.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핏, 핏-.
몸을 조금씩 틀어 검을 피해 냈지만 아주 조금씩 상처는 생겨났다.
긁힌 정도의 상처. 하지만 분명 피는 흘렀다.
제우스의 눈이 움직였다.
“……그거 아는가?”
피부를 베는 바람 속.
슈욱-.
제우스의 손이 뻗어졌다.
“벼락보다 빠른 건 없다.”
콰악-!
“……!”
주위의 바람이 멈추며, 모습을 감췄던 미카엘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제우스의 손에 목이 붙잡힌 채로.
“내 앞에 숨을 수 있는 건 없다. 속도보다는 차라리 힘으로 승부하는 게 나았을 것을…….”
파지지지직-!
제우스의 손아귀를 타고 미카엘의 온몸에 전격이 뿜어졌다.
“끄아아아-!”
“어리석었구나, 천사여.”
눈이 하얗게 뒤집어진 미카엘.
이내 새하얀 날개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제우스의 다른 한 손이 올라가, 미카엘의 날개 중 하나를 손에 움켜쥐었다.
우드드득-.
미카엘의 날개가 뜯겨졌다. 새빨간 피가 흐르며 날개를 잃은 천사가 바닥에 추락했다.
휙-.
제우스는 미카엘에게서 뜯어낸 날개를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이내, 얼굴에 난 상처를 손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없으니 불편하긴 하군.”
벼락.
자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아이템.
확실히 아이템의 부재는 뼈아팠다. 메타트론도 아니고 고작해야 미카엘 따위에게 상처를 다 입다니.
“뭐…… 상관없나.”
아쉬움도 잠시.
“대체할 건 얼마든지 있으니.”
이미 제우스의 머릿속에는 예전의 힘을 되찾기 위한 방법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자유를 되찾는 것.
그게 바로 제우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그리고 지금.
이 싸움이 끝나는 대로, 제우스는 그 자유를 되찾을 예정이었다.
* * *
궁니르.
그것은 오래전, 오딘이 관리자와의 내기를 통해 손에 넣은 아이템이었다.
평소에는 그 힘이 봉인되어 잠들어 있다가도, 오딘의 마력을 잡아먹고 시동되는 창.
오딘은 특별한 싸움이 아니면 그 창을 사용하지 않았다.
애초에 궁니르를 사용해야 할 만한 적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궁니르를 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이었다.
유원이 일부러 수르트의 앞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였다.
보다 확실하게 오딘이 창을 던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콰과과과-.
헤라클레스와 함께 멀리 떨어진 유원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늘 높이 솟아 오른 새하얀 마력의 기둥.
이미 창이 떨어지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었다.
“……어마어마하군.”
놀란 건 헤라클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의 놀람은 유원의 놀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몇 번이나 궁니르의 시동을 보아 온 유원과는 달리, 그는 궁니르를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저게 궁니르인가?”
한 차례 위로 치솟은 기둥 속에서는 지금껏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규모의 마력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제법 거리를 벌려 도망쳤다 싶음에도 헤라클레스의 몸에는 거기에 휘말린 상처가 남아 있었다.
창을 직격으로 얻어맞은 것도 아니고, 휘말린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다니.
“재앙이로군.”
단단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대체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그 위력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런데.
“아직 다 시동된 건 아니다.”
유원은 그런 헤라클레스의 놀람에 한술 더 떠 말했다.
“저건, 아직 반도 시동되지 않았어.”
“……저게?”
말도 안 된다는 듯 헤라클레스가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의 힘을 지닌 아이템이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저 오딘이 다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안 믿기겠지.’
오싹, 오싹-.
유원은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궁니르보다, 미래의 오딘이 시동한 궁니르가 더 소름 끼쳤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눈앞에 시동된 궁니르는 아무것도 아니다.
‘궁니르는 창의 형태를 하고 있는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
그것은 직접 궁니르를 다루는 오딘의 설명이었다.
‘관리자들의 힘을 부여받은 아이템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그 힘이 무한대로 증폭된다.’
궁니르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그것은 궁니르의 주인인 오딘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 정도로 무한한 힘을 지닌 아이템.
궁니르에 대한 평가는 유원의 동료들 사이에서도 최고였다.
“저 녀석, 순 아이템빨이야.”
오딘에게 시비를 걸었다 결국 패배한 손오공.
“저 창에 꿰뚫리면 나도 위험하겠어.”
궁니르의 시동에 놀란 헤라클레스.
“저건 무기라는 범주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아버지의 벼락처럼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데…… 한 번 제대로 뜯어보고 싶단 말이지.”
궁니르에 호기심을 비친 헤파이스토스.
말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모두의 공통된 평가는 하나였다.
“궁니르 같은 아이템이 두세 개만 더 있어도, 아우터와의 싸움은 훨씬 쉬웠을 거다.”
힐끗-.
유원은 넋을 놓고 궁니르를 바라보고 있던 헤라클레스의 곤봉을 바라보았다.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재료로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아이템.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저 아이템 역시 평범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네가 가진 무기도 마찬가지다.”
“무슨 소리냐?”
“아직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거.”
“이걸……?”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헤라클레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쥔 곤봉을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곤봉은 그저 잡고 휘두르는 게 전부인 무기로 보였다.
대체 이걸 어떻게 쓰라는 걸까.
헤라클레스는 유원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유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잘 모르기도 하고…….’
곤봉을 쓰는 법은 다뤄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유원은 곤봉을 다뤄 본 적도 없고, 헤라클레스처럼 힘이 강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유원이 그에게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전달했던 건 그것이 헤라클레스가 다루었던 아이템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알고 있더라도 말하지 않는 게 낫겠지.’
아이템을 쓰는 법은 누군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닌, 직접 깨닫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가르쳐 주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 가르침에 얽매여 틀이 생기는 수가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이제 막 자신만의 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제부터 그 아이템에 익숙해지고 그걸 다루는 건 온전히 헤라클레스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건…….’
손을 들어 올린 유원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장갑을 바라보았다.
우라노스의 심장.
올림포스의 삼신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위대한 랭커의 힘이 담긴 아이템.
“이것도 마찬가지일 거고.”
힘과 아이템이란 무릇 주인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우라노스의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유원은 자신이 지닌 힘과 아이템의 가치를 잘 알았다.
제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들, 아직까지 우라노스의 심장과 같은 힘을 다루는 건 불가능했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
눈앞에 있는 궁니르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아직 자신은 이 아이템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고오오오-.
하늘 위 높이 치솟았던 마력의 기둥이 서서히 희미해졌다.
“끝났군.”
헤라클레스는 확신했다.
제아무리 수르트라 해도 저런 걸 얻어맞고 살아남을 수는 없을 거라고.
그건 이 탑의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끝날 거였으면, 이 난리를 치지도 않았지. 오딘도 그 골머리를 썩지 않았을 거고.”
궁니르 한 방에 죽을 만큼 수르트는 약하지 않았다.
“수르트는 분노하고 상처 입을수록 강해진다. 오딘이 평화를 위해 가만히 있던 건, 단지 그 녀석이 평화주의자이기 때문만은 아니야.”
쿵-.
궁니르가 떨어진 자리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상처 입은 맹수야말로 가장 무서운 법.
그리고 수르트는 그 맹수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일컬어지던 왕이었다.
“수르트를 죽이려면 자신도 목숨을 내놓아야 해서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깊은 구덩이 속에서 수르트의 손이 뻗어 올라왔다.
이내, 지상 위로 다시 올라온 수르트는 온몸에 새빨간 피를 철철 흘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왔구나…….”
붉게 충혈된 눈동자.
온몸에 타오르는 불길에 증발된 새빨간 피의 증기.
씨익-.
수르트.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천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오딘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이 순간이 도래했다.”
오딘과의 만남.
그것은 그 오랫동안 수르트가 기다리고, 염원해 온 순간이었다.
척-.
수르트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 하얗게 웃으며 수르트가 소리쳤다.
“아스가르드의 멸망이다, 오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