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5
* * *
말도 안 되는 소식들의 연속이었다.
하나 하나, 소식이 전달될수록 탑의 여러 길드가 들썩였다.
“제우스가 풀려났다?”
소식을 접한 하데스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가장 우려하고 있던 소식이었다.
“다시 피바람이 불 것인지…….”
자유를 되찾은 제우스.
그는 현 올림포스의 길드장이 된 하데스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존재였다.
애초에 올림포스는 제우스의 힘과 비상한 머리가 만들었다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능력은 같은 삼신의 범주 안에 묶여 있다 한들, 하데스가 감히 막아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삼신(三神)이란 어디까지나 힘이 비등해서가 아니라 그 셋이 형제이기에 불리던 칭호일 뿐이었으니까.
그밖에도.
“수르트가 죽었다라…….”
“믿기질 않는군.”
“그 괴물이?”
거인족 내에서는 수르트의 죽음에 대해 입을 모았다.
수르트는 거인족들에게는 공포의 상징과도 같았던 바.
그런 수르트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거인들에게 곧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 올랐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거인과 아스가르드.
마왕과 하늘의 충돌.
용족의 등장.
하나하나가 충격적이기 짝이 없는 소식들 가운데, 천마신교가 한 가지 소식에 주목했다.
“이거 진짭니까?”
천마신교의 광하묵이 플레이어 키트에 뜬 소식을 보고는 물었다.
최근 50층을 돌파한 그는 유원의 소식에 곧장 권천주 풍백림을 찾아왔다.
때마침 그 역시 마루에 앉아 유원의 소식을 보고 있었다.
광하묵의 질문에 풍백림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소식이었다.
제아무리 그가 자신들의 소교주이고 모셔야 할 사람이라지만 이건 글쎄.
“다른 것도 아니고 궁니르라니.”
궁니르.
이 탑에서 가장 강력한 창.
그 위대한 하이랭커 오딘조차도 다루는 걸 버거워한다고 알려진 아이템이 바로 궁니르였다. 그런 궁니르를 유원이 시동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그걸 이용해 수르트를 죽였다는 건 더더욱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방송국 녀석들이 정신이 나간 걸까요?”
광하묵의 물음에 풍백림은 고개를 저었다.
“과장되긴 해도 근거가 없지는 않을 거다. 아예 없는 소식을 퍼뜨리는 놈들은 아니니까.”
탑의 방송국은 공적인 기관이었다. 랭킹 관리국처럼 그들 역시 관리자 아래에서 일하고, 실적을 쌓았다.
당연히 없는 사실을 보도한 적은 없었다.
물론, 때때로 과장이 많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정말로…….”
“정확한 건 확인해 봐야지.”
목소리가 의외로 덤덤했다.
평소 유원을 지나칠 만큼 찬양하던 풍백림이 웬일인가 싶었는데, 풍백림은 이미 웃고 있었다.
“아마 다들 믿지는 않을 거다. 또 방송국이 헛다리를 짚거나 한 발 걸친 걸 과장해서 내보냈다고 생각하겠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면, 풍백림은 아니었다.
“넌 어느 쪽이냐?”
꽈아악-.
잔뜩 흥분한 풍백림이 손안에 힘을 주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갔다.
유원과 처음 싸웠을 때.
자신의 몇 합을 받아 내는 시험을 치르며, 백 합이 넘는 합을 겨루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저 괴물 같은 신규 플레이어 한 명이 들어왔다고만 생각했는데…….
“난 믿는다.”
이제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그분은 우리들의 신이니까.”
* * *
유원이 일어난 건 그로부터 이틀이 더 지난 후였다.
황금 성의 눈부신 천장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할라는 잠을 자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이곳에는 밤이 없었다.
우적-.
오딘이 보낸 식사에 유원은 제일 먼저 빵을 씹었다.
허기가 밀려왔다. 오래 굶긴 한 모양이었다.
“일어났다는 소식은 들었다.”
헤라클레스는 유원보다 먼저 일어나 옆에 와 있었다.
입에 들어온 빵을 씹어 삼킨 유원이 스프를 떠먹으며 물었다.
“넌 언제 일어난 거냐?”
“한참 전에.”
“몸은?”
“좀 뻐근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좀 불공평한 느낌인데.”
“어쩔 수 없지. 너와 내 스탯의 차이가 나니까.”
헤라클레스의 무식한 힘이 근력 때문이라면 그의 무식한 방어력은 체력 스탯 때문이었다.
그리고 체력 스탯은 높아질수록 몸의 회복력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유원보다 헤라클레스의 회복이 더 빠른 건 당연했다.
“큰아버지께서 널 많이 원망하시더군. 앞에 있으면 한 대 쥐어박아 달라고 말이야.”
“제우스 때문인가?”
“그래.”
“그 녀석은 지금 어디 갔지?”
“연락이 안 된다더군. 정말 할 일만 딱 끝낸 모양이야.”
제우스가 발할라와 황금 성을 지켜 냈다는 소식은 이미 파다했다. 누군가는 제우스가 아스가르드에 귀화했다고도 말했지만, 정작 제우스를 아는 사람들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행방이 묘연하다, 라고 대답하면 되겠군.”
“아마 큰 말썽은 없을 거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목적이 같으니까.”
제우스의 목적은 어리석은 혼돈으로 바뀌었다.
또한, 손오공을 통해 알게 된 미래에서 그는 실제로도 아우터와 싸우고 있었다.
확실히 결과를 알면 이런 게 편했다. 어떤 길을 걸어 도착하게 되는지는 몰라도 결국 목적지를 알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
유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남은 빵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오히려 지금은 그 녀석이 더 날뛰고, 커지길 바라는 쪽이다.”
그 말과 함께 유원은 잠시 헤라클레스의 눈치를 살폈다.
이 말에 가장 많은 상처를 입을 사람은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였다. 제우스를 풀어 주는 건 그 역시 동의한 바였지만 제우스는 그의 아버지임과 동시에 원수이기도 했다.
과연 헤라클레스가 제우스를 어떻게 여기고 있을지.
“그러냐?”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의외라는 듯, 유원이 자신을 바라보자 헤라클레스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각자 원하는 게 다른 거다. 내 뜻을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헤라클레스라면 이럴 거라고는 생각했다.
물론.
“다만…….”
마냥 용서하기엔 헤라클레스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가 또다시 같은 짓을 저지른다면, 그때에는 내 손으로 끝낼 거다.”
빠득-.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간 헤라클레스의 눈동자에서 흉흉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이번엔 감옥 같은 데 가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러냐.”
체할 것처럼 공기가 무거웠다. 여전히 헤라클레스는 제우스를 완전히 믿거나 용서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한 짓은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었으니까.
‘미안하다.’
유원은 눈을 감으며 속으로 답답함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너와 생각이 갈리겠구나.’
헤라클레스.
거인 학살자이자 영웅이라 불린 하이랭커.
그게 바로 그 대신 유원이 돌아온 이유였다. 그는 자신의 뜻과 정의에 맞지 않는다 생각한 것들에는 손에 자비가 없었다.
제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유원은 이번 일을 통해 그가 이용할 수 있는 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손오공이 가져온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다시 한번 검증한 것이다.
그는 큰 패다.
1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 또한, 훗날 5위권 안쪽까지 도달할 만한 힘을 지닌 존재.
그런 패가 손안에 들어온 이상, 그것을 활용하지 않고 버린다는 건 지나질 만큼 여유로운 발상이었다.
잠깐 이어지는 침묵.
“너무 눈치 볼 건 없다.”
그 말에 유원은 자신이 어느 순간부턴가 눈을 감거나 헤라클레스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헤라클레스를 보자, 그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알아. 거기에 제우스가 필요하다는 걸 모를 만큼 내가 바보는 아니야.”
그렇게 말한 헤라클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대답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유원을 위해 움직였다.
그의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가 옳은 것이리라 믿고서.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부디.”
그렇게 막 헤라클레스가 방을 나서려던 때.
“아, 그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춘 헤라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랭킹 올랐더라. 한 번 확인해 봐라.”
“랭킹?”
“난 간다.”
끼이이-.
헤라클레스가 자리를 비켰다.
혼자 남게 된 유원은 마지막으로 헤라클레스가 한 말에 플레이어 키트를 꺼내 보았다.
고작 이틀이라지만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퍼진 모양이었다.
그중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용족’이 기지개를 켰다는 것.
그간 몇몇 소수의 플레이어들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들이 움직였다는 건 여러 거대 길드에서 긴장할 만한 이야기였다.
다음으로.
“랭킹이…….”
유원은 플레이어 키트를 통해 랭킹 관리국이 매일 갱신하는 랭킹을 확인했다.
확실히 이번 일로 랭킹에는 꽤 변동이 있었다. 그만큼 큰 사건이기도 했고, 활약상을 펼친 사람도 여럿이었다.
헤라클레스의 랭킹은 13위까지 올랐다. 아마 곤봉의 사용법을 익히면 랭킹이 10위권 안쪽까지 금방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유원은.
“……뭐가 이렇게 많이 올랐어?”
* * *
80층.
거의 랭커에 다다른, 선택받은 플레이어들만이 다다를 수 있는 층.
또한, 10층 구간인 80층의 시험은 당연히 어렵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런 시험장 속에서.
파짓, 파지지-.
황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혼자 서 있었다.
콰과과과-.
샛노란 전격이 나무들을 밀어내며 둥근 공터를 만들었다. 매복해 있던 플레이어들이 전격에 휘말려 한꺼번에 쓸려 나갔다.
허무하리만치 압도적인 전력 차이였다.
“……와.”
“우리 팀장, 진짜 괴물인데?”
“뭐가 저러냐.”
그 어렵다는 시험은 혼자 전부 해결해 버리다니.
이젠 어지간한 랭커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지경이었다.
“올림포스 부수기가 끝난 후부터였나.”
“확실히 그때부터 엄청 세졌죠?”
“성격도 조금 바뀐 것 같고.”
올림포스 부수기는 확실히 대사건이었다.
팀에서 그 싸움에 참여했던 건 하르간 한 명. 그리고 그 싸움에서 살아 돌아온 하르간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그 전에도 괴물처럼 강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아예 적수가 없다 싶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황금색의 전격을 뿜어내며 혼자서 시험을 이끌어 낸 하르간은 곧 마력을 거두고 걸어왔다.
그의 팀원은 어느새 숫자가 많이 줄어, 하르간까지 포함해 고작 다섯 명만이 남아 있었다.
“가자.”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은 상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에 하르간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하르간은 여유가 없이 층을 올라갔다.
“알겠습니다, 팀장.”
“서두르죠.”
“팔라딘테. 다음 목표물은 어느 쪽이야?”
“다음은…….”
턱-.
엘프족 플레이어, 팔라딘테가 걸음을 옮기다 무언가와 부딪쳤다.
“팀장?”
“움직이지 마라.”
꿀꺽-.
하르간의 볼을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하르간의 몸이 굳어져 있었다.
팀원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시험장에서 하르간을 이렇게까지 긴장하게 할 만한 상대가 있을 리 없는데.
“여긴 왜 오신 겁니까?”
아무것도 없던 숲속.
하르간이 황금색 눈동자를 빛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