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8
스사노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른 어떤 무서운 말보다도 섬뜩한 말이었다.
확신 없이 움직일 만큼 바보가 아니다.
꽤 오랫동안 유원과 함께해 온 스사노오인 만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유원이 어떻게 판을 계획하고, 움직이는지 영혼에 종속되어 함께 지켜봐 왔던 그였으니.
그것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거냐?
스사노오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쩡-!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며 스사노오가 마력을 뿜어 냈다.
-결과가 정해진 싸움이란 없다. 결과는 내가 만드는 것이야.
부우우웅-.
검에 실린 힘이 강해지고, 스사노오가 나눠 받은 마력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확신?
스카가강-.
수백 자루의 칼날이 주위를 감싼다. 처음과 비교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기세였다.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란 없다. 그건 네놈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쩡, 쩌저정-!
매섭에 몰아치는 검.
훈련장의 바닥에 무수히 많은 검흔이 생겨났다. 싸우고 있는 동안, 유원은 나중에 오딘에게 한 소리 듣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재지 않는군.’
유원이 나눠 준 마력의 양은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스사노오는 그 힘을 아낌없이 퍼부으며 뒤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시간을 끌어도 되겠지만…….”
쉬잇-.
쩌엉-!
유원의 검이 스사노오의 검을 밀어냈다. 검에 실린 힘에 스사노오의 눈동자가 커졌다.
우득-.
“그런 식은 별로 후련하지 않지.”
부풀어 오른 팔.
심상치 않은 마력의 흐름.
익숙한 스킬에 스사노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거인화인가.
힘에 있어서 거인화를 지닌 유원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거인화만큼 힘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스킬도 없었으니까.
정면으로 싸우는 건 무리다.
스사노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파훼법이 없지는 않지.
쉬잇-.
스사노오의 검이 유원의 검을 피해 움직였다.
검이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
유원은 눈을 어지럽히는 스사노오의 검을 피해 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훤히 보였다.
‘힘 싸움을 피하고 속도로 몰아붙인다. 부족한 부분 대신, 장점을 적극 활용해 속도전으로 갈 생각인가.’
영리하고 현명하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한 것부터가 시작이었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슷, 스스-.
유원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렇게 빠르기만 해서는 안 베이지.”
[‘화안금정’이 길을 읽습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스사노오의 검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눈에 보였다. 머리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고, 피할 수 없는 검은 힘으로 쳐 냈다.
“네 말대로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란 건 없다. 맞는 말이다.”
그 말은 유원도 공감했다.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를 알고 있었으니까.
유원은 스사노오의 칼을 받아 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적어도 그게 너는 아니야.”
* * *
시험의 날이 밝았다.
탑의 상층에 바람이 불었다.
뜨겁고 황폐한 무스펠하임이었지만, 이번 시험은 특별했다.
수많은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무스펠하임 특제 용암구 팔아요! 화로 대용으로 쓰기 좋습니다!”
“무스펠하임의 자랑, 거인족의 보물! 자자, 보고 가세요!”
“드워프족 특제 맥주 팝니다! 무더위 시원하게 날려 버리세요!”
곳곳에서 장사꾼들이 목청을 높여 각자 가져 온 물건을 판다. 말도 안 될 만큼 비싼 가격이었지만, 물건은 쉼 없이 팔려 나갔다.
그만큼 고객이 많다는 뜻이었다. 무스펠하임의 도시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로 복작거렸다.
“엄청나네요.”
“이번 시험은 대성황입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관계자들.
관리자의 심부름꾼들 역시 그런 관광객들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무림대전 외에는 이런 이벤트가 또 없으니까. 수백, 수천 년을 사는 랭커들에게 이런 이벤트는 놓칠 수 없는 볼거리지.”
장난꾸러기처럼 생긴 외모의 작은 심부름꾼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이번 시험은 대성공이야. 그렇지 않아도 아스가르드와 무스펠하임의 전쟁으로 관심이 많아져 있는 상태였으니, 실패할 수가 없는 시험이지.”
“저, 팀장님.”
“왜?”
“혹시 이 시험을 팀장님이 기획하셨습니까?”
“……닥쳐, 인마.”
심부름꾼들이 서둘러 시험을 준비했다.
이번 시험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만 했다.
그것은 65층을 관리하는 관리자, 그리고 그 휘하의 심부름꾼들에게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였다.
척박하고 뜨거운 무스펠하임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세계였다.
그런 무스펠하임에 생긴 기회.
이번 시험은 상상 이상의 성화였고, 이 기회를 잘만 살린다면 65층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편.
“이게 말이 되는 시험인지…….”
“한 명 빼고 나머지 전부가 같은 팀이라니 말이야.”
시험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은 황당함을 토로했다.
시험의 내용은 이랬다.
[무스펠하임의 성을 차지해라.] [김유원 외 플레이어들이 팀을 이룹니다. 처음 성을 차지한 쪽은 김유원입니다.] [하루 뒤, 성을 차지하고 있는 쪽이 시험에서 승리합니다.]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지급됩니다.]시험의 내용 자체는 단순했다.
하루 동안 치러지는 시험. 꽤 길게 이어지는 시험인 만큼 볼거리로는 충분했다.
문제는 시험의 밸런스였다.
“그래도 상대는 하이랭커잖아? 그것도 100위권 안쪽의.”
김유원은 랭킹 80위대의 하이랭커였다. 본래는 400위 언저리에 랭크되어 있던 그는 아스가르드와 무스펠하임의 전쟁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아 순식간에 랭킹이 올라갔다.
랭커와 플레이어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다.
하물며 하이랭커, 그것도 100위 안쪽의 하이랭커와 플레이어가 치르는 시험이라니.
하지만 그 상대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그거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지. 아직 65층도 못 넘은 녀석이 무슨.”
최소가 65층 이상, 예비 랭커로 불리는 자들.
특히나 79층에 도달한 플레이어들 중에서 일부는 랭커에 거의 근접한 실력자도 있었다.
“그 녀석이 이번에 궁니르를 던졌다는 말이 있던데.”
“김유원이 아스가르드의 플레이어라는 거 모르는 녀석도 있나? 그거 다 쇼야. 아스가르드의 랭커를 홍보하기 위한.”
“그래도 랭킹 관리국이 그런 거에 넘어간다고?”
“오딘이면 랭킹 관리국에 영향력을 못 끼치리라는 법도 없지.”
“하긴.”
“그래도 실력이 대단한 건 분명할 거다. 이 시험의 내용을 보면 관리자도 녀석의 실력을 인정한 모양이니.”
이 시험의 주인공인 김유원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소문에 거품이 너무 많다는 사람과 혹은 이제는 그의 실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
특히나 김유원보다 더 높은 층을 공략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아직까지도 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뭐, 어쨌거나 시험이 시작되면 알게 되겠지.”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는 공통된 의견은 분명 존재했다.
“김유원의 랭킹이 진짜인지, 아닌지 말이야.”
시험은 이제 목전으로 다가왔다.
* * *
시험의 주제는 점령전이었다.
누가 더 오랫동안 성을 점령하는지.
누가 최후의 마지막에 성의 주인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시험은 65층의 도시, 그 중앙에서 생중계되었다.
“쟁쟁한 랭커들이 많군.”
“보통 관심이 가는 녀석은 아니지 않습니까. 싸우는 모습을 볼 기회도 많이 없고요.”
황금색의 머리를 한 미남자와 짧은 검은 머리의 중년인이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의 걸음걸이에 따라 빼곡히 뭉쳐 있던 인파가 좌우로 갈라졌다.
“아무래도 우리, 민폐인 것 같지 않습니까?”
“네놈이 너무 눈에 띄는 탓이다.”
“저보다는 큰아버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하데스와 아폴론.
올림포스의 두 하이랭커의 행차였다. 특히 하데스는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지옥의 왕으로 불리는 만큼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뭐, 어쨌든 덕분에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
아폴론은 도심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눈앞에 거대한 성이 버티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이게 스크린인지 진짜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심부름꾼들이 공을 꽤 들인 모양입니다.”
“그런가. 훌륭하긴 하군.”
하데스의 눈에 스크린에 비춰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왔다.
개미 떼처럼 빼곡한 숫자. 만 명이라더니, 정말 많긴 많았다.
‘저것마저도 선착순으로 지원을 받은 거라고 했고 말이야.’
이 탑에는 정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 아주 극히 일부만이 랭커가 될 수 있으며, 저들은 그 랭커가 될 자질을 가진 플레이어들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10층조차 넘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니.
말하자면 유원은 선별된 엘리트 만 명을 상대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잠시 화면을 보고 있던 때.
“큰아버지, 저기…….”
아폴론이 그답지 않게 떠는 목소리로 하데스의 어깨를 건드렸다.
“뭐냐?”
“저 녀석도 여기 왔습니다.”
“저 녀석?”
하데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폴론이 가리킨 자리.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멀어져 빈 원이 그려진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는 걸 꺼려하는 모습들.
웬 소란인가 싶었는데 그를 발견한 하데스는 납득할 수 있었다.
“아수라……?”
구릿빛의 피부에 다부진 근육. 열 개의 무기를 온몸에 걸친 남자.
그가 스크린 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수라가 여긴 왜 온 걸까요?”
아수라는 위험한 랭커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는 싸우는 걸 좋아하고 살생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손에 죽은 하이랭커의 숫자만 해도 두 자릿수가 훌쩍 넘을 정도.
인과 관계 없이 싸움을 걸어와 상대를 죽이는 것으로서 아수라는 관리자에게 경고를 받기도 할 정도였다.
“김유원에게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위험하겠지. 아수라면.”
보통 위험한 정도가 아니었다.
관리자에게 경고를 받고 한동안 잠잠하던 그가 움직였다는 건, 필시 끝장을 보겠다는 뜻일 테니까.
아마 꽤 오랫동안 다음 먹잇감을 물색했을 것이다.
“헤라클레스에게 말해 두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아수라의 등장으로 하데스는 생각보다도 더 많은 랭커들이 이 시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눈을 굴려 봐도 그가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있었다.
‘아수라, 츠쿠요미, 토르, 브룬힐데, 멀린, 벨리알…….’
그야말로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서 당장 전쟁을 벌여도 부족하지 않겠군.’
그들이 이 자리에 온 이유라면 하나뿐.
바로 유원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베일에 싸여 있는 김유원의 실력.
랭커들에게 공개된 시험인 만큼 이번 기회에 그것을 확인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말이다.
‘그럼 과연…….’
하데스의 시선이 다시금 스크린으로 향했다.
그렇게 스크린에 떠오른 성의 위쪽으로.
“김유원이다!”
“시작인가?”
“오래 기다렸다고!”
“여기! 여기 맥주 세 잔만 부탁해!”
유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 대 일만의 시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