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8
* * *
유원이 가장 존경했던 존재가 있다면, 그건 헤라클레스였다.
그는 영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악을 벌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약자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았다.
‘힘’에 있어서는 탑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존재.
그게 바로 헤라클레스였다.
“내가 바라는 건 ‘거인화’다.”
때는 아우터 갓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
크로노스가 시계태엽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누구를 과거로 보낼 것인지를 이야기 할 때였다.
제천대성과 크로노스, 헤라클레스와 오딘.
탑의 정점에 서 있는 여러 존재들이 한데 모여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기각. 그건 효율이 너무 안 좋아.”
오딘은 헤라클레스의 말에 반대했다.
거인화.
분명 좋은 스킬이었다.
아마 그보다 더 좋은 스킬은 탑 전체를 뒤져도 세 자릿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얻는 방법이 너무 까다로웠다.
“게다가 그건 우리가 생각한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만 마리의 거인을 죽이고 그들의 피를 뒤집어쓸 것.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지?”
“거인과 싸울 기회는 기간토마키아만 있는 게 아니다.”
헤라클레스의 시선이 한쪽에서 졸고 있던 손오공에게로 향했다.
그때, 유원은 헤라클레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수르트라.”
“맞아.”
“그 녀석을 잡으라고?”
“도망치며 시간만 벌 생각이었나? 하긴. 그게 안전하긴 하겠지.”
헤라클레스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태엽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후보 중에는 헤라클레스도 있었다.
아마 그는 수르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바로 거인화의 단초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탑의 지배종인 거인족.
그런 거인족의 피를 튜토리얼 지역에서 뒤집어쓴다면?
하나의 심장만으로 ‘거인화’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잡아야겠군.”
“그 외에는 딱히 기회가 없겠어.”
“난 찬성이다.”
“난 반대 위험이 너무 커.”
“난…… 기권이다.”
투표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찬성이었다.
마지막으로 던진 유원의 찬성표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수르트라를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겠군.”
“포인트가 필요하다. 빙옥철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더 큰 냉기 속성이…….”
회의의 방향은 어느새 ‘수르트라를 잡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빙옥철검과 빙정.
불주술의 옷과 화안.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방법.
수르트라의 약점과 패턴…….
온갖 이야기들이 나열되었고, 결국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만약 거인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키메라 제작자를 잡는 건 포기해라.”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
키메라 제작자, 차일드가 언급되었다.
“하위 층계에서 난동을 피워 힘을 잃고 튜토리얼 지역으로 추방되었다지만 그 녀석은 위험하다. 인간형 키메라들도 있을 테고.”
“며칠 만에 거인화를 다루는 게 가능한 일이냐?”
“아마 어렵겠지.”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오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넌 뭐 할 말 없나? 그 녀석을 잡은 건 당시에 탑을 오르던 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할 말?”
손오공은 당시 50층을 오르고 있던 상태였다. 꽤 이름이 알려진 랭커 후보로 주목을 받았는데, 키메라 제작자는 손오공을 잡아 키메라로 만들려고 하다 실패하고 그에게 패배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인 키메라 제작자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손오공뿐이었다.
“뭐, 해 줄 말이 없는데.”
손오공은 별로 흥미가 없는지 길게 하품하고는 말했다.
“어차피…….”
* * *
우득, 우드득-.
팔의 근육이 뒤틀렸다.
실제로 팔이 거인처럼 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인화를 발동한 유원의 팔은, 마치 거인의 것처럼 근육이 부풀어져 올랐다.
거인의 힘이 깃든 건 오른쪽 팔뿐이었다.
낮은 숙련도와 체력으로 인해, 제대로 거인화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역시. 아직은 이 정도가 한곈가.’
유원은 팔을 주무르며 몸을 풀었다.
거인화는 마력보다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스킬이었다. 체력을 근력으로 바꾸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거인화의 매커니즘이었다.
다행히 수르트라의 심장을 통해 근력과 체력이 꽤 늘었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거인화의 힘을 다 사용하지는 못하는 상태.
‘그래도 뭐…….’
꾸욱-.
유원은 오른팔을 통해 느껴지는 힘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콱-.
유원의 발이 바닥을 밟았다.
차일드는 또다시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오냐, 좋다.”
꿈틀, 꿈틀-.
검은 마나가 일렁거리며 수십 가닥으로 흩어졌다. 차일드는 지팡이와 함께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대답은 네놈의 사지를 찢어 놓은 후에나 들으마. 네놈이 저기 있는 녀석과 같은 올림포스의 직계라 해도, 결국 한낱 애송이에 지나지 않으니!”
화아악-!
수십 가닥의 마나가 유원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유원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콰욱-.
툭, 투두둑-.
“……!”
“말이 많아.”
유원의 악력에 마나의 가닥이 끊어져 힘을 잃고 흩어졌다. 차일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며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흑관 – 삼중첩]철그럭-.
차라라라락-.
총 세 겹의 흑관이 유원을 바닥에서부터 집어삼켰다.
전보다 더 견고해진 속박.
하지만.
콰직-!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흑관은 유원의 주먹에 너무나도 손쉽게 부서졌다. 하지만 그걸 예상했다는 듯, 차일드는 몇 개의 연쇄적인 스킬을 더 펼쳐 내고 있었다.
[오염된 독니]우우우웅-.
유원과 차일드를 중심으로 사방에 생성된 수십 개의 송곳니들.
하나하나가 모두 강철조차 우습게 뚫어 낼 만한 강, 경도와 독을 지닌 스킬이었다.
“죽지는 마라.”
차일드는 입가를 비틀어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들을 이야기가 많으니.”
그러자.
촤르르륵-!
수십 개의 송곳니들이 일제히 유원을 향해 쏟아졌다.
화르르-.
유원의 눈동자 위에 떠오른 붉은색이 더 진해졌다.
날아오는 송곳니들이 느리게 보였다. 유원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쾅-!
하나의 송곳니가 산산이 부서져 파편이 날아갔다.
하나쯤은 괜찮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쾅, 쾅쾅-!
연달아 분쇄되는 송곳니들을 볼 때마다 차일드의 표정은 서서히 종이처럼 구겨져 갔다.
“뭐 이런…….”
쾅-!
벌써 절반의 송곳니들이 분쇄되었다.
유원의 팔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
그것은 단순히 근력을 높여 주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인화는 육체를 마치 하나의 무기처럼 만들어, 그것을 흉기로 다룰 수 있게 만들었다.
‘아무리 헤라클레스의 핏줄이라지만, 튜토리얼 참가자가 저걸 힘만으로 파훼한다고?’
거리가 가까워졌다.
어느새 수십 개의 송곳니들을 분쇄하며 지척까지 다가온 유원의 모습은 마치 성난 황소처럼 느껴졌다.
차일드는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검은가시벽]쿠르르르-.
이중으로 만들어진 검은 벽.
수백 개의 가시로 이루어진 벽은 현재 튜토리얼 지역으로 떨어진 차일드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계 스킬이었다.
‘한 번 뚫어 봐라. 뚫어 내기 전에 분명 네놈의 손이…….’
쾅-!
쩌적-.
가시벽에 둘러싸여 안도하고 있던 차일드가 흠칫 놀랐다.
바깥에서 느껴진 충격.
검은가시벽에 금이 생겨났다.
유원은 개의치 않고 검은가시벽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우우우웅-.
차일드는 검은가시벽에 더 많은 마나를 주입했다.
쾅, 쾅-!
구구구구-.
벽이 흔들렸다.
쾅-!
쩌저적-.
금이 더 크게 벌어졌다. 마나를 불어넣는 차일드의 이마에 점점 식은땀이 맺혔다.
쾅-!
그 한 번이 마지막이었다.
잠시, 유원의 주먹질이 멈췄다.
“하아-, 하-.”
마나를 불어넣다 몸에 땀이 흥건해진 차일드는 잠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멈춘 건가?’
주먹이 멈췄다.
내려갔던 입꼬리가 다시 위로 슬며시 올라갔다.
‘그래. 제 놈도 지친 거야. 아마 검은가시벽을 부수려다 손이 엉망이 되어서, 그래서.’
쩌적-.
기대는 금방 어그러졌다.
사방을 감싸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 허물어진 벽 사이로 손이 뻗어 왔다.
콰악-.
“컥!”
차일드의 목이 조여졌다. 순간, 차일드의 몸이 위로 붕 떠올랐다.
콰앙-!
머리를 번쩍 들어 올린 유원은 그대로 차일드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다음 순간, 유원은 주먹에 마나를 실어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앙-.
쩌어어엉-!
바닥이 흔들리고, 머리는 깊게 파묻혔다. 검은가시벽을 부수느라 상처를 입은 유원의 주먹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안…… 죽는다…….”
바닥에 고개가 파묻힌 차일드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거인화로 강화된 주먹에 얻어맞았음에도 코와 이빨이 깨진 정도.
녀석은 아직 멀쩡해 보였다.
어지간히도 단단한 몸뚱이었다.
“듣던 대로 질기네.”
키메라 제작자 차일드.
녀석은 보통 보스가 아니었다.
천 년 전의 랭커.
또한, 곧 튜토리얼의 참가자이자 플레이어로 탑을 올라갈 자.
그때를 대비해 차일드는 자신의 몸에 오랫동안 손을 써 왔다.
“나는…… 불사(不死)다.”
온갖 참가자들의 몸을 뜯어 붙이고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실험되어 온 육체는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체력 스탯과는 무관하게 흑마법의 실험으로 강화된 육체.
그 육체 때문에 추후, 차일드는 탑을 올라 다시 플레이어가 되었을 때 이렇게 불리기도 했다.
‘언데드 키메라.’
이게 바로 차일드가 진짜 위험한 이유였다.
부러지지 않고, 상처 입지 않는 육체.
키메라를 넘어서는 튜토리얼의 최종 보스.
하지만.
유원은 차일드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차피 이것만 있으면 다 보일 거다.”
뚜두둑-.
촤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차일드가 비명을 질렀다.
유원이 강제로 오른팔을 잡아 뜯은 까닭. 차일드는 너무나도 손쉽게 결을 따라 뜯겨져 나간 팔의 단면을 부여잡았다.
“내 팔, 파아알-!”
“장난감처럼 몸을 붙여놓으니 뜯겨지는 것도 쉽게 뜯어지네.”
화르르-.
붉게 변한 유원의 시야.
화안(火眼).
만물을 꿰뚫어 보는 눈.
그 눈엔, 차일드의 몸을 잇고 있는 미세한 선들이 선명히 보였다.
유원은 차일드의 다른 한쪽 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콱-.
“그, 그만…… 하지…….”
우드드드득-.
지이익-!
“마아아아아악!”
온갖 실험을 통해 강화된 육체라 해도, 결국은 다른 참가자들의 육체를 이어붙인 몸뚱이.
완벽한 하나란 있을 수 없으니 약점이 되는 ‘결’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하기는.”
유원은 다음으로 차일드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손아귀에 힘을 주며, 유원은 차일드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 녀석 손에 사지와 목이 뜯겨진 사람이 몇 명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