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92
* * *
한 인간이 있었다.
용의 손에 길러지고, 스스로 용이라 착각하던.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자신과 달리 다른 용들이 조금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스스로가 용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난 후, 그는 자신이 왜 용족의 사이에 섞여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 나섰다.
용왕전.
용들의 왕이 우두머리를 정하기 위해 벌어진 용들의 전쟁.
한 세계에서 서쪽의 용과 동쪽의 용들이 싸웠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휩쓸려 죽어 나갔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렇게 죽어 나간 사람들 중, 살아남은 한 명이라는 걸.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선택을 받아 탑을 오르고, 랭커가 된 날.
-어째서 이러는 것이냐?
그는 자신을 기른 용들을 죽이고, 그들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썼다.
-처음에는 복수로 시작했다.
그는 용들이 지워 버린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잃어버린 가족과 수많은 인드라족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장례.
시작은 분명 그런 목적이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더 큰 힘을 원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인드라라고 칭했다.
그것은 그들이 모시는 신의 이름이었으며, 천둥과 비를 내린다는 신묘한 힘을 지닌 무신이었다.
신의 이름을 쓴다는 것.
인드라는 그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가 신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촤아악-!
용의 목을 베고, 또 베어 낸다.
-이건 복수가 아니다.
그들의 피와 심장을 뜯고, 그 피를 쉬지 않고 뒤집어쓴다.
[‘용 사냥꾼’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칭호와 함께 인드라는 그들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사냥이다.
용과의 전쟁을 선포한 인드라는 다짐했다.
모든 용을 죽이고 그들의 힘을 갈취하리라.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왕인 브리트라와 파프니르.
그들의 심장을 물어뜯고 말 것이라고.
* * *
펄럭-.
브리트라가 날개를 펼쳤다.
쿵-.
파프니르가 몸을 일으켜 눈을 반짝였다. 그런 파프니르를 옆으로 밀쳐 내며 브리트라가 이빨을 드러냈다.
-비켜 있어라, 파프니르.
-나는 저자에게 방금 동족을 잃었다.
-너는 이제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회복했을 뿐이다.
크르르르-.
브리트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방향은 인드라와 손오공, 아수라가 싸우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마.
펄럭-.
날개를 펼친 브리트라가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파프니르 역시 그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 인드라를 내려다보았다.
브리트라의 입안에 뜨거운 열기가 모아졌다.
브레스.
용족이 지닌 최강의 기술이자, 그 어떤 마법과 스킬보다도 뛰어난 살상력을 지닌 한 방.
그 한 방이, 인드라의 몸 위로 뿜어졌다.
화르르르-!
세상을 붉게 물들며 거대한 불길이 땅을 뒤덮었다. 아수라는 급히 축지를 밟고,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하늘로 몸을 날렸다.
인드라의 몸에서 전격이 뿜어졌다.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고정한 채, 인드라가 양손에 각각 무기를 쥐었다.
두 자루의 금강저.
그것에 각각 전격을 휘감은 인드라가 브레스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브레스에 정면으로 맞설 셈이냐.
지상이 불타올랐다. 브레스는 순식간에 인드라와 함께 땅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사이.
파지지직-!
불길 사이를 새파란 전격이 뚫고 나와, 날카로운 금강저 한 자루가 브리트라를 향해 날아들었다.
쩌엉-!
금강저와 여의봉이 부딪쳤다.
브리트라의 머리 위로 올라왔던 손오공은 줄곧, 브리트라의 불꽃 속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레스에 인드라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카가가각-.
떠엉-!
여의봉을 휘둘러 인드라를 밀쳐 내고, 다음 순간 반대쪽에서 아수라가 여섯 개의 검을 찔러 왔다.
하지만 인드라의 금강저는 두 개.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아수라의 검을 쳐 내고, 곧장 몸을 돌려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악-.
“……!”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부웅-.
인드라의 주먹이 아수라의 얼굴에 박혔다.
콰릉-!
폭발과 함께 아수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대로 몸을 날려 버리려고 했건만, 그러지는 않았다.
콱-.
인드라의 눈이 번뜩였다.
자신의 팔을 붙잡은 아수라가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그의 팔은 두 개가 아니었으며, 다른 팔은 이미 자신을 노려 오고 있었다.
“끈덕지군.”
“아마 그거라면 나도 만만치 않을걸?”
손오공과 아수라가 인드라를 놓치지 않고 붙들었다. 제아무리 인드라라 한들, 그 둘을 떨어뜨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쩌엉-!
인드라의 주먹이 허공에서 막혔다.
단단한 벽.
부우웅-.
하지만 그 벽을 여의봉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통과해 뻗어 왔다.
쩌억-!
덕분에 턱을 얻어맞은 인드라가 힐끗, 멀리서 방금보다 더 큰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는 브리트라와 파프니르를 바라보았다.
“포지션을 맞추고 있던 건가.”
처음에만 하더라도 중구난방 제각각 싸우던 녀석들이, 어느새 하나둘 자신의 역할을 찾아 움직였다.
아마도 약속된 게 아닐 것이다.
싸움을 시작한 이후에 본능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달은 것이겠지.
적어도 눈앞에 있는 두 명은 충분히 그럴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파지지직-.
콰앙-!
인드라는 두 사람의 무기를 전격을 두른 팔로 받아 냈다.
주륵, 검에 베인 팔에 생채기와 함께 피가 흘렀다. 봉에 얻어맞아 작은 멍이 들었지만 딱 그뿐이었다.
몸으로 받아 낸 대가는 컸다.
콰앙-!
“커억!”
다른 한 손의 금강저를 휘둘러, 아수라의 복부를 후려쳤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아니.
이 정도는 살이라고 말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의미가 없다고.”
파지직, 파직-.
몸에 둘러진 전격의 갑옷.
이 갑옷을 뚫어 내지 못하는 이상에야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없다.
“난 천장을 뚫었다.”
“커져라-.”
여의봉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콱-.
인드라는 그것을 손아귀로 움켜잡았다.
“그러니까 난, 너희와는 격이 다른…….”
“전격 속성의 마력은…….”
오싹-.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진 오싹한 느낌.
싸움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위험을 느꼈다. 인드라는 잡고 있던 여의봉을 놓고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같은 속성의 마력으로 흔들어 놓을 수 있지.”
“여의.”
투쾅-!
머리 위로 거대한 여의봉이 뻗어 나간다. 원래라면 거기에 휩쓸리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파즈즈-.
몸에 둘러져 있던 전격의 갑옷.
여의봉이 뻗어 나가는 그 순간에 맞춰, 갑옷을 이루고 있던 마력이 흐트러졌던 것이다.
“한 명이 더 있었나.”
“늦어서 미안하군.”
파짓, 파지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
한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황금색 머리카락의 남자.
한 번이라도 봤다면 잊을 수 없을 만큼 잘생기고 눈에 띄는 얼굴이었다.
“……제우스인가.”
제우스.
구 올림포스의 왕.
또한, 인드라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하이랭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인드라는 제우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심장을 노리나 보군.”
“정답이다.”
목적이 불분명한 손오공과는 달리 제우스의 목적은 너무나도 투명하게 보였다.
같은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두 명의 하이랭커.
인드라는 용족의 심장과 피를 먹어 치워 그 업보로 인해 지금처럼 강해졌다.
그로 인해 세간에는 그의 심장을 얻으면 그 방대한 용족의 마력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턱, 턱-.
손오공과 아수라.
두 사람이 인드라를 중심으로 해 앞뒤로 섰다.
멀리서는 제우스가 마력을 어지럽히고, 용족이 마법과 브레스로 둘을 엄호했다.
꽤 그럴듯한 포지션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이 탑의 최정상급의 하이랭커들이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딱히 동료처럼 보이지는 않더니 말이야.”
손오공과 아수라가 처음 만나 잠시 설전을 펼친 것만 봐도 안다.
더군다나 초반에만 하더라도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각자가 따로 놀았던 걸 보면, 계획되어 있던 인원은 아닐 것이다.
“맞아. 아직 동료는 아니지.”
척-.
가장 너덜너덜해진 모습의 손오공.
그런 손오공이 다시금 인드라를 향해 봉을 겨눴다.
“‘아직’은 말이야.”
아직.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는 뜻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과연, 정말 대단한 팀이 만들어지겠구나 싶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아수라, 손오공, 제우스, 그리고 종족을 초월한 용족의 우두머리들까지 있었으니.
“우리는 언젠가 동료가 될 거다. 나도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화륵-.
손오공의 화안금정이 붉게 타올랐다.
“분명히 그렇게 정해져 있다.”
한 순간이었지만 인드라는 그 속에서 자신을 압도하는 기세를 느꼈다.
손오공.
제천대성이라 불리며, 천계와 전쟁을 벌여 결국 승리한 하이랭커.
소문으로 들었을 때도 대단하다 싶었지만 직접 만나 보니 그는 소문보다도 더 대단한 자였다.
“그 기세는 높이 사지.”
대체 그가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쾅-.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희가 틀렸다.”
두 주먹을 부딪치며 인드라가 기세를 끌어올렸다.
만약 정말로 저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이곳에 다 모인 거라면.
“날 잡기 위한 거였다면 너들은 훨씬 더 치밀하게 준비를 했어야 했다. 수십, 수백 년을 갈고닦아 계획해서 호흡을 맞추고, 공략했어야 했다.”
쿠궁, 쿠구궁-.
주먹에서 뿜어지는 전격.
“완벽한 팀이 아닌 이상…….”
천지를 뒤흔들 마력이 손안에 모여들었다. 그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제우스가 그에 맞춰 황금빛의 전격을 움직였다.
“결국 약점은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
번쩍-!
콰르릉-!
순간, 푸른 전격이 황금빛의 전격을 집어삼켰다. 인드라가 뛰쳐나가 주먹을 뻗은 방향은 바로 제우스가 있던 곳이었다.
제우스가 전격의 파도에 휩쓸렸다.
정면 대결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수라가 잠시 멈칫했다. 그는 제우스의 합류를 모르고 있던 만큼 상황을 파악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퍼어억-!
반면, 손오공은 곧장 여의봉을 키워 인드라를 향해 휘둘렀다.
잠깐의 빈 틈.
손오공은 그 틈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소리쳤다.
“뭐 해! 달라붙어!”
손오공의 외침에 아수라가 움직였다.
둘이 다시 달라붙자 인드라 역시 마냥 그들을 무시할 순 없었다. 둘의 검과 봉은 무시하기엔 꽤 성가신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귀찮은 녀석은 먼저 처리했다.’
제우스.
자신의 전격을 헤집어 놓을 만큼 마력의 운용이 능숙한 하이랭커.
놈들 중 가장 귀찮은 자였다. 그렇기에 인드라는 무리를 하더라도 가장 먼저 제우스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제우스가 큰 실수를 범해서.
‘바보같이 멀리서 창을 던질 수 있는 녀석이 가까이 접근하다니 말이야.’
만약 그가, 더 멀리서 벼락을 만들어 던졌다면.
아마 싸움은 훨씬 귀찮고 복잡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우스는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파지지-.
그때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존심이 상하는군.”
인드라의 뒤로 나타나는 황금빛의 전격.
그 빛을 향해 인드라는 휙 고개를 돌렸다.
‘맞은 게 아니었나?’
파지지-.
서로 다른 색의, 비슷한 성질을 지닌 두 개의 전격이 충돌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틈.
“내가 다른 녀석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고 있다니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슈악-.
슉, 슈슉-.
제우스를 비롯해 손오공과 아수라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번쩍-!
검은 창 하나가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