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93
* * *
얼떨결에 각자의 역할이 생겼다.
손오공과 아수라가 그러하듯, 브리트라와 파프니르 역시 자신들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드라의 목적은 자신들의 목이었다.
처음, 복수를 위해서 용을 사냥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더 큰 힘을 얻기 위해서 용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용 사냥꾼이라는 칭호를 얻은 후부터 그 목적은 더욱 선명하고 또렷해졌다.
용 사냥꾼.
그 칭호의 효과는 자신이 죽인 용의 심장에서 힘을 빼앗는 것이었으니까.
-제천대성에 투신이라…….
-얼떨결에 이렇게 됐군.
갑작스럽게 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론 동료라고 할 만큼 끈끈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저 두 사람은 한 팀이 아니라 거대 길드의 수장을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자들.
브리트라와 파프니르는 어쩌면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탑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이들을 팀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우리가 플레이어들처럼 팀을 갖춰서 싸우게 될 줄이야.
브리트라와 파프니르는 플레이어 나 랭커와는 달리,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며 스스로가 힘을 갖춘 랭킹 외의 존재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플레이어들처럼 팀을 이루어 싸우는 게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용이었다.
태생부터 대마법사였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더 마법에 능통해지는 존재들.
또한, 그만큼 뛰어난 지능을 지닌 존재가 바로 용족이었다.
-브레스는 내가 쏘겠다.
화르르-.
브리트라는 입안에 브레스를 모으며 파프니르를 바라보았다.
-너는 저들을 지켜라.
원거리의 공격과 지원.
그 두 가지가 바로 자신들의 역할이었다.
브레스는 마력을 많이 잡아먹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치고 다친 파프니르보다는 브리트라가 더 나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겠군.
파프니르 역시 잠시 자존심을 접고 그에 순응했다.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인드라를 잡는 게 우선이었으니.
화르르르-.
그렇게 막, 브리트라가 브레스를 쏘아내려던 그 순간.
“조금만 더 기다리지.”
브리트라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조금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릉-!
인드라의 뒤에서 제우스가 나타나 그와 충돌했다. 파프니르는 고개를 돌려 브리트라의 머리 위에 올라온 인간을 바라보았다.
-넌 뭐지?
“저 녀석들 동료다.”
유원은 인드라와 싸우고 있는 세 사람을 가리켰다.
지금은 자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대답하는 편이 훨씬 믿음이 갈 테니까.
-제우스를 데리고 온 게 너라는 말인가?
다행히 브리트라와 파프니르는 제우스를 알아보았다.
하긴.
그의 얼굴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잊어버릴 수 없을 터.
더군다나 저렇게 눈부신 전격을 뿜어 대고 있으면 못 알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제우스만이 아니라 전부 다.”
-제천대성을 통해 날 설득하려던 게 너로구나.
브리트라는 손오공이 자신을 찾아와 했던 말을 기억했다.
그는 누군가의 말을 전하려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게 바로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는 유원인 모양.
-네가 이 판을 만든 건가?
만약 그렇다면 실력과는 별개로 대단한 능력이었다.
저 정도 랭킹의 하이랭커들을 이렇게 한데 모여 싸우게 만들 수 있다니.
“한가하게 이야기 나눌 시간 없다.”
츠츠츠츠-.
불길한 마력이 유원의 손안에 모여들었다. 어둠 속성의 마력이 한데 모여 창의 형태를 이루고, 곧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건…….
창의 모양을 확인한 파프니르가 목소리를 잘게 떨었다.
길게 쭉 뻗은 기다란 창.
익숙한 창의 형태를 보여 준 유원이 시동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라.”
* * *
퍼어억-!
“……?”
인드라의 눈이 커졌다.
가슴에 날아와 박힌 창.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손오공과 아수라, 제우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 건 순간이었다.
인드라는 창을 던진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대체 어디서 던진…….’
투화악-.
섬뜩함을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
제우스의 전격과 부딪쳐 잠시간 허술해진 전격의 갑옷.
그 사이로 파고든 창이, 자신의 몸을 완벽히 꿰뚫었다.
콰과과과-!
거대한 창격이 인드라의 몸을 집어삼켰다.
소리가 사라지고, 어둠이 인드라의 전격을 잡아먹었다. 길게 뻗어진 창격은 하늘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검은 선을 만들었다.
쿠구, 구구구-.
잠시간 세상의 색이 사라졌다.
흑백으로 보이는 서로를 보며, 아수라와 손오공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몰라, 나도.”
손오공 역시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원이 무언가를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식이었을 줄이야.
하늘을 가른 기다란 창격은 흡사 궁니르와 비슷해 보였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하늘로 솟아오르는 궁니르의 창격과는 달리, 눈앞에 펼쳐진 창격은 선처럼 길게 뻗어 나간다는 것뿐이었다.
인드라는 대체 어디까지 날아간 걸까.
손오공과 아수라의 시선이 이내 자신들과 함께 나타난 제우스에게로 향했다.
“너는 뭔가 알고 있지?”
유원은 제우스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그가 이 자리에 왔다는 건, 분명 유원의 그림 중 일부일 터.
‘반신반의했건만…….’
하지만 손오공의 질문에도 제우스는 말없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군.’
“창은 내가 던진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유원이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감히 자신을 옆에 두고 자신이 먼저 창을 던지겠노라 말하다니.
하지만 이내.
유원의 손에 들려 있는, 궁니르를 닮은 그 창을 보고는 그를 한 번 믿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자신이 부리는 구름을 타고 유원과 함께 오던 중.
유원이 싸움의 포지션을 정했다.
“문제는 창을 던질 타이밍인데.”
이곳에는 손오공과 아수라가 있었다.
그 둘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싸움을 이끌어간다. 당연히 창을 던지게 되면 거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둘을 인드라에게서 떼어 놓는다면 창을 적중시킬 만한 타이밍이 나오지 않을 터.
그렇기에 유원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용족의 마법이 필요할 거다.”
“텔레포트 말인가.”
“그래.”
용족은 이 탑에서 가장 마법에 능통한 종족.
더욱이 이곳에 있는 브리트라와 파프니르는 그런 용족의 우두머리로, 최상위 하이랭커들과 같은 수준의 격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텔레포트를 사용하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조건인 것이다.
아수라와 손오공, 유원과 용족의 포지션은 정해졌다.
그 포지션 속에서 제우스는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나는 인드라의 힘을 봉쇄하겠다.”
“그게 가능해?”
“인드라는 가장 먼저 나를 노릴 거다. 그걸 확정하고 함정을 판다면 못할 것도 없지.”
손오공과 아수라가 인드라의 움직임을 제한시키고, 제우스가 그의 갑옷을 파훼시킨다.
그 틈 사이로 유원이 창을 던지고 용족이 세 사람을 텔레포트로 구출한다.
그게 바로 제우스와 유원이 그린 그림이었다.
관건은, 유원이 던지는 창이 얼마나 위력적인가 하는 것.
그리고 지금, 제우스는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가능한 적으로 돌리진 말아야겠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한 존재가 하나 더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
그의 창은 제우스가 본 어떤 스킬보다도 위력적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창격 또한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가장 오래 된 하이랭커 중 한 명인 오딘과는 달리, 유원은 현존하는 랭커들 중 가장 짧은 시간을 살아왔으니.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훨씬 괴물이 되겠지.’
게다가 바로 눈앞에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이상향인 천장 위의 세계에 다녀온 자가 있었다.
목표가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한 발만 더 내디디면 닿는 곳까지 왔다.
“끝난 건가…….”
어딘가 허탈한 목소리.
아수라의 한 면의 중얼거림이었다.
확실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나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파지짓-.
따악-!
제우스는 손가락을 튕겨 그런 아수라의 뒤통수를 때렸다.
한 줄기 전격에 머리를 얻어맞은 아수라가 와락 인상을 쓰며 제우스를 돌아보았다.
“너무 빨리 긴장을 푸는구나.”
“뭐 하는 거지?”
“인드라에 대해 그렇게 모르는 것이냐?”
제우스의 꾸짖음에 잠시 풀어졌던 아수라의 긴장감이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옆에서 여의봉을 쥔 손에 힘을 더하던 손오공이 말을 이어받았다.
“저 녀석, 불사다.”
불사.
손오공을 지금의 여기에 있게 한 힘이자, 그를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끔 만들어 준 힘.
“그렇게 알려져는 있지.”
그 말에 제우스는 의외라는 듯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빈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라는 듯이.
손오공은 창을 맞고 인드라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화안금정을 이용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로는 불사도 뭣도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내.
손오공은 아수라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렇지? 아수라야.”
* * *
하늘을 가른 검은 선이 보였다.
저런 걸 정통으로 맞고 살아남을 만큼, 인드라의 몸이 지니고 있는 방어력은 높지 않았다.
진짜 단단한 건 그의 주위를 두르고 있는 갑옷이었지 그의 몸이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인드라의 불사에 관한 이야기가 분분했던 때.
아수라는 자신이 겪은 바를 이야기했다.
“인드라는 목숨을 잃을수록 강해진다. 저 원숭이처럼 무한한 목숨이 아니더라도, 유한하다고는 하나 남들보다 여벌의 목숨을 몇 개씩이나 더 가지고 있는 셈이지.”
“거기서 더 강해졌다?”
목숨이 유한하다는 건 희소식이지만, 죽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인드라의 랭킹을 고려해 보면 거기서 또 강해지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럼 꽤 오랫동안은 방법이 없겠는데.”
“정보대로라면 녀석은 상상 이상의 괴물이다. 아예 논외로 보고 계획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비교적 인드라에 대해 잘 아는 오딘조차도 그를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며 그럴수록 더 강해진다니.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녀석을 어떻게 잡으라는 말인가.
그렇게 모두가 인드라의 정보에 넌더리를 칠 때.
“과정이 어찌 되었건, 저 녀석은 결국 녀석의 목을 베었다.”
유원은 아수라가 결국 인드라를 쓰러뜨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네 입에서 그러니까 포기해라,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아수라는 싸움에 미친 귀신이었다.
또한, 패기롭기로는 손오공 다음가거나 비슷한 녀석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인드라의 사냥을 포기하라는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
애초부터 아수라는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서 이야기를 꺼낸 상태였다.
그리고 그 해답이 바로 유원이 이 싸움에서 아수라를 찾으려 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제우스? 손오공? 용왕?
그 어떤 누구보다도 이 싸움에서 아수라가 중요한 이유.
“불사에 대한 대답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다.”
그가 인드라의 불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