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94
* * *
“그렇지? 아수라야.”
손오공의 물음에 아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죽였다면 그걸로 됐다.”
“……?”
의아한 듯, 제우스가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제아무리 무식해도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터.
더군다나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 오랫동안 인드라를 추적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모아왔다.
당연히 인드라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을 터.
인드라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수라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저 녀석과 나는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웠다.”
스윽-.
아수라가 자신의 손바닥 위를 바라보았다.
손 위로 피가 묻어 나왔다.
“배우고 익힌 것 역시 비슷했지.”
“불사에 대한 실마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건가?”
제우스는 아수라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단지 그가 강한 상대를 찾아다니며 싸움을 걸고, 더 큰 힘을 원하며 인드라와는 앙숙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출생이 어디인지, 누구와 친분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올림포스의 왕이었던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우리 문파는 열세 명밖에 없는 작은 문파였다.”
아수라의 머리가 입을 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인드라는 내 사형이었다.”
“우리의 사형이었지.”
스윽-.
손에 묻은 피를 이마에 묻히며 아수라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익히고 물려받은 힘은 특별하다. 서로를 잡아먹고 그 힘을 갈취하고, 생명을 빼앗지.”
아수라의 시선이 손오공에게로 향했다.
“그게 바로 저 녀석과는 달리 인드라의 목숨이 유한한 이유다.”
“그럼 혹시…….”
“우리 셋을 제외하고.”
아수라의 눈이 붉게 변했다.
“녀석은 우리들의 모든 걸 빼앗았다. 녀석의 목숨이 열 개인 이유가 그 때문이지.”
열 명분의 목숨.
그것도 자신과 함께 먹고, 살았던 사람들의 것을 빼앗았다.
같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만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인드라는 열 개의 목숨을 얻고, 몇 번의 죽음을 거치며 이 탑에서 불사의 존재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아수라의 선택은 인드라와는 달랐다.
“하나의 목숨을 가지는 대신, 세 명분의 힘을 얻었다. 덕분에 이런 모습이 됐지만…….”
삼두육비의 괴물.
그런 칭호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하나의 몸 위에 세 명이 살아가는 건, 어느 누구라도 끔찍한 일이었다.
“이거면 됐다.”
치이이-.
이마에 묻힌 피를 통해 아수라가 마력을 흘려보냈다. 핏물이 하늘로 올라가며 붉은 증기를 만들고, 이내 그것이 뭉쳐져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녀석은 여기서 끝날 거다.”
* * *
후두두둑-.
바닥에 주저앉았던 인드라가 고개를 들었다.
위에서 떨어진 바위 조각들이 머리를 때렸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인드라는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군.”
가슴에 뻥 뚫린 구멍.
심장과 내장이 통째로 날아갔다. 아무리 생명력이 질기다 한들, 이만한 상처면 죽어야 했다.
하지만 한 번.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꾸득, 꾸득-.
사라진 심장이 다시 돌아온다. 잠시 뿌옇던 시야도 돌아오고, 몸에는 조금씩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드르르르-.
저벅-.
누군가 바위더미를 헤치고 인드라를 향해 걸어왔다.
“……응?”
유원의 얼굴을 확인한 인드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과 싸우던 자들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다가오자 이상하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우연히 지나가던 중에 마주친 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분명 자신을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넌 뭐지?”
유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인드라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기다란 창을 통해 유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목숨 하나를 날려 버린 창이었다.
“네가 던진 거였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녀석.
느껴지는 기운은 그리 대단치 않았다. 상당한 실력의 하이랭커인 것으로 보였지만 방금 전까지 싸우던 아수라나 손오공, 제우스 같은 존재들에 비하면 부족한 느낌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몸만 회복하고 나면…….”
“네게 남은 기회는 없어.”
“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근-.
재생되던 심장의 박동이 느려졌다. 순간 심장이 멈춘 듯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서 왈칵 핏물이 올라왔다.
“네놈, 무슨 짓을…….”
“내가 한 게 아니다.”
다행히 기대한 대로였다.
“아수라가 한 거지.”
아수라가 인드라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그는 오랫동안 인드라의 남아 있는 목숨을 불태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한 번만 죽일 수 있으면 된다.”
단 한 번.
그리고 싸움을 통해 얻어 낸, 인드라의 피.
그게 바로 인드라의 남아 있는 생명을 불태울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인드라가 취한 생명은 흡성대법과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같은 무공을 익힌 상대의 힘만 갈취할 수 있어, 본래는 스승이 은퇴하며 제자에게 힘을 나눠 주는 게 원래의 목적이었지.”
“그런 무공이 있었나?”
“흡성대법이라면 들어 본 적 있다. 무림계에서는 금기시되는 무공인데…… 그런 제약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 없어.”
“그런 게 있다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무한히 강해지겠는데.”
“처음 알았군.”
흡성대법이란 무림계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익히고 있는 무공.
하지만 아수라의 뿌리는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 녀석이 익힌 건 단순히 마력만 빼앗는 게 아니었다.”
“그럼?”
“상대의 목숨. 그리고 피와 영혼까지.”
아수라는 인드라가 익힌 무공의 뿌리를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녀석이 몇 개의 목숨을 가진 이유고, 내가 녀석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다.”
유원은 인드라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커져, 반대로 인드라의 생명줄은 점점 얇아져 갔다.
“……가능하면 이런 식이 되지 않길 바랐다.”
“쿨럭!”
인드라가 피를 토해 냈다.
답답한 마음에 유원이 말을 이었다.
“목숨이 몇 개나 남았든, 그냥 다 죽여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제아무리 니르가 있다고 한들, 상대는 인드라였다.
방금 전과 같은 방법이 통할 리 없었다. 다시 한번 창을 시동한다 해도 그것을 적중시키기란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아수라는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필요한 건, 또 다른 하나의 목숨이다.”
아수라의 첫 번째 머리.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에 비해 유난히 말이 많았다. 가장 많은 활동을 했고, 평상시 몸을 차지하고 움직이던 것 역시 바로 그였다.
아수라의 세 머리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죽은 건, 세 개의 머리 중 첫 번째 머리.
그는 인드라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버렸다.
“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인드라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져 갔다.
아직 명줄이 남아 있을 때.
유원은 그에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
“어리석은 혼돈을 알고 있나?”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던 인드라가 잠시지만 고개를 들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반응만으로도 대답은 들은 셈이었다.
“……그래.”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알거나 모르거나,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 두고 싶었다.
“너도 그 녀석이 준비한 패였나.”
인드라.
그가 왜 용족의 품에서 자라게 됐는지. 어째서 용족은 자신들이 멸망시킨 인간을 키웠는지.
그리고 인드라는 어떻게 해서 용족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그들을 죽이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그럼 약속대로-.”
콰악-.
줄곧 때를 기다리고 있던 손이 인드라의 뒤에서 튀어나왔다.
“이건 내가 가져가지.”
아수라의 설명을 듣고 서둘러 달려온 걸까.
제우스는 꺼져 가던 인드라의 심장을 손안에 움켜쥐었다. 그의 심장은 보통의 심장과는 달리, 푸르고 둥근 보석처럼 보였다.
파직, 파지지지-.
인드라가 죽음으로서 통제되지 못하고 흘러나오던 전격이 서서히 멎어 들었다. 아무래도 그것을 쥔 제우스가 인드라 대신 힘을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드라의 심장을 취하면 그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말이 단순한 속설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일종의 내단이 된 건가.’
오래 된 영물에게서 보이는 형태. 애초에 인드라가 취한 힘은 대부분 그의 것이 아닌, 문파의 일원이나 용족의 힘을 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저걸 통해 제우스는 예전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 옛날, 올림포스의 왕으로 군림하던 시절보다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꿈틀-.
다 죽어 가던 인드라의 시체가 움직인 건 그때였다.
『 또다시 너로구나. 』
목소리는 똑같았다.
하지만 유원이나 제우스나, 둘 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인드라가 아니라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 김유원. 』
‘어리석은 혼돈인가.’
그가 자신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긴.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껏 그가 계획한 것들 이 유원에 의해 정말 많이도 무너졌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어리석은 혼돈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뒤에서 움직일 뿐, 앞에 나서기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도 계획에 없던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아마…….’
유원은 보랏빛으로 변한 인드라의 눈을 통해 어리석은 혼돈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급하다는 거겠지.’
아마도 그가 이유 없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 탑을 혼돈으로 이끌 뱀의 혀를 가진 존재였다.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려고 나타난 건지.
상대적으로 성격이 급한 건 유원보다는 제우스였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거라.”
파짓, 파지지-.
그는 손안에 들어온 인드라의 심장을 꽉 움켜쥐며 어리석은 혼돈을 노려보았다.
“조만간 네놈을 찾으러 갈 테니.”
제우스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탑의 천장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자신을 이용해 올림포스를 뒤흔든 어리석은 혼돈을 잡는 것.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인드라의 심장을 얻은 지금, 그 두 가지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었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위대한 올림포스의 왕이여. 』
인드라의 몸을 빌린 어리석은 혼돈의 고개가 돌아갔다.
『 많은 걸 잃으셨지만 그보다 더 큰 걸 얻으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어리석은 혼돈이 내뱉는 말 속에는 힘이 있었다.
여러 하이랭커들이 바보라서 그의 말에 속고 현혹되는 게 아니었다. 어리석은 혼돈을 마주한 랭커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어리석은 혼돈과 세 마디를 나누면 그를 믿게 되고, 또다시 세 마디를 나누면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그렇기에 유원은 애초에 그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 하지만 지금은 다른 쪽에 볼일이 있어서-. 』
스걱-.
인드라의 몸에 가로로 붉은 선혈이 그어졌다.
자연스레 그의 몸을 빌려 말하던 어리석은 혼돈의 목소리도 멎어 들었다.
제아무리 그라고 한들, 말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으면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 바.
“너는 내게 볼일이 있겠지만.”
쩌어억-.
베어진 인드라의 몸이 좌우로 갈라져 양 옆으로 쓰러졌다.
“나는 그런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