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
그우어어-!
갸아아아아-.
귓가에 울리는 이명 사이로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유원은 메시지를 들으며 그 소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 [30분이 경과하면 좀비들은 모두 소멸합니다.]미션 자체는 유원이 전에 겪은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하나.
‘엄청 많군.’
거리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좀비들의 숫자였다.
튜토리얼의 난이도는 각 구역별로 달라진다. 난이도의 설정은 사람들의 숫자와 관련되어 있었는데, 구역 내의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졌다.
당연했다.
힘을 합칠 사람들이 많다면 그만큼 괴물들이 강해지고, 미션이 어려워져야 형편성이 맞을 테니까.
보통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헛소리지.’
“꺄아아악-!”
“괴, 괴물이다!”
“좀…… 비? 좀비야!”
유원은 좀비들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거나, 놈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는 녀석들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곳 홍대는 거리의 넓이에 비해 인구의 밀집도가 너무 높았다.
다른 거리였다면 거리가 텅 비어 있고, 도망칠 곳도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좀비들의 숫자도 많이 없어, 난이도가 훨씬 낮을 수밖에 없었다.
‘거리에 비해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도망칠 곳이 마땅하지 않다.
때문에 이 홍대 거리는 좀비들에게 물어뜯긴 사람들의 피로 가득해질 것이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도망칠 방법이 없다면 싸워야 한다.
그저 도망치기만 해서는 저 많은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이곳은 ‘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도망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고, 어딜 가든 좀비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유원도 그랬다.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버둥 치기 시작한 건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조금 후의 일이었다.
[‘상태창’ 시동어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 무기 – ‘낡은 칼’을 획득하였습니다.]사람들의 손에 각기 칼과 망치, 창 같은 무기들이 쥐어졌다.
아마 개인이 잘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 쥐어진 모양이었다. 유원에게 주어진 건 칼이었다.
땡그랑-.
유원은 칼을 바닥에 버렸다.
이가 다 빠진, 무기라고도 부를 수 없는 물건.
‘이런 걸로는 좀비 두세 마리 잡기도 힘들어.’
잘 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이 낡은 칼은 맨손보다 조금 나을 뿐, 철로 된 몽둥이와 다를 게 없었다.
그나마도 언제 부러질지 모를 만큼 낡아빠진 무기.
반면 1번 튜토리얼의 테마는 다름 아닌 ‘생존’이었다.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좀비들은 아무리 죽여도 계속해서 다시 나타날 것이다.
“꺄아악-!”
“미, 밀지 마!”
“저리 가, 시발!”
재수가 없게도 좀비들과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이미 물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잡아당기고 밀치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바로 인간이었다.
‘살아남아라, 라…….’
유원은 가방을 열어 그 안에 담아주었던 작은 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이제부터 유원이 해야 할 일들은 기존의 튜토리얼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예전이야 살아남는 것만으로 충분했다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목적이 있었다.
유원은 낡은 칼 대신, 다른 무기들을 챙겨 왔다.
그리고 또 하나.
유원은 마개를 연 병의 내용물을 사시미 칼에 발랐다.
촤악-.
“자-.”
준비를 마친 유원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 기본 스탯이 어느 정도인지는 몸으로 체감이 되었으니까.
“-가 보자.”
부웅-.
유원은 다가오는 좀비 무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좀비들은 움직임이 굼뜨고 힘이 약한 대신, 고통을 모르고 생명력이 질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녀석들은 보통의 힘으로는 죽지 않는다. 1번 튜토리얼에서 좀비를 잡을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스악-.
[구역 내 첫 번째 좀비를 처치하였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유원의 손에 쥐어져 있는 사시미 칼은, 너무나도 손쉽게 좀비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좋아.’
유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빠르게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첫 번째 좀비를 사냥한 대가는 노력에 비해 꽤 컸다. 100포인트면 튜토리얼 초반에 구하기 어려운 값이고, 레벨 업과 동시에 오른 스탯들은 큰 힘이 될 것이다.
팔과 다리에 힘이 붙었다.
근력의 힘이었다.
좀비들이 느리게 보이고,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민첩의 힘이었다.
몸에 활력이 돌고, 호흡이 더 안정되었다.
체력의 힘이었다.
유원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촤악-!
푹, 푸푸푹-.
서걱-.
사시미를 휘두르며 유원은 좀비들을 빠르게 베어 넘겼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초반 레벨 업은 역시 빨랐다. 물론, 유원이 좀비들의 머리를 베어 내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서이기도 했다.
기분 좋은 메시지들의 연속.
‘좋네.’
유원은 사방에 널리고 널린 좀비들을 보며 웃었다.
첫 번째 튜토리얼의 장소로 유원이 홍대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출몰하는 좀비들의 숫자는 각 지역에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의 숫자에 따라 달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튜토리얼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마찬가지.
벌써 혼자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베어 넘기고 있는 유원을 보며, 사람들의 반응도 하나둘씩 달라졌다.
“저, 저거…….”
“좀비들이 별로 안 센 거 아니야?”
“할 만하겠는데?”
겁 없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유원이 좀비들을 학살하는 걸 목격한 이들 중, 하나둘씩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초반 튜토리얼의 보상은 중요하다. 아마 저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 중에서는 살아남아 탑의 상층까지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아아악!”
“뭐, 뭐야 이것들!”
“왜 안 죽어!”
아무리 머리를 칼로 쳐도, 좀비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애초에 낡아 빠진 칼로는 좀비들의 머리를 베기가 쉽지 않았다. 바로 죽지 않는 좀비들을 보고 당황한 사람들 중, 좀비에게 물리는 경우가 속출했다.
‘1번 튜토리얼의 참가자들에게 좀비들의 사독(死毒)은 치명적일 테니.’
스걱-.
좀비의 머리를 베어 낸 칼끝에 걸리는 느낌이 제법 묵직했다.
전보다 칼날이 무뎌진 듯한 느낌.
하지만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쯧.”
퍼억-!
유원은 혀를 차며 좀비를 발로 걷어찼다.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진 듯했다.
지익-.
서둘러 가방을 연 유원은 다음 병을 꺼냈다.
쨍강-!
촤악-.
칼날에 부딪쳐 깨어진 병의 내용물이 다시금 칼에 묻어졌다.
짜고 비린 향이 유원의 코를 자극했다.
‘확실히 통한다.’
유원은 오래전, 튜토리얼을 막 통과해 탑에 들어온 한 동료의 말을 기억했다.
“난 너와 달리 재능이 없어. 아니,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살아남았잖아요.”
“운이 좋았어. 1번 튜토리얼에서 대단한 걸 발견했거든.”
“1번? 그거 그냥 좀비들 나와서 살아남는 거 아니었습니까?”
“내가 하는 일이 뭐였는지 알아?”
“일? 갑자기 일은 왜…… 아저씨 직업이 뭐였는데요?”
1층 탑에서 만난 한 아저씨는 꽤 운이 좋았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지금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좀비들을 손쉽게 사냥하고 있을 것이다.
“염전 관리. 1번 튜토리얼에 나온 좀비 자식들…….”
“소금이 약점이라고.”
사악-.
사시미 끝에 걸린 좀비의 머리가 손쉽게 베어졌다.
방금 전, 유원이 뿌린 ‘소금물’ 덕분이었다.
[10분에 100개체의 좀비를 쓰러뜨렸습니다.] [튜토리얼에서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자유 스탯 3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자유 스탯 포인트는 튜토리얼이 끝남과 동시에 랜덤으로 정산됩니다.]유원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건 유원도 예상하지 못한 종류의 보상이었다.
‘자유 스탯 포인트를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는 거였나?’
자유 스탯 포인트는 귀한 보상이었다.
레벨 업은 랜덤으로 스탯이 올라가는 데 비해, 자유 스탯 포인트는 원하는 스탯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레벨을 올리기가 힘들어지는데 비해, 이렇게 얻은 자유 스탯 포인트는 레벨과는 무관한 것이다.
‘아낄까?’
지금 이 시점에서 마력은 개방되지 않는다. 마력이 개방되는 건 튜토리얼 중반부에서부터였다.
가장 효율이 좋은 스탯.
그리고 가장 올리기 어려운 스탯이 바로 마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껴 두기에는 당장 스탯을 올려 효율을 뽑아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잠시 고민하던 유원은 결정을 내렸다.
‘일단 보류한다.’
역시 고작 좀비들을 잡는 데 자유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낭비였다.
무엇보다 지금부터 유원이 할 건, 단순히 베고 찌르는 방식의 사냥이 아니었다.
‘10분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터.
그렇다면 슬슬 유원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적당한 장소가…….’
좀비들을 베어 넘기며 길을 트던 유원은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과 좀비들이 섞여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거리.
거리를 살피던 유원의 시선이 그중 한쪽으로 향했다.
‘저기다.’
* * *
“으아아아!”
콰직-!
김명훈은 손에 든 낡은 칼을 휘둘렀다.
좀비의 머리는 바로 베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시발! 왜 안 되는 거야!’
이유를 모르겠다.
처음으로 먼저 좀비들을 향해 치고나간 유원은 좀비들을 아주 손쉽게 썰어 버렸다.
반면, 자신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칼은 몇 번을 난도질해야 겨우 한 마리를 잡을까 말까였다.
‘칼이 무뎌서 그런가?’
유원의 칼은 이것과 달랐다.
이가 다 나간 칼이 아닌, 마침 가지고 있던 사시미 칼과 정글도 따위를 사용했다.
‘젠장. 나한테도 그런 무기만 있었어도…….’
그어어어-.
머리가 반쯤 베어진 좀비가 입을 벌려 울었다.
더러운 악취가 코를 찔렀다. 김명훈은 깜짝 놀라 발을 들어 좀비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퍼억-!
“썅!”
바닥에 쓰러진 좀비는 아프지도 않는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명훈은 징그럽다는 듯 그런 좀비를 바라보았다.
“명훈아.”
“어째…… 숫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데?”
계속 움직이느라 슬슬 체력이 떨어져갈 무렵, 친구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김명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숫자가 줄기는커녕, 점점 많아진다.’
이 숫자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그우어어어-.
갸아악-.
사방을 둘러싼 좀비들.
탈출할 방법도, 그렇다고 막아 낼 만한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대로는 꼼짝없이 죽게 될 판.
저 녀석들을 막아 내라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라고?
‘대체 어떻게!’
그 방법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유원이! 유원이는 어디 갔어?”
포위된 마당에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김유원.
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방금 전, 좀비들을 두부처럼 썰어 내던 유원의 실력은 그만큼 끝내줬으니까.
“없어!”
“시발, 이 새끼 어디 간 거야!”
“오, 온다!”
그어어어-.
좀비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김명훈은 이를 악물며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쨍-!
김명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바닥에 떨어진 칼조각 때문이었다.
좀비를 향해 휘두르던 칼이 부러진 것이다.
“이런 씨…….”
날이 다 나가 있던 칼. 하지만 그나마 겨우 날붙이로서 몸을 지켜 주던 칼이 부러졌다.
더 이상, 좀비들로부터 몸을 보호할 만한 수단이 없어진 것이다.
쩌억-.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가 김명훈을 향해 입을 벌려 왔다.
코를 찌르는 악취.
사방에서 다가오는 다 썩어빠진 이빨들.
“으아아악-!”
그렇게 다가오는 좀비들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순간.
“으…… 아……?”
무언가 이상했다.
좀비들이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뭐, 뭐야?”
“이 새끼들 갑자기 왜…….”
약속된 시간은 아직 다 지나가지 않았다. 딱히 좀비들이 멈출만한 이유가 없었다.
이상한 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치이이-.
그어, 그어어어-.
갸아악-!
좀비들이 자신의 몸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팔과 다리가 베어지고, 뼈가 부러져도 멀쩡하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몸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더니, 심지어는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했다.
풀썩-.
치이이-.
썩어 있던 좀비들의 살이 녹아내렸다.
마치, 염산이라도 뿌려진 것처럼.
“갑자기 뭔…….”
“뭐가 떨어지는데?”
“뭐?”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김명훈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상황이 워낙 급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있었다. 하늘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김명훈은 손바닥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보았다.
익숙하게 생긴 결정체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찍어먹어 보자,
“짜…….”
많이 먹어 본 맛이 났다.
“……소금?”
김명훈은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소금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