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0
* * *
저벅-.
발걸음에 많은 생각이 담겼다.
크로노스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까지 따라올 생각이냐?”
크로노스가 멈추자 유원이 함께 멈췄다.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뿌리쳤지만 유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길을 몰라서.”
“그 얘기라면 끝난 걸로 아는데.”
“너무 단호한데.”
“그걸 알았으면 이제…….”
“단호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그 문제라는 게, 생각보다 꽤 심한 건가 봐?”
유원의 물음에 크로노스는 한숨을 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괜히 머리가 띵 울리는 거 같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원은 그냥 돌아갈 것 같지 않았으니까.
핑계거리라면 생각나는 게 있었다.
“네 실력도 문제다. 어중이떠중이를 다 받아줄 만큼, 우리 올림포스는 무르지 않아.”
“실력이 문제라고?”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치지지-.
유원의 손 위로 황금빛의 전격이 떠올랐다.
크로노스의 동공이 확장되며, 눈동자 위에 황금색 전격이 비춰졌다. 동시에 유원의 손 위로 또 다른 속성의 마력들이 떠올랐다.
스으으으-.
몽글-.
전격 위를 어둠이 뒤덮고, 그 마력이 또다시 물속에 담겼다. 세 가지 속성의 마력이 한데 조화롭게 이루어졌다.
세 가지 속성을 한 번에 다룬다. 보통 마력 컨트롤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속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농도 역시 보통의 랭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우라노스는 발동되지 않는다.’
유원은 손 위에서 한데 섞여 소용돌이치고 있는 마력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우라노스는 잠잠했다. 손에 착용된 장갑의 형태는 그대로였지만 모든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우라노스가 없더라도 문제없었다.
이만하면 크로노스의 눈이 뒤집히는 정도로는 충분할 테니.
“이래도 부족한가?”
“너…… 이름이 뭐지?”
“김유원.”
“김유원?”
크로노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김유원.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를 생각했다.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분명 랭킹에서 이름을 본 적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겠군.”
“모를 수도 있지. 이해한다.”
“아니, 이건 그런 문제가…….”
“어쨌든 실력은 문제가 안 될 거 같은데, 여전히 올림포스에 날 소개해 줄 생각도 없어 보이네.”
유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각보다 그 문제라는 게, 아주 큰가 본데.”
“……별일 아니다.”
“왕에게 문제가 생겼나?”
크로노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색하지 않으려 한 것 같지만 표정을 다 숨길 수는 없었다.
곤란한 얼굴.
그 표정에 유원은 확신을 가졌다.
“올림포스 내부가 많이 어수선한 모양인데.”
“정답이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유원은 등 뒤로 느껴지는 기척과 몸을 덮을 정도로 큰 그림자에 고개를 돌렸다.
익숙하다 못해 친숙한 얼굴이었다.
꽤 먼 옛날일 텐데도 그는 유원이 아는 얼굴과 조금도 다를 게 없었다.
‘오딘.’
살벌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
아마도 크로노스의 연락을 받고 온 모양이었다. 한순간에 나타난 걸 보면, 마법을 이용해 좌표를 찍고 이동해 온 것 같았다.
“올림포스의 내부는 어수선하다. 아니,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지.”
오딘의 시선은 유원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눈으로 크로노스를 바라보았다.
“시작될 것 같다, 크로노스.”
“지금 말이냐?”
“그러니까 여기서 이런 놈이랑 어울려 놀고 있을 시간 없다.”
유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귀에 담았다.
이 모든 대화가 이 시험에서는 힌트가 된다.
“네가 뭐 하는 놈인지도 궁금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서 말이지.”
오딘은 여전히 단호했다.
그는 유원을 경계하고, 배척했다.
날파리를 쫓아내듯 그는 유원을 향해 손을 저었다.
이렇게 되면 하는 수 없었다.
“올림포스는 많든 적든, 조금씩 피가 섞인 주민들로 이루어진 나라지.”
강경책으로 나가는 수밖에.
“……?”
“우라노스는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을 낳았다. 한두 명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크로노스, 당신은 그중 한 명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우라노스의 형제들. 올림포스의 다른 지배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분들은 지금…….”
유원의 말에 크로노스는 말문이 막혔다.
폰토스를 비롯한 우라노스의 형제들. 그들은 꽤 예전부터 우라노스와 사이가 갈라져 있었다.
감정의 골은 시간이 흐르며 더 깊어졌지만 자연스레 익숙해져 갔다.
폰토스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라노스는…….
“목표는 너희가 아닐 거다.”
“큰아버지라는 말이냐?”
“아마도.”
확실한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우라노스가 자신의 형제들을 공격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다만, 적어도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충돌하는 게 폰토스보다 먼저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다음은 타르타로스다. 그 속에는 올림포스를 위협할 만한 힘을 지닌 거인족들이 있다. 그들은 본래, 우라노스와 폰토스들과 함께 태어난 형제였지.”
“그건…….”
크로노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옆에서는 오딘이 진짜냐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타르타로스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다.
올림포스의 감옥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지옥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말까지.
하지만 어느 하나 진실로 확인된 건 없었고, 그곳에 실존하는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우라노스의 다른 형제들이 갇혀 있다니.
유원은 당황하는 크로노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기억하는 이조차 없어야 할 그가,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오딘의 앞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크로노스가 존재한다.’
어째서인지 우라노스는 시계태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이템의 형태로 존재하는 탓인지, 아니면 우라노스가 시계태엽의 힘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여서는 알 수 없었다.
이 시험이 어떤 걸 평가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유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방향을 확실히 정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을 잡아먹고 힘을 키웠다. 큰아버지 폰토스를 잡아먹고, 타르타로스에 갇힌 거인들을 집어삼켰지.”
폰토스.
구 올림포스의 위대한 지배자 중 한 명.
그리고 고대의 거인족들이 우라노스에 의해 감금되었다는 깊은 지옥 타르타로스.
우라노스는 그들을 먼저 잡아먹는다.
그리고 유원이 살고 있는 시대와는 달리, 이 시대의 올림포스에서는 아직까지 타르타로스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넌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크로노스는 인정이나 부정 대신 유원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어차피 처음 말을 꺼낼 때부터 이미 결심은 굳혔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미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미래에서 왔다.”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 * *
크로노스와 오딘이 유원을 힐끗거렸다.
뒤따라오던 유원은 두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유원은 별반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일까?’
‘나야 모르지.’
‘미친놈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런 거면 다행이다. 혹시라도 우라노스가 보낸 거면…….’
두 사람의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미래에서 왔다니.
현 시점에서 두 사람은 시계태엽의 존재를 모르거니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크로노스는 유원을 지금 이 시대로 돌려보낸 게 미래의 자신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신빙성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다.”
쏴아-.
눈앞으로 펼쳐진 바다.
비리지만 시원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가장 가까운 바다였다.
“폰토스 큰아버지는 바다에서 나오지 않는다.”
폰토스.
그는 유원도 잘 모를 만큼 아주 오래된 하이랭커였다.
그는 어떤 기록이나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크로노스와도 폰토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본 건 드물었다.
다만, 한 가지 기억나는 대화는 있었다.
“폰토스 큰아버지는 바다 어디에나 계셨다.”
“으레 떠도는 소문 아닌가? 뭣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하이랭커들에 관한 소문을 과장해서 말하곤 하니까.”
“그런 게 아니다.”
폰토스.
구 올림포스의 전성기를 이끈 위대한 하이랭커.
크로노스는 같은 해신(海神)이라 불리는 포세이돈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분은 곧 바다나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자리에서 그때 크로노스가 말한 폰토스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폰토스 큰아버님!”
크로노스가 바다를 향해 폰토스를 불렀다.
쏴아-.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시원한 소리를 냈다.
폰토스는 대답이 없었다.
오딘과 유원이 크로노스를 돌아봤다. 오딘은 이게 무슨 뻘짓거리냐는 표정이었다.
당황한 건 크로노스였다.
“큰아버님?”
그 순간.
쏴-.
거세게 치던 파도가 점점 약해졌다. 바다 위에 불던 바람이 사라지고, 바다의 해수면이 서서히 낮아졌다.
바다가 메말라갔다.
“뭔가 이상하군.”
이상함을 느낀 오딘의 말이었다.
크로노스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갔다. 먼저 폰토스의 안위를 언급한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늦었나.’
기분 좋은 바다 내음도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우라노스는 올림포스에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폰토스에게로 향했다.
그의 식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이 올림포스 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쪽은 이미 늦었나 본데.”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평화로운 시대에 떨어져 무난히 우라노스와의 싸움을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라노스는 이미 움직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맞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이미 폰토스는 죽었다.
아마도 우라노스의 배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물론.
“너 대체 뭐냐?”
그건 유원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거라면 이미 말한 걸로 아는데.”
“그럼 그게 진짜라고?”
“더 확인이 필요한가?”
질문에 돌아온 질문.
동시에 유원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서서히 말라가는 바다로 향했다.
그래.
이거보다 더한 증거도 없었다. 그 오랜 세월 올림포스를 대표하는 하이랭커이자 바다의 지배자로 존재해 온 폰토스의 죽음을 예견하다니 말이다.
“우라노스가 움직였다. 그것도 아주 극단적으로.”
피와 고기가 필요한 공룡이 오랫동안 굶주렸다.
길고 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우라노스는 자신의 형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폰토스가 죽었다.
그가 먹어치울 다른 형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럼 다음 목표는…….”
“타르타로스겠지.”
크로노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타르타로스.
그 이름이 나올 때마다 크로노스의 얼굴이 달라졌다.
저렇게까지 크로노스가 표정 관리를 못했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반응은 꼭 타르타로스가 언급될 때뿐이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거냐.’
타르타로스가 대체 무엇인지.
그곳이 올림포스와, 크로노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건지.
유원은 비밀로 하고자 하는 거라면 굳이 캐묻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이 시험의 전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타르타로스.”
저벅-.
유원이 크로노스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거기 가는 방법,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