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3
* * *
투확-!
우라노스의 몸이 찢겨졌다.
분명 그렇게 보였다.
파지짓-.
황금빛 전격으로 변한 우라노스가 손을 뻗어 왔다.
목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섬뜩했다. 순간, 오딘은 우라노스의 기세에 눌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슥-.
우라노스의 눈동자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
팟-.
내던졌던 창을 회수하며 물러난 오딘이 우라노스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주춤거림.
처음이 아니었다. 짧은 싸움이었지만 우라노스는 몇 번이나 다른 방향을 의식했다.
그리고 그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인가.’
김유원.
오늘 처음 본 녀석이었다. 그는 갑작스레 나타나 폰토스의 죽음을 예견하더니 우라노스의 행적을 확신했다.
처음에는 의심도 했다.
혹시라도 우라노스의 계략 중 하나가 아닐지.
하지만 지금은 그 의심이 순식간에 옅어졌다.
‘몇 번이고 위험한 순간은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처음 탑을 오르기 시작하고 랭커가 되기까지. 오딘은 자신의 적수를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아스가르드를 건국하고 한 나라의 왕이 되고.
지금껏 이렇게 높은 벽은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진짜 괴물이 다 됐군.”
녀석은 자신을 한낱 먹을 걸로 생각했다.
맹수 앞에 선 약자의 기분이었다. 아니, 확실히 자신은 우라노스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은 팽팽하게 흘렀다.
다른 쪽에 쏠린 우라노스의 경계 때문이었다.
“신경이 다른 데 쏠리면-.”
웅, 웅웅웅-.
타르타로스 안이 순간 환하게 밝혀졌다.
다른 쪽으로 돌아갔던 우라노스의 시선이 그제야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그의 사방팔방은 수십 개의 마법진이 가득 메운 채였다.
“시야가 좁아지는 법이지.”
기이이이잉-.
오딘의 손짓에 우라노스의 몸이 비틀렸다.
공간과 함께 몸이 일그러지지 시작했다.
오딘이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 준비해 온, 마법은 공간을 일그러뜨려 상대의 몸을 분쇄시키는 스킬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얼마나 강하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몸이 백 갈래 만 갈래, 억의 단위로 나눠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란 없다.”
빠득, 빠드드드-.
우라노스의 몸에 생겨난 비틀림은 점점 심해졌다.
움직임이 속박된 우라노스는 몸의 힘만으로 수십 개의 마법이 지닌 힘을 버텨 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윽-.
우라노스의 시선이 또다시 유원에게로 향했다.
“아직도 감히…….”
상대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자신을 눈앞에 두고도 이리 무시하는 건, 참으려야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파앗-.
오딘이 창을 역수로 쥔 채 우라노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력이 깃든 창이 우라노스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수십 개의 마법진이 지닌 힘에 몸이 뒤틀린 우라노스는 전처럼 몸을 전격으로 바꿔 도망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오딘이 확신한 때였다.
콱-.
우라노스가 오딘의 창대를 움켜잡았다.
몸이 중력을 이기고 멋대로 움직였다.
오딘의 시야에 무릎이 들어왔다.
쩌어억-!
“……!”
우라노스의 무릎이 오딘의 얼굴을 찍고 그를 날려 보냈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 오딘의 사고가 정지했다.
투확-!
날아간 오딘이 급히 균형을 잡았다.
주저앉은 코뼈를 손으로 다시 맞췄다. 우라노스는 이번에도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자꾸 뭘 그렇게 보는 거지?”
“진짜 위험한 건 저쪽이지.”
화륵-.
유원이 눈에 불을 켠 채 서 있었다. 유원은 우라노스 대신, 철창 속의 거인들을 보고 있었다.
오딘은 그 대답에서 우라노스가 경계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거인들이 풀려나는 게 걱정인 건가.’
하지만 대체 무슨 수로.
의문이 들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정황만은 확실했다.
우라노스는 유원이 거인들을 풀어 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줄곧 그는 오딘과 싸우면서도 유원을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고.
‘정말 그런 거라면…….’
싸움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왜 가만히 있지?
유원의 머릿속에 오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림계의 전음. 오딘은 마법에 대해서도 탑의 그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무림계의 무공에도 통탈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유원도 마찬가지.
-틈이 없다.
-틈?
-너한테는 안 보이나?
유원의 시선이 움직였다.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
언뜻 보면 유원이 철창 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마…….’
오딘이 눈에 마력을 담아 거인들이 갇힌 철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전까지 전투에 급급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스으-.
스으으으-.
철창을 감싸고 있는 촘촘한 검은 그물망.
그것은 마치 그 무엇도 접근을 허용시키지 않겠다는 듯 꿈틀거리는 그물.
그것의 존재를 오딘은 내내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눈 덕분인 건가.’
화륵-.
오딘은 유원의 눈에서 반짝이는 두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처음 느껴 보는 마력의 흐름인지라 무언가 특별한 스킬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단순히 그런 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보다 훨씬 먼저, 더 많은 걸 보고 있었다.’
우라노스의 몸이 유원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크로노스.
-알고 있다.
오딘이 전음을 보내고, 크로노스가 말을 받았다.
웅, 웅웅웅-.
타르타로스를 환하게 밝히며 거대한 마법진이 위로 떠올랐다.
심장치 않은 마력의 흐름. 우라노스가 고개를 들었다.
“거슬리는군.”
주륵, 차아아-.
철창에 퍼져 있던 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명해진 만큼 그것들은 하나같이 위협적인 기운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우라노스의 처음 목표는 유원이었다.
한순간에 유원을 향해 사방에서 그물망이 좁혀져 왔다.
오딘은 마법진의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
움직인 건 크로노스였다.
치이이-.
앞으로 뻗어지던 그물망이 멈춰졌다.
무언가 힘이 잡아당기는 게 아닌, 사진에 찍힌 듯 정지한 모습이었다.
시간을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크로노스의 스킬이었다.
웅-.
오딘의 마법진이 작동을 시작한 건 그때였다.
콰릉-!
온몸이 푸른 전격으로 물든 오딘이, 투창 자세를 취했다.
창끝에 막대한 마력이 맺혔다. 이번만큼은 우라노스 역시 오딘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딘이 우라노스를 견제하는 사이.
‘지금이다.’
틈을 보고 있던 유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멈춰진 그물 사이사이를 보았다. 제아무리 멈춰졌다고는 하나, 지나칠 만큼 촘촘한 그물이었다.
하지만.
[‘화안’이 길을 읽습니다.]그 어디에든 분명히 길은 존재했다.
그게 설령 우라노스가 만들어 낸 스킬이라 해도 마찬가지. 화안으로 보지 못할 것은 없었고, 길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쪽이다.’
촘촘한 그물 사이, 가장 약한 부분.
그냥 몸으로 지나쳐 갈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뚫어 낼 만하다.
화르륵-.
[‘불의 심장’이 작동합니다.] [‘불의 심장’이 ‘성화’를 깨웁니다.]심장이 뜨겁게 뛰기 시작한다.
엔진이 요란하게 힘을 뿜어 냈다. 심장이 뜨거워지며 뿜어진 불길이 손안에 모여들었다.
타르타로스가 환하게 변했다.
있는 힘껏.
그물을 찢어발기기 위해 휘두른다.
화아아악-!
불꽃의 검이 우라노스가 만들어 낸 그물망을 베어 냈다. 한 번 구멍이 생겨난 그물망은 힘을 잃고 빠르게 흐트러졌다.
“이놈-!”
“못 간다.”
유원을 향해 달려드는 우라노스의 앞을 오딘이 가로막았다.
우라노스의 주먹에서 황금빛의 전격이 뿜어졌다. 그의 주먹이 오딘의 가슴을 향해 뻗어졌다.
쩌엉-!
지이이익-.
뒤로 밀려나는 몸.
하지만 그 한 방만으로 오딘의 방어는 무너지지 않았다.
웅-.
그의 주위를 둘러싼 푸른 마력의 갑옷.
그리고 그 갑옷에 새겨진 수십 개의 마법진들.
갑옷의 방어력에 여러 강화 마법들을 더했다. 오딘은 양손을 교차시킨 채 자신의 몸을 하나의 단단한 방패로 만들어 사용했다.
절대로 길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째깍-.
우라노스의 귓가에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지이이-.
발이 스스로 뒷걸음질을 친다. 몸이 조종당하는 게 아닌, 앞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누구의 짓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역행]일정한 공간 안에서 시간을 전으로 되돌리는 스킬.
죽은 자를 살리는 것 외에 모든 게 가능하다는, 크로노스만이 사용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지이이-.
또다시 한 걸음.
우라노스의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사람을 갓난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는 크로노스였지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우라노스의 시간에는 더 큰 힘이 있었다. 그의 한 걸음을 뒤로 돌리기 위해 크로노스는 막대한 마력을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스윽-.
유원의 손이 철창에 도달했다.
[‘죽은 자들의 왕’이 벽을 마주합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벽을 거부합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칭호가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스스로 의지를 지닌 사람처럼, 눈앞에 있는 철창을 깨부수라 유원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단순한 칭호가 아니었나.’
죽은 자들의 왕.
처음에는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여러 칭호들 중 하나이자, 칭호를 지칭하는 이름 정도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타르타로스에 오고 눈앞에 있는 철창을 마주하고부터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
이건 누군가 올라선 지위이자 호칭이었다.
죽은 자들의 왕이라는 건, 살아생전 누군가 불리었던 호칭이었다. 즉, 분명하게 존재했고 살아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벽을 부수라고.
그것을 부숴서, 저 안에 갇혀 있는 불쌍하고 가여운 자신들의 백성을 구해 내라고.
‘이 칭호에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
타르타로스의 죄인들을 가둔 철창을 붙잡은 지금.
유원은 마치 자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게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은 자들의 왕이 속삭였다.
어서 이 벽을 부숴 달라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우라노스 같은 괴물을 상대로 자신들끼리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 스으으-.
철창을 이루고 있는 마력이 흩어진다.
절대 부서지지 않는 쇠처럼 단단하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고 있던 거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철창이 부서진다!
-이제 나갈 수 있다!
-힘내라, 인간!
오랜 세월 세상 밖을 동경하던 거인들의 환호.
세상이 떠나갈 듯이 큰 목소리였지만 유원의 귀에는 조금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유원은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으니까.
‘왜 계속 이런 반응을 보이나 했더니…….’
유원은 철창을 움켜쥐는 순간 깨달았다.
왜 타르타로스에 들어오면서부터 죽은 자들의 왕이 계속 반응했는지.
왜 처음 타르타로스의 영혼들이 자신을 왕처럼 경배하였는지.
단순히 칭호의 효과 때문만이 아니었다.
죽은 자들의 왕은 죽은 자를 부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죽은 자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의지만으로 유원을 경배했다.
이유는 하나.
이 칭호의 주인 때문이었다.
꽈아악-.
철창을 쥔 유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의 왕.’
그 왕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를.
‘타르타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