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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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여길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유원을 향한 베에모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적의가 실려 있었다.
하긴.
애초부터 그는 유원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라그나로크에 참여할지 말지에 대한 투표에서도 그는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거구의 덩치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쿵, 쿵-.
“내 말 못 들었느냐?”
이유 없는 적대감에 불쾌할 법도 하건만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저 종족이 다르니까.
저건 그런 단순한 이유에서 기인한 적대감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베에모트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적대시해 주는 게, 오히려 유원에게는 호재였다.
“이 천마대전에 인간이 낄 자리 따위는 없다. 만약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게 없나 알짱거리는 거라면…….”
“천마대전이 그렇게 숭고한 건가?”
“뭐야?”
“그딴 것에 뭐 그리 열을 올리느냐는 말이다.”
빠직-.
베에모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눈에는 새빨간 핏발이 서고 순식간에 파괴적인 기세가 그의 몸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랭킹 81위. 거인의 군주 베에모트.’
그는 마왕 측에서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베에모트 때문이었지.”
오딘 역시 몇 번, 마왕 측에 접촉해 천마대전을 중지할 것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 역시 어리석은 혼돈은 물론이고 탑 바깥의 세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경계를 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디아블로의 것이 아니었다.
베에모트.
그가 마왕을 대신해 아스가르드에 답을 해 온 것이다.
“녀석은 천마대전이야말로 마계의 가장 큰 이벤트라 생각했다. 싸움과 전쟁은 마족들이 존재하는 의미이고, 반드시 필요한 거라 여겼지.”
강경파.
마계에서도 가장 앞장서 천사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었다.
베에모트는 그런 강경파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마왕. 그가 라그나로크를 반대한 것 역시, 처음에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라그나로크에서 마계의 전력을 잃어버릴 순 없으니까 말이야.’
천마대전에 차질이 있을 것을 염려해 반대했던 것.
물론, 결과적으로 라그나로크는 마계에 이득을 가져왔다.
함께 천마대전에 참여한 천사들은 적잖은 전력을 허비했고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미카엘 역시 부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뭐라 했느냐 지금? 천마대전이 뭐 어째? 그딴 것?”
그 정도로 베에모트는 천마대전에 목숨을 걸었다.
마왕들 중 디아블로와 바알 다음가는 랭킹을 지닌 그는, 천마대전이야말로 자신의 랭킹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여겼다.
천마대전에 대한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은 현재 유원에 대한 베에모트의 분노가 되었다.
“뚫린 입이라고 감히…….”
“서열전을 신청하지.”
“서열전?”
베에모트가 황당하다는 듯 유원을 내려다보았다.
서열전.
랭킹과 관계없이 마족들이 서로 간의 상하 관계를 정하고자 할 때 주로 싸움을 거는 방식이었다.
서열전은 마계에서는 꽤 오래된 전통이었다.
랭킹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그 옛날 마계가 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어져 왔었으니.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에서는 반쯤 잊힌 문화이기도 했다.
“네놈이 서열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마왕 중 한 명인 베에모트조차도 그런 게 있었다는 걸 다시 떠올릴 만큼 잊혀지고 있던 문화였다.
그런데 유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베에모트에게 서열전을 신청해 왔다.
마치 그를 자신의 발아래에 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게 그리 중요한가?”
“그건 아니다만…….”
베에모트의 눈살이 구겨졌다.
서열전은 철저하게 일대일의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건 앞서 베에모트가 그린 그림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귀찮게 됐군.’
인간인 유원은 마계에서는 고독한 입장이었다.
마족들은 마왕인 자신의 지시를 따를 테고, 당연히 갈등이 일어나면 마족들 모두가 아군이 될 터였다.
그런데 서열전을 치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아무리 잊혀 가던 문화라고는 하나 서열전은 오래전부터 마계에서는 신성시되던 싸움이었다.
아군의 지원을 바랄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녀석 랭킹이 아마…….’
힐끔, 베에모트의 시선이 품 안에 있는 플레이어 키트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에 얼마 전 오른 유원의 랭킹이 떠올랐다.
‘여기서 깨지면 그보다 더한 망신이 없다.’
정말 만약의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보다 더한 망신도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천마대전을 앞두고 있어, 이런 때에 큰일을 치르는 건 더욱 좋지 못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다 문득.
좋은 변명거리가 생각났다.
“인간인 네놈이 무슨 서열전이란 말이냐?”
서열전은 악마족만의 전유물.
그런데 인간인 유원이 그런 악마족의 서열전에 참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놈에게는 자격이 없다. 그런데 어딜 감히…….”
“자격이라면 있다.”
“뭐?”
“나 역시.”
츠츠츠츠-.
유원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불그스름한 기운.
베에모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은 마족이나 다름없다.”
그리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건 분명히 ‘마기’였다.
악마족들만이 지니고 있다는 기운. 그 기운을 유원이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인지는 알 거 없고.”
서열전이 악마족들만의 전통이라는 건 유원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유원이 서열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악마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할 거냐, 말 거냐?”
이런데도 발을 뺄 거냐는 질문에 베에모트가 곤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원과 자신을 보며 술렁이는 주변 마족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거기다.
“겁이라도 먹었냐?”
어느새 막사에서 나온 건지, 마족들 무리 한쪽 틈에서 디아블로가 베에모트를 향해 이죽거리고 있었다.
“쪽팔린다, 베에모트.”
“디아블로…….”
베에모트가 이를 빠득 갈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지만, 베에모트는 그 정도로 참을성이 좋지 않았다.
‘저 녀석을 밀어 주겠다 이거냐?’
대체 저 막사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걸까.
베에모트는 어쩌면 유원과 디아블로가 작당을 하고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판을 깐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둘의 손발이 척척 맞을 수가 없었다.
‘명분은 저쪽으로 넘어갔다.’
유원은 수많은 마족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던 마기를 밖으로 내보였다.
반쪽짜리라고는 하나 그것은 유원이 악마족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판단이 애매모호한 상황.
그런데 그 상황에서 마계의 왕인 디아블로가 서열전을 승낙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이로써 유원은 서열전의 권한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였다.
“젠장.”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싸움은 이겨 봤자 본전이었다.
더군다나 상대의 랭킹을 생각해 보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디아블로, 네놈…….’
베에모트의 시선이 애꿎은 디아블로에게로 향했다.
눈이 마주친 디아블로는 왜 그런 눈으로 보냐며 어리둥절해 했지만, 베에모트는 그런 표정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냐.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알겠다. 하지만 잘못 생각한 거다.’
다시 유원을 돌아본 베에모트가 소리쳤다.
“모두 사방 2킬로 바깥으로 물러나라!”
“2킬로?”
“혹시…….”
“혹시는 무슨 혹시야? 야, 얼른 뛰어!”
“왜? 무슨 일인데?”
“베에모트 님이…….”
마족들이 분주해졌다.
가까이서 흥미로운 눈으로 싸움 구경을 하던 마족들 중에서는 일부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치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의 공통점은 하나.
바로 베에모트의 본모습을 본 적이 있는 오래된 마족들이라는 점이었다.
“서열전 도전을 받아들이지.”
유원을 향해 살기를 끌어올린 베에모트는 가까이서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디아블로를 흘겨보았다.
‘네놈이 세운 장기말을 철저히 짓밟아 주마.’
그리고 그렇게 베에모트가 서열전을 받아들이자.
[서열전을 시작합니다.] [마족 랭킹 3위, 베에모트로부터 승리하십시오.] [서열전에서 승리 시 마족의 인정을 받습니다.] [승리 시, 결과에 따라 랭킹이 반영됩니다.]악마족에는 따로 랭킹이 존재하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랭킹 관리국이 생겨나고, 랭킹이 힘과 권력의 척도가 되면서부터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지만 어쨌거나 랭킹은 랭킹이었다.
특히나 마족은 서열을 중요시하는 종족이었다.
지금이야 유원을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베에모트를 꺾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유원은 악마족의 한 명으로 인정받을 권한을 얻게 되는 것이다.
‘덩달아 베에모트에게 브레이크도 걸고 말이지.’
꾸득, 꾸드득-.
유원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베에모트를 바라보았다.
몸이 풍선이라도 되는 양, 베에모트는 덩치를 빠르게 불려 나갔다.
삽시간에 거대해진 몸뚱이.
유원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기간테스처럼 거대해진 베에모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구구구-.
베에모트는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거대해졌다.
기간테스의 배 이상.
2킬로미터라는 거리는 최소한의 거리일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족들은 베에모트의 몸짓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멀어지고 있었다.
‘베에모트. 작은 섬만 한 덩치를 지닌, 최대의 생명체.’
최강이 아닌 최대.
그 덩치가 그만큼 무식하게 크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었다.
쿵-.
베에모트의 다리가 땅을 울렸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베에모트의 코에서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새빨개진 두 눈동자.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기다란 뿔.
마치 거대한 황소를 닮은 모습이었다.
주변 일대를 모두 뒤덮고도 남을 만한 덩치에서는 무식할 만큼 거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몸짓 하나만으로 도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생명체라더니, 과연 그 말이 꼭 들어맞았다.
“진짜 무식하게 크군.”
예상보다도 더 큰 덩치에 유원이 살짝 놀랐다.
베에모트.
말로만 들었지 그의 본모습을 보는 건 유원도 처음이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그르르르-.
벌어진 이빨 사이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수르트나 기간테스들보다 몇 배는 더 큰 덩치에서는 그저 마주하고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실제로도 베에모트의 이런 본모습에 겁을 먹고 싸우기를 포기하는 자들이 대다수였다.
“후회?”
하지만 유원은 그런 베에모트의 겁모습에 오히려 비웃음을 지었다.
“그냥 크기만 할 뿐이잖아?”
바로 랭킹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저만한 덩치에 디아블로는 고사하고 바알보다도 낮은 랭킹.
유원은 오히려 자신의 예상보다도 더 큰 덩치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만한 덩치에 그 정도 덩치라는 건, 정말 덩치 하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이지.”
-건방진 소리를…….
파짓-.
베에모트는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마력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키보다도 위에 있는 저 높은 하늘.
그 위로 어느새 두껍고 어두운 먹구름 하나가 드리워 있었다.
‘구름이 왜 여기에?’
이상함을 느낀 건 당연했다.
여기는 하늘이 다스리는 세계.
구름 위에 존재하는 세계 위에는 본래 구름이 존재할 수 없었다.
누군가 만들어 낸 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믿는 게 고작 덩치 하나뿐이라면…….”
파짓, 파지지-.
구름 속 가득, 막대한 마력이 깃들었다.
베에모트가 지금처럼 거대한 덩치로 변하기까지.
결코 짧지 않았던 그 시간을 가만히 기다려 줄 만큼, 유원은 매너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결국 더 큰 힘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이지.”
스윽-.
유원이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유원의 약지에서 손가락에 꼭 맞는 크기의 작은 반지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파지지-!
손가락에 채워진 반지가 피뢰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