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23
* * *
부웅-.
창 하나가 미카엘의 등을 노리고 찔러 갔다.
천사 한 명의 어깨를 부러뜨린 미카엘이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콱-!
뻗어진 미카엘의 손아귀가 창대를 움켜잡았다.
“허억!”
“고맙다.”
퍼어억-!
미카엘이 가볍게 등을 찔러 온 천사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천사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쳐 축 늘어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천사를 잠시 바라보던 미카엘이 손에 쥐어진 창을 손안에서 굴렸다.
휘리리릭-.
“이렇게 손수 창을 가져와 줘서.”
부웅-.
미카엘의 손에 창이 쥐어지자 주위의 천사들이 주춤거렸다.
이미 그의 주위에 쓰러진 천사들의 숫자가 수십이 넘었다. 그들 모두 랭커에 가까운 실력을 지닌 천사족의 정예들이었다.
그중에는 천사장급의 천사도 두 명 섞여 있는 상황.
하지만 미카엘은 자신의 주 무기인 창이 없이도 그들을 너무나도 손쉽게 제압했다.
“생각보다 더 성가시군.”
돌아가는 상황에 라구엘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포위된 상태였다. 미카엘에게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미카엘은 이 상황을 그 어렵지 않게 해결해 나갔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나도 나서야 하나…….’
그렇게 라구엘이 허리춤의 검을 향해 손을 가져가며 발걸음을 뗀 순간.
“예상보다 훨씬 세지?”
유원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다가왔다.
라구엘이 고개를 획 돌렸다.
대체 언제 자신의 옆으로 온 걸까. 순간 떠오른 의문을 그의 옆에 놓여 있는 커피잔이 해소해 주었다.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던 건가.’
이 난장판 속에서 유원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미카엘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고, 유원은 정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유원의 시선은 줄곧 미카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 싸움에서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스윽-.
유원이 라구엘을 돌아본 건 그때였다.
“네가 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츠츠츠츠-.
유원의 눈동자에 마력이 깃들었다.
[화안금정]방심이라도 한 걸까.
눈을 마주친 라구엘의 몸이 순간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렇게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스윽-.
라구엘의 목 언저리로 새빨간 검신이 겨눠졌다.
-베겠다.
검의 날카로움을 통해 불길한 마력이 전해졌다. 꿀꺽 침을 삼킨 라구엘이 힐끗, 검을 겨눈 상대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 탓에 설마 했지만 확실했다.
분명 그는 충분히 천계의 대천사인 자신의 목을 벨 수 있을 만한 실력자였다.
“스사노오…….”
한때 삼귀자 중 최강이라 불렸던 하이랭커.
하늘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재상인 그가, 수만의 언데드 군단을 이끌며 귀신같은 칼솜씨로 전장에서 춤을 추던 그를 모를 리 없었다.
유원이 스사노오를 언데드로 부린다는 건 앞선 시험에서 알려졌던 바.
아마 그 실력이 전성기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스파앗-.
라구엘의 몸이 움직였다.
목을 비틀어 검에서 벗어나고, 곧장 스사노오에게 손을 쓰려 했다.
그런데.
촤아아아-!
그렇게 하려 했던 라구엘의 몸이 휘청거리며 위로 핏물이 솟구쳤다.
순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책상머리 앞에 오래 앉아 있더니, 많이 둔해졌군.
“크으…….”
몸을 돌리기 직전, 스사노오의 검이 움직였다.
피하는 것보다 스사노오의 검이 더 빨랐다. 비틀거리던 라구엘이 스사노오를 노려본 그 순간, 그의 머리를 유원의 손이 붙잡았다.
콰앙-!
“웁……!”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라구엘이 상체를 들썩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원의 손에 붙잡혀 있는 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꾸우욱-.
유원의 팔에 돋아난 힘줄.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스사노오를 소환한 것과 동시에 유원은 거인화를 발동시킨 상태였다.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꾸우욱-.
“끄으, 으으으……!”
손아귀 힘에 두개골이 쪼개질 것만 같았다. 유원이 거인 사냥꾼 헤라클레스의 스킬인 거인화를 다룬다는 건 라구엘도 익히 알고 있던 바였다.
힘에 있어서 유원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건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바였다.
예상치 못한 건 스사노오였다.
‘전성기 이상이다.’
방금 전, 스사노오의 검은 라구엘의 동체 시력을 아득히 초월할 만한 속도였다.
게다가 가볍게 휘두른 것에 비해 붉은 검신은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의 날개를 베어 냈다.
수만의 언데드 군대를 다루는 힘은 없다지만 검의 속도나 위력은 분명 전성기 시절을 훨씬 상회할 지경.
‘이 정도나 되는 게, 고작 김유원의 소환수라고?’
언데드의 힘은 네크로맨서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제아무리 대단한 언데드라 해도 네크로맨서가 별 볼 일 없으면 제 힘을 낼 수 없기 마련.
반면, 평범한 플레이어의 시체라 해도 네크로맨서의 역량에 따라 랭커급의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금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유원을 힐끗거린 라구엘의 눈빛이 달라졌다.
“당신은…… 우리 예상보다 더…….”
“위험하다고?”
꾸우욱-.
유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더 추해지지 않겠다는 듯, 라구엘은 입을 닫고 비명을 억눌렀다.
“그걸 알았으니 다행이네.”
라구엘을 내려다보던 유원의 눈이 반짝였다.
‘랭킹에 비해 실력이 별로다. 100위권의 랭킹은 하늘의 재상이라는 위치 때문이었나?’
하늘의 재상이라면 사실상 거대 길드의 2인자나 다름없는 위치였다. 높은 랭킹 탓에 당연히 그만큼 실력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그 실력 덕분에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메타트론의 똘마니 짓을 하는 대신 재상 자리를 약속받았군.”
흠칫-.
자신의 손에 짓눌려 있는 라구엘의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역시.
그 잠깐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지금은 잠자코 여기 잘 찌그러져 있으라고.”
부우우웅-.
파락, 파라라락-.
서재에 흩어져 있던 종이 뭉치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창을 손에 넣은 미카엘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어볼 게 많으니까 말이야.”
* * *
천사들이 땅에 널브러졌다.
피를 흘린 천사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한들 바람에 긁힌 정도일 뿐, 목숨을 잃을 만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미카엘의 창끝이 멈췄다.
그제야 미카엘은 유원과 라구엘을 돌아보았다.
“끝났습니까?”
“그래.”
라구엘의 몸을 깔고 앉은 유원.
그리고 그렇게 깔려 있는 라구엘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는 스사노오.
싸우면서도 한 번씩 눈길이 가긴 했지만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다름 아닌 천계의 재상인 그가 인간의 엉덩이에 깔려 있다니 말이다.
“이게 무슨 꼴이냐, 라구엘.”
“……그러는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냐, 미카엘.”
라구엘은 이를 빠득 갈았다.
그 스스로도 지금 자신의 꼴이 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모양.
“이건 명백한 반역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짓을 한단 말이냐?”
“내가 틀린 거라면 죗값은 달게 받겠다. 목이든 영혼이든 내어 놓고, 지옥 불에서의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고 해도 감수하겠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의심이었다.
미카엘은 그 의심을 풀기 위해 메타트론을 찾았다. 하지만 의심은 더 짙어졌고, 확신을 가지지 위해 유원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구엘을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지금.
천마대전에 대한 의심은 점점 더 짙어져만 갔다.
“이런…….”
“자, 자. 그만.”
스윽-.
스사노오의 칼끝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미카엘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던 그가, 움찔 몸을 떨며 입을 다물었다.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라구엘의 몸을 깔고 앉아 있던 유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키는 라구엘을 향해 스사노오가 시퍼런 안광을 번뜩였다.
그러자.
“이제 됐다.”
유원의 말에 스사노오가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아쉬운 듯, 그는 손에 쥔 쿠사나기를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벨 수 있었으면 한다.
“노력해 보지.”
-부디 노력만이 전부가 아니길 바라지.
스으으-.
스사노오가 유원의 그림자 속으로 돌아갔다.
오래 된 하이랭커인 만큼 스사노오에 대해서도 알고 있던 미카엘은 유원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서운 녀석을 부리는군.”
“쓸 만한 녀석이죠.”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이 쿠사나기인가?”
“쿠사나기를 아십니까?”
“삼귀자가 탐내는 아이템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느껴지던 예기가 상당하던데.”
귀검 쿠사나기.
사이한 기운을 지닌 귀검인 만큼 대천사인 미카엘은 검의 존재를 바로 알아차렸다.
“하긴. 스사노오라면 괜찮겠군. 애초에 녀석이야 예전부터 사람 죽이는 걸 좋아했으니.”
“잘 아나 봅니다.”
“알다마다. 하늘에 그의 토벌에 대한 안건이 나온 적도 있었다. 스사노오는 인간이고 천사고 가리지 않고 죽였으니까.”
하늘은 어지간하면 인간들의 일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하늘에서 스사노오의 토벌이 논의되었다는 건, 그만큼 스사노오의 악명이 높았다는 뜻이었다.
‘너도 참 너다.’
-…….
분명 다 들었을 텐데도 스사노오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유원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는 라구엘을 내려다보았다.
조금씩 피하는 시선.
유원은 몸을 숙여 라구엘과 눈을 맞췄다.
“라구엘.”
“……난 할 말이 없다.”
“메타트론이 하는 일은 잘못됐다.”
자극적인 말 때문이었을까.
라구엘이 눈에 불을 켜며 유원을 노려보았다.
“그분의 이름을 어디 함부로…….”
“재상 자리를 약속받는 대신, 시킨 게 있지?”
이미 한 번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라구엘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유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다.”
“……그래?”
기잉-.
유원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반짝였다.
“거짓말이군.”
[‘화안금정’이 거짓을 간파합니다.]퍼억-!
“커억!”
라구엘의 허리가 꺾였다. 주먹이 배에 꽂힌 라구엘은 금방이라도 토를 쏟아 낼 것 같은 느낌에 헛구역질을 연발했다.
“100개에 달하는 세계 중, 고문과 관련된 기술이 가장 발달한 세계가 무림계다.”
쿡, 쿡쿡-.
유원의 손끝이 라구엘의 몸을 연달아 찔렀다.
그러자 라구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몸 구석구석 통증이 물 밀 듯 밀려들었다.
“……!”
입을 벌어졌지만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막혔다. 생전 느껴 본 적 없던 고통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 꼭대기까지 전해졌다.
“인간이나 천사나 통증을 느끼는 혈은 크게 다르지 않아. 적게는 몇 배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배의 통증을 줄 수도 있지.”
톡톡-.
유원이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어쭙지않은 거짓말은 안 통할 거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또 거짓말을 할 거면 잘 생각해.”
화안금정이 있는 이상, 눈을 본 상태에서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혀라도 깨물고 자결하지 않는 이상 라구엘은 유원에게 알고 있는 걸 줄줄 불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같은 질문은 식상하니 이번엔 질문을 바꿔 보도록 하지.”
라구엘이 메타트론에게 재상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건 굳이 그의 입을 통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아무 장치도 없이 천마대전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리는 없고.”
하늘에서는 라구엘이었다.
그렇다면.
“마왕 쪽에서는 누가 박쥐지?”
이번에는, 마왕 쪽의 박쥐를 찾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