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29
* * *
천마대전은 천사와 악마들의 축제였다.
천사는 악마를, 악마는 천사를 죽이고 공헌도를 획득하는 이벤트.
그리고 그 이벤트에 정식으로 참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천사나 악마족이 되거나, 길드에 들어가거나.’
당연하게도 유원은 천마대전에 참여하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천사나 악마가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길드에 들어가는 것 역시 고려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기회를 얻게 됐다.
악마지체 때문이었다.
“이거…….”
유원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디아블로와 메타트론, 그리고 마족들과 천사들을 둘러보았다.
‘욕심이 생기는데?’
* * *
10분.
주어진 시간이 모두 흘렀다.
[천마대전을 시작합니다.]시작을 알리는 시스템이 울리고, 디아블로가 신호를 내렸다.
“다 죽여라.”
“시작이다-!”
“메타트론을 잡아라!”
“천사들을 죽여-!”
악마들의 함성 소리.
순식간에 장내가 마기로 가득 찼다. 하늘은 이미 붉게 변한 지 오래였으며 마족들은 살기로 번들거린 눈동자로 천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메타트론 역시 명령을 내렸다.
“최선을 다해 싸워 주십시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결연한 각오와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죽음을 불사지르라는 명령.
하나, 천사들 중 어느 누구도 망설이는 자는 없었다.
차앙, 창-!
푸욱-.
창칼과 손톱이 부딪치고, 피가 낭자해 솟아올랐다.
그 속에서 디아블로의 눈은 오직 한 명.
메타트론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디아블로가 메타트론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던 때.
“천왕을 보호하라!”
“천왕폐하, 어서 자리를!”
쫘아악-.
그 사이에 끼어든 몇몇천사들의 몸이 수십 갈래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망설임 없는 손짓.
죽인다는 느낌보다는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파리나 모기 따위의 벌레를 손으로 치워 내는 것에 더 가까웠다.
걸음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메타트론의 날개가 펼쳐진 건 그때였다.
펄럭-.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듯, 접혀져 있던 것을 활짝 펼친 메타트론의 날개는 여타 다른 천사나 대천사들보다도 훨씬 길었다.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뚜둑-.
부우우웅-.
디아블로의 주먹이 메타트론의 머리를 때렸다.
그 순간, 메타트론의 몸에서 빛살이 뿜어졌다.
촤라라-.
파다다닥-.
부서진 메타트론의 형체가 새하얀 깃털들로 변해 흩어졌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없어 디아블로는 고개를 휙 돌렸다.
“어딜 도망치려고…….”
슈욱-.
일자로 뻗어진 손.
흩어진 하얀 깃털들 속, 디아블로의 손에 멱살이 잡혔다.
콱-.
“……!”
시야를 어지럽히던 깃털이 사라지고, 디아블로가 메타트론을 향해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다.”
쾅-!
디아블로의 다른 한 손이 메타트론의 얼굴 위에 꽂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천사들이 안 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하늘성에 침입한 악마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
그렇게 메타트론의 머리를 날려 버린 디아블로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언제 봐도 짜증 나는 놈이야.”
펄럭-.
새하얗게 변한 풍경 속.
언제부터인가 바깥과는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갇힌 디아블로의 귓가로, 메타트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지 않습니까?
흩어진 깃털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지나갔다.
메타트론의 목소리 외에는 모든 소리가 사라진 상태.
-전 당신을 이길 수 없지만, 지지도 않는다는 것을요.
이 스킬은 몇 번이나 당한 기억이 있었다.
메타트론과 디아블로.
이 스킬이 바로 각 종족을 대표하는 두 명의 왕이 지금껏 결판을 짓지 못하고 있던 이유였다.
[신과 인간의 성소]세상과의 단절.
본래, 인간이 신을 만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지닌 스킬이었다.
메타트론의 스킬은 하늘의 왕이라는 그의 직책에 어울렸다. 천사들 사이에서 이 스킬은 메타트론이 선택받은 자를 신과 만나게 하는 데 쓰이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스킬의 쓰임새는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또 도망치는 거냐?”
-자존심보다는 하늘의 평화와 안녕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긋지긋한 소리.”
신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디아블로는 이곳에 몇 번이나 갇힌 적이 있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과 마주치게 된 메타트론이 정면 대결을 해 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고,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싸움을 회피하려 할 게 분명했으니까.
이 공간은 바로 그걸 위해 존재했다.
스킬을 사용해 메타트론은 디아블로를 강제로 바깥과 단절시킨 것이다.
“너라면 또 이럴 줄 알았지.”
그리고 그렇기에.
웅-.
디아블로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이번엔 다를 거다.”
콰우웃-.
디아블로의 손안에 마기가 뭉쳐지며 붉은 구슬처럼 빛났다.
디아블로는 마족들의 왕이었다.
그는 마계의 왕 자리에 오른 지 수천 년이 지났고, 그 긴 시간 동안 마계에서 그 누구도 디아블로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는 그 긴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한 방에 부순다.’
이 지긋지긋한 공간도, 분명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저벅-.
인기척을 느낀 건 그때였다.
“……?”
“그냥은 못 부순다.”
고개를 돌린 디아블로의 눈에 유원이 보였다.
어느새 옆으로 바짝 다가온 그를 보며 디아블로는 손안에 모으던 마기를 거두고는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냐?”
“걸어서.”
“말장난하냐?”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다.”
톡톡-.
유원은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제야 디아블로는 유원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와 있는지 깨달았다.
“화안금정인가.”
화안금정은 보이지 않는 걸 보고, 진실을 꿰뚫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잠시 후의 미래까지도 예견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덕분에 네가 이 스킬에 당할 때 같이 들어왔지.”
“그냥은 못 부순다라. 그리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걸 보니, 뭔가 다른 방도가 있는 모양이지?”
“애초에 이건 부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난리 피워 봤자 너만 피곤해질 뿐이야.”
“어림없는 소리. 파훼가 불가능한 스킬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
“맞아. 그런 스킬은 없지.”
츠츠, 츠츠츠-.
유원의 발끝으로 미세한 감각이 느껴졌다.
모기보다 작은 숨소리. 최소화한 심장의 박동. 눈의 깜박거림.
[‘감각지대’가 활성화 중입니다.]유원의 고개가 돌아갔다.
“모든 스킬에는 파훼법이 있기 마련이다. 이 스킬도 마찬가지고.”
화륵-.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하얀 바탕.
그 위로 희끗희끗, 불투명한 형상이 비춰져 보였다.
[‘화안금정’이 본질을 밝힙니다.]츠츠-.
손에 찬 반지가 형태를 바꾼다.
기다란 창의 형태로 바뀐 우라노스는, 유원의 마력을 잡아먹고 무시무시한 전격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디아블로는 유원이 뭔가 스킬을 사용하려는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눈은 점점 커져 갔다.
‘뭐야 이건?’
파짓, 파지지지-!
유원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거대해진 창은 가까이 있는 디아블로의 피부를 저리게 만들 정도의 마력을 뿜어 내고 있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 창은 위험하다고.
우라노스의 시험이 끝난 후.
유원은 몇 번이나 우라노스의 형태를 바꿔 가며 아이템의 성능을 시험해 보았다.
전격을 뿜어내고, 벼락을 만들고.
반지의 형태를 검으로 바꾸기도 하고, 갑옷으로 바꾸기도 해 봤다.
그리고 그중.
최고의 성능을 보여 준 게 바로 이 ‘벼락’이었다.
꽈아악-.
벼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유원은 몸을 활처럼 뒤로 휘었다.
투창을 위한 자세.
화안금정에 보이는 흐릿한 형상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형상은 빠르게 선명해졌다.
도망치려는 몸부림.
파지지-!
[‘화안금정’이 길을 밝힙니다.]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못 피할 거다.”
화안금정은 단일 스킬만으로는 그리 대단한 스킬이 아니었다.
S랭크라는 최상위 등급의 스킬답지 않게, 스킬의 효력으로 개미 한 마리 죽일 수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안금정은 S랭크 스킬이었다.
이유는 하나.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최고의 서포팅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안금정에는 저기 숨어 있는 메타트론의 모습도, 그리고 메타트론이 어디로 피하려는 건지도 훤하게 보였다.
투확-!
유원의 손에서 벼락이 날아갔다.
빠르게 날아가는 창.
“……!”
스킬의 힘을 빌려 숨어 있던 메타트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서둘러 날개를 방패막이 삼아 몸을 웅크렸다.
쩌어어엉-!
그렇게 벼락이 메타트론의 몸을 강타한 그 순간이었다.
쩍, 쩌저적-.
유원과 디아블로가 있던 새하얀 바탕에 금이 생겨나고.
콰장창-!
메타트론이 만들어 낸 공간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깨어졌다.
다시 드러난 전장.
메타트론과 디아블로가 나타나자, 천사와 악마들이 잠시 멈춰 그들을 바라보았다.
“크읏…….”
벼락을 맞고 날아간 메타트론이 휘청거렸다.
천사의 상징과도 같던 날개에는 구멍이 생겨났다. 전격의 영향이 남아 있는지 순간적으로 마비된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무슨 위력이…….’
분명 막았음에도 충격이 날개 안쪽까지 전해졌다.
마치, 전성기 시절 제우스의 벼락을 정면에서 얻어맞은 것만 같은 충격이었다.
몸을 가누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하나, 디아블로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쉬이이익-.
콰악-.
“컥!”
목이 붙잡혔다.
스킬을 깨고 나온 디아블로는 서둘러 메타트론의 목덜미를 잡았다.
절대 도망칠 수 없도록.
유원의 창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던 메타트론은 그 억센 손아귀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드디어 잡았다.”
꽈아아악-.
숨통을 조여 오는 손아귀 힘.
“컥, 커헉-!”
고통을 호소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이 순간을 디아블로가 그냥 허무하게 놓아 줄 리 없었다.
빠져나가야 한다.
메타트론이 힘을 쥐어짜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천왕 폐하!”
“천왕 폐하를 구해라!”
“폐하!”
곳곳에서 싸우고 있던 천사들이 몸을 돌려 메타트론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방해하지 마라!”
콰우우우-!
디아블로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뿜어지는 마기.
화아아-!
고작 기세였지만, 그것만으로 달려들던 천사들이 불속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디아블로는 그런 천사들에게 눈길 한 번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자신의 손에 붙잡혀 있는 메타트론만이 비춰질 뿐이었다.
“너무 길었다. 너도, 나도 말이야.”
꾸욱-.
한 손으로는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마기가 잔뜩 실린 주먹.
이 한 방을 디아블로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제 좀 끝내자. 이 지긋지긋한 녀석아.”
그렇게 디아블로의 주먹이 메타트론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던 그 순간.
쉬이이익-.
퍼어억-!
어디선가 날아온 창 하나가 메타트론의 심장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