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36
* * *
서슬 퍼런 눈빛이 헤라클레스의 몸을 관통했다.
동시에 스사노오의 몸에서 검은빛을 띤 마력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죽은 자들의 왕.
그 칭호의 힘으로 부활한 스사노오.
헤라클레스는 목덜미를 손으로 매만졌다.
‘보통은 아니군.’
이런 느낌의 검은 오랜만이었다.
올림포스에도 여러 검수가 있었지만, 단언컨대 저 정도 실력자는 없었다.
어느 정도 몸을 단련한 후부터는 검 따위의 날붙이에 절대 베이지 않을 거라 자신했건만.
눈앞에 있는 스사노오는 예외였다.
‘베일 것 같은 느낌은 오랜만이다.’
그의 손에 쥐어진 붉은 검신.
평범한 느낌은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베일 듯한 예기가 느껴졌다. 피 비린내 같은 것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고, 실제로도 가까이 있는 풀잎이 날카롭게 베어져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다.
저 정도의 예기를 지닌 검은 이 탑에 단 한 자루뿐이었다.
‘쿠사나기의 검인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아이템.
유원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아이템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건 스사노오였다.
검과 창, 그리고 원거리에서의 전투까지.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이는 유원과는 다르게 스사노오는 검귀(劍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검에 능했으니 말이다.
헤라클레스의 시선이 이번에는 스사노오의 다른 한 손에 들린 거울 방패로 향했다.
붉은 칼이 쿠사나기라면 다른 하나의 방패가 무엇일지는 뻔했다.
‘야타의 거울.’
저 아이템에 어떤 능력이 잠재되어 있을지는 모른다.
삼신기 중 두 개가 있다면 다른 하나도 있을 터.
헤라클레스는 쿠사나기에 연결되어 있는 구슬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거…… 쉽지 않군.”
삼신기로 무장한 스사노오라니.
그의 강함은 이미 앞선 시험에서 증명해 보인 상태였다. 만 명의 플레이어들을 가로막는 스사노오의 힘은 이미 전성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받았다.
물론, 수만의 언데드 군단을 부리는 힘이 없는 스사노오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삼신기가 들려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척-.
헤라클레스가 곤봉을 앞으로 겨눴다.
“와라.”
스사노오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바.
짧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스사노오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지, 좋아!
스앗-.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스사노오가 헤라클레스를 향해 달려왔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곤봉의 사정 범위에 들어왔다 판단한 순간, 헤라클레스가 곤봉을 휘둘렀다.
부웅-.
스사노오는 검을 움직이지 않았다.
뭘 하려는 걸까.
생각은 찰나였다.
그 순간.
팟-.
스사노오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
기이이잉-.
사라진 스사노오가 헤라클레스의 뒤에서 나타났다.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똑같은 모습.
스사노오의 쿠사나기가 붉은빛을 뿜어냈다.
쩌억-!
핏-.
쿠사나기가 헤라클레스의 등을 베어 내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헤라클레스의 등에 상처가 생겨났다.
잠깐의 휘청거림. 다시 몸을 돌린 헤라크레스의 눈에는 이번에도 스사노오가 보이지 않았다.
팟, 팟-.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이 탑의 그 어디에도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랭커는 존재하지 않았다.
‘야타의 거울인가.’
퍼억, 퍽-!
핏, 피이잇-.
양 팔을 교차해 머리를 보호하며, 한 번씩 곤봉을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곤봉은 애꿎은 허공을 지나쳐갈 뿐, 스사노오에게 닿지 못했다.
그 대신.
번쩍-!
콰릉-!
헤라클레스의 몸 위로 날카로운 전격의 창 하나가 날아와 박혔다.
아까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벼락이었다.
휘청-.
잠시간 가누지 못하는 몸.
그리고 그 사이로 스사노오의 검이 파고들었다.
기이잉-.
[‘팔척경곡옥’이 빛납니다.] [‘거인화’가 ‘팔척경곡옥’에 저항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2% 하락합니다.] [고통 내성이 22.5% 하락합니다.] [물리 저항이 15.9% 하락합니다.] [‘특성 : 혼란’이 부여됩니다.] [‘특성 : 혼란’에 저항을 성공하였습니다.]몸이 조금이지만 둔해진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몸에 잠시 족쇄가 채워진 사이.
퍼억-!
헤라클레스의 가슴팍을 스사노오의 검이 베어 냈다.
지이익-.
쏟아진 검격에 헤라클레스의 육중한 몸이 뒤로 날아갔다.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 앞섬을 바라보았다.
베어졌다.
피가 흘렀다.
투두둑-.
스사노오는 습관처럼 검에 묻은 피를 땅에 털어 냈다.
곧은 직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핏방울들.
-네 몸이 더 멀쩡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스사노오는 헤라클레스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보았다.
독에 중독된 상태.
당연히 몸은 둔해질 수밖에 없었고, 힘을 내기도 어려웠다.
[‘상태 이상 : 중독’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2단계에서 멈춰 있던 중독이 3단계로 상승했다.
아직 목숨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헤라클레스의 회복력이라면 자연스레 회복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기다려 주고 싶다만…….
스팟-.
스사노오의 모습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내 주인이 그걸 바라지 않아서 말이지.
주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유원을 뜻하는 바.
어떻게든 이 내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건 피차 마찬가지였다.
‘덫에 걸려 든 느낌이군.’
삼신기를 모두 두른 스사노오는 강했다.
근접전에서 자신을 붙잡아 놓을 수 있을 만큼.
멀리서 날아오는 유원의 벼락도 마찬가지였다.
제우스의 벼락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헤파이스토스의 역작. 그 아이템의 힘을 빌린 벼락을 계속 얻어맞다 보면, 분명 조금씩 몸에 타격이 올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하필이면 지금 같은 때, 히드라의 독이 몸에 남아 있기까지 했으니.
‘이런 상황을 그린 건가.’
쩌억-!
콰과과과-!
휘두른 곤봉과 쿠사나기가 부딪쳤다. 팔척경곡옥의 힘이 쿠사나기에 둘러지고, 스사노오는 별 충격 없이 야타의 거울을 사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번쩍-!
같은 방향에서 날아오는 벼락.
콰릉-!
한 손을 뻗어 벼락을 움켜잡았다. 한동안 덜덜 떨리던 벼락은 헤라클레스의 손바닥 안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꽈악-.
헤라클레스는 얼얼한 손바닥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싸움이 장기전이 됐다.’
이런 식이라면 싸움을 그리 빨리 끝낼 수 없었다.
다시금 달려 들어오는 스사노오.
‘삼십 분.’
부웅-.
손에 쥔 곤봉을 있는 힘껏 휘두르자
‘어떻게든 그 안에 끝낸다.’
콰앙-!
헤라클레스가 서 있는 땅이 뒤집어졌다.
* * *
몸에 가득 차 있던 마나가 빠르게 타들어 가는 게 느껴졌다.
스사노오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마력이었다.
“징그럽네, 진짜.”
파지지직-!
[‘우라노스의 심장’이 ‘벼락’을 생성합니다.]벌써 몇 번째 보는 메시지인지.
이렇게 많은 벼락을 쏟아 낸 건 아마도 처음이지 싶었다. 아무리 벼락을 던져도 헤라클레스는 꿈쩍도 않고 버텨 냈다.
그렇다고 해서 벼락을 던지지 않으려니, 스사노오가 위험했다.
‘잠깐의 틈만 있어도 위험하다.’
스사노오는 과연, 기대한 만큼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마력을 잔뜩 퍼부은 덕분에 전성기 시절의 능력을 발휘했고 거기에 쿠사나기를 비롯한 삼신기를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다루었다.
특히 쿠사나기를 다루는 실력만큼은 가히 일품.
하지만 아직까지 이그드라실의 곤봉을 다루는 헤라클레스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부웅-.
곤봉이 있는 힘껏 휘둘러지고.
콰우우우-!
풍압과 함께 스사노오의 몸이 밀려 날아갔다. 정면에서 곤봉을 얻어맞은 게 아님에도 저 정도 위력이었다.
‘저게 중독이 된 상태라니.’
만약 히드라의 독에 당한 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30분은커녕, 10분도 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독은 점점 퍼질 텐데도 헤라클레스는 약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점점 더 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력이었다.
‘이게 헤라클레스였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자.
넘어설 수 없는 높은 벽마저 부서뜨리는 강철 같은 영웅.
그런 헤라클레스였기에 유원은 지금처럼 싸울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그를 상대한다는 건,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아직 버거운 일이었기에.
‘미안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미래의 그에게.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이런 상황에서밖에 싸울 수 없는 걸 사과하며, 유원은 다시금 창을 던졌다.
‘이번엔 내가 이겨야겠다.’
* * *
투확-!
스사노오의 몸이 뒤로 밀려 날아갔다.
곤봉에서 뿜어진 풍압.
그 힘이 스사노오를 밀어낸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그 몸으로 지치지도 않는 거냐는, 스사노오의 말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헤라클레스의 손아귀 때문이었다.
[‘팔척경곡옥’이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대상이 ‘팔척경곡옥’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대부분 성공합니다.]스팟-.
헤라클레스의 손이 스사노오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팔척경곡옥으로 움직임을 약간이나마 둔화시키지 않았다면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팟, 파앗-.
서둘러 거리를 벌린 스사노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흡사 달려 들어오는 거대한 멧돼지를 눈앞에 둔 기분이었다. 피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끝이었다는 그 생각에 잠시 안도하는 그 사이.
“이제 조금 요령을 알겠군.”
헤라클레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다.”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사노오는 멈출 수 없었다.
아니.
-글쎄, 과연…….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되려나.
투확-!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멈추지 않고 헤라클레스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스사노오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늘 이겨 내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껏 스사노오가 헤라클레스를 만나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안 놓친다고.”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곤봉.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이해할 새도 없었다.
쩌어억-!
헤라클레스의 곤봉은 순식간에 스사노오의 머리를 날려 버리고, 그의 몸을 산산조각 냈다. 강한 풍압과 함께 곤봉이 휘둘러진 방향의 구름이 부서져 바람에 날린 양털처럼 흩어졌다.
후우우-.
한순간 태풍처럼 강렬한 바람이 불고.
푸스스스-.
스사노오의 시체는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스사노오를 처리한 헤라클레스는 길게 숨을 뱉어 냈다. 잠깐이지만 긴장이 풀리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
츠츠, 츠츠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심상치 않은 규모의 마력이 유원이 서 있던 방향에서 느껴졌다.
‘산 넘어 또 산이군.’
체력이 떨어져 몸이 천근처럼 무거워진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유원의 손안에서 막대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검은 창 하나가 보였다.
헤라클레스의 눈에 궁니르를 쥔 오딘의 모습이 유원의 위로 겹쳐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