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37
* * *
스사노오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던 그 순간.
헤라클레스는 유원의 창이 날아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패턴이 그랬다.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스사노오를 앞에 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사이 창을 던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도 왜 이렇게 조용한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증폭된다.’
언제든 창을 던질 수 있도록 투창 자세를 취한 상태였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간을 줘서는 위험하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저 창은 유일하게 유원이 자신의 몸에 치명상을 남길 수 있는 일격이라는 걸.
쾅-!
헤라클레스가 있는 힘껏 자리를 박차고 날아들었다.
순간, 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시간이 반쪽이 되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원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아직 시동이 반밖에 되지 않았다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했다.
치지지-.
그간 증폭되어 가던 마력이 순식간에 증폭되고.
투확-!
결국 유원의 손에서 창이 쏘아졌다.
카가가각-.
헤라클레스가 급히 땅을 밟아 날아가던 몸을 멈추고 곤봉을 양 손으로 움켜잡았다.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창끝이 두 눈에 비춰졌다. 그것을 향해 있는 힘껏 곤봉을 휘두를 자세를 취한다.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거인화의 힘이 두 팔에 깃들었다. 근육이 폭발할 듯 요동쳤다.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저 창은, 막아 내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부우우웅-.
이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들어진 곤봉이 있는 힘껏 휘둘러졌다.
그리고 이내.
쩌어어엉-!
날아온 창과 곤봉이 부딪치며, 격동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덜, 덜덜-.
창은 바로 날아가지 않았다.
창은, 자신도 마찬가지로 힘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는 듯 억세게 버텨 냈다.
하지만.
떠엉-!
한참 동안의 씨름 만에 결국, 헤라클레스는 니르를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내고.
화악-!
이내, 헤라클레스의 거구가 순식간에 유원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끝났다.”
부우웅-.
헤라클레스의 곤봉은 유원에게 닿지 못했다.
“삼십 분.”
콰아앙-!
옆을 비켜 지나친 곤봉.
곤봉은 휘둘렀다기보다는 아래로 떨어진 느낌에 더 가까웠다.
유원은 곤봉을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안에는 플레이어 키트가 쥐어져 있었다.
[12 : 00 : 17]내기한 30분을 넘어, 17초가 더 흘렀다.
거의 시간이 다 됐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다 잡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시간이 다 흘러 버렸다.
“내가-.”
가슴을 쓸어 넘기며 유원이 말을 뱉었다.
“이겼다.”
* * *
지이익-.
헤라클레스는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붕대를 찢어 몸에 둘렀다.
붕대에는 약을 발라 상처를 지혈했다. 쿠사나기에 당한 상처는 회복을 지연시켜, 꽤 오랫동안 상처를 선명히 남겼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유원은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한 상태였다.
덕분에 둘 다 서로 마주보고 앉은 채 몸을 회복하고 있었고.
‘치명적인 상처는 하나도 없다.’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상처를 살폈다.
‘땀을 흘린 것도 아마 독 때문일 테고…….’
쿠사나기를 쓰는 스사노오에게도 저 정도 얕은 상처를 입는 게 전부라니.
정말 무식하게 단단한 몸이었다.
벼락에 의한 상처도 그리 크지 않았다.
조금 피부가 그을렸을 뿐, 상처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시간까지 다 맞춘 거냐.”
붕대를 마저 두른 헤라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예상보다 빨랐다. 그것도 꽤 많이.”
다시 생각해도 오싹한 느낌이 들어,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십 분 정도는 더 끌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사십 분.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 내면 그 정도는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천마령과 거인화를 사용하고, 스사노오와 포지션을 나눠 함께 싸우면.
히드라의 독에 중독된 헤라클레스를 상대로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제 아무리 이그드라실의 곤봉을 얻었다고 해도 헤라클레스가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독에 당하지 않았다면, 십 분은 버틸 수 있었을지.’
어쩌면 이 싸움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자신도, 스사노오도 아닌 히드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마타노 오로치와 버금가는 괴물.
그런 녀석과 막 싸움을 끝내고 왔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상처의 지혈은 금방이었다.
헤라클레스는 태연히 손을 내밀었다.
“뿔은?”
“인벤토리에 잘 있다.”
“줘라.”
유원은 그 요구에 순순히 뿔을 꺼내 헤라클레스에게 건넸다.
앞에서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뿔을 손에 쥔 헤라클레스는 그것을 자신의 인벤토리로 도로 넣었다.
“꼼짝없이 낚였군.”
“다음은 에리만토스 산인가?”
“12가지 과업을 꽤 잘 알고 있나 본데. 순서까지 외운 걸 보면.”
“공부 좀 했지.”
“동행은 허락해도 과업에는 손대지 마라.”
유원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동행.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절대 과업에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게 조건이다.”
“알았다.”
유원도 여기서 더 고집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
내기에서 진 이상, 헤라클레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선은 존재했다.
만약 내기의 조건이 ‘동행’이 아닌, ‘과업을 함께 수행하자’는 것이었다면 헤라클레스는 애초에 내기를 수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키지 않을 약속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다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있었다.
“헤라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무리 나라고 뇌까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는 건 아니다.”
맞는 말이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있는 건 헤라클레스보다는 손오공 쪽에 더 가까웠다.
겉보기와는 달리 헤라클레스는 제법 속도 깊고, 머리 회전도 빨랐다. 다만 우직한 정의감에 가끔 시야가 좁아지는 게 문제일 뿐이었다.
“아마 지금도 뭔가 수를 쓰고 있겠지.”
“그런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헤라클레스는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그녀의 목을 먼저 비틀어 버릴 테니까.”
평소의 그답지 않게 폭력적이고 섬뜩한 말이었다.
그만큼 이 내기에 헤라클레스는 많은 각오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당연히 헤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헤라클레스와의 내기였다. 만약 지키지 않는다면, 그녀는 헤라클레스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코 벌어져선 안 될 일.
하지만 유원은 어째서인지 이 과업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과업이 멀쩡히 돌아갈 것 같나?”
“무슨 소리냐?”
“왜 저쪽에서만 수를 쓸 거라 생각하지?”
다른 누구도 아닌 헤라클레스였다.
그는 누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의미로 불사(不死)의 힘을 지닌 손오공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 어떤 칼도, 스킬도 통하지 않는 절대적인 육체.
그는 히드라의 독에 중독된 채 탑 최고의 검사, 스사노오의 검을 맨 몸뚱이로 받아냈다.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원은 헤라가 있는 쪽이 아닌, 헤라클레스가 있는 쪽을 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하르간으로부터의 부탁 때문이었다.
헤라클레스를 찾아, 그의 안전을 확보해 달라는.
하지만 단지 그 부탁 때문만으로 유원이 헤라클레스를 찾아온 건 아니었다.
‘만약 올림포스와 헤라클레스,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길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후자다.’
올림포스에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올림포스가 얼마나 거대한 길드이건, 헤라클레스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원으로서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를 제외한 올림포스의 모든 랭커들을 합친 것보다도 헤라클레스 한 명의 가치가 훨씬 높았으니까.
이제부터 자신의 역할은 만약, 과업에 변수가 생긴다면 그 변수를 처리하는 것과.
‘저쪽에 별 일이 없기를 기도하는 건가.’
올림포스의 안전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유원은 잠시 속으로 생각했다.
부디.
지금의 이 일이, 헤라의 욕심에서 비롯된 사소한 해프닝이 되기를.
* * *
올림포스의 왕성에는 빼곡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천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 백 명에 달하는 랭커들.
수많은 자들이 한데 모여,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의논했다.
바로 올림포스의 핵심이 되는 하이랭커, 헤라에 관한 이야기였다.
“헤라께서 끝끝내 물러나시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강경히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올림포스의 적통은 역시 누가 뭐래도 하데스 님이십니다.”
“지옥의 군대를 일으키시지요.”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저희 디오니소스 제단에서…….”
온갖 아부와 달콤한 말들로 치장된 말들뿐.
수천 년 역사의 올림포스에서 왕이 바뀐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왕이 바뀌면 권력의 구도는 완전히 뒤바뀐다. 특히나 하데스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던 랭커가 왕이 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그의 눈에 들어야만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는 헤라와의 갈등이 그 기회라 여기고 있었다.
‘의미 없는 시간이군.’
하나보단 여럿이 낫다고, 그래도 하데스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었다.
이 정도 숫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면 무엇이든 기가 막힌 생각이 하나쯤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부에 바쁠 뿐, 제대로 된 생각을 내놓는 녀석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해산해라.”
“그래서 저희 데메테르 제단에서는…… 예?”
“알았으니까 다들 해산하라고 했다.”
덤덤한 목소리로 떨어진 축객령.
머뭇거리던 대전 안의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자리를 벗어났다.
하데스는 자리에 혼자 앉아 옥좌 깊숙이 엉덩이를 파묻고 고개를 천장을 향해 들었다.
지치는 기분이었다.
‘역시 이 자리는 내게 안 맞는 건가.’
포세이돈과 제우스는 100층으로 향했다.
천장을 뚫고, 더 위로 향하기 위해서.
하지만 하데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때쯤 헤라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하데스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올림포스를 비울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자신은 이런 자리와 맞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이렇게 많은 사람과 부대끼는 게 맞지 않았다.
이런 복작하고 어려운 게 싫어 사람 그림자도 찾기 어려운 지옥에 틀어박혔다. 지옥의 괴물들을 찾아 벗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그들의 왕이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삼신 중 둘이 사라졌고, 하데스는 올림포스의 왕으로 등극했다.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
“차라리 넘겨 버릴까.”
헤라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던 때였다.
“그러시지요.”
저벅-.
하데스는 고개를 바로 해 정면을 보았다.
문을 시작으로 옥좌가 있는 곳까지 길게 깔린 카펫.
그 중앙으로 로브인 한 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대전에 있던 랭커들이 나가는 건 모두 확인했다. 게다가 바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온 로브인을 향해, 하데스가 입을 열었다.
“넌 뭐지?”
“처음 소개드립니다.”
하데스의 물음에 로브인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헤라의 명으로 왔습니다. 어리석은 혼돈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