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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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백 개의 머리를 지닌 용으로, 용족의 우두머리 격에 달하는 괴물이었다.
우라노스에게 저주 받아 평생 황금사과의 옆을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그는 헤라클레스조차 버거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이 열두 과업의 최종 보스로 존재했어야 할 라돈이 죽어 있었다.
“저게 라돈인가?”
생각을 정리한 듯, 헤라클레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 역시 황금사과나무를 지키는 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다.
아니.
라돈에 대한 이야기는 올림포스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전설이었다.
당연하게도 헤라클레스 역시 라돈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 것 같다.”
“누가 이미 다녀간 모양이군.”
히든 던전은 말 그대로 숨겨져 있기에 ‘히든’이라 불린다.
더구나 평범한 숲이 아닌, 헤스페리데스가 라돈과 함께 황금사과나무를 지키고 있는 던전이었다.
그런데 그 황금사과가 사라졌다.
“이렇게 끝인가…….”
“끝은 아닐 거다.”
유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쿵-.
정원의 땅이 울리며, 보이지 않는 수풀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냥 과업을 방해만 하는 걸로 끝날 리 없지.”
“뭔가 더 있군.”
“여길 이렇게 만든 녀석이 말이지.”
황금사과를 훔치고, 라돈을 죽인 녀석이었다.
아마 보통 녀석을 아닐 터.
당장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헤라클레스는 녀석의 정체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거인화’가 적을 발견합니다.] [이름이 잊힌 거인이 거인화에 이빨을 드러냅니다.]굳이 화안금정을 써서 녀석을 보려고 할 필요도 없었다.
이 메시지만으로도 유원은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을, 그리고 라돈을 이렇게 만든 녀석의 정체를 알 수 있었으니까.
‘그 녀석인가.’
녀석이 이 주위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가능하면 녀석은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는데.’
쿵-.
육중한 발소리.
마력을 가득 실은 발짓에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이번 땅울림의 주인은 헤라클레스였다.
“굳이 찾으러 갈 필요까지도 없겠군.”
화아아아-.
헤라클레스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졌다.
거인화의 힘을 마음껏 뽐내며, 헤라클레스는 저 수풀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거인을 도발했다.
“녀석의 목표가 누굴지 뻔하니까 말이야.”
“……아, 이거 좀 그런데.”
파지지지-!
유원은 곧장 창을 준비했다.
반지에서 검은 전격이 뿜어져 손안에 휘감겼다. 전격은 막대한 마력을 잡아먹고 창의 형태로 변화했다.
쿵, 쿵, 쿵-.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이윽고.
우지끈-!
울창한 나무들을 무너뜨리며,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 거인.
그 거인을 향해 유원은 망설임 없이 창을 집어던졌다.
번쩍-!
투화악-!
막대한 마력을 잡아먹은 벼락이 거인의 몸에 적중되었다. 보통의 거인이라면 그대로 몸이 관통되어,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을 위력이었다.
하지만.
지이익-.
수풀을 무너뜨리며 나타난 거인은 조금, 뒤로 밀려나는 정도에서 그쳤다.
양 팔을 교차해 창을 막아 낸 거인의 모습에 헤라클레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저 벼락의 위력이라면 헤라클레스 역시 몇 번이나 맞아 보아서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흐음-.”
과연.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녀석이었다. 유원과 헤라클레스는 교차한 양팔을 풀며 얼굴을 드러낸 거인을 살펴보았다.
4미터 남짓한, 거인족치고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덩치.
어두운 계열의 갈색 머리에 초점 없이 텅 빈 눈동자.
그리고 입가에 묻어 있는 황금빛깔의 과즙.
‘하늘을 떠받친 거인.’
직접 눈으로 보니 확실히 알겠다.
‘아틀라스.’
녀석의 형벌이 시작된 건, 기간토마키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였다.
거인족과 올림포스의 싸움이 시작되기 이전.
제우스는 인간과 거인의 피가 반반씩 섞인 아틀라스가 끝내 거인들의 편에 서자, 그를 정원의 주위에 가두어 평생토록 한 가지 벌을 받도록 만들었다.
수억 톤에 달하는 거대한 산을 짊어지고, 그것을 놓치는 순간 그의 동족들이 산에 깔려 모두 죽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물론, 그 산을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 그 자신까지도.
크르르르-.
아틀라스가 이빨을 드러내며 울음을 흘렸다.
이성이 반쯤 날아간 듯한 모습.
벼락을 얻어맞은 게 어지간히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쿵-.
녀석이 걸음을 한 걸음 옮기자, 헤라클레스가 마찬가지로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원은 과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헤라클레스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알지? 이건 정상적인 과업이 아니다.”
잠시 멈춰 선 헤라클레스.
“아직도 혼자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라돈이 죽었다.
무슨 까닭인지 이곳에 있어선 안 될 거인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황금사과의 행방은 당장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올림포스에 전설로 내려 오던 과업은 이미 비틀어져 있었다.
이건, 헤라클레스를 잡기 위한 덫이었다.
“저 녀석은 나와 동류다.”
쿵, 쿵, 쿵, 쿵-.
성큼성큼 걸어오는 아틀라스.
“그러니까 저놈은 내 상대다.”
헤라클레스는 이 탑에서 제일가는 괴력가였다.
하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아틀라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쾅-!
헤라클레스와 아틀라스.
둘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구우웅-!
두 거인의 충돌에 지축이 흔들렸다.
마력이 아닌, 순수한 힘의 충돌.
그 충돌로 발생한 힘이 땅을 뒤집고 돌풍을 만들어 냈다.
궁, 구웅-!
쩌어억-!
헤라클레스의 곤봉이 아틀라스의 복부를 후려치고, 아틀라스의 발이 헤라클레스를 걷어찼다.
둘은 방어를 모르는 것처럼 서로를 향해 주먹과 곤봉을 휘둘렀다.
말 그대로 개싸움이었다.
‘이그드라실의 곤봉을 쥔 헤라클레스와 맞먹는 육체 능력. 게다가 거인화의 천적을 이겨 내고 있다.’
단순한 육체 능력만 놓고 보면 이 탑에서 헤라클레스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몇 없었다.
아마도 랭킹 5위권 안쪽의 몇몇 정도.
그 이하에서는 찾아보기는커녕, 상대가 되는 자도 없을 것이다.
그 대단한 오딘조차, 육체 능력만으로는 헤라클레스에게 스스로 부족하다 인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체 어떻게 저 녀석이 여기에 있는…….’
“과업을 시작하기 전,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들었다. 세계의 끝으로 가라더군.”
프로메테우스.
그 이름이 떠오른 순간, 유원은 그와 아틀라스의 관계가 생각났다.
‘인간과 거인의 혼혈. 형제.’
아틀라스의 형제인 프로메테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황금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어쩌면 꼬이기 시작한 건 거기에서부터였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 하는 건데.
‘다른 거인들이 돕는 게 아니고서야…….’
거기까지 생각한 유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그림이 떠올랐다.
2차 기간토마키아.
제우스에 의해 형벌을 받은 아틀라스를 구해 줄 동족.
‘끝난 게 아니었나.’
너무 허술하게 생각했다.
기간토마키아를 일으킨 건 제우스.
하지만 그 전쟁에서 가장 앞장선 건 헤라클레스였다.
제우스를 끌어내리면, 올림포스가 전쟁을 멈추면 모든 게 끝날 거라 생각했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쪽에서 멈춘다고 해도 저쪽은 멈추지 않았다.’
한쪽이 멈추면 충돌이 늦춰질 뿐, 결국 충돌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제우스가 끌려 내려왔지만 거인족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거인족 내에서도 아마 헤라와 하데스처럼 전쟁을 멈추자는 쪽과 끝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환장하겠군.”
유원은 아틀라스의 존재로 인해 이 싸움의 끝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를 알아차렸다.
거인족.
그리고 잠시 멈췄던, 기간토마키아의 재발.
그게 바로 어리석은 혼돈이 헤라를 움직임으로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그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쾅-!
치이익-.
아틀라스에게 얻어맞은 헤라클레스가 유원의 앞으로 날아와 급히 바닥을 손으로 짚고 균형을 잡았다.
어딘가 밀리는 듯한 형세.
자세를 잡은 헤라클레스는 곧장 아틀라스에게 달려들고자 했다.
“헤라클레스.”
유원의 부름에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돌렸다.
싸우는 도중인지라 말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같이 싸워야겠다.”
“아직은…….”
“기간토마키아다.”
헤라클레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기간토마키아.
그것은 헤라클레스에게 있어서 역린으로 남아 있는 단어였다.
“이건 올림포스의 내전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야. 잘못하면…….”
콰직-!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의 발에 짓밟혔다.
“멈췄던 기간토마키아가 다시 시작될 거다.”
꾸득, 꾸득-.
헤라클레스의 양팔이 부풀어 올랐다.
아틀라스의 거대한 발을 양손으로 떠받친 채, 헤라클레스가 대화를 이어 갔다.
“그 말, 진짜냐?”
“그래.”
“……젠장.”
뿌득-.
이가 갈리고, 눈빛이 돌변했다.
“헤라, 이 새끼가…….”
꾸득, 꾸득-.
발을 떠받친 팔에 힘이 들어갔다.
헤라클레스의 전신에 퍼지던 마력이 폭발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콱-.
두 손으로 아틀라스의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린다.
균형을 잃은 아틀라스.
손아귀 힘으로 아틀라스의 발바닥 가죽을 움켜잡은 채, 헤라클레스가 있는 힘껏 아틀라스를 내던졌다.
부우우웅-.
콰득, 콰드드드-.
쾅-!
날아간 아틀라스의 거대한 몸뚱이가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유원은 잠시 혀를 내둘렀다.
‘삼십 분, 못 버텼을지도 모르겠군.’
만약 헤라클레스가 처음부터 이런 기세로 자신과의 싸움에 임했다면 어땠을까.
삼십 분?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거인화.
모든 거인들의 천적이 되는 힘.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그 힘을 부끄럽게 여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콱-.
더 이상, 이것저것 물불 가리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유원은 인벤토리 속에서 창을 집어 들었다.
니르.
유원이 지닌, 최강의 한 방.
아틀라스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공격은 현재로썬 이것밖에 없었다.
“막을 방법은? 있는 거겠지?”
“이제 알았으니까.”
“있다는 거군.”
“일단은.”
그리 믿음직스러운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안도할 수 있었다.
일단은, 이라고는 했지만 어쨌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원이 해내지 못한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먼저…….”
와삭-.
“저 녀석부터…….”
유원과 헤라클레스의 시선이 아틀라스에게로 향했다.
과일을 씹는 소리.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와삭, 와삭-.
쿵-.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과일을 씹으며 아틀라스가 자욱이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눈을 빛냈다.
헤라클레스에게 내던져졌음에도 다치기는커녕, 전보다 더 막대한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
‘역시 저 녀석이 먹은 거였군.’
어딘가 익숙한 기운이었다.
유원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랏빛으로 변한 하늘.
이 하늘이 나타나는 경우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우터가 힘을 사용할 때뿐.
그렇다는 건 지금.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 하늘에서 부르기로는-.’
아틀라스가 먹고 있는 과일이, 이 탑의 바깥에서 온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에덴의 선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