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4
* * *
아틀라스가 주춤거렸다.
눈앞에 나타난 수천 개의 이빨들.
그것들이 자신과 황금사과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내…… 놔…….”
어눌한 중얼거림이었다.
황금사과가 허공에 떴다가 다시 유원의 손안으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아틀라스의 눈동자가 그것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거대한 이빨들을 향해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쿵-.
아틀라스가 뒷걸음질을 쳤다.
눈앞에 있는 포식자의 공포감에 선뜻 다가갈 수 없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대로 먹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콱-.
조심스레 뒷걸음질을 치던 아틀라스의 발뒤꿈치에 무언가 단단한 게 박혀들었다.
콰득, 콰드득-.
발목을 씹는 이빨들.
아틀라스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깨달은 건 바로 그때였다.
이미 주위는 온통 포식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아틀라스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위로 뛰어오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한 번 발을 물은 포식자는 아틀라스를 놓아 주지 않았으니까.
빠져나가려거든, 발목을 잘라 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아틀라스가 어떻게든 함정으로부터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던 때.
킁, 킁-.
아틀라스의 코끝을 익숙한 냄새가 자극했다.
그 무엇보다 달콤하고, 유혹적인 냄새.
황금사과에서 느껴지던 것과 비슷한 종류였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황금사과보다도 훨씬 자극적이고 강렬한 향이라는 점이었다.
꿀꺽-.
목숨이 오가는 이 상황에서도 아틀라스는 군침을 삼켰다.
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에서 향기가 나듯, 냄새는 사방에서 진하게 풍겨져왔다.
그제야 아틀라스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토록 군침을 삼키던 힘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렇게 잠시 후.
화아악-!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감싸고 있던 포식자의 이빨이, 그의 거대한 몸체를 뒤덮었다.
콰득-!
“잡았다.”
포식자의 이빨이 아틀라스를 잡아냈다.
“멧돼지.”
[‘단풍’이 신력을 소모합니다.] [‘포식자’가 포식을 시작합니다.]신력.
단풍이 지니고 있는 기운이자, 포식자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힘.
포식자는 늘 이 힘을 사용해 움직였다. 그것은 단풍이 부화하지 않고 알이던 때부터 똑같았다.
찌익, 찌이익-.
아틀라스가 순수 악력으로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포식자를 떼어 냈다.
대체 얼마나 힘이 센 건지.
포식자를 사용한 유원이 다 진땀이 빠질 지경이었다.
‘억세다.’
포식자는 단지 단풍의 신력만을 먹고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유원의 마력을 함께 잡아먹고, 아틀라스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물론, 아틀라스는 그간 포식했던 아우터들과 달랐다.
그는 지금과 같은 힘을 얻기 위해 라돈을 죽이고, 열매 맺혀 있던 황금사과를 따 먹은 존재.
말하자면 그 전부터 아틀라스는 거인족 중에서도 손꼽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그 힘을 얻은 이상…….’
콰득, 콰드득-.
아틀라스의 몸에 질기게 달라붙는 포식자들.
“넌, 내 먹잇감이다.”
콰드드득-.
“카아아아-!”
비명과 함께 아틀라스가 머리까지 포식자에게 덮어졌다.
이제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그렇게 포식자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꾸득, 꾸드득-.
흡사 야마타노 오로치를 먹어치울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천천히 음미하듯.
포식자의 식사가 이어질수록, 아틀라스의 저항도 점점 줄어들었다.
“바아아-.”
이만한 크기의 포식자를 불러내느라 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일까.
기세등등하던 단풍이 탈진한 듯 유원의 어깨 위에 축 늘어졌다.
“고생했다.”
유원은 어깨에 반쯤 드러누운 단풍을 톡톡 두드렸다.
“이제 배불리 먹어라.”
[‘단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풍’의…….] [‘단풍’의 신력이 4 상승하였습니다.] [성장률이 18.98% 상승하였습니다.] [마력이 3 상승하였습니다.] [‘타락한 식욕’을 처치하였습니다.] [30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콰득, 콰드득-.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아니.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건 대체…….’
아틀라스를 흉포한 느낌의 이빨이 집어삼켰다. 옴짝달싹 하지 못한 아틀라스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내주었고, 지금 눈앞에서 산 채로 먹히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새까만 천 따위에 감싸여진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녀석이 단숨에 제압당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휙-.
얼떨결에 눈앞으로 날아온 황금사과를 받아 든 건 그때였다.
턱-.
웬만한 성인 남성 머리만 한 크기의 황금사과였지만, 헤라클레스의 손안에는 딱 들어왔다.
헤라클레스는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유원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가지고 있어라.”
“저게 대체 뭐지?”
“대답하기 어려우니까 지금은 그냥 넘어가.”
유원도 포식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단지 그것이 미치도록 아틀라스가 지닌 힘을 원했고, 자신은 그 바람을 들어 주었을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대답은 헤라클레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네가 한 건데도 모른다고?”
“내가 한 게 아니니까 모르는 거다.”
“뭐?”
“이 녀석이 한 거야.”
유원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어깨 위를 가리켰다.
탈진한 듯, 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져 있는 단풍.
헤라클레스는 몸을 숙여 그런 단풍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한 거라고?”
“빠-.”
그렇다는 듯, 애써 씩씩하게 대답해 봤지만 글쎄.
잔뜩 힘에 부친 듯한 모습이었다.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이 작아빠진 녀석이 저 아틀라스를 제압한 거라니.
다시 몸을 세운 헤라클레스가 의심의 눈초리를 한 채 물었다.
“진짜냐?”
“말하기 싫으면 아예 입을 다물지, 거짓말은 안 한다. 적어도 너한테는 말이지.”
이 말은 진심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헤라클레스였다. 유원은 그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거나 비밀로 해 달라 한 것들을 어딘가 떠벌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계태엽처럼 아예 입을 열지 않는 경우가 있을지언정, 그를 믿지 못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할 일은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야…….”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확실히 유원은 말 못할 일에는 입을 다무는 편이었지, 모르면 모른다 확실히 선을 긋지는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모를까 적어도 자신의 앞에서만큼은 그랬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역시 유원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에는 굳이 캐묻지 않는 편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유원이 모른다고 말한 일을 캐묻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원은, 앞으로도 헤라클레스가 묻는 말에 거짓을 대답하지 않을 것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변함이 없었다.
콰드득-.
선명한 소리에 헤라클레스의 시선이 아틀라스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녀석이 삼켜져 있는 시커먼 덩어리 속에서는 이빨에 온몸이 꿰뚫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마 포식자에게 온몸이 먹혀지고 있는 것이리라.
“이미 다 끝난 건가?”
“아니.”
츠츠츠-.
아틀라스를 감쌌던 포식자가 서서히 걷혔다.
“마무리가 남았지, 아직.”
포식자의 입속에서 빠져나온 아틀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뭇거뭇 죽은 피부와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근육.
비틀거리는 아틀라스의 모습에 헤라클레스는 또다시 한 번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분명 정체 모를 이빨에게 집어삼켜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딘가에 갇혀 수 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것처럼 변한 아틀라스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 그와 주먹을 나눴던 헤라클레스에게 큰 충격이었다.
“큰 힘에는 그만큼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지.”
“부작용?”
“그거 말이다.”
유원은 고개를 까닥거려 헤라클레스의 손에 쥐어진 황금사과를 가리켰다.
웅, 웅-.
지금 이 순간에도 이그드라실의 곤봉은 헤라클레스에게 황금사과를 조심하라 말하고 있었다.
물론 이 황금사과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줄이야.
“그럼 저게, 황금사과의 부작용이라는 거냐?”
“정확히는 그 힘을 빼앗긴 부작용이지만.”
“빼앗기다니? 누구에게?”
“누구겠어.”
“설마…….”
헤라클레스가 유원의 어깨 위에 축 늘어져 있는 단풍을 바라보았다.
그새 잠에 들었는지 미약하게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모르고 잠든 이 작은 녀석이, 저 거대한 아틀라스의 힘을 빼앗았다는 걸까.
“믿고 싶지 않군.”
“믿기지 않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뭔지, 너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헤라클레스의 말에 유원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위험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꽤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였다.
위험하다.
지금은 어깨에 올라가 잠에 빠질 만큼 작은 녀석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은?
어떻게 될지 유원은 물론,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뭐,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유원은 단풍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못 이기거든.”
“못 이겨……?”
그게 무슨 소리냐 물었지만 유원은 대답이 없었다.
못 이긴다니.
아틀라스와의 싸움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아틀라스와의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유원이 말하는 건 아틀라스가 아닌, 훨씬 높은 무언가였다.
‘말해 줄 것 같진 않군.’
방금 전에 유원이 말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입을 다물지언정,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고.
지금의 경우가 바로 그 전자였다.
저벅-.
유원을 더 추궁하지 않고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아틀라스가 헤라클레스의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돼서 유감이다.”
꽈악-.
손에 힘을 준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를 향해 있는 힘껏 곤봉을 후려쳤다.
콰앙-!
쿠드드드드-.
동시에 땅바닥이 갈라졌다. 머리를 얻어맞는 순간, 아틀라스의 몸이 위로 붕 떠올라 허공에서 몇 바퀴 회전했다.
쿵-!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진 아틀라스.
헤라클레스는 그런 아틀라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약해져 있던 아틀라스의 몸뚱이는 헤라클레스의 곤봉을 견뎌 내지 못했다.
남아 있는 싸움의 마무리는 정말 순식간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곤봉을 다시 어깨에 걸쳐 올리며 손안에 들어온 황금사과를 바라보았다.
‘이걸로 열한 번째까지 끝…….’
열한 번째 과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만약, 유원이 함께 동행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아틀라스를 이길 수 있었을까?
순간, 자신의 팔뚝을 물어뜯은 채 비웃음을 짓던 아틀라스의 표정이 떠올랐다.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아직 한참 멀었군.’
부족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산속에 틀어박혀 나무나 하며 허비한 시간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었다.
제우스도 아니고, 고작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거인에게 이런 꼴을 당하고 말이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바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휙-.
헤라클레스가 몸을 돌렸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과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