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7
크르르르, 크르-.
케로베로스들은 여전히 유원과 헤라클레스를 경계했다.
몸에는 여전히 헤라클레스에게 얻어맞던 때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으면서도,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저벅-.
유원이 그런 케로베로스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해치러 온 게 아니야. 비켜라.”
컹, 컹컹-!
케로베로스들이 결국 이빨을 드러냈다.
수많은 케로베로스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거인화를 사용해 위협해도 비킬 것 같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꾸득, 우드드-.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당장 이 녀석들을 눈앞에서 치워 버리려면 무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원은 거인화를 사용해 케로베로스들을 향해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
그 순간.
끼잉, 낑-.
케로베로스들이 꼬리를 내렸다.
“……?”
바짝 엎드리는 케로베로스들.
몇몇 케로베로스들은 좌우로 갈라지며 질서 있게 길을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명령이라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들어…… 거라.
저 멀리, 더 깊은 지하에서 들려온 힘겨운 목소리.
눈앞으로 생겨난 길을 따라 유원과 헤라클레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그리고 그 계단의 끝.
새까맣고 거대한 문 하나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끼이이-.
헤라클레스는 주저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 안으로.
-왔느냐.
아까보다 훨씬 선명해진 목소리였다. 또한, 잊을 수 없을 만큼 걸걸하고 익숙한 목소리였다.
온통 새까만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
그 넓은 방에 있는 거라고는 단 하나뿐이었다.
“큰…… 아버지?”
품이 큰 의자 위.
살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앙상한 해골 하나가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
도무지 살아 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
하지만 그는 분명 죽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라 유감이구나.
죽은 자들의 아버지이자, 이 지옥의 왕이나 다름없던 그가 이런 꼴로 앉아 있다니.
가까이 다가간 헤라클레스가 물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보는 대로다. 죽은 거지.
“죽다니…….”
획, 고개를 돌린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는 표정이었다.
분명 살아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유원은 헤라클레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대신 유원은 넓은 의자에 앉아 있는 앙상한 해골을 바라보았다.
츠츠, 츠츠츠-.
죽은 자의 기운이 하데스의 해골에서 흘러나왔다.
분명 그는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뿐이었다.
“살아날 거다. 이번 한 번은.”
[‘죽은 자들의 왕’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자를 바라봅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죽음을 이긴 자를 경외합니다.]하데스는 죽음을 이겨 내고 있었다.
그는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니었다. 하데스는 죽음 이후, 부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츠츠, 츠-.
실제로 유원의 눈에는 미세하게나마 보였다.
원래는 저 뼈밖에 없는 육신도, 조금 붙어 있는 살점도.
아무것도 없던 몸뚱이가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게 말이다.
‘사자소생(死者蘇生).’
이 탑에 단 한 명.
죽음을 이겨 내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그게 바로 하데스였다.
사자소생은 전설에서만 내려져오던 스킬이었다. 누가 익혔는지도, 그런 스킬이 실존하는지도 불분명한 까닭이었다.
죽은 자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
그것은 어쩌면 과거로 돌아온 자신만큼이나 특이한 경우일지도 몰랐다.
‘변수가 있다면 상대가 어리석은 혼돈이라는 건데…….’
유원은 해골로 변해 있는 하데스를 보며 안도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발동됐군.’
사자소행의 발동은 단 한 번.
죽음을 이겨 낸다는 건 여러 번 반복할 만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 탑의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기적과 다름없는 일이었지.
-그 녀석 말대로다. 이번 한 번뿐이지만, 난 다시 살아나는 중이다.
하데스의 대답에 헤라클레스는 그제야 안도한 듯, 속에 답답하게 쌓여 있던 한숨을 내뱉었다.
“이걸로 어떻게든 됐나…….”
하데스가 살아 있는 게 확인된 이상 헤라를 막는 건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 올림포스의 왕이 된 하데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헤라를 몰아낼 명분인 셈.
이제는 정말, 하데스가 다시 부활하기만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겁니까?”
안도도 잠시.
올림포스 한복판에서 하데스가 암살되었다는, 그 믿을 수 없는 일에 헤라클레스가 살벌한 얼굴로 물었다.
-모른다.
“모른다니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이름도 처음 들었다.
올림포스 한복판에서 죽은 채 발견된 그였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전투가 그리 격렬하지 않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암살 외에 그런 방법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번, 하데스의 사인이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그런 헤라클레스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하데스가 말을 덧붙였다.
-난, 암살 따위를 당한 게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무슨 말입니까?”
“삼신 정도의 하이랭커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지.”
대답은 하데스가 아닌 유원의 입에서 나왔다.
“목격자들을 지우는 것.”
유원의 대답에 헤라클레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게 정말이냐는 듯, 헤라클레스가 하데스를 바라보았다.
해골이 된 나머지 표정 따위로 반응을 살필 수는 없었지만 하데스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직접 보면 알 거다.
츠츠츠-
까만 방 안에 새로운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환하게 변한 장내.
넓고 높은 대전. 붉은 카펫과 고급스러운 장식품들.
헤라클레스는 언젠가 한 번 와본 적이 있던 장소였다.
“올림포스…….”
올림포스의 왕.
온전한 모습의 하데스가 자리에 앉아 있고.
저벅-.
조금 떨어져 있는 유원의 앞으로 얼굴을 가린 로브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데스가 죽었던.
바로 그날의 기억이었다.
* * *
-차라리 넘겨 버릴까.
장면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유원과 헤라클레스는 그 짧은 중얼거림에서 하데스의 고민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였다.
-그러시지요.
어리석은 혼돈이 입을 열었다.
하데스가 어리석은 혼돈을 발견했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 나타났다. 그것도 기척도 없이 조용히.
하데스가 그를 경계했다.
-넌 뭐지?
-처음 소개드립니다. 헤라의 명으로 왔습니다. 어리석은 혼돈이라고 합니다.
어리석은 혼돈.
그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그 짧은 사이였다.
화아악-!
하데스의 손짓에 어리석은 혼돈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어둠이 그를 덮쳤다.
순식간에 마력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혼돈이 그 자리에서 소멸해 자취를 감추었다.
스윽-.
하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잡히는 감각이 없어서였다.
-보통내기는 아니구나.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화아악-!
어리석은 혼돈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로브로 몸을 가린 어리석은 혼돈이 손을 뻗어 왔다.
거대한 보랏빛의 물결이 대전 안을 가득 메웠다. 안개처럼 퍼진 연기가 구름처럼 몽글거리더니 해일이 되어 하데스를 덮쳐갔다.
츠아아아-!
하데스의 어둠과 어리석은 혼돈의 보랏빛 물결이 부딪쳤다.
그 마력의 충돌에 대전의 문이 벌컥 열렸다.
-하데스 님!
-무슨 일이 있으십…….
털썩-.
쿵-.
대전에 들어온 올림포스의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픽픽 쓰러졌다. 몇몇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다른 플레이어들의 개입을 막은 어리석은 혼돈의 뒤로.
-실력은 인정하나…….
스윽-.
날카로운 낫 하나가 드리웠다.
-한눈을 판 건 실수했구나.
쩌엉-!
하데스의 낫과 어리석은 혼돈의 손이 충돌했다.
손아귀로 낫을 막아 낸 어리석은 혼돈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그 충돌로 인해 대전의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올림포스의 거대한 왕성이 뒤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쩍, 쩌저저-.
어리석은 혼돈이 붙잡은 하데스의 낫에 쩍쩍 금이 생겨났다.
-……!
-포인트가 아깝긴 하지만…….
쩡-!
하데스의 낫이 부서지고.
-당신의 죽음은 그 이상의 가치를 할 겁니다.
푸하악-!
어리석은 혼돈의 다른 한 손이 하데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뚝, 뚝-.
심장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가슴을 꿰뚫은 팔을 뽑자, 하데스의 몸이 앞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털썩-.
어리석은 혼돈은 바닥에 쓰러져 손가락을 간신히 까닥거리는 하데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대전 안으로 들어온 올림포스의 랭커와 플레이어들을 돌아보았다.
-이곳에서의 기억을 지워라. 흔적도 없이.
그 말과 함께.
후우욱-.
대전에 가득 번져 있던 보랏빛의 안개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안개는 올림포스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동시에 어리석은 혼돈이 허공에 대고 손을 저었다.
피가 묻은 바닥.
그리고 갈라진 바닥과 벽면.
쩌쩍, 쩍, 쩌어-.
갈라진 바닥이 붙으며 전투의 흔적들이 사라져 갔다.
-당신의 죽음으로…….
콱-.
어리석은 혼돈의 발이 하데스의 목을 밟았다.
-이제, 올림포스는 사라질 겁니다.
우득-.
화아아아-.
하데스의 목이 부러지는 것으로 장면은 끝이 났다.
다시 돌아온 풍경 속에서 뼈만 남아 있는 하데스의 모습이 보였다.
싸움에서 패한 그는, 어리석은 혼돈의 예상과는 달리 죽지 않았다.
-방심했다…… 라고 변명해 봤지만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다시 싸운다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거다.
하데스는 어리석은 혼돈과의 싸움을 복기했다.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이 넓은 의자 위에서, 그는 어리석은 혼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는 대체 무엇이고, 그가 사용한 힘은 무엇일까.
포인트가 아깝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계속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시 싸운다 해도 결과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원의 눈은, 어리석은 혼돈을 보고도 그리 흔들리지 않아 보였다.
-넌 보아하니, 내가 살아 있을 걸 알고 찾아온 모양이구나.
하데스는 유원을 잘 알았다.
그가 단순한 우연으로 이곳에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안부가 걱정되어 온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필요한 상황인 거냐?
“필요합니다.”
대답은 바로 나왔다.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돌아보았다. 하데스가 없으면 안 될 만큼 위험한 상황인 걸까.
잠깐의 정적.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나중?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마치, 그때가 되면 모든 일이 다 정리되어 있을 것이라는 듯.
유원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회복하시고, 모든 싸움이 끝난 후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그 말은 혹시…….
“네.”
헤라클레스와 함께 과업을 진행하는 동안.
하데스가 죽고, 과업은 엉망이 되었다. 올림포스는 헤라와의 기 싸움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많이 맞았습니다.”
열두 번째 과업.
올림포스의 의뢰를 받았을 때, 유원은 이 시점을 분기점으로 생각했다.
여기까지만 오면.
“이제, 반격을 시작할 겁니다.”
이미 반은 이긴 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