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51
* * *
척, 척-.
유원과 어리석은 혼돈이 도시를 벗어났다.
한참을 뛰고 날아서 도착한 장소는 도시가 점처럼 보일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산맥 위였다.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찾은 거지?”
걸음이 느려지고, 앞장서 뛰어가던 어리석은 혼돈이 다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화안금정의 힘인가?”
세상 모든 걸 알고 있다 자부했을 것이다.
화안금정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리석은 혼돈은 꽤 오래전부터 손오공을 주시해 왔다. 그가 가진 불사의 힘, 여의봉, 근두운, 그리고 화안금정까지.
그 모두, 아우터에게조차 위협적인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파악한 그 어디에서도 화안금정에 이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세상 모든 걸 꿰뚫어 본다 해도, 아우터는 애초에 ‘세상’이라는 범주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었으니.
화안금정만으로 어리석은 혼돈을 추적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글쎄-.”
물론, 유원은 녀석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일까.”
느릿한 대답.
그 짧은 사이, 어리석은 혼돈의 로브가 펄럭였다.
스아앗-.
칙-.
입고 있던 로브의 끝자락이 잘려 나갔다. 붉은 선 하나가 방금 전까지 어리석은 혼돈이 있던 자리를 베어 내고, 그를 쫓아왔다.
로브 속의 시선이 검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스사노오.
그가 어리석은 혼돈을 쫓아가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랜만이다.
슷-.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던 스사노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귀신이라도 되듯, 허공에서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 스사노오가 다시금 어리석은 혼돈의 뒤에서 나타났다.
-보고 싶었다, 아주 많이.
쫘아아악-!
서걱-.
어리석은 혼돈의 뒤로 산맥의 귀퉁이가 갈렸다. 썰려 나간 산맥의 한쪽이 기울어져 매끄럽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쿵-!
땅을 울리는 진동.
자욱이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쿠사나기를 휘두른 스사노오는 다시 어리석은 혼돈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또다시.
스팟-.
스사노오는 집요하리만치 어리석은 혼돈을 쫓아 검을 휘둘렀다.
“그래. 우린 구면이었지요.”
슷, 사아악-.
거미줄 사이사이로 몸을 통과하듯, 어리석은 혼돈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쿠사나기를 피해 냈다.
화안금정이라도 있는 걸까.
닿지 않는 검에 스사노오의 칼끝에 짜증이 담겼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았지?
“당신만이 아닙니다.”
콱, 콱-.
쿠사나기를 휘두르던 스사노오의 멱살이 잡혔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쿠사나기를 휘두르던 스사노오가 당황해 잠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그 사이.
“이 탑에 있는 모두가-.”
부우웅-.
어리석은 혼돈이 있는 힘껏, 스사노오의 몸을 위로 들어 바닥에 내던졌다.
“제 손바닥 위에 있었지요.”
쾅-!
절벽을 향해 날아간 스사노오가 무너진 바위 아래에 깔렸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어디선가 한 줄기 검은 선이 날아왔다.
콰릉-!
파지지지지-!
앞으로 뻗은 손바닥이 벼락을 막아 냈다. 찌릿한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이어, 어리석은 혼돈의 시선이 저만치 떨어진 산봉우리 위로 향했다.
“……딱 한 놈만 빼고 말입니다.”
멀리서 또 다른 창을 쥐고 있는 유원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유원은 거슬렸다.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원보다 강한 랭커는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얼마 전에 싸운 하데스만 하더라도 유원과 비슷한 수준의 하이랭커였다.
더군다나 헤라클레스, 제우스, 손오공, 오딘. 이런 최상위권의 하이랭커들과 비교하자면 아직 어린애 수준.
그럼에도 어리석은 혼돈은 유원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읽을 수 없다.’
유원의 행동이나 생각을 읽을 수 없어서였다.
이번에도 그랬다.
결국 수 싸움에서 진 건 자신이었다. 헤라를 이용해 기간토마키아를 다시 일으켜 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올림포스라도 망가뜨리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헤라클레스가 헤라를 잡음으로써 실패로 돌아갔다.
“하긴.”
스사노오를 내던진 어리석은 혼돈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스으으-.
“어쩌면 잘된 걸지도 모르겠군.”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유원이 또다시 창을 던졌다.
콰릉-!
* * *
치지, 치지지-.
우라노스에서 뿜어진 전격이 손안에서 꿈틀거렸다.
겉으로 보이는 타격은 없었다. 유원은 아쉬운 마음에 주먹을 쥐락펴락 반복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제우스의 벼락 정도가 아니고서야 녀석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란 어려웠다.
우라노스를 몇 번을 써 봐도 아직까지 근본적인 마력의 차이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벼락을 만드는 속도에서도 숙련도가 아직 부족했다.
유원의 머릿속에 캐멀롯에 떨어졌던 거대한 벼락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큰 벼락을…….’
치지, 치지지-.
손안에서 만들어진 벼락이 길게 위로 솟아올랐다. 아까보다 훨씬 빨리, 더 크게 만든 창이었다.
그런데 그때.
사아아-.
바람이 멎고,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이 현상은 오랜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위를 봤지만 역시나.
스스스-.
하늘의 색이 보랏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시작했군.’
어리석은 혼돈이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대기 중에 흩어져 있던 마나의 흐름이 뒤틀리고, 전혀 다른 향의 기운이 흘렀다.
“바아-.”
기분 좋은 목소리.
단풍이 품 안에서 빠져나와 어깨에 폴짝 올라탔다. 유원은 그런 단풍을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단풍의 존재는 이 싸움의 핵심 중 하나였으니깐.
‘그 녀석도 늦지는 말아야 할 텐데.’
치지, 치지지-.
유원은 창을 만드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손안에서는 계속해서 벼락이 커져 갔다.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는 우두커니 서서 유원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스윽-.
어리석은 혼돈이 쓰고 있던 로브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 순간.
콰릉-!
유원의 손안에 쥐어져 있던 벼락이 날아갔다.
쾅-!
치이이이-.
벼락은 정확히 적중되었다.
순간, 유원의 손을 떠난 벼락은 어리석은 혼돈의 몸을 꿰뚫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치이이-.
유원의 주위로 보랏빛의 아지랑이가 흘러들어왔다.
[‘사대 정령의 옷’이 ?에 저항합니다.] [?를 알 수 없습니다.] [‘사대 정령의 옷’이 ?에 저항을 실패합니다.]사대 정령의 옷.
모든 종류의 속성에 저항할 수 있다는, 신비한 힘을 지닌 아이템.
하지만 이 보랏빛의 아지랑이는 그 어떤 종류의 속성도 아니었다.
유원은 급히 아지랑이를 밀어내기 위해 마력을 일으켰다.
츠츠츠-.
화르륵-.
[‘우라노스의 심장’이 ?에 저항합니다.] [‘바다의 가호’가 ?에 저항합니다.] [‘성화’가 ?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일부 성공합니다.]조금이지만 저항에 성공했다.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화륵-.
유원은 검을 뽑아 들어 성화를 둘렀다. 여러 종류의 스킬 중,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건 성화였다.
쫘아악-!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자, 주위를 감싸던 아지랑이가 베어졌다. 동시에 유원은 그 길로 몸을 날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 사이.
“부욱-.”
단풍은 배가 부른 듯, 흔들리는 유원의 어깨에 드러누운 채 부른 배를 두드리며 트름을 하고 있었다.
[성장률이 0.004% 상승하였습니다.]아주 미미한 정도지만 단풍의 성장률이 올랐다. 그새 유원이 가르고 나온 보랏빛의 아지랑이를 먹어치운 모양이었다.
“살맛 났네, 아주.”
제 주인은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자기 혼자서만 배를 채우다니.
이럴 때는 얄미워서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턱-.
유원은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이용해 하늘을 밟았다. 다른 산봉우리 하나 위로 착지한 유원은 어느새 완전히 보라색으로 변해 버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츠으으-.
하늘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어깨 위에서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리던 단풍이 벌떡 일어났다.
“바아-?”
녀석의 눈이 반짝였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눈동자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쩌억-.
갈라진 하늘 아래로, 보랏빛의 물결이 나타났다.
‘외신들인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이 탑 바깥의 존재들.
저 하늘에 갈라진 틈 사이로 넘어온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사이.
‘몇몇 대어도 섞여 있군.’
외신들 가운데에서도 이름이 붙은 녀석들이 제법 섞여 보였다.
“작정을 하긴 했군.”
싸움을 걸 때부터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이야.
유원의 랭킹은 하데스와 비슷한 정도였다. 아니, 엄밀히 따지고 보면 하데스보다는 조금 더 낮은 정도였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혼돈은 하데스 몇 명을 잡고도 남을 만한 전력을 이곳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만큼 포인트를 많이 낭비할 텐데 말이다.
‘그 정도로 날 의식하고 있다는 거겠지.’
싸움을 피하지 못할 거면, 이 자리에서 확실히 유원을 잡을 셈.
현명한 선택이었다.
조금 과한 투자라 할지라도 여기서 유원을 잡게 되면 앞으로의 계획에 변수가 없어질 테니 말이다.
“뭐, 덕분에…….”
유원이 힐끗, 단풍을 바라보았다.
“먹을 게 아주 많아졌지?”
“바, 바아-.”
단풍이 고개를 거세게 끄덕였다.
눈앞에 나타난 외신들의 물결은 아마 단풍이 보기에는 먹음직한 만찬이나 다름없을 터.
유원은 그 만찬을 가지고 단풍을 유혹했다.
“이번엔 놀지만 말고 너도 같이 일 좀 해야 된다.”
“빠-?”
그 말에, 단풍은 귀찮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 아틀라스와의 싸움이 끝나고 지쳐서 축 늘어졌던 게 생각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싫으면 말고. 도망치면 되…….”
“아바아, 빠아아, 빡!”
이번만큼은 절대, 단풍이 그냥 놀고만 있게 할 생각이 없었다.
다 차려놓은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는 건 지금까지면 충분했다. 다른 싸움에서라면 모를까, 아우터와의 싸움에서 단풍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혼돈에게 싸움을 건 보험이기도 했다.
또한 동시에.
‘잘만 하면 이번 기회에 성장률을 모두 채울지도 모르지.’
지지부진한 채 오르지 않던 단풍의 성장률.
그걸 10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저벅-.
유원은 하늘 위로 펼쳐진 무수히 많은 외신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 상황.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옛날 생각나네.”
보라색으로 변한 하늘.
하늘을 휘젓는 탑 바깥의 존재들과 그들을 지휘하는 어리석은 혼돈. 그리고 그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까지.
시계태엽으로 돌아오기 전, 아우터와 싸우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때는 헤라클레스도, 손오공도, 오딘도, 아수라도.
모두 함께였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힐끗-.
‘완전 혼자는 아닌가.’
팀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오히려 가장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유원은 어깨에 올라와 있는 단풍을 바라보았다.
“잘 부탁한다.”
“바앗-.”
자신만 믿으라는 듯, 양 허리에 조막만 한 손을 올리고서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녀석.
유원은 그런 단풍의 반응에 작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우터와의 1차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