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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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이 0.01% 상승하였습니다.]이번에는 제법 큰 녀석이었던 모양이었다.
포식자가 외신 하나를 잡아먹자, 성장률이 제법 높아졌다.
워낙 미미한 수치여서 아직까지는 얼마나 수치가 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궁금해서 확인이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후욱-.”
슬슬 숨이 가빠졌다.
그만큼 쉬지도 못하고 계속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마력을 아끼거나 할 겨를도 없었으니.
“바우-.”
단풍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식자를 불러내는 데에는 유원의 마력과 단풍의 신력이 필요했다.
이만한 숫자의 외신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포식자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유원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에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쿠구구-.
등 뒤에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졌다.
유원의 어깨 위로 뻗어 오는 손.
그와 동시에 유원의 뒤로 새하얀 빛이 번쩍였다.
[야타의 거울]기이잉-.
쩌어엉-!
거울을 타고 이동한 스사노오가 어리석은 혼돈의 손을 막아 냈다.
쿠사나기와 부딪친 손끝에는 조금의 상처도 생기지 않았다.
-도망치면 섭섭하지.
“비키십시오.”
-그것 참 섭섭한 말이군.
짤랑-.
쿠사나기의 손잡이에 달린 붉은 보석이 흔들렸다.
[‘팔척경곡옥의 하늘’이 펼쳐집니다.] [‘팔척경곡옥’이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
팔척경곡옥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어리석은 혼돈의 움직임을 속박했다.
삼신기로 무장한 스사노오.
그의 실력은 천여 년 전, 어리석은 혼돈을 만났을 때보다도 더 높아져 있었다.
수만 언데드 대군의 군세는 없을지언정, 삼신기라는 아이템 덕분에 검사로서의 실력만큼은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상이 ‘팔척경곡옥’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메시지에 스사노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저항에 성공하다니.
그 헤라클레스조차 완벽히 저항하지 못했던 삼신기의 힘에, 어리석은 혼돈은 완전히 저항에 성공한 것이다.
“안 비키겠다면-.”
어리석은 혼돈의 로브 속에서 보랏빛의 안광이 번뜩였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직후, 어리석은 혼돈의 손바닥이 스사노오의 눈앞으로 뻗어 왔다.
스사노오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마력을 일으켰다.
여기서 대응하지 않으면 아까처럼 멀리 날아가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화아아악-!
쿠사나기가 휘둘러지며 붉은 선들이 그물망이 되어 펼쳐졌다.
수천, 수만 가닥의 검격은 순식간에 어리석은 혼돈을 덮쳐 그를 갈기갈기 베어 갔다.
살아생전 스사노오를 대표하는 스킬 중 하나.
[폭풍갈퀴]였다.쫘아악-!
폭풍갈퀴의 검격이 어리석은 혼돈의 손바닥에 힘을 잃고 흩어졌다. 큰 기술을 사용하느라 자세가 흔들렸던 스사노오는 또 다른 손에는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말았다.
“비키게 만들어 주지.”
부우웅-.
콰직-!
스사노오의 머리를 붙잡은 손이 그의 머리를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유원은 잠깐 사이 눈앞에서 벌어진 스사노오와 어리석은 혼돈의 싸움에 눈살을 구겼다.
‘생각보다 더 적극적이군.’
저 녀석이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며 싸우는 게 언제였을까.
유원은 어리석은 혼돈과 숱하게 싸워 왔다. 하지만 녀석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싸움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포식자’가 이빨을 드러냅니다.] [‘포식자’가 분노합니다.] [‘포식자’가…….]쩌억, 쩍-.
유원과 어리석은 혼돈을 중심으로 생겨난 포식자들.
단풍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포식자의 감정에 유원의 눈이 반짝였다.
‘설마, 이것 때문에?’
먹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포식자였다.
그런데 그랬던 녀석이 어리석은 혼돈을 바로 앞에 두고서는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앗, 바- 바악-!”
그리고 그건 단풍도 역시 마찬가지.
대체 무슨 까닭인지, 어리석은 혼돈을 향해 단풍이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무섭기는 한 건지 함부로 어깨에서 뛰어내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단풍’이 ‘어리석은 혼돈’을 향해 이유 모를 적의를 드러냅니다.]‘이유를 모른다라.’
유원은 스사노오를 한 팔로 짓누르고 있는 어리석은 혼돈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아니군.’
얼굴을 가린 로브 속.
보랏빛의 안광이 번뜩이는 게 보였다. 아래에서는 스사노오가 어리석은 혼돈에게서 벗어나려 꿈틀거리고 있었다.
제아무리 어리석은 혼돈이라 할지라도 스사노오의 검은 무시할 수는 없는지, 그는 쉽사리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를 이리 내 놓아라.”
어리석은 혼돈이 단풍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앗-.”
단풍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당연했다.
단풍이 지금처럼 적의를 드러내는 녀석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유원의 대답 역시 단풍과 같았다.
“싫다네.”
“그럴 줄 알았지.”
쩌억-.
하늘의 갈라짐이 더 커졌다.
보랏빛의 하늘은 색이 더 짙어져 갔다. 겨우 숫자를 줄여 놨더니만, 그새 더 많은 숫자의 외신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와 달리, 포인트를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원은 눈앞에 선 어리석은 혼돈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자극했나? 아니면…….’
힐끗-.
“바앗.”
어깨 위에 서서 여전히 가슴을 펴고 있는 단풍.
확실히 녀석을 발견한 이후 어리석은 혼돈의 반응이 달라졌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 반응만 놓고 보면 단풍이 아우터의 천적일 가능성은 꽤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어리석은 혼돈을 더 많이 자극하게 된 셈이었다.
“이리-.”
저벅-.
온다.
“내놓아라.”
화아악-!
어리석은 혼돈의 손바닥이 순간 유원의 몸을 모두 덮을 정도로 커져 갔다. 수십 갈래의 손가락으로 갈라진 손아귀가 덮쳐오는 그 순간, 유원의 눈동자가 빛을 뿜어냈다.
[‘화안금정’이 길을 밝힙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스파팟-.
손가락들 사이에 있던 미세한 틈.
그 사이로 빠져나온 유원은 서둘러 허공에서 몸을 틀었다.
두 가지 스킬이 활성화되고, 유원의 감각이 곤두섰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원은 어리석은 혼돈이 다음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모두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스킬에만 의존할 순 없다.’
지금부터 필요한 건 ‘경험’이었다.
쭈악-!
수많은 개채의 촉수들이 유원을 노리고 뻗어 왔다. 다행히도 자잘한 것들은 유원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포식자’가 이빨을 드러냅니다.]콰직-!
수많은 이빨들이 유원을 노리고 날아오던 촉수들을 물어뜯었다.
아우터와의 싸움에서는 역시 포식자만큼 든든한 게 없었다. 심지어 녀석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단순한 식욕만으로 싸우는 게 아니었다.
츠츠츠츠-.
대기 중에 퍼진 보랏빛의 연기.
하데스와의 싸움에서도 본 연기였다.
‘저건 위험하다.’
저 기운을 다루는 건 어리석은 혼돈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외신들은 대부분 저 기운을 다뤘다.
그리고 저것에 닿는 순간, 의식과 영혼은 위태롭게 흔들리다 끝내 사라지곤 했었다.
화르륵-.
[‘성화’가 ?에 저항합니다.]유원은 바로 성화를 펼쳤다.
하데스가 맞섰던 것처럼. 매서운 불꽃과 보랏빛의 안개가 부딪쳐 부서졌다.
원래대로라면 밀렸어야 할 힘이었다.
어리석은 혼돈 역시 분명,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화륵, 화르르-.
하데스조차도 막아 내기 어려워했던 안개를, 유원의 불꽃은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 내고 있었다.
‘저 불꽃 때문인가.’
아우터를 집어삼키는 건 비단 사방에 나타난 이빨들뿐만이 아니었다.
유원이 뿜어내고 있는 저 보랏빛의 불꽃.
그것은 다른 아우터들을 장작 삼아 더 커지고 있었다.
“성화라…….”
유원이 다루는 불에서는 어딘가 익숙한 냄새가 풍겼다.
역시 위험했다.
녀석은 자신들을 상대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지니고 있었다. 하데스보다 조금 더 높을 거라 생각했던 위험도가,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제천대성이나 아스가르드의 오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쫘아악-!
어리석은 혼돈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이내, 사막의 신기루처럼 흐릿해지던 어리석은 혼돈의 모습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선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을 베어 낸 붉은 검격의 주인.
-언데드가 된 게 이럴 때는 좋아.
칼이 춤을 췄다.
붉은 선들이 모이고 또 모여, 탑을 쌓듯 어리석은 혼돈의 다리 밑에서 솟아올랐다.
스사노오를 대표하는 또 다른 스킬.
[폭풍성]이었다.투확-!
어리석은 혼돈이 팔을 휘둘러 검격을 흩어 냈다. 전처럼 멀쩡해 보였지만, 입고 있는 로브는 군데군데 베어져 있었다.
툭, 툭-.
스사노오가 어느새 몸을 회복한 채 어리석은 혼돈의 앞에 나타났다.
-죽어도 마력만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나니 말이야.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스사노오.
그야말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귀가, 진짜 죽지 않는 몸이 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언데드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진짜 무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약점에 더 가까웠다.
“언데드는 결국 소환자의 힘이 다하면 소멸하기 마련이다.”
어리석은 혼돈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유원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뿐만 아니라 얼굴은 슬슬 하얗게 변해 가고 있었다.
체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슬슬 마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쯧. 무리를 하긴 하는군.
당연했다.
유원은 지금, 스사노오가 본 이래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을 만큼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와의 싸움에서도 유원은 포식자를 쓰진 않았다. 제아무리 천적이라 할지라도 유원을 향해 덤벼드는 외신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결국 이 싸움은 내가 이길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넌 아직도 저 녀석을 잘 모르나 본데.
언데드로 있으며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원을 봐 왔다.
그렇기에 스사노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이, 질 싸움을 시작이나 할 것 같아?
제아무리 불리해 보이는 싸움이라 할지라도.
유원은 절대, 질 것 같은 싸움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싸움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어리석은 혼돈은 다시금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스사노오가 거짓말을 하거나 허세를 부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분명.
콰릉-!
어디선가 들려온 천둥소리.
어리석은 혼돈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보라색으로 변한 하늘에 샛노란 벼락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왔네.
그리고 다음 순간.
번쩍-!
눈부신 노란빛이, 유원을 향해 달려들던 외신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신(神).
콰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