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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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풍’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풍’의…….] [‘단풍’의 신력이 13 상승하였습니다.] [성장률이 14.22% 상승하였습니다.] [마력이 4 상승하였습니다.] [‘혼돈의 조각’을 처치하였습니다.] [1,00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줄줄이 떠오르는 메시지.
역시, 어리석은 혼돈은 다른 아우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순식간에 성장률이 14퍼센트가 넘게 오르고, 레벨은 6단계나 상승했다.
유원의 마력도 마찬가지.
무려 마력이 4단계나 상승했다. 바닥에 가까웠던 마력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충만하게 느껴졌고, 아마 마력을 담고 있는 그릇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혼돈의 조각이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시스템은 녀석을 ‘어리석은 혼돈’이 아닌, ‘혼돈의 조각’이라 말했다.
녀석은 진짜가 아닌 일종의 분신체인 셈.
‘본체였으면 이렇게 쉽게 끝날 리 없겠지.’
아직 어리석은 혼돈은 탑 안으로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약 녀석이 탑 안으로 들어오려거든, 방금 전에 열린 하늘보다 몇 배나 되는 크기의 문이 열려야 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지.’
제아무리 어리석은 혼돈이 단풍을 원한다 한들,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터.
더군다나 그런 상황은 유원도 그리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제우스가 있다 해도 못 막을 테니 말이야.’
제우스가 강한 건 확인했다.
그간 쌓은 신화가 적지 않은 만큼 당연히 전보다 훨씬 강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는 어리석은 혼돈이었다.
만약 본체가 왔다면, 이 싸움은 양 쪽 모두의 패배로 끝났을 것이다.
‘다 마음에 드는데 딱 하나는 아쉽네.’
[성장률 : 99.99%]이 싸움에서 유원이 얻고자 했던 두 번째.
단풍의 성장.
그리 많이 남지 않았던 성장률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싸움에서 100퍼센트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결국 어리석은 혼돈을 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0.01퍼센트. 아주 티끌만 한 정도가 부족했다.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간발의 차이였다.
어쩌면 0.01퍼센트. 이 작은 차이를 매우기 위해선 다른 계기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훨씬 더 큰 녀석을 잡거나.’
대충은 마무리가 끝났다.
유원은 포식자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
긴장이 풀리니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곤두서 있던 신경과 바짝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이 말랑하게 풀어졌다.
“그놈은? 죽은 것이냐?”
저벅-.
제우스가 유원에게 다가왔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어리석은 혼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시체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금.
녀석의 생사 여부를 물어볼 사람은 유원뿐이었다.
“아직.”
“아직이라?”
제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어디로 갔지?”
“여기엔 없다.
“그럼?”
“저기.”
유원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유원의 행동에 제우스는 이미 완전히 닫혀 버린 하늘을 발견했다.
보랏빛의 색은 온데간데없이 노을 진 하늘.
함께 그 하늘을 올려다보던 제우스가 중얼거렸다.
“바깥인가…….”
‘바깥’이라는 말에 유원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제우스는 어렴풋이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이 탑과는 전혀 다른 세계.
이번 일로 인해 제우스는 그 세계의 단면을 본 모양이었다.
“그 녀석을 잡을 때까지 넌, 계속 싸울 생각이냐?”
유원은 제우스의 의사를 물었다.
제우스의 목적은 어리석은 혼돈을 잡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은 이번 일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 녀석은 진짜 몸이 아닌, 탑과 이어져 있는 분신체였다.
유원은 제우스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물었고,
“당연한 질문이다.”
제우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는 내내 바깥과 이어지는 문이 열렸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유원은 잠시간 생각에 잠긴 듯한 제우스를 기다렸다.
아마 생각이 많을 것이다.
탑의 바깥.
아우터.
자신들과는 사는 세계의 결이 다른, 이계의 존재들.
그들의 존재를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이 짧은 시간 안에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녀석과 싸우다 이상한 걸 봤다.”
제우스는 대뜸,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황금색 눈동자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보석처럼 서서히 깊어졌다.
무슨 생각인지 모를 눈. 처음 보는 제우스의 표정에 유원이 물었다.
“이상한 거라니?”
“나를 닮은 사람.”
“닮았다면…….”
“나와 비슷한 얼굴에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얼굴에 검은 머리.
자연스레 유원의 시야에 들어온 제우스의 얼굴 위로, 머리카락과 수염 등의 색깔이 변해서 보였다.
검은 머리의 제우스.
유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주름은 훨씬 많았다. 꼭 내가 나이라도 더 먹은 것처럼. 볼에는 점 하나가 있었나? 기억이 잘 안 나는군.”
설명이 이어질수록 유원의 눈동자는 점점 더 흔들렸다.
얼굴에 난 주름.
볼의 점.
그리고 검은 머리.
제우스의 얼굴을 그렇게 조금씩 바꾸고 나니, 꼭 누군가의 얼굴과 겹쳐져 보였던 것이다.
“넌 누군지 아나 보군.”
처음부터 유원의 반응을 떠 보기 위해 꺼냈던 말이었던 걸까.
제우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누구지? 대체.”
자신과 닮은 사람인만큼 신경이 쓰이는 모양.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크로노스다.”
“크로노스?”
제우스가 잠시 멈칫거렸다.
부자연스러운 반응. 모르는 이름이 유원의 입에서 언급되었으면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답지 않게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다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잘 모르는 이름이군.”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잠시 기대를 했건만 역시나.
‘이번에도 똑같다.’
이 세계에 크로노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계태엽에 의해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그가 있던 모든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이 세계에서는 아무도 크로노스를 기억하지 못했고 누구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만약 유원의 입에서 크로노스가 언급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크로노스라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던 차.
‘아니.’
유원은 미세하게 흔들리는 제우스의 눈빛을 발견했다.
‘조금은 다른가.’
처음이었다.
크로노스의 이름을 듣고 이 정도나마 반응이 있는 사람을 본 건.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만났다.’
아직까지도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제우스.
아무래도 내내,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크로노스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 영감…….’
크로노스.
오딘과 시계태엽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장본인.
그런데 그랬던 그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제우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큰일 하나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유원의 가슴에 작은 불안감 하나가 불씨가 되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산불로 번질지도 모를, 작은 불씨가.
* * *
죽었다고 알려진 하데스가 다시 올림포스로 돌아왔다.
그를 따르던 몇몇 올림포스의 플레이어들은 만세를 부르며 그를 환영했다.
“죽은 왕께서 다시 돌아오셨다!”
“우리의 왕은 죽음을 다스리신다!”
“죽음의 왕께 무한한 영광을!”
“영광…….”
“그만들 해라. 머리 아프니까.”
사자소생을 마친 하데스는 귀환 직후 이루어진 소란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매야 했다.
몇몇 랭커들은 하데스의 진위 여부를 의심했지만 그들을 납득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데스에게는 이 탑에서 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이 있었고, 그것을 보여 주는 건 하데스에게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하데스의 귀환으로 올림포스는 서서히 안정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즈음.
아스가르드는 라그나로크를 끝낸 이후, 줄곧 긴 시간을 침묵하고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왕성.
그 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침실.
호화로운 황금 침대에 불사조의 깃털로 만든 이불을 덮고 누워 있던 남자가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났느냐?”
턱-.
때에 맞춰 그 옆에 앉아 알이 작은 안경을 끼고 책을 읽고 있던 오딘이 책을 덮고는 물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
오랜 시간 잠에 들어 있던 노인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래도 지났군.”
창밖을 보는 순간, 그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깨달았다.
눈 깜짝할 새에 떠지는 게 잠든 눈이라지만 그 긴 시간을 체감할 만큼 그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백 년이다. 정확히.”
“지식의 저주라는 건 참 지독하군. 깨어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니 말이야.”
백 년.
침상 위의 노인, 미미르가 잠들어 있던 시간이었다.
그는 백 년을 잠들고 일 년을 깨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 년을 넘으면 또다시 잠에 들어야만 했다.
오딘의 가장 오래된 친구.
미미르.
그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려 애썼다.
“조심해라. 백 년 동안 움직이지 않던 몸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야.”
“네가 여기는 웬일이더냐?”
“친구가 걱정돼서 말이지.”
“걱정은 무슨…….”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미미르는 끝에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말을 붙였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영원을 살아온 오딘에게는 그렇게까지 긴 시간도 아니었다.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일.
미미르는 때에 맞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오딘의 행동을 유난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계태엽이 완성된 모양이다.”
스윽-.
오딘이 그를 지키고 있던 건, 단지 오래된 친구가 깨어나는 걸 보고 싶어서 만이 아니었다.
덮어 둔 책을 침상에 올린 오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가 쪽으로 걸어간 그는 환한 햇빛을 마주했다.
“혜안이 필요하다.”
지끈-.
미미르는 욱신거리는 눈을 손으로 감쌌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힘이 발현되기 시작한 눈동자.
미미르의 눈은 신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보고자 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그 눈은 심지어 미래까지도 내다본다고 알려져 있었다.
지식의 저주.
그것은 지금껏 미미르가 그 눈으로 보고 알아온 것들로 인해 생긴 부작용이었다.
미미르는 그 눈을 얻는 대신, 일 년마다 자신의 시간을 백 년씩 지불해야만 했다.
“네가…… 별일이구나. 내 도움을 다 청하고.”
“그럴 만한 일이니까.”
“시계태엽으로 돌아온 게 한 명이 아닌가 보군.”
오딘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그럴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상대는 미미르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을 다 꿰뚫어 볼지도 몰랐다.
“한 명은 제천대성이겠군.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김유원이라는 녀석이다.”
“누군지 모르는 녀석이군.”
“탑에 들어온 지 백 년도 안 됐으니까.”
유원에 대한 이야기는 더 길어지지 않았다.
미미르에게 시간은 금보다도 귀했다. 그의 하루는 다른 사람의 백 일과도 같았다.
괜한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오딘은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쨌거나, 이쪽으로 돌아온 게 두 명이라는 건 두 명이 희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너였을 테고 말이야.”
“그렇겠지.”
“그렇다면-.”
다른 한 명은 누구냐고, 그렇게 물으려던 그 순간.
“크로노스, 이 친구.”
한 손으로 지끈거리는 눈을 감싸고 있던 미미르가 중얼거렸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