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59
* * *
유원은 올림포스로 돌아왔다.
헤라클레스와 함께 과업을 뛰느라 오랫동안 돌아다녔던 만큼, 당장은 조금이라도 휴식이 필요했다.
또한, 올림포스의 간곡한 초청도 있었고.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연회장. 사람들은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했으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곳곳에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오늘의 주인공! 올림포스의 떠오르는 샛별!”
술에 거나하게 취해 얼굴이 붉어진 남자.
올림포스의 하이랭커, 디오니소스가 유원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김! 유! 원!”
“와아아아-!”
“김유원, 김유원!”
“올림포스의 은인!”
“김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좌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유원에게 쏟아지는 함성들.
유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함성이 줄어들 법도 한데, 연회장의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자, 건배!”
디오니소스는 아랑곳 않고 잔을 들어 올렸다.
랭커들을 위해 만들어진, 디오니소스가 만들어 낸 술이었다.
“건배!”
쨍-.
곳곳에서 술잔이 부딪쳤다. 유원은 도수가 훨씬 약한 술을 조금씩 홀짝이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괜히 왔나.’
어떻게든 자리만 빛내 달라고 디오니소스가 자신을 찾아와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머리나 식힐 겸 따라왔던 것인데.
이런 자리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오는 게 아니었는데.
“디오니소스 형님이 좀 그렇다. 이해해라.”
턱-.
유원의 어깨 위에 올라온 큼직한 손.
누군지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도 이런 델 별로 좋아하진 않을 텐데.”
“난 혼자 조용히 마시는 걸 좋아하지.”
헤라클레스가 유원의 옆에 앉아 손을 뻗었다. 테이블 옆에 놓여 있던 술통 하나를 통째로 집어 든 헤라클레스가 그것을 마시기 시작했다.
웬만한 랭커들도 한 병을 마시면 취하는 술이었다.
당장 그 술을 만든 디오니소스마저도 저렇게 거나하게 취해 있는데, 헤라클레스는.
쾅-.
술 한 통을 거의 통째로 비우고도 멀쩡해 보였다.
“맛은 좋군.”
오히려 부족하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유원은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이랑 마셨다가 며칠 앓아 누웠었지.’
헤라클레스는 소문난 주당이었다.
그는 단지 술을 잘 마시는 수준이 아니었다. 덩치가 커서 많이 마시는 거라고 생각하기엔, 그는 웬만한 거인족보다도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체내의 마력이 알코올을 씻어 주는 게 아니더라도 그는 아마 타고난 주당이었을 것이다.
“여긴 왜 왔냐? 네가 놀러 오지는 않았을 거고.”
“초대를 받았다.”
“초대?”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디오니소스를 가리켰다.
“저 형님에게 말이야.”
디오니소스는 올림포스에서도 특이하게 ‘술의 권좌’에 앉았다 알려진 하이랭커였다.
그는 지금과 같은 올림포스의 연회를 주도했으며, 술에 축복을 걸어 플레이어들의 힘을 강화하는 능력을 지닌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 누구보다 술을 사랑하고, 술로 인해 행복해 하는 자.
유원은 연회장에서 웃고 떠드는 랭커와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그리 특별한 연회는 아니었다.
디오니소스가 주최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연회.
떠들썩하니 그리 즐길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새삼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그러던 차.
저벅-.
연회장 안으로 들어온 발걸음 하나에, 떠들썩하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갑옷으로 둘러싸인 육중한 발소리.
술잔을 홀짝이던 유원의 시선이 발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단속이라도 나왔나.’
이건 이거대로 재밌는 상황이었다.
의자에 반쯤 기대어 누워 있던 유원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디오니소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그와 함께 춤추며 노래하던 랭커들 역시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누, 누님……?”
“또 이러고 있던 것이냐.”
아테나.
전쟁과 지혜의 권좌이자 올림포스의 방패.
그녀가 디오니소스를 향해 살벌한 표정을 하고선 다가왔다.
“언제까지 이러고 놀고만 다닐 것이냐. 이번 일을 겪고도…….”
한동안 이어진 잔소리.
그녀의 눈치를 보던 랭커들은 슬금슬금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기척을 죽인다 한들, 아테나 몰래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녀석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계속해서 디오니소스의 책망을 이어 나갔다.
“네 행동에 따라 아래의 랭커들의 정신머리도 달라지는 것이다. 술이란 몸과 정신을-.”
“디오니소스의 이슬. 이 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지.”
잔소리 사이에 끼어든 목소리.
아테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헤라클레스의 옆에 앉아 있던 유원이었다.
“너무 그렇게 책망만 하지 말라는 소리다. 네 동생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매번 이렇게 술판을 벌임에도 디오니소스가 올림포스를 대표하는 하이랭커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사업 수완 덕분이었다.
올림포스에 가장 많은 포인트를 벌어다 주는 사업가.
오죽하면 디오니소스의 랭킹 중 절반은 그의 재력 덕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알았다.”
잠시 고개를 돌려 디오니소스를 바라보던 아테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대신, 아테나는 유원을 향해 말했다.
“네가 여기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
“내가?”
“그래.”
척-.
무장을 마친 아테나는 등에 메고 있던 아이기스를 꺼내 들며 말했다.
“네게 도전하겠다.”
* * *
저벅-.
유원은 아테나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의 뒤로는 헤라클레스와 디오니소스가 나란히 따라왔다. 두 사람은 얼떨결에 만들어진 빅 매치에 관심을 보였다.
연무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들.
저벅-.
“저 녀석이 잘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아테나가 입을 열었다.
“단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그랬을 뿐이다.”
디오니소스는 헤라클레스와 하르간이 등장하기 전, 올림포스의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속도로 탑을 오른 랭커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언젠가 그가 삼신의 반열에 오를 재목이라 말하던 추종자들이 줄을 섰다.
그런데 어느 날.
술에 관심을 가진 디오니소스는, 돌연 술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길드를 운영하는 데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디오니소스는 충분히 길드에 득이 되는 일을 해 왔고.”
“맞아. 내 욕심이지.”
아테나는 전쟁의 권좌에 오른 전사였다.
그녀의 가치는 오로지 힘과 싸움에 있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 역시 갓 랭커가 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 시절을 알기에,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잠재력을 알기에.
아테나는 도저히 디오니소스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세 사람이 아테나를 따라 도착한 곳은 왕성의 뒤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연무장이었다.
족히 4미터는 될 법한 대문.
아테나는 그 육중한 문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끼이이-.
육중한 문이 열리고, 연무장 내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쩡, 쩌정-!
쿵, 쿵, 쿵-.
창과 칼이 부딪치고, 방패와 방패가 부딪친다. 수많은 전사들이 그 속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며 땀을 흘렸다.
문이 열린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집중력.
아테나는 그들 사이로 걸어가며 소리쳤다.
“잠시 정지!”
아테나 휘하 직속 전사들이 수련하는 연무장.
아스가르드에 발키리가 있다면 올림포스에는 아테나의 병사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정예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행동을 멈추고 아테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충!”
꽤 지쳤을 텐데도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모습들.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평소 얼마나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아테나와 유원이 연무장 한가운데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연무장을 쓰고 있던 병사들이 갈라졌다. 덕분에 꽤 넓은 공간을 쓰게 된 유원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됐어.”
“시간을 내 줘서 고맙다. 갑자기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갑자기라는 건 아나 보네.”
유원은 아테나의 눈빛에 떠오른 호승심을 보았다.
생각해 보면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내내 풀리지 않고 있던 호기심과 호승심.
그리고 이제는 어느덧, 자신을 훌쩍 넘어 버린 유원에 대한 도전 욕구까지.
아마 그녀는 유원이 올림포스에 잠시 머물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뭐, 어차피 나도 슬슬 몸을 쓰긴 해야 하니까.”
스칵-.
유원은 미리 검을 뽑으며 자세를 취했다.
올림포스에서 쉬기 시작한 지도 이틀째.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휴식기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쉬었다가는 몸이 굳는다.’
항상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면 적당한 휴식도 좋지만 역시 감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슬슬 식었던 몸을 담금질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또.
‘스탯이 바뀔 때마다 적응하는 것도 일이다.’
새로 얻은 스탯들.
단 몇 개뿐이라 해도 유원의 마력 수치를 감안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감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 감을 익혀야 할 때.
그리고 그러기에 눈앞에 있는 아테나는 꽤 적당한 상대였다.
“아이기스라…….”
전쟁과 지혜의 권좌.
그녀와의 싸움은 유원도 처음이었다.
‘방어력 하나는 삼신에 필적, 혹은 그 이상이라 알려져 있다.’
파직-.
검 끝을 통해 마력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황금빛의 전격. 제우스의 것과 같은 성질의 힘에 아테나의 눈이 조금 커지는 게 보였다.
‘마음껏 공격할 수 있겠어.’
츠츠, 츠츠츠-.
점점 덩치를 불려 가는 전격.
우라노스를 사용한 게 아니었다.
넘쳐 나는 마력.
이거라면 지금 당장은 확실히 우라노스의 도움 없이도 될 것 같았다.
[‘벼락검’을 생성합니다.]파지, 파지지-.
검의 모양을 따라 만들어진 반듯한 모양의 검.
그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아테나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기스를 꺼내 들었다.
쿵-.
연무장 바닥에 아이기스가 단단히 박혔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그녀는 마력을 아이기스에 불어넣으며 방어를 준비했다.
[‘아이기스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아이기스의 수호신’이 활성화됩니다.] [‘메두사의 눈’이 활성화됩니다.]기이이잉-.
아이기스의 위, 마력으로 이루어진 몇 겹의 방패들이 쌓여졌다. 또한 그 방패 위로는 뱀의 머리카락을 한 메두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메두사.
오래전, 한 도시를 멸망으로 이끌고 수백 명의 랭커들을 돌로 만들어 죽인 괴물.
아이기스에는 그 메두사의 힘이 봉인되어 스킬로 남겨져 있었다.
척-.
선의 방어는 공격.
아테나는 널리 알려진 그 격언대로 아이기스를 든 채 유원을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콰앙-!
그리고 그런 아테나의 방패 위로 유원의 검이 떨어지고.
콰릉-!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두 힘이 부딪친 순간.
쩍-.
최강의 강도를 지녔다 알려진 아이기스의 중앙에, 금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