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
* * *
거대한 동굴.
“워우. 이런 데가 있었어?”
“엄청 넓네.”
“습하고 축축하고.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옛날에 뭐 리자드맨 부락이 있던 곳이라나 봐. 지금은 공략된 지 꽤 됐지만.”
“그나저나 많이도 모였네.”
수많은 사람들이 동굴 안에 모였다.
새하얀 이리의 가면을 쓴 플레이어들.
그들은 모두 1층의 플레이어들을 사냥해 먹고 사는 이리들이었다.
“천 명은 되겠는데?”
“이리가 이렇게 많았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까 모를 수밖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인가?”
이리들은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점조직의 기본은 바로 분산이었다.
당연하게도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이리들이 한 자리에 모일 일도 지금껏 없었으니, 이만한 숫자가 모인 것도 처음일 수밖에 없었다.
“저쪽 팀은 이번에 ‘프록의 독뱀’을 얻었다던데.”
“프록의 독뱀? 그거 한 1만 포인트쯤 하지 않나?”
“어. 썅, 우리 팀은 이번에 완전 꽝인데…….”
“그래도 이번에 꽤 반반한 놈들 몇 명 잡았잖아. 그것들 팔아넘기면 돈 좀 될걸?”
“흐흐. 그건 그래. 팀장만 아니었으면 아주…….”
“야, 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 대던 이리들이 잠시 조용해졌다.
가장 늦게 동굴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한 명의 이리 때문이었다.
저벅-.
“다들 모였나?”
붉은색의 가면을 쓴 이리.
이리들의 왕.
무운천의 등장이었다.
“오…….”
“저 사람이…….”
“나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데?”
“팀장. 맞소?”
무운천을 처음 보는 이리들은 각자의 팀장을 향해 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휘하에 있는 이리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어서 하나둘, 팀장급의 이리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다른 이리들 역시 눈치를 보다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천 명에 달하는 이리들이 한 명을 향해 극진히 인사를 올리는 광경은 꽤 장관이었다.
무운천은 가면 속에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일어나라.”
인사를 충분히 즐긴 무운천은 손짓으로 이리들을 일어나게 했다.
그러자 분위기는 곧장 소란스러워졌다.
“진짜네…….”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던 사람이 왜?”
“저 사람 뒤에 엄청난 거물이 있다는데.”
“저 사람이 아니라 우리들이겠지.”
“그 덕분에 우리가 관리국을 피해서 지금까지…….”
소란스러워진 동굴 안.
무운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마음에 안 드는 분위기였다.
“지금부터 입을 여는 자는…….”
차앙-!
무운천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목을 베겠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동굴이었다. 그럼에도 무운천의 칼은 시리도록 빛이 났다.
달빛을 머금은 검.
그것은 1층의 플레이어가 쓰기에는 상당히 귀한 아이템이었다. 꽤 비싼 고가의 아이템이었는데, 이리들의 왕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리들이 점점 조용해졌다.
팀장급의 이리들 역시 입을 열고 떠드는 이리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천 명의 이리들이 모인 동굴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무운천은 칼을 거두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한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임무?”
“뭔 임…….”
저도 모르게 말을 꺼낸 몇몇 이리들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바로 옆에서 자신을 노려본 팀장급의 이리들 때문이었다.
작은 소란이 끝나자 무운천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임무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모여야 하는 만큼 아주 어려울 테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는 양손을 위로 치켜들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이리들은 비로소 하늘로 비상할 거란 것이다.”
“와…….”
“와, 와아-!”
와아아아-!
짧은 연설에 이리들이 환호했다. 반쯤 억지로 내지른 환호성이었지만, 그럼에도 무운천은 뿌듯하게 웃었다.
“너희에게 소개하겠다.”
무운천은 몸을 돌려 동굴로 들어오는 입구 쪽을 가리켰다.
“우리의 후원자들이시다.”
저벅, 저벅-.
두 사람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무운천과 같은 이리왕의 상징인 붉은색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언뜻 드러난 금발과 흑발.
하르간과 유원이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무운천은 두 사람을 향해 극진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약소하지만 이거…….”
“뭐냐?”
손을 뻗어 봉투를 받은 건 유원이었다.
유원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살폈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건 1,0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종이 다발이었다.
스킬로 특별한 문양을 새긴 종이들.
“아스가르드표 화폐입니다. 한 장에 1,000포인트짜리로, 이번 수금액을 모아 넣었습니다.”
아스가르드에서 보증하는 거라면 신용은 확실할 것이다. 아스가르드는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화폐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어, 진짜 화폐처럼 사용이 가능했다.
“확실히 이게 전부냐?”
“예. 그게 전부입니다.”
무운천의 설명에 하르간은 힐끗 봉투 안을 살폈다.
한 장에 1,000포인트.
봉투의 두께가 엄청났다. 대충 봐도 몇백 장은 되어 보였다.
수십만 포인트에 달하는 금액.
제아무리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하르간이라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액수였다.
‘완전히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나 보군.’
이 정도 수금액이라면 무운천의 말대로 이리들이 모은 돈의 전부에 가까울 것이다.
아가멤논이 이 수금액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유원에게 이걸 바치는 걸 보면 확실히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고맙게 받지.”
유원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봉투를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그러고는 이어, 동굴 안에 모인 천 명에 달하는 이리들을 둘러보았다.
떼거리도 이런 떼거리가 없었다.
넓은 동굴 가득, 빼곡하게 모여 있는 이리들.
유원은 그들을 보며 가면 아래쪽에서 조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천천히 손이 올라갔다.
곧이어, 뜨거운 열을 머금은 마나가 유원의 손가락 끝에 모여들었다.
“안녕이다.”
딱-!
그렇게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 순간.
[거화(巨火)]화아아악-!
화르르르륵-!
유원의 발밑을 시작으로 거대한 불길이 동굴 안으로 번져나갔다.
“부, 불!”
“아아악!”
“뭐, 뭐야 이거!”
“설마 바닥에 이거……!”
삽시간에 번진 불길.
그 불길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새빨간 불길이 이글거리고, 매캐한 연기가 피워졌다.
무운천은 화들짝 놀라 유원과 하르간에게서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아수라장이 된 동굴.
‘설마 이거…….’
무운천은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단지 동굴이 습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이라고 생각한 액체는 불을 꺼뜨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크게 번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물이 아닌 기름이었다.
‘그런데 왜 냄새가…….’
기름이라면 필시 냄새가 났어야 할 터.
순간, 무운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템이 떠올랐다.
‘무취 가루!’
그래.
그거라면 가능했다.
무취 가루를 쓴다면 이 넓은 동굴에 기름을 뿌려 두고, 냄새를 지울 수 있었다.
게다가 동굴이라는 장소라면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게 보일 것이다.
“뜨, 뜨거워!”
“저, 저리 비켜!”
가까이 있던 이리들이 살아남기 위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하르간의 손이 움직였다.
콰릉-!
파지지지직-!
“아아아악!”
밖으로 뛰쳐나오던 이리들이 순식간에 튕겨져 나갔다. 유원과 하르간은 입구를 버티고 이리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서 있었다.
무운천은 불길에 타 죽어 가는 이리들과 유원, 하르간을 번갈아보았다.
워낙 삽시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판단이 되질 않았다.
“지, 지금 대체 뭘…….”
그는 눈이 새빨갛게 변해 뒤집어졌다.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야!”
“무슨 짓이긴.”
유원은 가면을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청소 중이지.”
콰직-.
바닥에 떨어진 가면은 유원의 발에 손쉽게 부서졌다.
유원에 이어, 하르간 역시 쓰고 있던 답답한 가면을 벗어 던졌다.
얼굴을 드러낸 두 사람.
무운천은 그제야 두 사람의 목적이 자신들과의 협력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너희…… 올림포스가 아니었군.”
“아니.”
콰르릉-!
하르간은 밖으로 뛰쳐나오는 또 다른 이리들을 주먹으로 쳐 내고는 말했다.
“난 올림포스다.”
“그럼 대체 왜!”
“너흰 올림포스의 치부니까.”
하르간의 두 다리는 입구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내 손으로 도려낼 거다.”
스걱-.
촤아악-!
유원은 입구를 나오는 이리들을 망설임 없이 베어 냈다. 애초에 유원은 이 안에 있는 이리들 중, 어느 누구도 살려서 밖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동굴은 입구가 곧 출구였다. 다른 탈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 불길을 피해 도망치기 위해서는 유원과 하르간이 버티고 서 있는 입구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젠장……!”
무운천은 서둘러 플레이어 키트를 꺼냈다.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한 명.
바로 아가멤논이었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없습니다.]“왜-!”
무운천은 고함을 지르며 몇 번이고 다시 메시지를 입력했다.
도와달라고.
어서 빨리, 이곳으로 와 달라고.
“왜 안 되는 거야-!”
“플레이어 키트는 내장된 마나 동력원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물건이지.”
무운천의 발악에 유원은 비웃듯 말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플레이어 키트가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나?”
플레이어 키트의 메시지는 마나를 통한 문자 배열의 전송이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 키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은 꽤 간단했다.
주위를 온통 마나로 가득 채워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딱 그런 상황이었다.
불길을 타고 사방에 깔린 마나의 잔해로 인해 문자는 전송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화르르르-.
기름 위에 붙은 불은 시간이 지날수록 꺼지기는커녕 점점 더 뜨겁게 타올랐다.
이미 절반에 가까운 이리들은 불길에 타 죽은 상황.
“뭐, 뭣들 해!”
무운천은 유원과 하르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새끼들 죽여! 얼른 길을 뚫으라고!”
무운천은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굳이 목청껏 소리치지 않아도 이리들은 이미 살아남기 위해 유원과 하르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족족, 그들은 두 사람의 손에 목이 베어지고 몸이 전격에 타들어 갔다.
화르르륵-.
불길은 어느새, 등 바로 뒤까지 번져 왔다.
“이익……!”
무운천은 갈등 끝에 칼을 뽑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싸우는 수밖에는.
“이야아아-!”
무운천은 발끝에 마나를 모으며 한 걸음에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이리를 처리하던 유원의 옆을 노린 순간.
화르륵-.
고개를 돌린 유원과 눈이 마주쳤다.
붉게 변한 눈동자.
‘모, 못 움직이겠…….’
아주 잠시, 무운천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쉬익-.
쩍-.
유원의 칼이 아래에서 위로, 무운천의 몸을 가랑이부터 머리까지 단칼에 베어 냈다.
무운천의 몸에 새빨간 선이 그어졌다. 머리가 핑 돌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느릿하게 느껴졌다.
의식이 날아가기 전, 유원과 눈이 마주친 무운천은 생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네가 준 돈은 잘 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