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0
“……!”
아이기스에 생겨난 금에 아테나가 주춤거렸다.
잠깐의 망설임.
하지만 이내, 그녀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 아이기스를 쥔 손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콰지지, 콰직-!
아이기스를 두드리는 전격의 검에 맞서,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쩍, 쩌저적-.
아이기스의 금은 점점 늘어났다.
금방이라도 방패가 부서지고 그 속으로 전격이 새어 들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치익-.
그녀는 아랑곳 않고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 들었다.
방패와 함께 쓰기 적절한, 짧은 길이의 검.
서서히 갈라지는 아이기스의 금 사이를 보며, 아테나는 칼끝을 겨눴다.
‘내가 가진 최강의 무기는 이깟 아이템이 아니다.’
아이기스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대표하는 아이템일 뿐.
아테나는 이를 악물며 검에 쥔 손에 힘을 실었다.
쩍-.
투둑, 투두두-.
금이 갈라진 아이기스의 파편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지금.’
그 틈 사이로 아테나가 검을 찔러 넣으려던 순간이었다.
“역시 같은 생각이었군.”
“……!”
한 발 먼저 아이기스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검 끝.
슈악-.
[‘아이기스의 방패’가 부서집니다.] [‘아이기스의 수호신’이 파괴됩니다.] [‘메두사의 눈’이 파훼됩니다.]아이기스를 통해 발현한 스킬들이 부서지고, 힘을 잃었다. 눈앞에서 멈춘 칼끝에 아테나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반격이 너무 서둘렀다. 공격을 염두하니 방어가 무너질 수밖에.”
스윽-.
유원이 검을 치우며 몸을 돌렸다.
그 말에 아테나의 생각이 깊어졌다.
‘만약, 조금 더 방어를 단단히 굳혔더라면.’
아테나는 올림포스의 방패.
공격이 아닌 방어만으로 나갔을 때, 그녀는 하데스나 포세이돈을 상대로도 족히 한 시간은 버텨 낼 자신이 있었다.
제아무리 유원이 강하다 한들, 이렇게까지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닌 것이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는 건…….’
아테나는 방금 전.
유원이 한 말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아이기스를 뚫어 낼 생각이었다는 건가.’
아테나는 부서진 아이기스의 면적을 확인했다.
깨끗하다 싶을 정도로 부서진 자국이 깔끔했다. 갈라진 금과 부서진 파편은 정 중앙에서 아주 일부일 뿐.
애초에 유원은 아이기스를 부수고, 그 안으로 검을 찔러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단 거다.
처음부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알고서 말이다.
“뭘 그리 넋을 놓고 있지?”
파지지-!
잠시 방금 전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복기하던 아테나는 아이기스 너머, 다시 자세를 잡고 있는 유원을 발견했다.
“아직 몸 풀리려면 멀었다.”
듣던 중 반가운 말.
다시금 아테나의 눈동자가 빛났다.
* * *
콰릉-!
유원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아이기스를 단단히 손에 쥔 아테나의 몸이 휘청거렸다. 부서진 아이기스의 파편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고, 끝내 다리가 꺾였다.
파직, 파지지-.
아이기스 위로 주먹을 뻗은 유원이 잠시 멈칫했다.
흔들리는 자세.
“아무래도 여기까진 것 같은데.”
유원의 그 말에 이를 악문 아테나가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전군, 공격 태세 준비.”
척, 척-.
아테나의 말에 연무장 가장자리에 퍼져 있던 랭커들이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유원의 요청이었다.
“방패가 무너지면, 저 녀석들을 투입해라.”
그 말에 처음, 아테나는 거절했다.
자신의 싸움에 여럿이 더 끼어드는 걸 원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또다시 짧은 시간 내에 유원과의 싸움이 끝나자 그녀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나쁠 것 없잖아?”
아테나를 다시 무릎 꿇린 유원이 자신을 향해 호승심을 드러내고 있는 랭커들을 돌아보았다.
“최상위 하이랭커를 상대로 싸우는 법을 가르칠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아테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역량만으로는 유원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유원의 실력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말이다.
“공격!”
파지지지-!
유원의 손안에서 다시금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유원은 우라노스의 도움 없이도 자유자재로 전격을 휘둘렀다. 수많은 랭커들이 전격의 파도에 휩쓸리고, 그 사이로 아테나의 검이 찔러 들어온다.
2차전으로 이어진 싸움.
연무장의 바닥이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할 무렵, 그 안으로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끼이이-.
“와, 진짜 난리네. 난리야.”
파짓-.
연무장 입구까지 튀는 전격에 하르간이 깜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만큼 연무장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텅-!
휘이익, 텅, 터덩-.
갑옷을 입고 날아 온 랭커가 하르간의 발밑을 뒹굴었다.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 쓰러진 랭커를 발로 넘어가며 하르간은 고개를 저었다.
“하루 종일 이게 무슨 난린지…….”
“왔느냐?”
“어, 형님!”
뒤늦게 소란 속에서 헤라클레스를 발견한 하르간이 서둘러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계셨습니까?”
“인사가 과하다. 어디 가서 그렇게 허리 숙일 필요 없어. 내게도 마찬가지고.”
“알겠습니다!”
하르간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헤라클레스에게 과한 예의를 차렸다.
오래전부터 헤라클레스는 하르간의 우상이었다. 오죽했으면 헤라클레스처럼 되는 게 바로 하르간의 오랜 목표.
그런 우상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으니 긴장하게 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뭐냐?”
“저 녀석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저 녀석에게?”
한창 아테나를 비롯한 랭커들과 싸우고 있는 유원이었다.
아마 몇 시간 전부터 계속, 싸우고 체력을 회복하고 또 싸우기를 반복했던 것 같았다.
“아까부터 뭐 하기에 연락을 안 받나 했더니, 저러고 있었네요.”
“급한 일이냐?”
“잘은 모르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아스가르드에서 손님이 왔거든요.”
“아스가르드?”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돌렸다.
유원이 손안에 벼락을 만들고 있었다. 랭커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그 힘을 피해 움직이고, 아테나가 아이기스를 든 채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막 벼락이 날아가려던 찰나.
“그만-!”
헤라클레스의 호통이 연무장을 가로질렀다.
치지, 치-.
손안에 만들어진 벼락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방패를 굳건히 쥐고 있던 아테나의 손에 힘이 빠지고, 장내의 시선들이 헤라클레스에게로 모아졌다.
유원이 뭐냐는 듯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하르간이 와 있는 걸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그 시선에 헤라클레스가 답했다.
“손님이 왔다.”
“손님?”
“일단 가자. 중요한 일 같으니.”
쿵-.
몸을 돌려 하르간이 들어오며 활짝 열어 놓은 문 밖으로 향하는 헤라클레스.
무슨 일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원이 하르간과 헤라클레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수…… 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연무장에서 유원과 싸우던 랭커들이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들 중 어느 누구 하나도 체력이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유일하게 서 있는 아테나 역시 마찬가지.
쩍-.
아이기스에 나 있던 금이 점점 퍼져 나갔다. 그렇게 아테나가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던 방패를 땅에 내려놓는 그 순간이었다.
쨍-!
후둑, 후두두둑-.
아다만티움과 미스릴, 메두사의 머리를 비롯한 여러 재료와 헤파이스토스의 손길로 만들어진 아이기스가 산산조각 나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아끼던 아이템이 부서졌음에도 아테나는 아쉬워하거나 분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근래 들어서 가장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아무한테나 죽은 건 아니구나.”
부서진 아이기스의 손잡이를 바라보며 아테나가 중얼거렸다.
“아레스.”
* * *
“토르가?”
하르간의 설명에 유원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손님이 왔다더니,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토르였다니.
오딘의 힘을 가장 강하게 이어받은 그는 명실상부한 아스가르드의 2인자였다.
“그 녀석이 왜?”
얼굴은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올림포스 부수기에서 포세이돈을 잡아 가기 위해 움직였을 때와 라그나로크가 벌어졌을 때였다.
하지만 유원은 토르와 이렇다 할 친분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글쎄. 나야 그건 모르지.”
어깨를 으쓱인 하르간은 왕성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두 자릿수의 랭킹을 떠나, 토르는 언젠가 아스가르드를 이끌어가게 될 아스가르드의 왕자였다.
그와의 관계는 올림포스에도 매우 중요했다. 아무래도 하르간을 비롯한 올림포스의 랭커들로서는 토르를 극진히 모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원에게는 그리 해당 없는 이야기였지만.
저벅-.
아테나와의 싸움으로 풀어진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유원이 느린 걸음으로 하르간의 뒤를 따라갔다.
토르가 자신을 찾아 온 이유.
그걸 미리 생각해 보기 위함이었다.
‘다른 부탁할 일이 있어서? 올림포스처럼? 오딘이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큰일이라는 건가?’
딱히 그럴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라그나로크가 끝났다. 무스펠하임과의 싸움이 끝난 아스가르드에게 딱히 적수라고 할 만한 상대는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아스가르드에는 오딘이 있었다.
이 탑 최고의 마투사.
그는 싸움에서도, 마법에 있어서도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런 오딘이 있는 아스가르드에게 누군가에게 손을 벌린다?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오딘의 성격이 누군가에게 쉽게 손을 벌리고 부탁하는 편도 아니었고 말이다.
‘뭣보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크게 비밀이랄 건 없었지만 유원이 올림포스에 와 있는 걸 알만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아스가르드에게 현재 시점에 유원이 여기 있는 걸 알게 된 건 분명 뜻밖이었다.
말 그대로 이상한 방문이었다.
“여기다.”
하르간을 따라 도착한 곳은 왕성의 정원 한쪽에 있는 작은 별채였다.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된 정원 한가운데 위치한 별채.
하르간과 헤라클레스는 그 근방에서 걸음을 멈췄다.
“너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그럼 나도 여기까지겠군.”
꾸욱-.
헤라클레스가 허리춤에 맨 곤봉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런 헤라클레스의 행동을 잠시 힐끗 바라 본 유원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끼이-.
꽤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었는지, 관리가 되지 않은 문은 낡은 소리를 냈다.
10평 남짓한 작은 별채. 아무래도 오래전, 왕성을 관리하던 하인들이 쓰던 곳으로 보였다.
작은 침대와 협탁 하나가 전부인 방 안.
그 안에는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토르가 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눈을 피하려는 건가? 이상한 곳을 골랐네.”
바스락-.
방 안으로 발을 들이자 낡은 바닥이 살짝 주저앉았다.
토르는 바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쿵-.
유원은 곧장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별채 주위로 얇은 마력의 막이 퍼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는 걸 막으려는 모양이었다.
유원은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 토르가 아니군.”
유원은 토르를 잘 알았다.
그는 묠니르를 들고 싸울 때를 제외하면 결벽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깨끗한 녀석이었다.
지저분한 수염과는 보기 다르게 말이다.
저벅-.
확신이 담긴 말과 함께 유원이 토르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유원을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 몸을 돌렸다.
“미미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