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4
* * *
긴 원탁이 자리하고 있는 회의장.
길드 ‘원탁’에서 수입해 온 고급스러운 원탁과 값비싼 그림들로 치장된 방 안에는 단 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유원과 미미르, 그리고 오딘.
세 사람이 원탁에 둘러앉았다.
“토르 녀석,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다녔군.”
오딘은 회의장 밖에 두 손을 들고 서 있게 한 토르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았다.
토르의 양팔에는 만 근에 달하는 무게를 지닌 구속구를 채워 놓았다. 제아무리 두 자릿수의 하이랭커인 토르라 해도, 그런 무게를 들고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소 어린애 같은 체벌이었지만.
오딘은 오히려 이런 체벌이 더 직관적이라 생각했다.
“백성에게 관심을 베풀되, 백성들에게 관심을 바라지 마라. 내 분명 오래전부터 이 점을 헷갈리지 말라고 했을 터다.”
사실, 따지고 보면 토르의 행동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단지 관심의 방향의 문제였다.
왕은 백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그들의 관심을 바라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왕에 대한 오딘의 지론이었고, 토르는 최근 그것을 헷갈려 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 저러고 있게 할 생각이냐?”
“한 달 정도는 저래 두어야 반성을 좀 하려나.”
“고생 좀 하겠군.”
두 사람의 대화에 유원은 문 밖에서 팔을 든 채 서 있는 토르를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후들거리는 팔.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게, 팔을 내리는 순간 더 큰 체벌이 기다리고 있을 걸 아는 모양이었다.
“뭐, 저 녀석은 저렇게 있도록 내버려 두고.”
스윽-.
오딘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원탁 위로 올렸다.
“크로노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도록 하지.”
유원과 미미르의 눈이 번쩍 뜨였다.
크로노스.
드디어 그 이름이 오딘의 입에서 언급되었다.
“기억이 난 게냐?”
“계속 생각하다 보니 서서히 돌아오더군. 두 글자쯤 떠올리고 나니 나머지 두 글자도 슬슬 생각나고 말이야.”
거기까지 한 것만 해도 대단했다.
시계태엽은 오딘과 미미르, 크로노스의 합작품.
그런 시계태엽의 힘을 극복하고 크로노스를 기억해 낸 건, 오딘이 우마왕과 미미르에 이어 세 번째였다.
“물론 기억난 건 이름과 얼굴뿐이다. 그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어.”
“그거라면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아. 단편적인 기억이 전부다.”
“굳이 기억할 필요 없다. 기억해 봤자 역효과니까.”
유원의 말에 미미르와 오딘의 시선이 모아졌다.
왜냐는 두 사람의 표정에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크로노스, 미미르, 오딘.
세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탑에 들어온 하이랭커로, 다른 누구보다도 친분이 돈독했다.
그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면 과연 오딘과 미미르가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거기까지는 안 된다.’
유원의 머릿속에 어깨동무를 하고 술에 취해 떠들어 대던 세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이 모든 기억을 가진 채,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 굳이 그렇다면야.”
어깨를 으쓱인 오딘은 더 이상 크로노스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노력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 다시 되살려 봤자 좋을 것도 없다는데 억지로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면, 뭔가 큰일이 난다는 건가?”
“그럴 거다.”
“맞다.”
대답은 유원과 미미르에게서 동시에 나왔다.
두 사람의 대답에는 모두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유는 같았다.
미미르는 외신으로 변한 크로노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고, 유원은 그 불안감이 실체가 된 미래에서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 명은 둘도 없는 친구인 미미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라그나로크를 예견하고, 그것에 마침표를 찍은 하이랭커.
오딘으로서는 흘려 들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럼 우선은 단편적인 기억들만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건가.”
“크로노스의 능력 같은 건 내가 알려 주마.”
이 자리는 크로노스 때문에 만들어졌다.
지금 이야기해야 할 건 크로노스와 두 사람의 추억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크로노스의 능력.
현재 그의 상황과 위치.
그리고 목적.
그런 것들이었다.
유원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크로노스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력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모해 시간을 다스리는 스킬.
이 탑에서 유일무이하게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스킬에, 미미르와 오딘은 적잖이 놀랐다.
“시간을 다스린다라…….”
“조건이 붙긴 해도, 대단한 스킬이군.”
“문제는 그 녀석에게 아직 그 스킬이 허락되어 있느냐인가.”
무슨 까닭에서인지 크로노스는 외신이 되었다.
제우스의 말대로라면 원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가 본래 지니고 있던 스킬까지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는 바.
현재로서는 스킬이 유지되어 있다고 가정한 채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스킬에 대한 대책은…….”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오딘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오딘은 유원이 아는 가장 강한 전사였다.
능력을 알려 주었으니 그에 대한 공략은 이미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을 터.
유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남은 건 그 녀석의 위치와 목적인가.”
유원의 시선이 이번에는 미미르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대한 답은 그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내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아쉽게도 그의 눈은 아우터에게는 그리 큰 효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이 탑의 모든 걸 보는 눈조차, 탑 바깥의 존재에게 닿을 수는 없는 듯했다.
“그런가.”
믿었던 미미르의 눈조차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유원은 잠시 턱을 괴고는 생각에 잠겼다.
‘목적을 알면 녀석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첫 삽이 중요했다.
목적.
어리석은 혼돈의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크로노스는 달랐다.
‘목적, 목적이라…….’
그렇게 유원이 깊이 생각에 잠기던 중.
“네 녀석은 왜 그렇게 크로노스를 신경 쓰고 있는 거지?”
미미르의 말에 유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르지.”
“이유?”
유원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그저 툭 던지는 듯한 말이더라도 그게 미미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경우가 달랐다.
제아무리 탑 바깥의 존재와 엮여 힘이 떨어졌어도 미미르는 미미르였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늘 허를 찌르고 진리를 꿰뚫었다.
그렇게 미미르의 말을 몇 번 곱씹던 도중.
‘제우스.’
유원의 머릿속에 제우스의 말이 떠올랐다.
크로노스가 제우스의 앞에 나타났다. 만약 자식과의 재회를 위해 나타난 거라면, 무슨 말이든 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그러지 않았다.
제우스의 앞에 나타났던 그는 홀연히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는 건.
“포세이돈이다.”
유원의 목소리에 확신이 담겼다.
조용하던 장내가 환기되었다. 침묵을 참고 있던 오딘이 물었다.
“무슨 소리지?”
“크로노스는 포세이돈을 찾아갔을 거다.”
“포세이돈을?”
“원래는 제우스를 노렸지만 그게 실패했으니까.”
크로노스의 의도가 그리 좋은 게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문을 통해 넘어온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게 제우스였다면, 대충 앞뒤는 맞아떨어졌다.
‘제우스는 제아무리 크로노스라도 쉽게 건드릴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제우스는 이 탑에서 최강을 다투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잠시 눈앞에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던 거라면.
그리고 처음 목표가 제우스였던 이유가 핏줄에 의한 것이었다면.
‘다음 목표는 하데스, 혹은 포세이돈일 확률이 높다.’
하데스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올림포스에 있었다. 얼마 전의 일로 올림포스의 경계는 한층 강화되었고, 그를 노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의 옆에는 헤라클레스가 있는 상태.
건드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세이돈, 포세이돈이라…….”
오딘이 포세이돈의 이름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아마 이제부터 아스가르드는 포세이돈을 찾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아스가르드 내에서 미미르의 입김은 그만큼이나 강했다.
‘시험만 다 끝났다면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만약 포세이돈이 위로 향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면.
눈에 띄는 푸른 머리의 거구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스가르드의 눈은 이 탑의 어디에나 존재했다.
이것으로 대략적인 방향은 정해졌다.
남은 문제는 하나.
대체 왜, 어리석은 혼돈은 크로노스를 이 안으로 들였는지였다.
‘날 노린 건가? 아니면…….’
더 큰 그림을 그린 건가.
그렇게 세 사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가던 즈음.
“큰일! 큰일 났습니다!”
회의장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이-.
감히 오딘의 허락조차 구하지 않고 다급히 문을 연 남자.
오딘의 둘째 아들, 로키였다.
“아버지!”
“무슨 일이냐?”
별일이 아니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엄한 얼굴을 한 오딘의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로키가 입을 열었다.
“1층에서…….”
* * *
쏴아아-.
파도가 쳤다.
잔잔한 파도였다. 바람을 따라 움직이던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아름답게 부서졌다.
철썩-.
깨어진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언뜻 본다면 어느 바닷가처럼 보일 테지만, 금세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파도가 부서진 바위.
그것은 보통의 바위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헤파이스토스가 망치를 들고 지붕 위에 섰다.
파도가 부서진 바위들은 모두 누군가의 집이었다. 거대한 바닷물에 도시가 잠기고, 1층의 사람들이 모두 익사해 버렸다.
모두 한 사람의 짓이었다.
“지금 이 일,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톡-.
푸른 머리의 남자, 포세이돈의 발이 닿자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졌다.
불과 몇 분 만에 1층의 도시를 바다에 잠기게 한 포세이돈은 헤파이스토스를 보며 웃었다.
“두려우냐?”
동문서답이었다.
애초에 헤파이스토스의 질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반응.
그런데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헤파이스토스는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 뿐이었다.
‘상태가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꿀꺽-.
처음 그가 이 탑의 가장 낮은 층에 내려왔을 때부터 든 생각이었다.
삼신 중 한 명인 그가 결코 방문할 일 없는 장소.
포세이돈쯤 되는 자에게 이 1층의 도시는 거점으로 쓰기에 눈에 찰만한 곳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예 다른 사람이로군.’
포세이돈의 눈빛은 지금껏 헤파이스토스가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짜고짜 1층에 내려 와 이런 행패를 부릴 리가 없었다.
‘패널티를 무시하고 사람들을 학살했다. 소수의 랭커가 아니고서야, 이런 폭우와 해일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을 터.’
꽈악-.
망치를 손에 쥔 헤파이스토스가 포세이돈을 노려보았다.
이 다음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한 일.
“곧 그가 올 거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쩌어어-.
포세이돈과 헤파이스토스의 사이로 공간이 갈라지며, 천지가 뒤흔들렸다.
쿠릉, 쿠구구구-.
하늘과 땅을 잇는 마력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 분노는 감히 이딴 짓을 벌인 포세이돈에게로 향해, 그의 양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그 무게에 포세이돈이 웃었다.
“그래, 맞다.”
이 탑의 그 누구보다도 랭커의 개입을 거슬려하는 존재.
탑의 법칙을 지키고, 다스리는 자.
“그 녀석을 기다렸다.”
저벅-.
관리자가 포세이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