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5
쿵-.
천지가 흔들렸다.
관리자의 등장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분노한 관리자의 마력에 파도는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관리자가 포세이돈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생각이지?”
쿠구구-.
말 한 마디에 포세이돈의 어깨가 짓눌렸다.
동시에 포세이돈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관리자는 이 탑에서 가히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은 아닐 텐데.”
“관리자를 만날 방법은 이것뿐이니 말이야.”
관리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을 본 포세이돈이 당황이라도 하리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나를 기다렸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탑의 법칙을 거스르고, 1층의 도시를 물에 잠기게 만들다니.
파격적이고 건방졌다. 그의 태도는 마치 마음만 먹으면 자신 정도는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긴 했지만.
“죄가 크군.”
쾅-!
쩍, 쩌저저-.
관리자의 주먹이 허공을 때렸다. 지진과 같은 힘이 대기를 울리며 포세이돈에게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푸화악-!
아래에서 솟아오른 파도가 관리자의 힘을 막아 내며 물방울로 흩어져 부서졌다.
저벅-.
어느새 손안에 물을 응축해 만들어 낸 창을 쥐고선.
“우리들의 세계를-.”
그 창끝을, 관리자에게로 겨눴다.
“다시 되찾으러 왔느리라.”
* * *
“…….”
“…….”
회의실 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어디서 찍었는지 모를 영상 하나.
플레이어 키트를 통해 보게 된 그 영상에, 오딘과 미미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작된 영상은 아니다.”
미미르처럼 똑똑하지는 않아도 오딘 역시 제법 머리가 있었다.
제아무리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해도 그것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었다.
“넌 이만 나가 보거라.”
“하지만 아버지…….”
“나가 보거라.”
오딘의 단호한 목소리에 로키는 잠시 머뭇거리다 회의장을 나섰다.
세 사람의 시선은 다시금 로키가 가져온 플레이어 키트로 향했다.
키트에는 가슴이 꿰뚫린 채 쓰러져 있는 관리자의 시체가 비춰져 있었다.
“관리자가 패한 건가.”
보고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
미미르가 오딘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런 일이 있었나?”
“한 번도.”
탑에서 관리자의 존재는 일종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거대 길드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선 탑을 다스리며, 실제로도 신과 같은 권능과 권위를 지녔다.
오죽하면 이 탑의 법칙을 관리자가 정한 거라 말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
강한 힘에 취해 그런 관리자에 맞서 싸우는 랭커도 더러 있었지만, 관리자가 패배한 경우는커녕 상처를 입었다는 기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저 녀석의 목적이 관리자였던 건가.”
“목적을 위한 과정이겠지.”
“과정?”
“이걸로 1층의 지배권은 사라졌다. 녀석은 진짜 자유를 찾은 셈이지.”
1층에서 관리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 아마도 그게 크로노스가 원한 1차적인 목표였을 것이다.
거기까지 듣고 난 미미르가 유원의 다음 말을 받았다.
“여러 거대 길드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길 거다. 랭커가 처음으로 관리자를 쓰러뜨리고, 그 그늘에서 벗어난 사례일 테니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겠지. 혹시 나도? 관리자와 공생 관계라 생각하던 몇몇 길드는 더 이상 그들의 발아래 있지 않으려 들 테고.”
길드는 이 탑을 이루는 일종의 정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나 관리자가 정한 법 안에서일 뿐.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길드는 얼마든지 있었다.
‘미미르와 대화가 되는 녀석은 또 처음 보는군.’
지식의 저주에 걸린 미미르였다.
눈을 사용한 그는 늘 몇 수 앞을 내다보았고, 그런 미미르와의 대화는 아스가르드의 왕인 오딘조차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미미르와 이렇게 물 흐르듯 대화를 하다니.
“이 영상, 로키 한 놈에게만 전달된 게 아니다.”
턱-.
유원은 자신의 플레이어 키트를 원탁 위로 올렸다.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전부. 같은 영상이 전달됐다.”
“전부?”
오딘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플레이어 키트를 꺼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포세이돈의 기행은 빠르게 퍼진 상태였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벌어진 일들.
미미르는 현재 벌어진 일들이 가지는 파급력에 고개를 저었다.
“1층의 도시는 포세이돈에게 침수됐다. 수많은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죽었고, 그 죗값을 받으러 온 관리자까지 죽어 버렸지.”
그리고 크로노스는 그 영상을 이 탑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뿌렸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지금 저 녀석은 말하고 있는 거다. 누구든 자신을 찾아와 보라고.”
실로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었다.
누가 오든 결코 지지 않으리라는 확신 없이는 이런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
“아마 의도는 둘 중 하나겠지. 누구든 올 테면 와 봐라. 전부 죽여 주마. 혹은, 관리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녀석은 와라. 내가 그러도록 도와주마.”
그렇기에 너무 단순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
아직까지 크로노스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 다 알지 못하는 상황.
더군다나 관리자를 죽이고 수많은 길드를 적으로 돌린 저 자신감의 근거 역시 알아내야 했다.
“뭐, 어쨌든 시간이 이쪽 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드륵-.
유원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한 쪽은 자신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세이돈의 힘은 불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는 1층에 터를 잡고 그곳을 기반으로 탑의 여러 길드를 끌어들일 것이다.
서둘러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작은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테니까.
‘미안해, 아저씨.’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원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크로노스와의 추억 한 톨을 떨쳐 버렸다.
꽈악-.
허리춤에 찬 검에 힘을 주며.
‘아마…… 좀 아플 거야.’
유원은 속으로 결심을 굳혔다.
이젠 그에게 칼을 겨눠야 할 때였다.
* * *
관리자의 죽음 이후, 사흘이 흘렀다.
그 사흘 동안 포세이돈은 어딘가로 떠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자신이 만들어 낸 바다 위에 태연히 앉아 있었다.
쏴아아-.
물바다가 된 도시 위.
포세이돈은 가장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음에 드는군.”
이곳은 자신의 왕국이었다.
바다로 이루어진 세계.
바다 내음으로 가득한 바람과 파도 소리. 습한 공기까지.
이 세계의 모든 게 자신을 위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척, 척-.
포세이돈의 눈앞으로 도열하는 군대.
수천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와 랭커들이 포세이돈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 가운데 한 명, 젊은 시절의 포세이돈과 가장 닮은 얼굴을 한 남자가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명하신 대로, 모두 모였습니다.”
테세우스.
그는 포세이돈의 아들로서, 바다의 돌을 수확하는 임무를 맡았던 랭커.
그는 포세이돈이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힌 이후부터 줄곧 포세이돈의 복귀를 기다려 왔다.
설마하니 그 복귀가 이런 식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테세우스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완전히 달라지셨다.’
포세이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테세우스의 표정이 기대와 흥분으로 시시각각 뒤흔들렸다.
‘관리자가 쓰러졌다. 이 세계에 더 이상 패널티란 존재하지 않아.’
관리자란 이 세계의 신과 같았던 존재였다.
그의 말은 곧 법이었으며 제아무리 거대 길드라 하더라도 관리자를 적으로 돌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무적이라 생각한 관리자가 처음으로 포세이돈의 손에 쓰러졌다.
“길드 노바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보내 왔습니다.”
“길드 십이궁이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보내왔습니다.”
“길드…… 가…….”
테세우스는 전달 받은 메시지를 포세이돈에게 전했다.
관리자를 쓰러뜨린 포세이돈과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들.
모두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중견, 혹은 거대 길드들이었다.
“모두들 관리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입니다.”
“눈여겨 볼 녀석은?”
“길드가 아닌 개인이 뜻을 보내온 녀석도 있었습니다.”
틱-.
테세우스가 손안의 플레이어 키트의 화면을 넘겼다.
화면 위로는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른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비춰져 있었다.
“사탄. 최근 빠르게 랭킹 7위까지 올라간 녀석입니다. 악마족 출신의 하이랭커라는 것 외에 달리 알려진 게 없는 자입니다.”
“이 녀석도?”
“예. 함께하겠답니다.”
랭킹 7위의 최상위 하이랭커.
그 한 명의 전력은 어지간한 거대 길드에 버금갈 게 분명했다. 포세이돈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었다.
“목적은 모두 같겠지?”
“예. 관리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달랍니다.”
“사탄, 그 녀석도?”
“그자는…….”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하이랭커.
잠시 말끝을 흐리던 테세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목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포세이돈이 고개를 저었다.
“뭐, 상관없지.”
“……?”
대체 무엇이 상관없다는 소리일까.
포세이돈의 눈동자가 테세우스를 응시했다. 잠시 말 속에 담긴 뜻을 파악하던 테세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 사흘 뒤까지 이곳으로 집결하기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그날을 기점으로 길드 ‘바다’의 출범을 알릴 예정입니다.”
올림포스와 분리된 길드.
무적이라 알려진 관리자를 죽인 포세이돈이 중심이 된다면, 아스가르드에 버금가는 길드를 만드는 건 아마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관리자에 불만은 품은 길드는 얼마든지 있었으니 말이다.
‘아버님의 랭킹이 벌써 한 자릿수에 들어갔다.
관리자 휘하의 랭킹 관리국이었지만 역시 일 처리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두 자릿수에서도 끝자락에 가까웠던 포세이돈의 랭킹은 순식간에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관리자를 죽인 사건이 크게 랭킹에 반영된 덕분이었다.
‘아버님을 주축으로 한 바다는 거대 길드, 그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될 거다. 유일무이하게 관리자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길드가 될 테니까.’
테세우스는 그것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꿈이라 여겼다.
포세이돈과 함께라면 세상에 못할 게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새 애들이 좀 많이 불어났군.”
저벅-.
웅장한 장내에 찬물을 끼얹으며 끼어든 목소리가 그런 테세우스의 꿈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포세이돈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왔느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평온한 인사말이었다.
저벅-.
단단한 평지를 걷듯 태연히 물 위를 걸어오고 있는 요란한 황금빛 머릿결의 남자.
그가 유유히 포세이돈의 병사들 사이를 지나쳐갔다. 병사들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며 길을 비켜 주었다.
특별한 위협이나 강한 힘이 느껴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왕의 자리에 있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세.
‘위엄’이었다.
“제, 제, 제…….”
그를 발견한 테세우스가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더듬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우스……?”
그가 대체,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장난을 좀 심하게 치셨더구려.”
파짓, 파지지-.
온몸에 황금빛 기류를 두른 제우스가, 포세이돈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작은’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