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8
* * *
꾸득, 꾸득-.
손아귀를 붙잡힌 미노타는 그 힘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꾸득-.
깊고 질긴 덫에 걸린 듯, 점점 더 강하게 조여 오는 아귀 힘.
“끄으…….”
쿵-.
결국 미노타는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
미노타는 앉은키조차도 유원보다 더 컸다.
그럼에도 다른 랭커들이겐 오히려 미노타의 등에 가려진 유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미노타가…….”
“힘에서 졌어?”
미노타.
소의 자리를 상징하는 십이궁의 하이랭커.
102위의 랭킹을 기록한 그는, 수십 년 내로 두 자릿수의 하이랭커가 될 거라 평가받는 자였다.
괴력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이 헤라클레스에게도 그리 뒤지지 않는다 자신하며 떠들어 댈 만큼, 미노타의 괴력은 십이궁의 모두가 인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미노타가 헤라클레스도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힘에서 밀리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김유원도 괴력사였나?’
‘검을 쓴다고 들었는데?’
‘분명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뭐야? 정보가 잘못된 거야?’
이름이 알려진 랭커들은 대부분 특징이 있기 마련이었다.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특유의 괴력을 이용한 근접전을 펼치거나, 마법과도 같은 스킬을 사용하거나.
그리고 그런 만큼 일종의 공략 같은 것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유원도 마찬가지.
유원은 검이나 창 같은 무기를 쓰며 중, 장거리의 싸움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거기에 맞춰 싸움을 준비하던 랭커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괴력사를 상대하는 법이라면 내가 잘 알지.”
휘익-.
길드 십이궁에서 궁수의 자리를 상징하는 하이랭커.
턱-.
로빈이 미노타의 어깨를 밟고 위로 높게 뛰어올랐다.
하늘 높이 점이 되어 벌어질 만큼 뛰어난 도약력.
“로빈?”
“하긴, 상대가 괴력사라면야.”
“다행이군. 로빈이 함께 와서.”
다른 십이궁의 하이랭커들이 내뱉은 안도의 말들.
로빈은 십이궁 내에서 가장 발이 빠른 랭커였다.
괴력사들의 공통점은 강한 힘을 가진 대신 싸움의 범위가 좁고 움직임이 느리다는 것.
그런 괴력사에게 로빈은 일종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척-.
로빈은 한 손에 활을 쥔 채, 그것을 유원에게로 겨눴다.
당겨지는 활시위.
“괴력사는 절대 날 못 잡…….”
그때였다.
퍼어엉-!
위로 솟아오른 불기둥.
그 기둥이 한차례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이후, 로빈은 까맣게 탄 채 힘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꺼어어…….”
철퍼덕-.
하얗게 눈이 뒤집힌 로빈이 유원의 뒤로 떨어졌다. 무릎을 꿇은 미노타와 불기둥에 휘말려 쓰러진 로빈까지. 순식간에 십이궁의 하이랭커 중 두 명이 쓰러졌다.
유원의 다른 한 손이 미노타의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내리찍은 건 그때였다.
쩌억-!
콰득, 콰드드드-.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미노타.
유원은 그대로 손을 놓고는 십이궁의 다른 하이랭커들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없다.”
콰릉-!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전격.
“먼저 오는 걸 기다릴 수는 없으니-.”
오딘을 먼저 보냈다.
어영부영 여기서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
“이쪽에서 먼저 가지.”
유원은 손안에 움켜쥔 황금빛의 전격을 위로 던졌다.
그러자.
콰웅-!
노을 진 하늘 위에서, 노란빛의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미, 미친…….”
“이게 뭐야?”
십이지의 랭커들은 하늘에 생겨난 벼락을 보며 입을 벌렸다.
피할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아 낼 수도 없었다.
랭킹 53위.
올림포스의 왕, 삼신 중 하나 하데스와 맞먹는 랭킹의 하이랭커.
그렇기에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건 차원이 다르잖아?”
“53위는 무슨…….”
“젠장, 뭐가 이따위야!”
53위는 말도 안 되는 랭킹이었다.
십이궁의 길드장. 사자의 자리를 상징하는 사자왕조차 이만한 힘을 가지지는 못했다.
애초에 느껴지는 마력의 양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세상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힘. 이런 게 가능한 랭커는 이 탑에서도 결코 서른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도망쳐!”
“어, 어어? 야, 진짜로?”
“도망치긴 어디로 도망치라고! 다 같이 싸우면 분명…….”
“시발, 나도 몰라!”
뒤돌아서 도망치는 랭커들.
벼락에 맞서 싸우려는 자들까지.
상황에 따른 판단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의 생각은 같았다.
이 싸움이 끝난 후.
김유원의 랭킹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콰릉-!
쿠구구궁-.
벼락의 비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광범위한 범위를 휩쓰는 마력의 폭풍에 비명 소리가 파묻혔다.
그리고 그 폭풍 속에서.
“내가 움직임을 묶는다!”
아직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츄아악-.
양의 자리의 하이랭커.
니블의 털이 유원을 휘어 감고.
“나는 다리를!”
게의 자리의 하이랭커.
크랩이 휘두르는 네 개의 검이 유원의 두 다리를 잘라왔다.
마지막으로.
스앗-.
아무런 소리 없이, 초록빛깔의 맹독이 묻은 침 하나가 유원의 목을 향해 쏘아져 왔다.
거의 동시에 세 방향에서 달려드는 하이랭커들.
그렇게 모든 스킬이 유원의 몸에 적중되려는 그 순간.
쩡, 쩌저정-!
촤아아-!
퍼억-.
유원의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무언가가 그것들을 막아 냈다.
깡, 까가강-.
츠르륵-.
다리를 노리던 네 개의 검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몸을 에워싸던 털은 무수히 많은 붉은 선들에 베어져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독침은, 유원의 앞에 나타난 남자의 팔에 박혀들었다.
-독이군.
치이이-.
침이 박힌 살점이 녹아내렸다.
하나 남자는 그리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십이궁의 랭커들인가.
“스, 스사노오?”
-오, 저 게놈. 오랜만이네.
네 개의 팔로 네 개의 검을 사용하는 십이궁의 하이랭커, 크랩이 스사노오를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스사노오.
삼귀자의 최강자로, 크랩과 스사노오는 오래전 한 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물론 결과는 크랩의 참패.
당시의 일로 크랩은 한동안 검을 쥐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저놈들, 어떻게 할까?
쿠사나기를 손에 쥔 스사노오는 어서 빨리 명령을 내려 달라는 듯, 잔뜩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와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그는, 또다시 귀신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질문에 대한 유원의 답은.
“베어 버려.”
스사노오가 소환되었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 * *
그와 같은 시각.
콰릉-!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다른 세계에서, 같은 속성의 힘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었다.
쿠궁, 쿠구구-.
하늘에서 쏟아진 벼락의 세례에 포세이돈의 몸이 땅속 깊은 곳으로 파묻혔다.
거대한 구덩이들.
쏟아진 벼락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고하듯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질렀다.
콰르릉-!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우스가 눈부신 벼락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구덩이 한가운데, 제우스는 쓰러져 있는 포세이돈을 바라보았다.
“죽으셨습니까?”
파짓, 파지지-.
아직 살아 있으면 마저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듯.
제우스는 또 다른 벼락을 손에 쥔 채 포세이돈을 바라보았다.
시체처럼 바닥에 축 늘어진 것과는 달리, 포세이돈의 몸에는 어디 한 군데 크게 다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지익-.
한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포세이돈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방진 말을 참 예의 바르게도 하는구나.”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편안한 목소리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시의 모습과 구덩이 아래로 쏟아지고 있는 바닷물 가운데, 포세이돈은 먼지 묻은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게 끝이더냐?”
정말이지 질린 모습이었다.
이번까지 해서 대체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는 건지.
“형님 모습이 꼭 바퀴벌레 같습니다.”
포세이돈의 속성은 물.
그리고 물 속성의 마력은 방어에 가장 특화되어 있는 성질이었다.
그리고 일부나마, 치유의 성질까지도.
그렇기에 바다의 힘을 지닌 포세이돈은 그 누구보다도 장기전에 특화되어 있었다. 몸을 보호하고, 상처를 회복하며 무한에 가깝도록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포세이돈을 쓰러뜨릴 방법은 오직, 그의 방어력과 회복력을 상회하는 공격을 퍼붓는 것뿐.
그리고 제우스는 자신이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칭찬 고맙구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꿈틀-.
포세이돈의 몸에 둘러진 수분이 요동쳤다.
아니.
포세이돈의 주위뿐만이 아니었다.
꾸드, 꾸드득-.
제우스의 몸을 짓누르는 압력.
스윽-.
하늘을 밟고 서 있는 제우스를 향해 포세이돈이 손을 뻗었다.
“그거 아느냐?”
꽈아악-.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손아귀 악력에 맞춰, 제우스의 몸에 가해지는 힘도 강해졌다.
“수분은 어디에나 있느니라.”
꾸득, 꾸드득-.
제우스의 팔이 비틀렸다. 포세이돈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건, 벼락을 쥐고 있는 팔 쪽이었다.
치지, 치지-.
위태롭게 흔들리는 벼락.
팔이 흔들리며 그 손에 쥐어진 벼락의 형태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우스의 시선이 압력에 짓눌리고 비틀리기 시작한 자신의 팔로 향했다.
이만한 거리에서 이 정도 압력을 가하다니.
“나아진 건 맷집과 회복력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포세이돈은 강해졌다.
그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알았다.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꾸우욱-.
부풀어지는 팔.
수분이 짓누르던 팔이 점차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핏줄이 선명하게 곤두서고, 손안의 벼락이 다시 힘을 되찾았다.
“제가 당신보다 더 강하다는 거.”
콰르릉-!
벼락이 성난 소리를 터뜨렸다. 제우스의 팔을 휘어 감던 수분이 흩어지고 순식간에 기세가 넘어갔다.
콰릉, 콰르르릉-!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백 개의 전격의 폭풍이 포세이돈의 주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제우스는 천천히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와 포세이돈과 높이를 맞췄다.
매섭게 몰아치는 전격의 폭풍.
하나 이전과는 달리 그것은 당장 포세이돈의 몸을 덮치지 않았다.
“뭐 하는…….”
“기억났습니다.”
짧지 않았던 시간.
제우스는 포세이돈을 보며, 그가 절대 자신이 알고 지내 온 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누구인지.”
제우스는 눈앞에 있는 포세이돈의 눈을 통해, 전혀 다른 얼굴을 보고 있었다.
스윽-.
그 말을 하며 제우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 이 하늘은 제우스도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아마도 두 번째일 것이다.
첫 번째는 자신이 올림포스의 왕좌에서 끌려 내려왔을 때였고, 두 번째는.
“그 녀석에게는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였을 것이다.
저 보랏빛의 하늘이 열리던 그날.
무수히 많은 세상 바깥의 신들이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날에.
“안 그렇습니까? 아버지.”
바로 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