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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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제우스와 포세이돈. 두 사람과 함께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다.
탑의 천장을 뚫고 위로 올라가 신격을 얻는 과정은 개개인마다 모두 달랐다. 그리고 그중, 손오공의 시험은 유원의 동료들 중 가장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한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만큼 늦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손오공 : 끝났다.]며칠 전, 유원의 키트에 도착한 메시지.
시험을 끝낸 손오공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로노스가 관리자를 죽이거나, 벽에 균열이 가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새로 얻은 힘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긴고아’를 얻은 손오공은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1층으로 내려오기 전.
유원은 손오공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유원 : 하던 거 멈추고 얼른 1층으로 내려 와.]너도 어서 빨리 1층으로 최대한 빨리 내려오라고.
그때는 지금처럼 검은 숲의 산양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었지만-.
‘어쨌든 타이밍은 기가 막히네.’
손오공을 부른 건, 꽤 적절한 보험이었다.
휘이익-.
근두운을 타고 하늘을 날던 손오공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점처럼 멀리 보이던 손오공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내, 그가 땅 위에 착지한 순간.
콰앙-!
쩌저저저-.
그 충격으로 땅이 움푹 꺼지며 일대에 작은 진동이 생겨났다.
유원은 땅에 착지한 손오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꼭 이렇게 요란하게 와야 하는 거냐?”
“일단 빨리 오라며?”
“천축에 다녀왔으면 축지법도 익혔을 거 아니냐.”
“아, 맞다.”
“맞다는 무슨.”
머리를 긁적이며 손오공이 고개를 돌렸다.
여의봉에 밀려난 검은 숲의 염소. 녀석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오공이 물었다.
“아무튼 간에.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아직 저 녀석이 나올 차례가 아닐 건데.”
“나도 잘 몰라.”
“모른다니?”
“원래는 새끼 산양들만 들어올 거였는데…….”
메에에에-.
유원은 산양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주위의 산양들이 손오공의 등장에 경계했다.
그들 역시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지금 눈앞에 등장한 게 어떤 존재인지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아아아-.
울부짖은 산양들의 어머니.
쉬이익-, 척-.
줄어든 여의봉을 다시 손에 쥔 손오공이 녀석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슈브 니구라스라니.”
슈브 니구라스.
손오공이 중얼거린 그 이름은 유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 이유가 두 사람 모두 그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슈브 니구라스가 반쯤 탑에 들어온 까닭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눈치를 보니 오딘은 제대로 이름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메아아아-.
어디서 감히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느냐는 듯, 슈브 니구라스가 손오공을 보며 울부짖었다.
슈브 니구라스.
천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검은 숲의 염소이며, 광기를 낳는 염소이자 검은 풍양의 신이라고도 알려진 존재.
아우터 갓으로서의 힘만으로 놓고 보면 어리석은 혼돈의 본체보다도 더 뛰어난 격을 지닌 게 바로 슈브 니구라스였다.
“너도 알잖아? 저 녀석은 지금 나도 못 이겨.”
툭툭-.
손오공이 자신의 머리 위에 둘러진 구릿빛의 머리띠를 가리켰다.
“이게 다 풀린 상태면 또 몰라.”
긴고아.
천축에 도달해 시험을 통과한 손오공의 힘을 구속하는 봉인.
저 봉인이 풀릴 때마다 손오공은 한 단계씩 더 높은 격을 지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허세 부리지 마라. 긴고아의 봉인이 풀려도 저 녀석은 못 이겼으면서.”
“그땐 이게 다 풀린 게 아니었다니까?”
“그 말만 백 번은 들었다.”
옥신각신.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손오공과 그런 손오공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유원까지.
오딘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잠시 자존심을 내세우던 손오공은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거리듯 물었다.
“어쨌든, 이 녀석을 밀어내면 되는 거지?”
“일단은 시간벌이부터 생각해라.”
“시간?”
“저쪽에 크로노스가 있거든.”
“크로노스? 그 아저씨 사라졌던 거 아니었나? 그런데 그 아저씨가 왜?”
“……됐다.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일단, 저 녀석부터 어떻게 해 봐.”
손오공에게 무언가 이해를 기대하는 건 어려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잠시 볼을 긁적이던 손오공은 이내 고개를 들어 슈브 니구라스를 올려다보았다.
“시간벌이라…….”
이제 막 시험을 통과해 긴고아를 얻은 지금.
슈브 니구라스는 손오공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불안정하게 무너진 벽을 다 통과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균열에 끼어 있는 상태.
손오공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매섭게 타오르는 눈동자.
그 역시 유원과 마찬가지로 슈브 니구라스와의 싸움이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화풀이 정도는 되겠네.”
펑, 퍼퍼퍼펑-!
손오공의 주위로 자욱한 연기들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연기가 모두 걷힐 즈음.
[분신술]수백, 수천 명의 손오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신술.
화안금정과 함께 손오공을 대표하는 스킬 중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그 숫자가 세상에 알려져 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원래 다구리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거야.”
“원래 다구리 앞에서는…….”
“원래 다구리…….”
“원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손오공들.
동시에.
수천 개의 여의봉이 균열을 찢고 안으로 들어오던 슈브 니구라스를 향해 겨눠졌다.
“커져라-.”
“커져라-.”
“커져…….”
우우우웅-.
거칠게 떨리는 봉 끝.
수천 명의 분신을 대표해 진짜 손오공이 입을 떼었다.
“여의.”
투쾅-!
투쾅, 투콰과광-!
구웅, 구구구구구궁-.
수천 개의 여의봉이 슈브 니구라스의 몸을 두드렸다. 작은 산만 한 몸집조차도 바다의 깊이를 재던 신물인 여의봉 앞에서는 그저 작은 양 한 마리나 다름없었다.
“허어-.”
슈브 니구라스를 향해 뻗어진 수천 개의 여의봉에 오딘이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있는 곳을 정확히 피해 날려진 여의봉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위협적인 힘을 담고 있었다.
저 많은 분신들이 모두 하이랭커급의 힘을 지니고 있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질 않았다.
‘소문으로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제천대성.
옥황상제를 죽이고 천계를 뒤집어 놓은 하이랭커.
가장 최근에 한 자릿수의 하이랭커가 된, 이른바 천계의 반역자.
눈여겨보고 있던 녀석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유원과 함께 과거로 돌아온 존재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나 격이 달라져 있을 줄이야.
-마아, 마아아-!
슈브 니구라스의 울음소리가 거세졌다. 단순한 울음소리만이 아니라 그것은 가까이 있던 오딘과 유원을 비롯한 손오공의 분신들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다.
가까이 있던 오딘의 몸이 비틀거리고, 유원의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펑, 퍼퍼펑-!
손오공의 분신들이 하나둘씩 슈브 니구라스의 울음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콰득, 콰드드드-.
손바닥으로 여의봉의 끝을 날린 손오공의 팔 끝이 덜덜 떨렸다. 머리를 감싼 긴고아에서 서서히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윽…….”
기이이잉-.
긴고아의 빛에 손오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양손으로 받치고 있던 여의봉에서 한 손을 떼어 낸 손오공은 괴로운 듯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막심한 두통이 손오공을 괴롭혔다. 두통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손오공의 힘도 강해졌다.
카가가각-.
조금씩이지만 슈브 니구라스가 저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만큼 손오공은 더더욱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이 새끼……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제아무리 관리자가 사라져 벽이 약해졌다 한들, 이 정도로 균열에 힘을 가하면 그만큼 포인트의 낭비도 심해질 터.
심지어 그 주체가 슈브 니구라스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언가에 이끌린 거겠지.”
“대체 뭐에?”
“뭐겠냐.”
유원의 시선이 슈브 니구라스의 눈동자로 향했다.
어딘가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
유원과 손오공의 눈이 슈브 니구라스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자 그곳에는.
“바아아-.”
어딘가 멍한 듯한 얼굴로 동그랗게 서 있는 단풍이 있었다.
“저 녀석 때문이라고?”
“그것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왜?”
“어리석은 혼돈도 단풍에게 관심을 가졌으니까 말이야.”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균열을 열고 탑 바깥의 힘을 안쪽으로 끌어들였던 어리석은 혼돈은 더 이상 포인트를 쓸 수 없다고 판단해 싸움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그랬던 어리석은 혼돈이 단풍을 본 후 반응을 달리했다.
계획이 어긋나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녀석이 말이다.
“그 녀석이……?”
쿵-.
슈브 니구라스가 발버둥을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
여의봉이 흔들렸다.
이미 몇몇 분신들은 슈브 니구라스의 울음소리에 형체가 사라진 상태.
“오냐 그래. 끝까지 갈 생각이라 이거지?”
씨익-.
손오공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이이잉-.
긴고아의 빛이 강해졌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요동치는 걸 참아 내며 손오공은 슈브 니구라스와의 힘 싸움을 이어 나갔다.
그러던 때.
“야, 그런데 계속 이렇게 막고만 있을 수는…….”
유원을 돌아본 손오공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 하냐?”
어딘가 초점이 풀린 듯한 눈.
이 요란한 상황에 멍을 때리는 건 아닐 테고, 무언가 유원의 반응이 이상해 보였다.
“야? 야! 정신 차려!”
귀청이 떨어질 만큼 소리를 쳐 봐도 마찬가지였다.
유원도, 그리고 단풍도.
둘 모두 눈이 풀린 채 정신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아이 씨…….”
딱히 믿을 사람이 없는 지금.
당장 슈브 니구라스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는 건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나.”
지금으로서는 당장 슈브 니구라스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그 대신.
녀석도 무리해서 탑에 발을 들이느라 꽤 힘을 썼을 터. 더군다나 균열을 막 뚫고 들어온 직후라 그리 큰 힘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지금 결판을 내는 게 나을지도 몰라.’
슈브 니구라스.
회귀 전에는 끝끝내 잡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슈브 니구라스는 어리석은 혼돈보다 높은 격을 지니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우터 갓으로,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맞부딪쳐야 할 적이었다.
“오냐 나도 끝장을 봐 주마.”
기이이잉-.
그렇게 긴고아의 색이 점차 황금색으로 변해 가던 순간.
째깍-.
손오공의 귓가로 작은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응?”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소리였다.
쩌저저-.
슈브 니구라스에 의해 늘어나던 벽의 균열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유리로 만든 접시를 깨는 건 쉬워도 그것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손오공이 알기로 딱 한 명.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저쪽에 크로노스가 있거든.”
유원이 했던 말을 떠올린 손오공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뭐야.”
째깍-.
[‘시간역행’이 시작됩니다.]“그런 거였어?”
유원이 들었다면 이제 알았냐며 한심하게 쳐다봤을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