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83
이 이런 작은 그릇으로 변해 있으니, 이건 처음으로 돌아간 것인지 아니면 또 다음 진화인지…….
‘단풍을 말하는 건가.’
단풍은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상태였다. 녀석이 태어난 건 불과 몇 년 전으로, 억겁의 시간을 존재해 온 아우터 갓과 슈브 니구라스와는 존재해 온 시간이 너무나도 달랐다.
묻고 싶었다.
들리지 않은 이름의 뜻이 무엇이냐고.
너는 어떻게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단풍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냐고.
이 녀석은 대체 뭐냐고.
하지만 묻지 않았다.
‘들리지 않겠지.’
이곳은 슈브 니구라스의 공간.
녀석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았고, 그의 눈에 자신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아마, 목소리 역시 전해지지 않는 것일 터.
파스스스-.
유원이 서 있는 검은 숲의 나무들이 썩어 없어지기 시작했다. 수분이 모두 마른 나뭇잎은 부서져 땅의 거름이 되었고, 산양들은 슈브 니구라스의 품으로 돌아왔다.
슈브 니구라스의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잠시 머리를 일으켰던 녀석은 다시 고개를 숙여 몸을 웅크렸다.
-어쨌거나 확인을 했으니 이제 됐다.
슈브 니구라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던 세계가 점점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 즈음.
“바앗, 바-.”
단풍이 슈브 니구라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째깍-.
[‘시간역행’이 시작됩니다.]구구, 구구구구-.
무너졌던 벽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억지로 긴고아의 봉인을 풀며 여의봉에 마력을 불어넣던 손오공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크로노스?”
화륵-.
완성에 가까운 화안금정이 주위를 살폈다. 원하던 상대를 찾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저 멀리.
크로노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푸스스스-.
크로노스의 머리색이 점차 하얗게 변해 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니 자세히 보아도 모를 만큼 아주 미미한 변화였다.
하지만 손오공의 눈에는 보였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시간을 이곳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선택한 거야, 영감?”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느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긴 했지만 아니었다.
이건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크로노스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불사를 각오를 한 것이다.
유원을 과거로 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저저쩌, 저저저쩌-.
소리가 반대로 들렸다.
슈브 니구라스가 애써 만든 균열은 서서히 좁혀지고, 벽은 수복되어 갔다.
하지만 반대로 돌아가는 시간 속.
유일하게 반대로 흐르는 존재가 있었다.
-마- 아아아-!
천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검은 숲의 염소.
슈브 니구라스가, 다시금 균열을 찢어 내며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이 바깥의 존재에게는 시간이 통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세계를 비롯한 공간도, 그리고 시간의 흐름조차도 다른 불가해의 존재들.
슈브 니구라스는 그런 아우터 갓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격을 지니고 있었다.
제아무리 크로노스가 그들과 같은 힘을 지니게 되었다고 해도 시간을 역행해 슈브 니구라스를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리기란 역부족이었다.
“밀어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어.”
손오공이 여의봉을 들어 올렸다.
“커져라-.”
기이잉-.
머리에 씌워진 긴고아가 빛을 발하고.
“여의.”
투쾅-!
여의봉이 슈브 니구라스의 몸을 밀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웅, 웅웅웅, 우우우웅-.
거대한 여의봉의 겉면에 새겨지는 수백 개의 마법진들.
“서포팅은 오랜만이군.”
양손을 들어 올린 오딘이 손오공의 여의봉에 마법을 부여했다.
카가가가각-.
손오공이 뻗은 여의봉에 힘이 실렸다. 오딘은 다 깨진 자신의 주먹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오공을 돕는 편이 나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역행.
손오공의 여의봉.
그리고 오딘의 마법까지.
탑에서 손꼽히는 세 명의 하이랭커들이 힘을 쏟자, 슈브 니구라스의 몸이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기기긱-.
지금껏 꿈쩍도 하지 않던 몸체가 밀려 나가는 게 보이자.
“지, 지금이다!”
“전부 엄호해라!”
“기회다! 저 괴물을 밀어내!”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다른 랭커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
슈브 니구라스를 다시 벽 저편으로 밀어내기 위해서.
쿠궁, 쿠구구궁-.
콰우우우-.
벽은 순조롭게 복원되었고, 슈브 니구라스는 천천히 바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모든 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파스스스-.
크로노스의 수염이 말라 비틀어져 먼지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점차 하얘지던 크로노스의 머리와 수염은 완전히 희끗희끗한 노인의 머리로 변했다.
얼굴의 주름도 늘어났다. 손오공은 힐끗, 크로노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 영감…….”
크로노스의 힘은 무한한 게 아니었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또한, 그 힘은 평범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마력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 다시 채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힘이 닳게 되면 또다시 그는 이 세계에서 사라지게 될 터.
이번에는 어쩌면 탑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보다 더한 결과가 생겨날지도 몰랐다.
‘저 영감이 늙어 죽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군.’
유한한 힘을 계속해서 퍼붓는 건 단순히 시간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까지 갉아먹는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둘 중 하나였다.
크로노스가 체력이 다해 쓰러지거나.
아니면 그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다 쓴 나머지, 늙어 죽게 되거나.
어느 쪽이든 그리 유쾌한 결과는 아니었다.
-메아아아-.
까드드드-.
슈브 니브라스가 보랏빛의 털을 휘날리며 자신의 주위에서 재생되고 있는 벽을 다시 찢어발겼다.
크로노스가 벽을 다시 만들어 내는 만큼, 슈브 니브라스가 벽을 찢고 균열을 벌리는 속도도 함께 빨라지고 있었다.
녀석은 마치 탑의 모든 자들을 비웃듯.
그렇게 울음을 흘렸다.
‘어쩔 수 없나.’
콱-.
손오공은 머리에 둘러진 긴고아를 잡았다.
-이건 너의 힘을 봉인하는 주술.
도착한 천축에서.
손오공은 이번에도 회귀 전과 똑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풀려나선 안 될 주술.
머리에 씌워진 긴고아의 봉인은 지금껏 한 번도 풀어진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풀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푸는 법은 안다.’
잠깐의 망설임.
‘이걸 풀면…….’
손오공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이대로 슈브 니구라스가 탑에 들어오는 걸 보고 있느니, 차라리 봉인을 푸는 게 나을 것이다.
슈브 니구라스가 탑에 들어오면 아마, 더 큰 재앙이 펼쳐질 테니까.
그렇게 손오공이 막, 긴고아의 봉인을 풀려는 순간.
“그만둬라.”
콱-.
뒤에서 뻗어 온 손이 손오공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손오공이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를 통해 알았지만 역시나,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유원이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 방법밖에 없다.”
손오공은 단호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는 없었다.
실제, 함께 싸우고 있는 오딘도 마땅한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된다.”
“다른 방법이라도 있다는 거냐?”
“그래.”
손오공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망설임 없는 유원의 대답에 긴고아를 쥐었던 손에 힘이 풀어졌다.
정말 다른 방법이 있는 걸까.
그게 뭐냐는 손오공의 얼굴에 유원의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옮겨졌다.
“지금부터는…….”
슈브 니구라스의 머리 위.
쩌어억-.
검은 입이 슈브 니구라스의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저 녀석이 알아서 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