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93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아직 묻지 않겠소.”
저벅, 저벅-.
우마왕이 도깨비왕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기세는 금방이라도 손에 쥐고 있던 혼철곤을 휘두를 것만 같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도깨비들의 주술 한가운데 서 있는 유원의 모습이었다.
“일단은 이 녀석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으니.”
우마왕의 눈에 유원은 위태로워 보였다.
언제 미미르와 같은 꼴이 될지 모르는 지경. 예지안을 얻는 과정은 그만큼 위험하고 극단적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주술의 안정화였다.
“빚이 있다더니, 진짜였던 모양이구나.”
“알 바요.”
시큰둥하게 답한 우마왕이 유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우마왕의 대답에 수호 도깨비가 발끈했다.
“저, 저 건방진……!”
“그냥 내버려 둬라.”
“하지만 대왕님!”
“지금은 장사가 더 먼저다. 그것만 생각하거라.”
도깨비왕의 말에 수호 도깨비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눈앞에 있는 유원은 큰손이었다. 보유한 포인트만 해도 1억 5천만에 달했으니 유원은 지금껏 도깨비 나라를 방문한 어느 누구보다도 부유했다.
그런 만큼 이번 일은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됐다.
그런데 지금, 그 성공 여부가 도깨비가 아닌 다른 이의 손에 맡겨졌다.
“믿어도 되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넌 잘 모르겠구나.”
참으로 가소로운 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마왕의 실력을 의심하다니.
“주술에 관한 한, 저 녀석이 나보다 좀 더 낫다.”
“……예?”
수호 도깨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장 오래된 도깨비로, 주술을 만들어 낸 도깨비왕.
그보다 더 뛰어난 주술사가 이 탑에 존재했다니.
수호 도깨비의 시선이 우마왕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우마왕은 유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술을 행하고 있었다.
스무 명의 도깨비들과 도깨비왕, 그리고 주술의 대상자인 유원마저도 제어하지 못한 주술을 과연 우마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오랜만에 실력 좀 보겠군.’
우마왕을 바라보는 도깨비왕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 * *
지끈, 지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눈앞에 들어오는 수많은 장면에 화안금정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지금도 이런데 암브로시아까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미르와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머릿속에 주입되고 있는 주술에 매몰되어, 평생의 대부분을 잠에 빠져들어 살게 될지도 몰랐다.
화륵-.
[‘화안금정’이 ‘도깨비의 시간’을 통제합니다.] [‘화안금정’이 ‘도깨비의 시간’을 읽습니다.] [‘화안금정’이 ‘언젠가 일어날 일’을 비춥니다.] [예지력이 상승합니다.] [‘지식의 저주’가 강해집니다.] [‘지식의 저주’가…….]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역시 점점 위험을 알려 왔다.
눈앞에 떠오르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가운데, 이제는 무엇이 진짜 벌어질 일이고 아닌지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단순한 두통만이 아니라 의식까지 멀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역시 실패인…….’
“조금만 더 집중하거라.”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였더라.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어지럽던 중이라 누구의 목소리인지 바로 생각이 나질 않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유원.
그런 유원의 반응에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일단 집중부터.”
조금이지만 어지러운 게 사라졌다.
덕분에 흐트러지던 집중력이 다시 돌아왔다.
“눈에 집중하거라. 머리로 지식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눈으로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거라.”
믿음직한 목소리였다.
유원은 그제야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우마왕.’
그러고 보니 도깨비왕이 아니더라도 있었다.
이 탑에서 으뜸가는 주술사가.
미래에서는 천계의 감옥에서 처형당했던 탓에 볼 수 없었지만-.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화안금정이 가진 힘이다. 네가 보는 시간도 다르지 않다.”
유원의 몸에 새겨진 주술의 효력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예지를 지식의 형태로 주입하는 것과 그 시간에 대한 시각화였다.
그리고 화안금정의 힘은 벌어지지 않을, 가짜를 판별하는 것. 우마왕은 바로 거기에 집중하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만 들어오는 거면 그렇겠지.’
지끈, 지끈-.
머리에 걸려 오는 과부하의 결정적인 이유.
그것은 눈으로 시각화하여 들어오는 장면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주입되는 다른 무수히 많은 양의 예측들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화아아아-!
유원의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무수히 많은 장면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수억 개에 달하는 장면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정신없이 들어오는 화면 속, 유원은 우마왕의 말대로 화안금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처럼 머리의 두통은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거짓과 진실의 구분.’
츠츠, 츠츠츠-.
화르르륵-.
화안금정이 매섭게 타올랐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걸 밝히며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하나둘씩 불에 타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 과정이 반복되어 갈 무렵.
[‘화안금정’이 ‘언젠가 일어날 일’을 비춥니다.] [반복적으로 미래를 예지하였습니다.] [예지력이 상승합니다.] [‘화안금정’이 반복적으로 미래를 비춥니다.] [‘화안금정’이 효과에 없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히든피스의 조건을 일부 충족하였습니다.] [‘예지안(豫知眼)’을 획득하였습니다.]* * *
츠츠, 츠츠츠-.
유원의 몸에 새겨져 있던 글자들이 모두 눈으로 모여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우마왕이 손을 댐과 동시에, 글자들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였다.
스무 명의 도깨비들과 도깨비왕이 만들어 낸 주술을 우마왕은 혼자 움직인 것이다.
“……대단하군.”
수호 도깨비는 그런 우마왕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 걸까.
스무 명의 도깨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 큰 불길이 작은 불씨를 잡아먹듯, 우마왕의 주술은 다른 도깨비들의 주술을 모두 아울렀다.
수호 도깨비는 왜 도깨비왕이 우마왕의 실력을 인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츠츠-.
그렇게 우마왕이 이끈 모든 주술의 힘이 유원의 눈에 새겨졌다.
수십 명의 수호 도깨비들.
도깨비왕.
그리고 우마왕까지.
그들 모두의 주술이 한 개인의 눈에 새겨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안정적인 형태로.
‘우마왕도 우마왕이지만…… 저 인간도 대단하군.’
주술의 힘은 단순히 육체가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정신력이 없고서는 감당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치러진 주술이 모두 끝나고.
스르르-.
도깨비들의 한가운데 서 있던 유원의 무릎에 힘이 풀렸다.
턱-.
우마왕이 유원의 팔을 붙잡았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뻔했던 유원은 고개를 들어 우마왕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여긴 어떻게 왔습니까?”
“죽다 살아났으면서 그런 게 제일 먼저 궁금하더냐?”
“죽다 살아난 건 아닙니다.”
욱씬-.
눈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유원은 손을 들어 잠시 눈을 덮었다.
풀어진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난 유원은 눈살을 찌푸린 채 우마왕을 바라보았다. 2미터가 훌쩍 넘는 우마왕의 키 탓에 유원은 고개를 반쯤 위로 꺾어야 겨우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에 뭐가 들어가거나 한 건 아닐 테고…….”
“비슷하긴 하다.”
“제 눈이 그렇습니까?”
스윽-.
손을 치운 유원의 눈 위로 붉은색과 더불어 주술이 새겨진 문양이 나타났다.
빼곡한 글자들이 새겨진 눈동자.
그 눈을 보는 순간 우마왕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성공했군.”
“예.”
욱씬-.
유원은 눈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눈앞에 펼쳐진 장면과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화안금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유원의 한쪽 눈은 새로운 힘을 얻었다.
[예지안(豫知眼)]# 랭크 : SS+
# 숙련도 : 0.00%
# 미숙한 상태의 예지안이다. 아직까지는 예지(豫知)라기보다는 가능성 높은 예측(豫測)에 더 가깝다.
# 숙련도에 따라 더 정확하고 먼 미래의 예지가 가능하다.
스킬의 설명으로만 놓고 보면 얼마나 대단한 스킬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당연했다.
‘숙련도의 문제겠지만.’
어떤 스킬이든 처음 막 얻었을 때부터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숙련도에 따라 그 효과가 몇 배나 차이가 나니, 당장 예지안을 통해 보는 미래가 확실한 미래인지 아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당장은 화안금정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예지안은 정확하지 않은 수많은 미래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보게 하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화안금정은 그 많은 미래들 가운데 진실을 파악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두 개의 스킬은 비슷한 개념을 지니고 있어, 화안금정은 숙련도가 낮은 예지안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반쪽짜리로구나.”
우마왕은 유원이 얻은 예지안을 알아보았다.
어떻게? 라는 의문 직후, 유원은 예지안을 얻는 데 우마왕의 주술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예. 아직은.”
아직.
유원은 언젠가는 이 눈이 진짜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될 거라고 믿었다. 지금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언젠가 ‘미래시’를 내다보는 것도 가능할 거라 말이다.
“너무 남발하지 말거라. 위험한 힘이니.”
우마왕의 경고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지안의 과부하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었다. 보다 먼 미래를, 더 정확하게 알고자 할수록 예지안은 유원을 망가뜨리는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것이고.
“잔소리는 이쯤하시고,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분명 우마왕은 손오공보다도 훨씬 먼저 위로 향했다.
100층에서 이루어지는, 신격을 얻기 위한 플레이어의 가장 마지막 시험.
우마왕은 그 시험에 도전한 이후 꽤 오랫동안 종적을 감췄다. 어쩌면 시험에서 실패해 그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지만 우마왕의 랭킹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곳에 나타나다니.
“볼 일이 있어서 왔다.”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
“네가 아니다.”
“……?”
유원은 우마왕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주위에서 자신들을 적대시하며 바라보고 있는 도깨비들. 평소 그답지 않게 투기를 끌어올리며, 손에는 혼철곤을 쥐고 있는 우마왕.
그리고 그의 시선 끝에 위치해 있는 거구의 도깨비왕.
대충 우마왕이 말한 ‘볼 일’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용건은 이쪽이었나.’
아니나 다를까.
“급한 일은 끝난 것 같소.”
꽈아악-.
우마왕이 혼철곤을 들어 올렸다.
대력왕(大力王)이라고도 알려진 힘이 혼철곤을 쥔 손에 깃들었다.
“이제 시작하는 게 어떻겠소?”
“그간 많이 크긴 한 모양이구나.”
츠츠, 츠츠츠-.
도깨비왕의 얼굴 위.
인간의 탈이 흐려지며, 두 개의 뿔을 가진 험악한 도깨비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디 실력 좀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