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2
유원은 앞으로 내민 우마왕의 손을 바라보았다.
“팔씨름 말입니까?”
이 무슨 단순한 제안인지.
이제 막 기절했다 일어난 사람에게 할 만한 제안은 아니었다. 제안을 한 사람이 손오공이라면 또 모를까, 적어도 유원이 겪어 본 우마왕은 이리 저돌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우마왕의 표정은 진지해 보였다.
‘우마왕은 대력왕(大力王)이라 불리던 고대의 하이랭커였다.’
이름 그대로, 우마왕은 힘에서만큼은 당할 자가 없다고 알려진 자.
그런 우마왕과 팔씨름을 할 만한 자라면 아마 헤라클레스 말고는 없었다.
“재밌지 않겠느냐? 어차피 몸은 멀쩡한……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고 말이지.”
어쩐지.
아무래도 우마왕은 이번 시술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원도 궁금하긴 했다.
이번 시술로 인해 스탯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그리고 얼마나 근력이 더 늘었을지 말이다.
[이름 : 김유원] [레벨 : 125] [근력 : 148] [민첩 : 131] [체력 : 151] [감각 : 140] [마력 : 177] [보유 포인트 : 34150400] [보유 스킬] [최상급 마력검, 마나포, 화안금정(火眼金睛), 성화, 거인화…… ] – 상세오랜만에 확인하는 상태창이었다.
유원은 스탯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직접 몸으로 체감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주의였으니깐.
자주 보지 않던 것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스탯을 얻었는지 말이다.
‘……이제 제법 많이 올라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마력이었다.
무려 177. 확실히 마력 스탯 역시 시술을 받기 전보다 몇 개 정도 더 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다. 이미 유원의 마력은 그 전부터 170을 넘는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큰 변화를 가진 건 다른 스탯들이었다.
‘근력과 체력이 엄청 올랐다.’
이거야말로 가장 원하던 바였다.
177에 달하는 마력을 버텨 낼 수 있는 강인한 육체.
스탯을 확인한 유원은 여전히 손을 내민 채 기다리고 있는 우마왕을 바라보았다.
‘팔씨름이라…….’
유원이 한창 랭커로 활동하던 시절.
우마왕은 이미 오래전에 목숨을 잃은, 랭킹에서 사라진 고대의 하이랭커일 뿐이었다.
이름조차 거의 잊힌 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옆에 손오공이 있었기 때문.
원래도 손오공과 그리 전력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우마왕이었는데, 시험을 통과하고 신격을 얻은 지금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싶었다.
‘해 볼까.’
콱-.
유원이 우마왕의 손을 붙잡았다.
시작 신호는 필요 없었다.
유원은 허공에서 자신을 향해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걸로 되겠느냐?”
꽈아악-.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에 유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확실히.
제아무리 시술을 받았다고 한들, 아직까지 근력 하나만으로 우마왕을 이기는 건 어려웠다.
그렇다면.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꽈아아악-.
처음으로 우마왕의 팔이 움직였다.
우마왕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제야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가며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제 좀 쓸 만해졌구나.”
콰직, 콰직-.
유원이 누워 있던 침대가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팔은 허공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마왕은 거인화를 사용한 채 자신의 힘에 맞서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몇 가지 특성을 얻은 거지.’
손아귀와 팔에서 느껴지는 힘뿐만이 아니었다. 우마왕은 단숨에 도깨비왕을 땅에 내다 꽂았던 유원의 모습을 기억했다.
‘이게 다가 아닐 텐데.’
아직까지 유원에게서는 그만한 힘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던 거였는지.
‘그럼…….’
역시, 자신도 마찬가지로 힘을 올리는 수밖에.
-이것들이 또 뭘 부숴 먹으려고.
천장에서 울리는 목소리.
유원과 우마왕의 팔에서 힘이 풀어졌다. 어느새 침대는 쩍쩍 갈라져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고, 건물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둘 다 얌전히 좀 있어라. 여기도 무너지면 이젠 쫓겨날 줄 알고.
도깨비왕이었다.
성은 물론 그가 머물던 또 다른 거처도 무너져 버렸으니 어지간히 짜증이 난 모양.
자연스레 우마왕과 유원도 머쓱하게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괜한 짓을 했군.”
성급히 유원에게 손을 뻗었던 우마왕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기절했다 깨어난 유원에게 할 만한 제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괜찮습니다. 어디 다친 것도 아니고.”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나.”
침대 옆 의자에 앉은 우마왕은 앉은키도 상당했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여전히 도깨비들은 술을 퍼 마시고, 무슨 할 말이 많은지 취기를 빌려 웃고 떠들고 있었다.
“요즘 바깥은 많이 어수선하더구나.”
슈브 니구라스가 등장한 이후.
탑은 큰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제 막 아래로 내려온 우마왕이 그 사실을 체감하고 있을 정도였다.
“네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도 있던 일이겠지.”
“이건 그냥 시작일 뿐입니다.”
유원의 머릿속에 자신을 노려보던 슈브 니구라스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조금 요란하긴 하지만요.”
확실히 시작치고는 과했다.
다른 녀석도 아니고 슈브 니구라스라니.
“아우는 어쩔 셈이냐?”
“올라가야지요.”
“위로 말이냐?”
“예. 형님…….”
아우라는 말에 너무 자연스레 나와 버린 말.
유원은 잠시 어색하게 말을 멈추고는 물었다.
“……은 어쩔 생각이십니까?”
“오공이를 찾아 봐야지.”
그토록 기다리던 말이었음에도 우마왕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느긋한 얼굴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 녀석이 어디 쌈질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있더냐?”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에 유원은 오랜만에 픽 웃고 말았다.
하기야.
천축에 도착해, 거기서 부처라는 놈과 만나 싸움이라도 한다면 또 모를까 손오공이 거길 어떻게 찾을지는 유원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우마왕이 옆에 붙어 준다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드륵-.
이야기를 마친 우마왕은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네 일을 하거라. 나는 내 일을 할 테니. 그리고 나중에 손잡고 같이 할 일이 있거든, 네가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그때 도와주마.”
이곳에서의 일은 마무리되었다.
우마왕도, 그리고 유원도.
이제 여기서 더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우마왕은 방을 나서며 짧게 인사했다.
“쉬거라, 이제.”
끼이이-.
천천히 문이 닫혔다.
우마왕은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낮이 오지 않은 세계였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은 아침처럼 상쾌했다.
씰룩-.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
“형님, 이라…….”
겨우 한 마디 들었을 뿐이라지만.
기분이 꽤 좋아져, 우마왕은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루가 더 지났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고 나자, 조금 무겁던 머리는 씻은 듯 개운해졌다.
뚜둑-.
며칠 몸을 쓰지 않았다고 벌써 여기저기가 굳은 느낌이 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바뀐 몸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개판이군.’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우마왕에게 상대를 해 달라 부탁을 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탯 한두 개만 바뀌어도 적응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런데 무려 수십 개의 스탯과 특성을 얻었는데 바로 움직이려니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당연했다.
아무래도 시험은 며칠 더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슬슬 시작이군.’
우마왕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딘과 아스가르드가 주최하는 화합의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정말 세상이 빠르게 변할 것이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탑에 파도가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도를 일으키기 시작한 건 바로 자신이었다.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겠지.’
유원은 편하게 입고 있던 옷을 다시 갈아입고, 곧장 도깨비왕을 찾았다.
도깨비왕의 새로운 거처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길에서 술에 취한 도깨비 아무에게나 물어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벅-.
도깨비왕의 두 번째 거처보다는 훨씬 작은 집이었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다른 기와집. 주위에는 도깨비들이 떠들썩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문 앞으로.
“왔냐?”
이매탈이 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하러 온 거냐?”
“인사도 겸사겸사.”
“인사가 겸사면, 다른 용건은?”
“아직 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니까. 이거 떼먹고 가면 나중에 어찌 될 줄 알고.”
“잘 아네. 피 볼 거.”
스윽-.
이매탈이 유원의 옆을 지나쳐갔다.
도깨비왕에게 안내를 해 줄 거라 생각했던 유원은 그가 어디로 가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
“왕은 여기 안 계신다.”
따라오라며 고갯짓한 이매탈이 걸음을 옮겼다.
유원의 시선이 이매탈의 발끝으로 향했다. 축지라도 밟는 건지, 이매탈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다른 이들의 열 걸음보다 많은 거리를 이동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보폭.
스윽-.
유원의 발도 덩달아 빨라졌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이었다.
‘이건 뭐…….’
휘이이잉-.
수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
‘싸우기 딱 좋은 장소네.’
척-.
이매탈의 걸음이 멈췄다.
덩달아 그 뒤를 따라오던 유원의 걸음도 멈추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바위 하나를 깎아 만든 의자에 앉아 있는 도깨비왕이 보였다.
“수고했다.”
“별 말씀을.”
도깨비왕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이매탈이 옆으로 비켜섰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깨비왕의 몸에서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투기가 느껴졌다.
“대나무 숲에서 시원하게 한 판 붙자, 뭐 그런 겁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않겠냐? 기껏 도와 준 도깨비를 있는 힘껏 땅에 내다 꽂았으면 말이지.”
“제가 정말 그랬습니까?”
우마왕은 자신이 도깨비왕의 거처를 부숴 먹었다더니 아무래도 그게 이거였던 모양.
그런데 힘이 장사인 저 도깨비왕을 바닥에 내다 꽂았다니, 유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기억이 안 납니다만.”
“그래. 우마 녀석은 네가 그때 같지 않다고 그러더군.”
가장 가까이서 유원의 힘을 보았던 도깨비왕은 그날 이후 지금껏, 그 순간을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해서 떠올렸다.
그건 대체 뭐였을까.
단숨에 자신의 몸을 들어 올려 바닥에 내다 꽂았던 힘.
도깨비왕은 그 정체를 알고 싶었다.
“아무래도 적당히 해서는 그때처럼 힘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야.”
“그래서 여기로 절 부른 겁니까?”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
자신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 그리고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르는 일로 싸우자고 부르다니.
“이미 두 번이나 부숴 먹은 집, 세 번째 부술 수는 없고. 어쨌거나 내가 한 번 확인을 해 보고 싶어졌다.”
“그게 뭔진 나도 잘 모르…….”
쿠구구구-.
어깨를 짓누르는 힘에 유원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불과 며칠 전.
우마왕과 싸울 때처럼 도깨비왕이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에 따라 서서히.
“대련이다 생각하고 적당히 하지 말고 제대로 하거라. 미리 말해 두지만-.”
스으으-.
도깨비왕의 얼굴 위에 씌워져 있던 가면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난 이 싸움에서 널 죽일 생각까지도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