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8
* * *
하루 휴식 후.
“먼저 포지션부터 정하지.”
다이달로스는 팀원들을 불렀다.
허공에는 그의 마력으로 만들어 낸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이게 우보 사틀라의 둥지다. 면적은 3킬로미터 정도. 그리 크지는 않아.”
“3킬로미터면 넓은데?”
사자왕의 물음에 우보 사틀라를 본 적이 있던 다이달로스는 비웃음을 지었다.
“우보 사틀라의 덩치를 생각하면 그런 말은 안 나올 거다.”
이 계획을 시행하기 전, 다이달로스를 비롯한 수십 명의 랭커들이 우보 사틀라의 둥지를 살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돌아온 생존자는 다섯 정도.
그리고 그 수색에서 다이달로스는 우보 사틀라의 둥지와 그 주위의 구조를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헤라클레스와 사자왕은 전면에 선다. 아수라와 지크프리트는 중간에서…….”
다이달로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도합 일곱 명에 달하는 팀원들.
그중 다이달로스는 전투원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애초에 그의 역할은 계획의 설계자였고, 이 팀의 포지션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유원.”
“어.”
“창 던질 줄 알지?”
다이달로스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무기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게 있다. 넌 그걸로 후방에서…….”
파지지지-!
유원의 손안에서 전격이 터져 나왔다.
압축된 전격에 화들짝 놀란 사자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창…… 인가?”
“이런 스킬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군.”
유원이 만들어 낸 창에 팀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스킬.
하지만 이 자리에 한 명, 유원이 만들어 낸 창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벼락…….”
바로 헤라클레스였다.
그는 올림포스에서 제우스를 몰아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랭커였다. 당연히 제우스가 만들어 낸 벼락을 본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아버지와 이 녀석은 접점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원과 제우스는 접점이 없었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왕좌에서 밀려났을 때, 유원은 이제 막 랭커가 된 풋내기였을 뿐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서의 일이었지만.
치지, 치지지-.
유원의 손안에서 흐릿해지는 벼락.
그는 다이달로스를 바라보며 손을 털었다.
“진짜 창이 있다면 한결 낫겠네.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물리적인 힘이 부족하니까.”
“어, 어어…… 그, 그래.”
생각지도 못한 스킬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이거 아무래도 처음 생각한 것보다 포지션을 훨씬 잘 짠 모양인데? 너한테 그런 스킬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난 그럼 칼리와 함께인 건가?”
“그래. 칼리를 앞에 세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하긴.”
칼리는 랭킹 17위의 하이랭커였다. 그녀는 이 탑에서 가장 많은 수의 마나포를 다룰 만큼 뛰어난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근접전이 약한 것도 아니었지만.
“대충 포지션은 정해졌으니 이제 손발을 좀 맞춰 보자고. 김유원과 헤라클레스 말고는 다들 같이 싸워 본 적이 없을 테니까.”
* * *
스윽, 슥-.
다이달로스가 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계자인 그의 능력은 던전의 실체화.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던전을 만들어 내는 게 가능했다.
물론, 그 던전의 실체를 파악하거나 던전의 주인인 다이달로스가 공격당하면 소용없는 짓이었지만.
‘이게 다이달로스가 팀원으로 선택된 이유였지.’
유원은 설계를 시작한 다이달로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는 가장 의심이 가는 사람이었다. 다이달로스가 설계했던 던전의 구조와 실제 우보 사틀라의 둥지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설계에 시간이 꽤 걸리는군.”
따분해진 아수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위를 살피며 이글거리는 눈을 빛냈다.
“누구 상대해 줄 사람 없나?”
한 바퀴 팀원들을 슥 둘러본 끝에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칼리가 있었다.
“그리 원한다면야.”
그렇게 둘의 눈이 마주한 순간.
“이봐!”
한참 땀을 뻘뻘 흘리며 설계를 하던 다이달로스가 둘을 향해 소리쳤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너희 둘이는 붙지 마라! 그냥은 안 끝날 거 아녀?”
다이달로스의 외침에 아수라가 칼을 뽑아 들다 멈췄다.
어쨌거나 현재 이 팀의 리더는 다이달로스였다. 아무리 아수라가 막나가는 성격이라 할지라도 곧 있을 싸움에 방해가 되는 일까지는 하지 않았다.
인드라와의 싸움에서 죽은 가장 성격 급한 첫 번째 머리라면 또 모를까.
“……그럼 다른 녀석으로 하지.”
이어진 아수라의 시선은 유원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김유…… 음?”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나무 밑동에 앉아서 쉬고 있던 유원이 보이질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원은 이미 다이달로스를 향해 저만치 걸어가 있었다.
저벅-.
한참 설계에 집중하고 있던 다이달로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유원이 고개를 불쑥 내민 채 바닥의 그림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여기 이쪽-.”
유원의 손이 다이달로스가 그린 바닥의 그림으로 향했다.
“모양이 조금 이상한데.”
“이쪽?”
다이달로스는 유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그린 것 맞나?”
“뭐냐? 지금 걱정하는 거냐?”
걱정 말라는 듯 허허 웃는 다이달로스.
하지만 이내, 그는 정색한 채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유원의 눈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제대로 기억해 봐라. 좀 더 확실하게.”
“제대로……?”
다이달로스는 유원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그린 바닥의 설계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그것은 우보 사틀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던전으로 변할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던전일 뿐이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거라면.
이 시뮬레이션을 통한 포지션 연습은 애초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라. 잠깐만…….”
무언가 새로 기억이 나기라도 한 걸까.
다이달로스는 심각한 얼굴로 유원을 밀어내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설계가 다시 시작되었다.
* * *
다이달로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유원은 다시 시작된 설계를 지켜보았다.
설계는 착실하게 이루어졌다.
수정된 설계는 우보 사틀라의 둥지를 유원이 기억하는 것과 거의 똑같이 그려 내었다.
그렇게 설계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잠깐 나 좀 보지.”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불러냈다.
저벅, 저벅-.
근방의 숲으로 유원을 데려온 헤라클레스가 몸을 돌렸다.
거리가 꽤 떨어져 다른 이들이 대화를 엿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지점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이야.”
헤라클레스는 유원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버지의 벼락이었다.”
제우스의 벼락.
그것을 몇 번이나 몸으로 버텨 내었던 만큼, 헤라클레스는 유원의 벼락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냥 흉내 낸 수준이 아니야. 힘의 근원까지 같았다.”
“그래서?”
“대체 뭐였지, 그건?”
어서 설명해 보라는 듯.
헤라클레스의 재촉에 유원이 입을 열었다.
“만난 적이 있다.”
“언제?”
“여기서는 아니야.”
“여기서라니?”
“시계태엽.”
유원의 대답에 헤라클레스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전부터 오딘과 크로노스와 함께 의논되고 있던 그걸 대체 왜, 뜬금없이 지금…….
“설마?”
휘둥그레진 헤라클레스의 눈.
“너무 크게 반응하지 마라.”
화륵-.
유원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화안금정으로 주위를 살핀 유원의 눈에 흐릿하고 불분명한 형태가 들어왔다.
[‘화안금정’이 ‘칼리의 백팔 번째 눈’을 발견했습니다.]역시나.
이쪽을 살피고 있는 눈이 있었다. 칼리라면 분명 호기심 때문에라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원이 칼리의 눈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파짓-.
퍽-!
칼리의 눈동자가 가늘게 뻗어 나간 전격에 꿰뚫렸다. 그런 유원의 행동에 고개를 돌려 칼리의 눈을 발견한 헤라클레스가 물었다.
“뭐 하는 거지?”
“보는 눈이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비밀로 하려는 건가?”
“일단은.”
“……결국 네가 선택됐나. 하긴.”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오공과 헤라클레스, 그리고 유원까지. 세 사람은 시계태엽으로 과거로 돌아갈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그중, 헤라클레스는 자신보다도 유원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던 쪽이었으니 이 결과에 납득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럼 여긴 네게 과거가 되는 건가? 생각보다 그리 많이 돌아오진 않았는데.”
“과거긴 한데, 원래 있던 과거는 아니다.”
“무슨 소리냐?”
“대충 중간지점쯤이지.”
“중간지점?”
무슨 소리인가 싶어 헤라클레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손오공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확실히 유원의 말은 미미르나 오딘이 아니라면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추상적인 데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헤라클레스가 머리가 좋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뭐, 아무튼 대충 이해는 됐다.”
오히려 이해를 다 하지 못한 덕분에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유원이 왜 이곳에 있고, 어떻게 제우스의 벼락을 손에 넣은 것인지를 묻지 않았다.
유원은 화안금정까지 손에 넣은 마당이었다. 애초에 시계태엽으로 과거로 돌아갈 사람은 모든 걸 손에 넣은 완벽한 1인이 되어야 했다.
벼락 정도는 우스운 일인 것이다.
다만.
“그런데 시계태엽으로 돌아온 네가 여기엔 왜 있는 거지? 그리고 왜, 나에게만 이런 걸 말하는 거고.”
아직까지 헤라클레스의 의문은 다 해소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거기에 대한 답은 쉬웠다.
“최소한 넌 아니니까.”
“응? 무슨 소리냐?”
“이번 계획.”
유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실패했다.”
“……뭐라-!”
“쉿. 목소리 낮추라니까.”
“헙.”
헤라클레스가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정보를 다른 팀원들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오히려 동요한 나머지 팀웍이 더 망가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 그래서였군. 그래서 이쪽을 먼저 바꾸려고…….”
“뭐, 비슷하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이건 과거도, 미래도 아니었다.
유원이 써 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세계일 뿐.
“그래서? 왜지? 왜 실패한 거냐?”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헤라클레스는 유원이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거짓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말해 주면 분명 티가 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이 이 말을 한 이유는 하나.
“사자왕을 한 번 떠 봐라.”
“사자왕을? 왜?”
“이유는 묻지 말고. 티 나지 않게 녀석을 한 번 자극해 봐라. 팀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지.”
“혹시…… 그 녀석 때문에?”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사자왕이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는 건 헤라클레스 역시 알고 있던 바.
혹시라도 그의 잘못으로 이 계획이 실패한 거라면 가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알 수 있을 거다.”
“거기 둘!”
다이달로스의 목소리.
유원과 헤라클레스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완성됐다! 그쯤 하고 와!”
우보 사틀라의 둥지.
유원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낸 가상의 던전을 무대로 삼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일곱 명의 팀원 중 누가, 우보 사틀라와 붙어 먹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