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9
* * *
다이달로스의 던전은 실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올림포스 출신의 오래 된 그는 주로 전투에서 함정을 파는 역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아우터 갓에게는 그 함정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이달로스의 역할은 주로 팀원과 같이 합을 맞추는 포지션을 보좌하는 데 있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서포터인 셈.
저벅-.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낸 던전 속.
땅 아래로 내려온 팀원들은 ‘우보 사틀라의 둥지’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까지 구현되다니.
지크프리트는 던전의 안쪽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역시 실감나는군.”
팀원들 중 다이달로스의 던전에 들어와 보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만큼 그들 일행들 사이에서 다이달로스의 던전은 많이 애용되고 있었다.
이번 던전은 그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바.
지크프리트는 어느새 하늘을 뒤덮고 나타난 까만 천장을 보며 물었다.
“이게 우보 사틀라의 둥지냐?”
“내가 기억하는 대로라면 아마 거의 똑같을 거다. 디테일한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말이지.”
“디테일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구조와 녀석들의 능력이지.”
“그런 건 꼼꼼히 만들었다.”
기잉-.
다이달로스의 손짓에 허공에 그림이 하나 떠올랐다.
미로에 가까운 그림.
이 던전을 간략하게 그려 낸 설계도였다.
“이걸 잘 기억해 둬라. 이 둥지를 공략하려면.”
그 말에, 유원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낸 설계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물론, 유원은 단순히 그것을 외우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얼추 비슷해지긴 했네.’
너무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흐릿하긴 했다.
그래도 얼추 유원이 기억하는 것과 지금 눈앞에 있는 설계도는 맞아떨어졌다.
“다들 기억했나?”
“그래.”
“대충은.”
“겪어 보면 더 잘 알겠지.”
“그럼 난 이제 여길 나갈 거다. 다들 수고하라고.”
다이달로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했다.
설계자인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제는 전투원인 다른 팀원들의 몫이었다.
힐끗-.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바라보았다.
대놓고 보면 되지 한 번씩 힐끗거리는 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눈짓이었다.
‘역시 연기를 잘하진 못하네.’
다행히 다른 팀원들은 그런 헤라클레스의 행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쨌거나 우보 사틀라의 던전이 만들어졌으니.
이젠, 팀원들을 흔들어 볼 차례였다.
* * *
쫘아악-!
지크프리트의 검에 베어진 물체가 꿈틀거리며 바닥에 늘어졌다.
그대로 녹아 보랏빛의 연기로 흩어지는 외신을 보며 사자왕이 이빨을 드러낸 채 중얼거렸다.
“이 지긋지긋한 것들은 여기서도 말썽이군.”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그것도 상당히.”
“여기까진 기억하는 것과 길이 똑같아. 그리 위험한 것도 없어 보이고 말이지.”
의견을 나누며 팀원들이 전진을 이어 나갔다.
우보 사틀라에게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정면에 선 헤라클레스와 사자왕이 외신들을 밀어내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외신들을 지크프리트와 아수라가 베어 냈다.
제일 후방에 선 유원과 칼리는 아직까지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잠깐의 휴식.
아니, 점검 시간.
지크프리트는 자신들이 온 길목을 칼로 바닥에 그렸다.
“여기가 중간 지점이다.”
우보 사틀라의 둥지에는 여러 외신들이 분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건, 다이달로스가 사전에 다른 랭커들과 함께 와서 알게 된 환경일 터.
“다이달로스가 그린 지도에서는 이쪽부터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위험한 구역이 시작된다는 뜻이지.”
지금까지는 초입에 불과했다. 우보 사틀라의 둥지는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우보 사틀라의 능력은 정신계다. 지금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도록.”
지크프리트의 경고에 사자왕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어차피 지금 여기는 가짜 아닌가? 뭘 그리 긴장하고 그래?”
헤라클레스의 눈이 반짝인 건 그때였다.
“그래서 그렇게 대충 싸운 거냐?”
“뭐?”
대충이라는 말이 거슬렸던 걸까.
헤라클레스를 휙 돌아본 사자왕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했다.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본 유원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시비에 속으로 박수를 쳤다.
‘나쁘지 않네.’
아마도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유원이 뒤에서 지켜보기로도 사자왕은 본인의 실력에 비해 대충대충 싸우는 게 느껴졌으니까.
평소 헤라클레스의 성격이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똑바로 해라. 정신 차리고. 너 하나가 잘못하면 다른 팀원들이 피해를 받는다.”
“지금 내가 민폐라는 거냐?”
“다행히 말귀는 똑바로 알아듣는군.”
순식간에 험악해지는 분위기.
“자, 자. 그만들 하지.”
중재에 나선 건 지크프리트였다.
원래 이런 역할은 헤라클레스가 맡아 왔지만 지금은 그 헤라클레스가 싸움의 당사자가 된 상황.
“같은 포지션을 하고 있는 둘이 싸우면 팀의 전열이 무너진다. 지금은 개인 감정은 좀 묻어 두자고.”
“저 새끼가 먼저-!”
“헤라클레스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으득-.
지크프리트의 말에 사자왕이 이를 갈았다.
확실히 헤라클레스는 없는 말을 지어 내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괜한 걸로 시비를 걸 만큼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더 긴장해라. 그리고 헤라클레스.”
“왜 그러지?”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너도 자중해라. 지금 네 행동은 팀의 분열을 일으키는 것밖에 안 돼.”
지크프리트의 행동에 사자왕과 헤라클레스의 대립이 잠시 멈췄다.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던 행동들. 덕분에 사자왕의 반응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얻은 건 있었다.
‘지크프리트일 확률은 낮겠어.’
어쨌거나 우보 사틀라와 붙어먹은 배신자는 이 팀의 분열이 목적일 터.
그런데 지크프리트는 오히려 그 분열을 멈추려 했다.
시스템이 말한 배신자가 지크프리트일 가능성은 낮아졌다.
물론.
‘실전에 들어가 봐야 더 확실하겠지만 말이지.’
지금 여긴 아직까지 다이달로스의 던전 안일 뿐. 보다 확실한 건 던전 안에서의 활동이었다.
그때였다.
“그래서 지금, 저딴 말을 듣고 나 보고 가만히 있으라 이건가?”
한동안 화를 식히고 있던 사자왕은 못 참겠던지 헤라클레스를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다.
덩치라면 헤라클레스 못지않은 그였다.
쾅-!
사자왕이 두 주먹을 부딪치자, 천장이 울렸다.
“어차피 지금은 연습 아닌가?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이 낫겠지.”
“무슨 말이지?”
“너랑 나, 아직 풀어야 할 게 있지 않나?”
사자왕은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사자왕의 눈빛에 헤라클레스는 연기를 하는 대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이 시작될 것 같은 그때.
“지금 여기서 우리들끼리 칼춤이라도 출까?”
스카악-.
지크프리트가 검을 뽑아 들어 사자왕과 헤라클레스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그람과 발뭉.
칼을 뽑은 지크프리트가 전에 없던 살벌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춤에 나도 좀 끼워 주지.”
헤라클레스와 사자왕, 그리고 지크프리트까지.
자칫 삼파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싸움에 헤라클레스는 손을 들어 올렸다.
“……관두지.”
스윽-.
손바닥으로 목에 겨눠진 발뭉을 밀어냈다.
용의 비늘조차도 부드럽게 잘라 내는 검이었다. 지크프리트는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검날을 잡아 미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러는 와중에 헤라클레스는 다시 사자왕을 돌아보았다.
“미안하다. 말이 좀 과했다.”
헤라클레스가 사자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잠시 그 손을 바라보던 사자왕은 여전히 구겨진 인상을 피지 않은 채 몸을 휙 돌렸다.
“됐다. 꺼져라.”
사과는 받지 않았지만 드센 사자왕의 성격상 이 정도면 꽤 부드럽게 넘어간 편이었다.
그렇게 거리가 멀어지고.
“후아-.”
성큼성큼 걸어가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팀원들과 거리를 벌린 사자왕은 참고 있던 답답한 숨을 뱉어 냈다.
“와 씨, 진짜 싸우는 줄 알았네.”
* * *
-와 씨, 진짜 싸우는 줄 알았네.
야타의 거울에 비춰진 사자왕의 얼굴에 유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만, 그래도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사자왕은 아웃.’
애초에 자존심 때문에 시작된 싸움일 뿐. 사자왕은 처음부터 진짜로 헤라클레스와 싸우려던 건 아니었다.
당연했다.
사자왕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상대는 헤라클레스였다. 강과 강이 부딪치면, 더 단단하고 강한 쪽이 이기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이 탑에 헤라클레스보다 강하고 단단한 사람은 없었다.
“많이 쉬었으니 이제 다시 움직이지.”
잠깐의 휴식 후, 지크프리트가 팀원들을 이끌었다.
유원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평소 그답지 않았다.
“평소 저 녀석답지 않군.”
유원이 힐끔 옆을 돌아보았다.
후방에서 자신과 함께 팀원들을 돕는 포지션을 가진 랭커.
칼리였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슨 의도인 걸까.
잠시 앉아서 쉬고 있던 유원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팀원들의 뒤를 따라가는 칼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글쎄-.”
한 번 의심을 시작하니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헤라클레스와 얼굴을 붉힌 사자왕.
두 사람의 싸움을 중재하고, 자연스럽게 팀을 이끄는 지크프리트.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칼리.
그리고 이 던전의 설계자인 다이달로스.
모두 유원의 눈에는 수상쩍게만 보였다.
하지만 이쯤 되니.
이제 조금씩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화륵-.
유원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타올랐다.
창을 던지는 포지션을 배정받은 건 다행이었다.
이렇게 가장 뒤쪽에서 다른 팀원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으니까.
스륵, 스르륵-.
이어진 거대한 통로 저편.
무언가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온다!”
전방에서 뻗어 오는 촉수를 발견한 지크프리트의 외침.
“내가 먼저 가지.”
아수라가 대열을 이탈해 움직이려 했다. 오랫동안 칼을 휘두르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해진 탓이었다.
“안 돼. 포지션을 지켜라.”
“쓸데없이…….”
“아수라!”
지크프리트의 단호한 목소리에 아수라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알겠다.”
쾅-!
헤라클레스와 사자왕이 먼저 움직였다.
오직 몸으로만 부딪치는 둘.
아수라와 지크프리트가 움직인 건 그보다 조금 후의 일이었다.
쫘아아아-!
던전을 가득 메울 만큼 불어난 촉수의 숫자.
아수라가 힐끗, 지크프리트를 돌아보았다.
“이제 됐겠지?”
또 멈추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투.
지크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들었다.
“가자.”
스파앗-.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수라가 몸을 날렸다.
엿가락처럼 쭉 늘어난 아수라의 신형이 순식간에 여럿으로 분리되었다.
손오공의 분신처럼 모두 진짜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수법 역시 무림계에서는 전설처럼 알려진 것.
게다가 아수라의 기술은 그중에서도 전무후무할 수준의 숙련도에 올라 있었다.
쫘아아아-!
스아악, 쫘자자자-!
아수라의 칼질에 촉수들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져 나갔다. 한순간에 수천 번의 칼을 내지르는 아수라는 마치 싸움에 굶주려 있던 귀신처럼 보였다.
숫자는 많았지만 그리 대단한 녀석은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 숫자만으로 헤라클레스와 아수라를 비롯한 팀원들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보 사틀라가 직접 나선다면 또 모를까.
그리고 그 싸움에서.
‘뭐야…….’
화륵-.
[‘화안금정’이 진실을 밝힙니다.]유원은 드디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거였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