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1
* * *
쿠구구구-.
둥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다이달로스는 땅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 땅 아래 깊숙한 곳 어딘가.
자신과 함께하던 팀원들이 파묻혀 가고 있었다.
“……끝났군.”
제아무리 저 아래 있는 팀원들이 대단하다 해도 상대는 우보 사틀라였다.
가짜로 속인 둥지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들어가서 살아남을 만큼 이 둥지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휙-.
다이달로스는 몸을 돌렸다.
이곳에 더 오래 있어 봤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랬지?
오싹-.
다이달로스는 뒤쪽에서 느껴진 살기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드드드드-.
다이달로스의 발밑에서 솟아난 지벽이 다이달로스를 보호했다. 뒤에서 살기를 뿜어낸 누군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걱-.
강철처럼 단단히 압축된 지벽이 두부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베어졌다.
쩌저저-.
쿵-!
좌우로 갈라져 쓰러진 벽.
그 너머, 다이달로스의 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 비춰졌다.
“스, 스…….”
-뭐야. 너였냐?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마른침.
“스사노오……?”
-너처럼 약해 빠져서 나 만나고 살아 있는 녀석이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야. 운 좋은 놈이네.
오래전 사라졌지만 삼귀자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살아 있기만 했다면 10위권 안쪽의 랭커가 되었을 거라 평가받았다.
그런데 그런 스사노오가 이곳에 나타났다. 다이달로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랭킹에서 사라졌다는 건 곧 죽음을 뜻하는 바.
랭킹 관리국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테니…….
“설마…… 언데드?”
-난 너 같은 종자들을 제일 혐오한다.
스사노오는 다이달로스의 의문을 풀어 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그는 눈앞에 있는 다이달로스를 벌레처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자신의 뒤통수를 쳤던 아마테라스.
녀석의 행동과 눈앞에 있는 다이달로스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물어는 보라더군.
다이달로스가 주춤, 뒷걸음질을 친다.
살벌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지만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방금 전 스사노오의 말처럼 그를 보고 살아남는 건 그야말로 천운이나 다름없는 바.
‘어떻게든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도망쳐야 한…….’
지익-.
그렇게 막 한 걸음, 발을 움직이는 순간.
스걱-.
스사노오가 다이달로스의 옆에 나타났다.
-왜 그랬냐고.
“아아아아악!”
두 다리를 잃은 다이달로스가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쓰러져 바둥거리는 다이달로스를 보며 스사노오가 말을 이었다.
-말해 봐라. 왜 네 동료들을 배신했는지.
당연하게도 스사노오는 다이달로스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를 먼저 자른다. 그건 스사노오가 누군가에게 정보를 캐내야 할 때 주로 사용하던 수법이었다.
“사, 사, 살려…….”
-살려 줄 생각은 없다. 그 대신, 고통 없이는 보내 주지.
쿠사나기가 움직였다.
스걱-.
“……!”
다이달로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두 다리의 아래쪽. 살점이 또다시 베어졌다. 스사노오는 다이달로스를 한 번에 죽이지 않고 산 채로 회를 뜨듯, 한 점씩 베어 냈다.
-대답이 늦어질수록 네 몸을 한 점씩 베어 낼 거다. 다리에서부터 머리까지, 머리가 만 토박이 되는 걸 느끼게 해 주지.
끔찍한 소리였다.
어차피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스럽게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이달로스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너희들은 몰라! 모른다고!”
-뭘 모르지?
“우보 사틀라,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다이달로스는 우보 사틀라의 둥지에서 살아 돌아온 생환자.
애초에 이 팀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다이달로스가 우보 사틀라의 둥지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더 무서운 쪽에 붙었다. 이거로군.
쉬운 이야기였다.
우보 사틀라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동료들을 배신했다. 이기는 쪽에 붙는 박쥐는 어디에나 하나둘쯤은 있기 마련이었다.
스윽-.
스사노오의 칼끝이 다이달로스의 머리로 향했다.
-그럼 불어라.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그 녀석은…… 웁……!”
다이달로스의 몸이 꿈틀거렸다.
괴로운 듯 몸을 비틀던 다이달로스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다이달로스의 몸이 액체가 되어 녹아 내렸다.
주륵-.
바닥에 퍼져 흘러내리는 몸.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찰박-
스사노오는 액체로 변한 다이달로스를 발로 밟으며 중얼거렸다.
-금제 같은 건가.
우보 사틀라라는 녀석이 자신에 대한 정보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미리 손을 쓴 모양.
-뭐, 상관없나.
스칵-.
스사노오는 쿠사나기를 다시 칼집에 집어넣었다.
우보 사틀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역할은 다이달로스가 배신자일 경우, 그를 처단하는 것과 가능하다면 배신의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가장 후순위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어차피 우리 주인은 미래에서 왔으니.
우보 사틀라에 대해서는 다이달로스보다 유원이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이제 재밌는 건 끝났고…….
스으으-.
서서히 희미해지는 스사노오.
-귀찮은 심부름 차롄가.
* * *
콰릉-!
유원의 손에서 뻗어 나간 벼락이 둥지의 통로를 가득 메우고 뻗어 나갔다.
한꺼번에 몰려오던 외신들의 촉수가 까맣게 타들어 갔다.
“더 온다!”
“반대편은 내가 맡지.”
“나서지 마라. 저쪽은 내가…….”
“아수라. 포지션을 흩트리지 마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배신자 ‘다이달로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두 명의 배신자를 찾아냈습니다.] [‘우보 사틀라의 척살’ 임무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1차 시험을 종료합니다.] [‘칭호 – 이계의 대적자’를 얻었습니다.] [시험을 계속하시겠습니까?]우보 사틀라의 뿌리 중 하나였던 지크프리트.
그리고 가짜 정보와 던전으로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린 다이달로스.
두 명의 배신자를 찾아냈다. 그 말은 즉, 밖에 있던 스사노오가 다이달로스를 처리했다는 뜻이었다.
눈앞에 떠오른 두 개의 선택지.
시험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멈출 것인지.
이 시험에서 얻을 수 있는 격(格)은 시험의 성과에 따라 크기가 달라졌다. 기대만 한 크기의 격을 얻기 위해서는 ‘이계의 대적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계속한다.’
[시험을 계속 진행합니다.] [우보 사틀라를 척살하십시오.]“김유원-!”
메시지와 동시에 들려온 헤라클레스의 목소리.
쭈아아악-!
유원의 눈앞으로 외신의 촉수가 뻗어 온 건 그때였다.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가까워진 거리.
푸화악-!
눈앞으로 뻗어 오던 촉수가 터져 나갔다. 밖이 아닌, 안에서부터 충격이 가해진 결과였다.
“뭘 멍 때리고 있지?”
유원을 도운 건 칼리였다.
“정신 차려라.”
“상관없다. 대충은 끝났으니까.”
철퍽-!
헤라클레스의 주먹에 터져 나간 촉수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던 그 잠깐 사이 한바탕 몰려 온 외신들이 정리되었다. 앞장서서 녀석들을 막던 사자왕은 조금 지친 듯 가쁘게 숨을 쉬었다.
“젠장…… 다이달로스 그 새끼, 여기서 나가기만 해 봐라!”
“그럼 비켜 봐라.”
“뭘 어쩌려고?”
“지상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 거다.”
콰직-!
헤라클레스가 지면에 다리를 박았다.
“일단은 여길 먼저 벗어나자고.”
거목처럼 단단히 박힌 몸. 그와 동시에 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꾸득, 꾸드득-.
그렇게 거인화의 시작과 동시에.
쾅-!
딛고 있던 땅을 때리며 위로 뛰어오른 헤라클레스가 있는 힘껏, 천장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구구구구-.
헤라클레스가 내지른 주먹에서 뿜어진 힘이 천장을 타고 둥지 전체를 흔들었다.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는 땅에 팀원들은 곧 무너질 천장에 대비했다.
하지만.
“……뭐야?”
기다리고 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천장은 멀쩡했다.
부서진 파편이 조금 떨어졌을 뿐, 지상까지 이어지는 긴 통로는 생기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헤라클레스였다.
두 주먹만 있으면 이 세상에 부수지 못할 게 없다고 알려진.
그런데 거인화까지 사용한 헤라클레스의 주먹에도 천장은 꿈쩍도 하지 않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다이달로스의 던전이 아니란 건 그렇다 쳐도, 저리 단단할 수가…….”
기이이잉-.
그때였다.
붉은 마력이 일렁거리며 날카로운 검기가 스멀거리기 시작한 게.
아수라의 검이 마력을 머금었다. 헤라클레스가 부수는데 실패한 천장을, 그가 베어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스윽-.
유원의 손이 앞을 가로막자.
“내가 못 벨 거라 생각하나?”
“못 벤다. 여긴 우리가 알던 땅 밑이 아니니까.”
“그럼?”
“다이달로스는 던전을 설계한 게 아니다. 우리를 우보 사틀라의 둥지 안으로 옮긴 거지.”
“……그러니까, 여기가 진짜 우보 사틀라의 둥지라 이거지.”
대충 모두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었다.
점점 많아지는 외신들의 숫자. 그리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지나치리만치 현실감이 느껴지는 기운들.
제아무리 다이달로스가 대단한 설계자라 해도 이 정도까지 구현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포기할 수야 없지.”
아수라는 아수라였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못한 일은 자신이 해 보겠노라며 나섰다.
하지만.
“아까 내가 그랬지? 실컷 싸울 수 있을 거라고.”
멈칫-.
유원의 그 말이 아수라를 멈추게 만들었다.
“무슨 말이냐?”
“천장을 뚫느라 쓸데없이 힘 뺄 필요 없다. 대신 우린 이 둥지를 공략할 거니까.”
“김유원!”
헤라클레스의 호통.
이미 판은 어그러졌다. 애초에 우보 사틀라를 잡기 위한 계획은 다이달로스가 가져온 정보로부터 비롯된 것. 하지만 다이달로스의 배신으로 그가 가져온 모든 정보는 미궁으로 빠졌다.
더군다나 팀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던 지크프리트도 빠진 상황.
“지금은 탈출이 먼저다. 이런 상황에서 우보 사틀라와 싸울 순 없어.”
“아니. 할 수 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떻…….”
“정보는 나한테 있어.”
“뭐?”
무슨 소린가 했던 헤라클레스는 이내 시계태엽을 떠올리고는 물었다.
“이 상황을 이미 한 번 겪었던 건가?”
“다이달로스가 배신자인 건 몰랐지. 미래에서는 잘못된 던전을 숙지한 채 공략에 들어갔었으니까.”
미래가 바뀐 건 아마 유원이 다이달로스가 그린 설계에 손을 댔기 때문일 터.
다이달로스는 결국 설계를 바꾸는 대신, 별다른 준비 없이 팀원들을 둥지에 집어넣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때는 실패했지만 지금은 좀 달라.”
“뭐가 다르다는 거지?”
“공략 방법이 있다.”
우보 사틀라.
어리석은 혼돈 다음으로 공략이 어려웠던 아우터 갓.
유원은 당시 아수라가 머리를 잃고, 헤라클레스가 팔을 잃어버리며 실패했던 작전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우보 사틀라를 잡는다.”
본격적인 둥지 공략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