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34
* * *
싸움이 시작된 후.
오딘의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단 하나뿐이었다.
쾅-!
눈앞을 가로막는 산양을 주먹으로 걷어 냈다. 또 다른 산양이 종아리를 물자, 그대로 다리를 들어 올려 땅에 내리찍는다.
구우웅-!
우지끈-!
단단한 땅이 움푹 주저앉았다. 그렇게 달려들던 산양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 순간, 오딘은 슈브 니구라스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메에에에-.
대체 언제 다가온 건지 또 다른 산양들의 무리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끈질기군.”
우우웅-.
주먹 앞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규모의 마법진.
그대로 오딘이 마법을 펼쳐 내려는 순간.
큐우웅-!
콰앗-!
눈앞을 가로막던 산양들이 오딘에게서 떨어져 날아갔다.
대기 중의 마력을 터뜨리는, 폭발계 마법.
이런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랭커는 오딘이 알기로 한 명뿐이었다.
“너도 많이 늙었구나.”
오딘의 머리 위로 떠오른 작은 체구의 노인.
미미르였다.
메에에에-.
위협을 느낀 산양들이 미미르를 향해 울부짖었다. 미미르는 그런 산양들의 반응에 눈살을 구기며 손가락을 튕겼다.
“쯧쯧-.”
큐우웅-.
산양들의 주위에서 압축되는 마력.
“죽을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건, 한낱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화아아악-!
퍼어엉-!
고밀도로 압축된 마력에는 불이 잘 붙기 마련이었다.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폭발에 산양들이 휘말려 좌우로 날아갔다.
“이제 좀 깔끔하네.”
후련하다는 듯 손을 터는 미미르.
허공에 떠서 순식간에 산양들을 밀어내는 미미르의 모습에, 힘겹게 싸우던 랭커들이 술렁거렸다.
“누구야?”
“아는 사람 있어?”
“처음 보는 얼굴인데…….”
“미미르? 미미르 아니야?”
“오딘왕의 친구?”
미미르의 이름은 유명했다. 오딘과 함께 아스가르드를 건국했으며, 오딘의 가장 가까운 벗이라는 건 모르는 랭커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미르가 얼굴까지 잘 알려져 있는 건 아니었다.
지식의 저주에서서 빠져나와 활동할 수 있는 건 100년 중 1년뿐이었으니까.
게다가 미미르는 그 1년조차도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오딘과 시간을 때우는 데 사용했다.
즉, 대외적으로 얼굴을 비출 일이 없다는 뜻.
“오딘왕보다 랭킹이 한참 낮은 걸로 아는데…….”
“이 등신아, 활동을 안 하는데 어떻게 랭킹을 높이냐?”
“어라? 그런가?”
“야, 그럼 랭킹 1위는 뭔데?”
“모르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어쨌거나 미미르 만세다!”
미미르의 등장으로 주위의 전장이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한껏 고양된 사기.
미미르가 오딘과 슈브 니구라스의 사이로 길을 만들었다.
“다음은 알아서 해라.”
꾸욱-.
앞을 가로막던 산양들이 치워지자, 오딘이 눈을 빛냈다.
“오냐.”
이렇게 미미르와 함께 싸우는 게 얼마만이던가.
오래간만에 등 뒤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딘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었다.
기이이잉-.
오딘의 손안에 생성되는 기다란 창.
궁니르.
그것을 꽉 움켜쥔 오딘이 땅을 박찼다.
쾅-!
좁혀지는 거리.
쉬이이익-!
콰아아앗-!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오딘의 창끝이 슈브 니구라스의 목을 꿰뚫는 듯했다.
그 순간.
스윽-.
슈브 니구라스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콰악-!
“……!”
슈브 니구라스의 손아귀가 궁니르를 움켜잡았다.
아니.
그것은 손이 아니었다.
‘염소……?’
눈과 코를 가지지 않은, 두 개의 작은 뿔이 달린 염소의 이빨. 슈브 니구라스의 손은 그런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가까이서 그녀의 손을 바라보던 오딘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슈브 니구라스와 눈을 마주한 순간, 오딘은 그녀의 뒤로 자신이 보고자 했던 거대한 염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싹-.
-너는 나를 모른다.
보라색의 눈동자를 가진 슈브 니구라스의 음성.
그것은 방금 전까지 오딘이 듣던 차분하고 아름답던 여인의 음성과는 전혀 달랐다.
음성의 고저가 없고, 소리인지 문자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음성을 듣는 순간, 오딘은 슈브 니구라스의 실체를 일부나마 엿볼 수 있었다.
구구구구-.
오딘의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
우지끈-!
땅이 짓눌려 무너져 내리고, 오딘의 몸 곳곳의 혈관이 터져 나갔다.
몸으로 버티고 올라갈 힘이 부족했다.
아니.
그냥 힘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순간 바닥으로 추락한 의욕 때문이었다.
벽을 부수고 탑에 들어왔던 이계의 괴물.
녀석을 막기 위해 오딘과 미미르는 ‘화합의 날’을 준비했다.
이런 전력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힘이 흩어져 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모두 힘을 합쳐 싸울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보았던 게…….’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생각한 모양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땅속.
그 속으로 떨어져 내리며, 오딘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슈브 니구라스를 바라보았다.
‘전부가 아니었나.’
오딘은 그때 보았던 거대한 염소는, 하나가 아니었다.
* * *
파직-.
파직, 파지지-.
유원과 시바의 사이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두 사람의 충돌은 바로 직후였다.
번쩍-.
콰앙-!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서 사라진 유원과 시바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한 번의 충돌 직후, 동시에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 유원과 시바가 각기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원은 늘 사용하던 검을.
그리고 시바는 하데스가 다루는 것과 같은 기다란 검은 낫을.
쉬이익-.
쩌어어엉-!
어둠 속성의 마력을 휘감은 두 자루의 무기가 부딪쳤다. 같은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유원을 노려보며 시바가 눈을 빛냈다.
“듣던 것과는 다르군.”
“뭐가?”
“싸우는 방식이나 마력의 속성이 말이야.”
“내가 원래 좀 다재다능해.”
세간에 유원은 주로 전격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창술사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다른 특징으로는 스사노오를 다루는 소환사로도 유명했다.
언데드 소환사를 다루는 걸 보면 어둠 속성의 마력을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렇게나 자유자재로 다룰 줄이야.
“시건방지군.”
쉬익, 쉭-.
양 갈래 방향에서 날아오는 낫.
유원의 검이 둘 중 하나를 쳐 냈다.
쩌엉-!
치익-.
시바의 낫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어둠 속성의 마력이 지닌 능력은 부식. 볼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며, 찌릿한 통증이 얼굴을 타고 전해졌다.
스윽-.
유원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듣던 것보다 더 빨랐다. 이 정도면 전성기 시절 사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유원은 시바의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낫을 바라보았다.
낫을 돌리고 있는 시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실력이 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여긴 내 공간이야.”
“브라흐마와 비슈누에게서 힘을 빼앗은 건가.”
“이 정도쯤은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콱-.
빙빙 돌아가던 낫이 시바의 손안에서 멈춘다.
“그러면서 감히, 여길 제 발로 기어들어와?”
콰아아앗-!
낫이 한 번 휘둘러지자, 유원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아주 잠시지만 시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스슷-.
자리에서 사라지는 유원의 신형.
착각도 잠시, 시나의 낫이 부드럽게 유원을 쫓아 움직였다.
쩌정, 쩌저정-!
두 자루의 낫과 칼이 쉬지 않고 부딪친다. 유원의 눈은 줄곧 낫이 아닌 시바의 눈동자로 향해 있었다.
화륵-.
붉게 타오르는 눈.
시바는 어떻게 유원이 이렇게 자신의 낫을 피하고 막아 낼 수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그게 화안금정이란 건가.”
속도가 현저히 느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자신의 낫을 막아 내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그저 막아 내는 게 고작. 방어에 급급하기만 해서는 결코 이겨 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자신의 공간이었다.
“이미 승부는 났군.”
씨익-.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
키이이잉-.
불쾌한 소리와 함께 시바의 낫이 엑스 자를 그리며 교차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에 붉게 타오르던 유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건 조금…… 위험하군.’
알고 있다고 해서 막아 내거나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알고 있어도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하나.
파지지지-!
전보다 더 큰 힘이었다.
[‘우라노스의 심장’이 시동됩니다.] [‘타르타로스’의 문이 열립니다.]콰우웅-!
손에 차고 있던 반지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타르타로스의 마력.
그 마력과 시바의 낫이 충돌했다.
쫘아아악-!
시바의 낫이 휘둘러지자, X자 모양의 기다란 금이 생겨났다.
단숨에 유원의 몸을 네 갈래로 베어 내기 위한 참격.
하지만 다음 순간, 낫을 휘두른 시바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것도 막아?’
비슈누와 브라흐마의 힘이 조금씩 돌아오며 강해진 힘이 유원의 검에 상쇄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리 큰 경계는 되지 않았다.
이미 비슈누와 브라흐마는 쓰러졌고, 그들의 힘은 자신의 것이 되어 가고 있었으니까.
유원이 아무리 날고기는 하이랭커라 해도, 결국 자신의 앞에서는 한낱 미물이나 다름없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이거냐.’
죽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상처는 입었어야 할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아슬아슬하게나마 자신의 낫을 막아 냈다.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는 뜻이었다.
무슨 이유일까.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빠득-.
상처 입은 자존심에 이빨을 갈고.
“추한 짓거릴 하는군.”
콰앗-!
시바의 낫이 다시금 유원의 몸을 베어 갔다.
쩌엉-!
또였다.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낫을, 유원이 또 막아 냈다.
반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시바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유원을 몰아붙였다.
‘죽어라.’
콰앗-!
쉬지 않고 몰아붙인다.
시바는 눈을 부릅뜨며 유원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죽어. 죽어.’
콰우웅-!
피잇-.
유원의 몸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났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키우우우웅-.
두 개의 낫에 마력이 넘실거렸다. 점점 강도가 강해지는 공격에 유원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안 되겠어.”
드디어 힘에 부치기라도 한 걸까.
그 말에 시바가 드디어 미소를 짓던 순간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죽여 버릴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뭐?”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유원의 말은 꼭 지금까지 자신을 봐 주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렸다.
낫을 휘두르려던 시바가 잠시 멈칫거렸다. 그제야 그는 유원이 어느 순간부턴가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제아무리 김유원이라 해도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건 말이 다르지 않은가.
“야, 거기 둘.”
그리고 그때.
유원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자는 척 좀 그만하고 도와주지 그래?”
자는 척.
시바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러던 중.
‘설마…….’
시바의 고개가 유원의 시선을 따라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시끄러워서 머리가 다 아프구나.”
“자는 척이 아니라 진짜 자고 있던 거다.”
분명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어야 할 비슈누와 브라흐마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