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41
* * *
메에-.
메에에-.
메에에에-.
산양들이 시끄럽게 울부짖었다.
분명 지척 거리까지 유원과 제우스가 다가왔음에도 녀석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산양들의 시선은 줄곧 알에게로 향해 있었다. 마치 그것의 부화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단풍이라는 게, 부쳐 먹을 알 따위를 말하는 거였나?”
고작 저런 걸 찾아서 그리 열심히 돌아다녔냐는 비아냥거림.
하지만 그런 제우스의 반응에 유원은 오히려 그를 걱정하듯 되물었다.
“괜찮겠냐?”
“뭘 말이지?”
“그 말, 저 녀석이 들었으면 꽤 화낼 텐데.”
“저깟 알에서 부화한 게 화를 내 봤자…….”
말을 잇던 제우스의 눈썹이 잠시간 불규칙하게 꿈틀거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는 터라 간과했을 뿐, 분명 유원이 애타게 찾던 알이었다.
유원은 그 누구보다도 슈브 니구라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유원이 지금처럼 귀한 시간을 쪼개어 움직인 거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확실히 묘하군.’
제우스는 시야를 가리는 편견을 거두고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다시 바라보았다.
‘특별을 위협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우르르 모여서 감싸고 있는 게 마치…….’
저 모습을 표현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꼭 저 알을 떠받드는 것 같군.’
저 자리에 만약 알이 아니라 슈브 니구라스가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조금의 위화감도 없었다.
보통 알이 아니라는 건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저 알에서 부화하는 존재가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 마스터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저 알이 부화하고 그 안에서 나온 존재가 충분히 자란 후의 이야기이겠지만.
그러니 제우스의 답답함은 당연했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두고 보고 있으라는 말이냐?”
“그래.”
“대체 언제까지?”
콰득-!
뼈가 부러지고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유원과 대화를 나누던 제우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메에에-.
메-!
산양들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이전까지와는 반응이 달랐다.
적대심이 아닌 존경심. 그리고 경외심 따위를 가지고 알의 주위에 모여들어 있던 산양들은, 공포와 배신감에 물들어 뒤돌아 도망치고 있었다.
스으으으-.
알 속에서 보라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가까이 있는 산양들에게로 뻗어 와, 그들의 몸을 단단히 묶었다.
콰드드-.
방금 전에 들었던 소리였다.
뼈가 부러지고 짓이겨지는 소리.
제우스는 그것이 어떤 강한 힘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콰득-.
그게 아니었다.
“……지금 내가 눈으로 뭘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우드득-.
연기에 휘말리는 순간, 털과 가죽, 뼈까지 으스러지며 말라비틀어지는 산양들.
아직 실체가 다 드러난 게 아님에도 제우스는 아직 부화되지도 않은 알에게 위협감을 느꼈다.
대체 저 안에서 무엇이 나오려는 건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셈인가.”
콰릉-! 쿠구궁-!
제우스의 손안에서 벼락이 날뛰었다. 알에게서 멀찍이 도망치는 산양들을 뒤로한 채, 제우스가 연기를 향해 벼락을 쏘아내려 했다.
그런데.
스으으-.
산양들을 잡아먹던 연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위에 있는 모든 걸 잡아먹을 듯하던 연기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더 바깥으로 퍼지지 않고 다시 알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그 시점은 분명.
저벅-.
유원이 산양들을 지나쳐 알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면서부터였다.
“아직 자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우스는 손안에 생성한 벼락을 다시 흩어 버렸다.
최소한 저 알이 유원에게만큼은 우호적이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는 알을 향해 걸어가는 유원의 뒤를 따라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알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백에 가까운 산양들을 잡아먹은 뒤였다.
그렇게 말라비틀어진 산양들의 시체를 지나.
“……이게 그 단풍이라는 녀석이냐?”
유원과 함께 다가간 자리. 알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제우스는 본능적으로 알의 반응에 따라 손에 힘을 주었다.
당장 이 광경을 보라.
저 안에 잠들어 있는 건 하이랭커들조차도 상대하기 어려워하던 산양들을 순식간에 잡아먹는 존재였다.
적아를 구분하고 있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충분히 먹지 않았냐?”
쩍-.
유원의 대답에 알은 서서히 부화를 서두르는 것으로 답했다.
아직까지도 느려 터진 속도.
그리고 급한 건 제우스만이 아니었다.
“하나-.”
쩍-, 쩌저-.
빠르게 늘어나는 금.
“둘-.”
셋까지만 세 봐라.
스칵-.
그렇게 생각하며 유원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이리 늦장을 부린다면 아예 알을 깨서라도 부화시켜 주겠노라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런 유원의 반응에.
쩍, 쩌저저-.
부화를 위한 준비를 마친 듯, 알은 서서히 껍질을 벗겨 냈다.
그렇게 부화한 알 속.
척, 척-.
앙증맞은 발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부-.”
“……꼬마?”
키는 무릎 정도 높이었다. 손발은 작고, 머리는 컸다.
인형이 아닐까 싶을 만큼 뽀얗고 하얀 피부였다. 4살이나 됐을까 싶은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에 제우스는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이 꼬마 하나 때문에 지금 이 고생을 했단 말인가.
“아바. 아바-.”
단풍은 유원을 향해 팔을 활짝 벌렸다.
아직까지는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꼬마였지만 유원은 그런 단풍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왜 이렇게 뜸을 들이나 했더니만.’
단풍은 다 자라서 결국 알이 되었다. 유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이 부화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유원의 시선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산양들의 시체로 향했다.
‘아직 배가 고픈 거였나.’
죽어 간 산양들.
그것들은 하나같이 단풍에게 힘이 빨려 미라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포식자는 외신을 잡아먹고, 그들의 힘을 통해 단풍의 레벨과 성장률을 상승시켰다.
그들을 통해 배를 불린 단풍은 이렇게 부화했다.
소원대로 유원은 단풍을 안아 어깨에 올렸다.
무게가 제법 묵직했다. 손바닥만 했던 녀석이 알에서 부화하자 꽤 커진 모습이었다.
“배부르냐?”
“응!”
조금 어눌하긴 했지만 대답이 제대로 나왔다.
막 태어난 아기처럼 옹알이만 하던 녀석이 이리 크고 나니 어딘가 뿌듯하기도 했다.
반면.
“이 꼬마가 네가 찾던 녀석이냐?”
제우스는 어딘가 불만이 많은 듯이 보였다.
“그래.”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했군.”
기껏 ‘단풍아’라며 소리까지 지르면서 찾았건만, 눈앞에 있는 단풍이라는 꼬마에게서는 그 어떤 특별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시간만 낭비했어.’
제우스의 머릿속에 슈브 니구라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그런 모습뿐만이 아니라 1층에 나타났던 슈브 니구라스의 본체까지도 함께 말이다.
저 어린 꼬마로 녀석과 싸울 수 있을까.
아니, 글쎄.
어떤 비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유원은 달랐다.
그에게는 제우스에게 보이지 않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가 느낄 수 없는 걸 느꼈다.
확신이 생겼다.
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더 이상 날 설득할 생각하지 마라. 그 녀석의 가치를 설명하려거든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 봐.”
“그러지.”
카가각-.
유원의 허리춤에서 검이 뽑혀져 나왔다.
“그러려면 우선, 여기서 나가기부터 하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제야 제우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그가 위로 손을 뻗어 올린 순간.
콰릉-!
이제 더는 망설일 게 없다는 듯.
제우스는 검은 숲을 향해 벼락을 뿌려 대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
고작 3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날뛴 헤라클레스에 의해, 전장은 완전히 형태가 뒤바뀌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구덩이와 황금빛 전격이 휘몰아치는 땅. 그리고 그 속에 휘말린 슈브 니구라스의 짓이겨진 시체.
“후우, 후-.”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리라 자부하던 헤라클레스였다.
그런데 고작 3분 만에 이리도 지치다니.
파짓, 치지-.
아직까지도 주체되지 않고 양팔에 흘러넘치는 전격.
마치 더 날뛰게 해 달라며 소리 지르는 것만 같았다. 헤라클레스의 몸에 깃든 벼락은 그것을 다루는 헤라클레스의 의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벼락’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 [‘벼락’의 힘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벼락’의 힘을 통제할 수…….]반복적으로 울리는 메시지.
몸 안의 마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벼락의 힘은 조금만 끌어올리려 해도 과한 힘을 방출했고, 조금만 흥분하면 손안에 쥔 모래알처럼 쉽게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뿜어 낼 수 있는 최대치를 다해 벼락을 방출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슈브 니구라스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꽈악-.
잠깐 한숨을 돌리는 사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힘을 정돈한다.
이렇게 가만히 서서 집중을 해도 벼락은 헤라클레스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어렵군. 그것도 꽤 많이.’
한 평생 헤라클레스는 맨 몸뚱이 하나로 싸워 왔다.
마력과 스킬을 이용한 싸움이라고 해 봤자 마력을 이용해 육체를 강화하거나 거인화를 사용하는 데 쓰였을 뿐, 마력의 속성을 변화시키는 등의 기술은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쪽으로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럴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마력에 대한 재능이 없던 것도 아니고,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이라면 차고 넘칠 만큼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벼락을 심을 그릇’이라는 이유였다니.
“뭘 그리 멍하니 있는 거냐?”
덕분에 조금 숨을 고른 것일까.
오딘이 헤라클레스의 옆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궁니르를 쥐고 있는 것이, 다음 한 발을 준비하는 듯했다.
“아직 어색해서 말입니다.”
“새로 얻은 힘인가 보군.”
“예.”
“다루기가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다룰 수만 있다면야…….”
오딘은 허허 웃으며 누군가 듣는다면 놀라 뒤로 넘어갈 말을 내뱉었다.
“어쩌면 이 자리는 네 것이 될지도 모르겠군.”
오딘.
랭킹 2위로, 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을 하지 않는 1위를 제외하면 이 탑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알려진 존재.
그런 그가 자신의 자리를 누군가에게 넘길 수도 있노라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헤라클레스가 보여 준 실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제야 저놈의 면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아직 슈브 니구라스와의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면상?”
“그러고 보니 넌 본 적이 없겠군.”
“무슨 말입니까?”
“내가 1층에서 봤던 녀석은 말이야.”
꽈악-.
궁니르를 움켜쥔 오딘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쉽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만들어 낸 풍경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멸망이 오늘일까 싶을 정도로 망가진 땅. 모두 자신이 만들어 낸 충격들이었다.
그런데 쉽다니.
이게 말인가.
그리고 그때였다.
-마아아아아-.
이 세계에 보라색의 하늘이 드리움과 동시에 들려온 그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