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46
* * *
[이계의 대적자]# 이계와 싸우는 자. 이계와의 싸움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
설명만으로는 잘 실감이 나질 않았다.
구체적인 수치도 표시되지 않았고, 특별한 능력도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이해는 갔다.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나 신격에 관련된 특징이나 능력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으니까.
왜 그런가에 대한 이야기는 분분했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하나였다.
신격은 시스템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속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이건, 직접 몸으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자박-.
유원이 산양들을 향해 걸어갔다.
무리 속에 들어온 늑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산양들. 유원은 그 양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백 마리 정도. 아니, 조금 넘나.’
정확한 숫자야 아무래도 좋았다.
떼거리로 모여들어 있는 새끼양들. 이 녀석들이 우연히 여길 돌아다니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검은 숲은 모두 슈브 니구라스의 영역이었으니.
‘그 녀석의 준비겠지.’
아까부터 녀석의 시선이 느껴지는 건 아마 착각이 아닐 것이다. 분명 새끼들을 이용해 간을 보려는 걸로 보였다.
이미 앞서 한 차례 싸웠던 제우스나 오딘과는 달리, 유원은 이제 막 나타난 녀석이었으니까.
‘고맙게 됐군.’
웅-.
손에 쥔 검 끝이 떨렸다.
마력이 깃들어지기 시작한 칼끝. 그 위로 ‘이계의 대적자’의 힘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앗-.
비로소 양 떼 무리 속으로 맹수가 뛰어들었다.
콰아앗-!
유원의 검 끝에서 산양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털과 가죽을 비롯해 단단한 뼈가 함께 베어졌다.
‘빠르군. 깔끔하고.’
‘아수라의 검술인가. 그 녀석과도 친분이 있었던 모양이군.’
‘그래도 이 정도로 쉽게 죽을 놈들은 아니다.’
유원의 칼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들.
그리 대단한 감상은 아니었다. 유원의 랭킹을 생각하면 이 정도쯤은 당연히 해 줘야 했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파스스스-.
베어진 산양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 질긴 생명력은 대체 어디로 가고, 산양은 그대로 유원의 손에 사라졌다.
메에-.
메에에-.
겁에 질린 산양들의 울음소리.
유원은 한 마리의 산양을 베어 내고는 바로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중얼거렸다.
“……이런 거였나.”
씩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
흥이 달아올랐다. 잠시 멈췄던 발이 다시 움직였다.
슈브 니구라스는 간을 보려고 저들을 보냈겠지만.
‘고맙게 됐네.’
그 덕에, 자신은 배를 불릴 수 있게 됐다.
* * *
콰우웃-!
유원의 칼이 또 다른 산양의 머리를 베어 냈다. 뎅겅, 깔끔하게 잘려 나간 산양의 머리가 하늘을 날아 땅 위로 툭 떨어졌다.
콱-.
백 마리의 산양들에게 둘러싸인 유원의 팔이 눈먼 이빨에 물어 뜯겼다. 순간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돕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유원의 팔을 물어뜯은 산양이 위로 떠올랐다.
부우웅-.
쩌어억-!
유원은 팔을 물어뜯은 산양을 번쩍 들어 올려 있는 힘껏 아래로 내리찍었다.
산양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유원은 그대로 다리를 들어 올려 산양의 목을 밟아 부러뜨렸다.
우드득-.
뼈가 짓이겨지는 소리.
유원의 팔에서는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이빨자국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저 정도로는 멍도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날아다니는군.”
“확실히…… 가벼워 보이는군.”
“마력을 아끼고 있는 건가.
“팝콘이나 하나 있으면 좋겠군. 먹으면서 구경이나 하게.”
“팝콘이 뭐지?”
“요즘 아래층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더군. 옥수수를 튀겨서…….”
제우스와 오딘이 말을 주고받았다. 유원이 혼자 날뛰고 있으니, 지금 당장은 그들 세 사람이 할 일이 없었다.
유원은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제우스처럼 벼락을 뿌리거나, 불을 이용해 숲을 태우는 방법이 있을 텐데도 그는 오직 칼 한 자루만을 들고 양 떼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칼로 산양들을 베어 내는 유원의 모습은 마치 피 맛을 본 맹수가 미쳐 날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군.’
이제는 안심한 채 유원의 싸움을 지켜보는 헤라클레스.
‘분명 싸우면 싸울수록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단칼에 뼈째 산양을 베어 내는 유원은 처음보다 조금도 힘이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힘이 넘치는 것 같다.’
벌써 유원의 손에 베인 산양의 숫자가 절반이 넘었다. 하나하나가 웬만한 하이랭커급의 힘을 지닌 만큼, 제아무리 유원이라 해도 저들과 싸우는 건 마냥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더 힘이 넘쳐 나 보였다.
콰앗-!
또 다른 산양의 목이 유원의 칼에 잘려 나갔다.
산양들은 더 이상 유원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유원은 산양을 베어 내며 칼에 묻은 피를 툭 털어 내며 즐거운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검은 숲의 산양’을 처치하였습니다.] [‘이계의 대적자’가 ‘검은 숲의 산양’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계의 대적자’가 ‘검은 숲의 산양’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계의 대적자’가…….]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스탯이 올랐다. 아예 멈춰 있던 스탯들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산양들 하나하나가 유원에게는 먹음직한 경험치나 다름없었다. 유원은 오래간만에 사냥을 통한 즐거움을 느꼈다.
‘이걸로 세 개째.’
고작 백 남짓한 산양을 처치하며 얻은 스탯이 모두 세 개였다. 두 번째 스탯으로는 체력이 올라, 조금 가빠지려던 호흡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냥을 통한 스탯의 상승.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계의 대적자가 지닌 힘은 포식자를 닮아 있었다.
더군다나.
콱-.
다리를 물어뜯는 거대한 산양의 이빨.
강철이라도 씹어먹을 정도의 강도와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 유원의 체력 스탯이 아무리 높다 해도, 본래 이런 이빨로부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원래였다면 말이다.
[‘이계의 대적자’가 ‘검은 숲의 산양’으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까드드드-.
산양의 이빨이 유원의 몸에 박히지 않고 오히려 부서졌다. 역시나, 몇 번을 시험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몸을 보호한다. 산양들과의 싸움을 시작한 후부터 줄곧 몸에 끓어오르기 시작한 힘 덕분이었다.
“대충 이 정도면 더 확인할 건 없겠어.”
콱-.
유원의 검이 가로로 눕혀졌다.
더 이상 여기서 확인할 건 없었다. 이제는 슬슬 이런 새끼 산양들과 싸우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있는 먹음직한 경험치들을 뒤에 있는 세 사람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파지, 파지지지-!
검을 쥔 손에 찬 반지에서 황금빛의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우라노스의 심장’이 ‘벼락’을 생성합니다.] [‘벼락’에 ‘이계의 대적자’가 깃듭니다.]콰지, 파지지-!
전격의 색이 바뀌었다. 보랏빛이 섞인 전격이 검에 둘러지자, 막 검을 휘두르려던 유원의 손이 멈칫거렸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 사이.
쩌어억-.
마아아아에-.
거대한 입을 벌리며, 가까이 있던 산양이 유원의 몸을 집어삼켜 왔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생각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였다.
콰릉-!
숲을 넓게 베어 내며 뿜어지는 전격의 칼.
그 일격에 검은 숲의 산양들이 일제히 휩쓸려 날아갔다.
[‘검은 숲의 산양’을 처치하였습니다.] [‘검은 숲의 산양’을 처치하였습니다.] [‘검은 숲의 산양’을…….] […….] [마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반복적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끝에 들려온 건 마력이 상승했다는 메시지였다.
마력은 유원의 스탯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가진 스탯이었다. 그런 스탯이 올랐다는 건 비록 하나뿐이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기쁨도 잠시.
유원은 자신의 눈앞을 휩쓴 전격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파짓, 치지지-.
군데군데 전격의 영향이 남아 있었다. 유원의 전격은 제우스처럼 범위가 넓지는 않았지만 대신 훨씬 날카로웠다.
물론.
유원을 비롯한 뒤의 세 사람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다.
‘전격의 색깔이…….’
‘보라색에 좀 더 가까웠다.’
이 탑에는 여러 색이 있었다.
마력의 속성이나 스킬의 특징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전격이 보라색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탑 바깥에서 온 힘은 보라색의 성질을 가진다.’
‘벼락의 색은 기본적으로 황금색. 그 색이 바뀌었다는 건, 다른 힘이 섞였다는 것.’
복잡한 생각은 유원도 마찬가지.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 다시금 손안에 벼락을 끌어올렸다.
치짓, 치지지-.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꿈틀거리는 전격.
분명 아까와는 성질이 달랐다.
“뭘 한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헤라클레스가 두어 걸음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유원은 고개를 들어 헤라클레스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그건 분명 벼락이었다. 어제까지라면 몰라도 지금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대체 뭐였지?”
“나도 모른다.”
“모른다니?”
“성질이 바뀐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다른 종류의 힘이 섞인 거지.”
“힘이 섞여?”
“그래.”
“그러고 보니 넌, 보라색의 불을 사용했지. 그럼 불과 전격이…… 아니, 불과 섞인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도통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싸매는 헤라클레스.
벼락의 힘을 얻었다고는 하나 확실히 그는 다른 하이랭커들에 비해 마력의 속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아무렴 어떠냐.”
머리가 복잡한 헤라클레스와는 달리, 똑같이 벼락을 다루는 제우스의 반응은 제법 담백했다.
“실력은 확실하지 않으냐. 솔직히 말해, 기대 이상이다.”
과연 제우스다운 말이었다.
하긴.
그는 유원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결과 제일주의였다.
유원이 어떻게 이런 힘을 손에 넣었건, 아무래도 좋다는 뜻.
그리고 이번에는 헤라클레스 역시 그런 제우스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긴.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이니니.”
“맞는 말이다. 궁금한 게 있거든 나중에 묻고 따지면 될 일이니까.”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격을 얻은 유원의 힘은 확인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이 전장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가장 든든했다.
“네가 도착했다는 건, 이제 승기를 잡았다는 뜻이겠지.”
지금껏 유원은 많은 전장을 넘나들었다.
아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전장을 여러 번 경험한 건 이 탑에 유원이 유일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 중에는 유원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전장도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전장 가운데 공통점은 하나.
유원이 등장한 전장은 반드시 이겼다는 것이다.
그렇게 흐뭇한 얼굴로 유원을 바라보는 헤라클레스.
하지만.
“승기?”
그런 헤라클레스의 믿음에 유원은 어림없다는 듯, 헛웃음으로 답했다.
“나 하나로?”
“응?”
“어림도 없지.”
한 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대답.
유원의 등장에 조금이지만 승기를 얻은 거라 생각했던 헤라클레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유원은 검은 숲 더 깊은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나 하나가 전부면 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