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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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百步神拳).
소림사의 것으로 알려진 그 절기는 두 가지 의미로 알려져 있었다.
백 보 밖의 적을 주먹으로 치는 것과, 백 보를 반듯하게 걸어가는 힘을 한 수에 담는다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백보신권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랭커가 지금껏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득-.
바로 그 백보신권이, 손오공의 주먹으로 펼쳐졌다.
쩌엉-!
유원의 눈에는 겨우 한 뼘 뻗어 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힘은 지금껏 유원이 맞아 본 어떤 주먹보다도 위력적이었다.
콰앙-!
날아가 법당의 벽에 처박힌 유원.
그 단단한 법당의 벽이 허물어지며 바닥에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유원은 몸을 축 늘어뜨렸다. 백보신권을 펼친 여래는 손을 몇 번 쥐락펴락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하군.”
주먹에 기대하던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주먹과 몸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니나 다를까.
스윽-.
벽에 날아가 처박혔던 유원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손으로 백보신권을 얻어맞은 자리를 쓰다듬는 유원의 손가락에서 푸른빛이 뿜어졌다.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 [‘바다의 가호’가 깨집니다.]웅, 웅웅웅-.
반지에서 뿜어지던 빛은 금세 사라져 갔다. 제대로 맞았다면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파열되었어야 했을 텐데, 유원은 너무나도 멀쩡히 일어났다.
“막았나.”
여래의 시선이 자신의 손바닥 위로 향했다.
무언가에 주먹이 가로막혔던 감각.
또 다른 하나는.
“그리고…… 베었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붉은 핏물.
때렸다고 생각했지만 주먹은 맞지 않았고,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유원의 검은 자신의 손을 베었다.
결과가 처음 기대한 것의 정반대였다. 여래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유원을 바라보았다.
“당한 건 그대가 아니라 나였군.”
처음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황금색의 눈동자.
그 눈을 마주하던 유원은 백보신권에 얻어맞은 가슴쪽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아니었다면 맞았을 거다.’
피할 수 없어 막아야만 했다. 그조차도 어려워 바다의 가호라는 일회성 스킬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여래는 생각보다도 더 까다로웠다.
‘손오공의 육체 능력에 여래의 기술이 더해졌다.’
욱씬-.
분명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쪽에서 미미하게 통증이 느껴졌다.
‘아니, 육체 능력도 강화됐나.’
바다의 가호는 일회성의 스킬이었다. 한 번 파훼된 스킬을 다시 사용하려거든 최소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바다의 가호는 깨기가 쉽지 않은 스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스킬을 단 한 방에 깨뜨리다니.
꾸욱-.
여래의 손가락이 다시 처음처럼 동그라미를 그렸다.
관음장이라고 했던가.
유원의 두 눈동자가 여래의 손과 발을 모두 살폈다.
‘손가락 끝을 본다.’
물론, 손에 집중한다고 해서 유원도 가만히 있을 건 아니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했던가.
또 다시 아까와 같은 공방이 일어나는 건 유원도 그리 반갑지 않았다.
‘정신과 기술은 여래의 것이라고 해도, 저 녀석의 육체는 손오공이다.’
불꽃은 쓸 수 없었다.
제 아무리 불의 심장과 성화를 이용한 불꽃이 강하다 한들, 손오공은 팔괘로의 불꽃을 견뎌 낸 자.
더군다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 육체적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 헤라클레스를 따라해 볼까.
콰릉-!
유원의 손가락에서 뿜어진 전격이 천둥소리를 내며 몸에 휘감겼다. 전격의 속성이 부여된 몸은 한결 더 가벼워지고, 반대로 세상이 느려진 듯한 착각이 일게 만들었다.
츠팟-.
유원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 순간 시야에서 유원을 놓친 여래가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리고 난 직후.
[관음장(觀音掌)]손에 그리고 있던 동그라미를 쭉 뻗으며, 다시금 관음장을 펼쳤다.
쩌어엉-!
유원의 칼과 관음장이 부딪치자, 사방으로 전격이 튀었다. 한 발 빨리 움직인 유원과는 달리 중심이 잡혀져 있지 않던 여래는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카가가가각-.
발뒤꿈치에 힘을 주어 버티는 여래.
그의 시야에서 또 다시 유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츠팟-.
옆에서 느껴진 기척에 다른 한 손을 뻗는다.
후웅-, 여래의 손이 텅 빈 허공을 휘저었다.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리는 순간, 바로 머리 위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졌다.
콰르르릉-!
고개를 든 여래의 눈을 순간 멀게 할 정도로 눈부신 전격.
흡사 머리 바로 위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칼끝으로 여래의 자세를 무너뜨린 유원은 바로 그의 머리 위에서 벼락을 쥔 채 나타났다.
대체 얼마나 빠른 건지.
낄낄-.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게.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만약 나였으면 화안금정을 써서 유원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말한 손오공은 계속해서 시끄럽게 머릿속에서 말을 걸어 왔다.
‘힘들면 내가 대신 싸워 줄까? 내가 더 잘 싸우는 것 같은데.’
‘시끄럽구나.’
‘왜? 약오르냐? 아까 나도 네가 머리에서 말 걸 때 얼마나…….’
손오공의 비웃음과 함께, 유원의 손에 쥐어진 벼락이 여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우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벼락.
벼락의 규모는 법당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넓었다. 아마 법당 밖까지 영향력을 끼쳤다면 산의 봉우리 몇 개쯤은 날려버렸을 것이다.
한동안 빠르게 움직이던 유원은 바닥에 착지해 몇 번 발을 헛디뎠다.
이렇게 빨리 움직여 본 게 대체 언제인지.
‘정신없군.’
작정하고 마력을 뿜어 내기 시작하자 온 몸에 힘이 넘쳤다. 10개의 마력 스탯은 그만큼 큰 차이였다.
만약, 유원이 미래에서 온 게 아니었다면.
미리 지금과 같은 영역에 도달해 본 적이 없었다면, 힘에 취한 나머지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감각지대’가 활성화 중입니다.]다행히도 유원에게는 지금처럼 빨라진 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이 여럿 있었다.
속도가 빨라 주체가 안 된다면, 감각지대로 감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벼락의 힘을 제우스처럼 창을 던지거나 직접 방출하는 대신, 그 힘을 이용해 파괴력과 속력을 높이는 데 사용했다.
제우스와 헤라클레스.
유원은 그 두 사람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했다.
근접에서는 헤라클레스처럼.
그리고 창을 날릴 때는 제우스처럼.
지금 당장은 두 가지 스타일 모두 두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법 잘 따라했다 싶었다.
그런데.
파짓, 파지짓-.
벼락의 여파로 인해 황금빛의 물결이 서서히 걷혀 가자.
치짓, 치지-.
양 팔을 교차해 머리를 보호하고 서 있는 여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끝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화상 하나 없다니.
“징글징글하네.”
지금 여래가 보여 준 게 무엇인지는 굳이 그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공에 대해 무림계의 랭커들만큼 해박한 건 아니었지만, 유원도 유명한 절기 몇 가지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금강불괴(金剛不壞).]순간 몸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무림계의 절기.
그것이 여래의 몸에 펼쳐진 것이다.
치지, 치지지-.
그렇게 유원이 쏘아낸 황금빛 전격의 물결 가운데.
킁-.
자연스레 숨을 쉬고 있던 유원의 코끝에 묘한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연꽃?’
아름다운 분홍색의 꽃잎들이 법당의 바닥에 피어났다. 연못이 아닌 법당에서 피어난, 그것은 유원이 보아 온 그 어떤 연꽃보다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유원의 눈에는 그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가시가 보였다. 예지안을 통해 보게 된 잠시 후의 미래에 유원이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쾅-!
쏴아아아아-.
[‘우라노스의 심장’이 ‘타르타로스’를 소환합니다.]유원의 몸을 휘어 감는 새까만 어둠.
그리고 직후, 법당 가득 피어난 분홍빛의 연꽃잎들이 유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픽, 피피피픽-.
쐐애애애액-!
수만, 수억 개에 달하는 꽃잎들이 유원의 몸을 덮쳐 왔다. 타르타로스에서 뿜어진 어둠에 닿은 연꽃잎들은 힘을 잃고 시들어 바닥에 떨어졌다.
금강불괴를 펼치면서 또 다른 절기를 선보인 여래.
그는 수억 개에 달하는 연꽃잎들을 속에 파묻힌 어둠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라노스, 그 녀석의 것이었나.”
백보신권을 막은 힘도, 그리고 유원이 쏘아 낸 전격도. 모두 어딘가 익숙한 힘이다 싶긴 했다.
하지만 타르타로스의 힘까지 빌려오는 걸 보니 거의 확실하다 싶었다.
재미있었다.
얼마일지도 모를 긴 시간을 건너뛰어 온 곳에서 자신의 시대에서 활동하던 랭커의 잔재를 발견하다니.
‘이상한 일이군.’
여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요괴의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불과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
애초에 여래가 유원의 존재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던 건 손오공의 기억을 통해 그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분명 가공할 만한 잠재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아직 오지 않은 언젠가에 대한 기대치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대체.
문득, 손오공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건, 저 녀석이 이길 생각이 없어서일 거다.
이길 생각이 없어서 이기지 않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다른 무엇보다, 이리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쿠궁, 쿠구구-.
그때였다.
연꽃으로 뒤덮인 타르타로스 속.
타르타로스의 어둠보다도 더 까만 어둠 한 줄기가 보인 것이.
‘설마.’
저 속에서 반격을 꾀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까보다 더한 위기감에 여래는 또 다시 금강불괴를 펼쳤다.
[니르.]니르는 궁니르와 비견되는 아이템으로, 유원은 연꽃과 타르타로스에 숨은 채 그것을 시동하고 있었다.
투확-!
한 줄기 창이 여래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정확히는 그의 머리에 둘러진 긴고아를 향해서였다.
제 아무리 금강불괴를 펼쳤다 해도 막아내기에는 꽤나 벅찬 일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여래의 손에서 금강불괴와 함께 또 다시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이 펼쳐졌다.
맨 몸으로 막아낼 수 없다면, 날아오던 창을 손으로 잡아낼 셈이었다.
그런데.
번쩍-!
손으로 날아오던 니르를 낚아채는 순간, 법당을 가득 매우는 새까만 빛이 터져 나왔다.
콰우우웅-!
한 순간 법당의 모든 게 사라졌다. 까만 우주가 펼쳐지듯 검게 변한 세상에는 작은 소리 한 점 남아있지 않았다.
꼭 세상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영원하지 않았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법당의 풍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검게 죽어 버린 연꽃들.
그 가운데 서 있던 여래가 비틀거렸다.
턱-.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손으로 법당의 바닥을 짚었다. 동그랗게 구멍이 난 손바닥은 니르가 꿰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다행히 긴고아는 무사했지만 글쎄.
이번 공방으로 누가 득을 봤는지, 결과는 자명했다.
“뭐야 이게.”
저벅-.
유원이 여래를 향해 걸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여래를 내려다보며 유원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그의 머리에 둘러진 긴고아를 바라보았다.
“차라리 손오공 보고 나오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