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25
* * *
“이겼다아아아아-!”
손오공의 외침이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외침이 신호탄이었다.
“으아아아아!”
“이겼다! 아아아아악!”
“살았다고, 살았어-!”
이겼다는 기쁨. 살아남았다는 기쁨.
승리에 잔뜩 취한 랭커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땅이 꺼져라 소리를 지르던 가운데, 가장 먼저 소리를 지른 손오공이 뒤로 쓰러졌다.
풀썩-.
더 이상 몰려오는 적은 없었다.
긴장과 함께 온몸에 힘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아,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고했다.”
“잘 싸우던데, 원숭이?”
“해냈네, 결국.”
손오공의 주위로 동료들이 다가왔다.
한껏 웃음을 터뜨리던 손오공의 눈에, 동료들의 모습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게 들어왔다.
“가냐?”
손오공의 물음에 오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다 됐다. 길이 사라지니 돌아갈 수밖에.”
“쩝. 난 멀쩡하네.”
흐릿해지는 동료들과는 달리 손오공은 멀쩡했다.
강제로 문을 열고 넘어왔던 동료들과는 달리, 손오공은 완전히 이곳 시간선에 종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손오공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그쪽은 어떻게 할려고?”
이곳에서의 싸움은 이겼다지만 저쪽은 달랐다.
아직 그곳에는 요그 소토스가 남아 있었고, 반대로 이쪽에서 넘어갈 방법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미르가 그러더군. 이쪽을 해결하면, 모든 게 나아져 있을 거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함께 시계태엽을 연구하고, 제우스가 미래로 오면서부터 오딘은 두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오면 모든 게 나아져 있을 거라니.
“연결되지 않고 평행한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건지. 아니면 그 녀석이 또 다른 수를 준비해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돌아 가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딘은 미미르의 말을 믿었다.
그만큼 미미르에 대한 오딘과 동료들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지금껏 그가 해 온 일들, 그리고 확신했던 말들 중 틀린 것은 없었다.
“그래. 그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면야…….”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동료들의 배웅을, 이렇게 대자로 드러누워 할 수는 없었다.
“잘 가라, 친구들.”
쏴아아아-.
전장의 곳곳에 퍼져 있던 동료들이 사라졌다. 희미한 빛무리와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손오공은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다 끝났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유원은?”
싸움이 끝난 이후 내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던 판도라가 손오공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디 갔어?”
분명 그는 이 전장에 나타났다. 판도라는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유원의 모습이 어디서도 보이질 않았다.
“응?”
어리둥절, 그게 뭐냐고 묻는 듯한 바보 같은 얼굴.
평소에는 그 얼굴이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누구?”
이 순간, 판도라는 그 표정이 마냥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손오공이 유원을 기억하지 못했다.
* * *
싸움이 모두 끝났다.
탑은 꽤 오랫동안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오딘의 죽음과 전쟁으로 인한 거대 길드간의 세력 변화는, 탑을 또 다른 종류의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다행히도 그 혼란을 수습한 건, 살아 돌아온 제우스였다.
“지금부터 올림포스는, 아스가르드와 동맹을 맺는다.”
아스가르드와 올림포스의 동맹.
오딘이 죽었다지만 아스가르드의 세력은 여전했다.
거기에 올림포스, 그리고 제우스까지 합세했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세력.
거기다, 올림포스에는 제우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세력을 넓히기 위한 분쟁은 금지다. 말로 해라, 말로.”
이제는 기간토마키아뿐만이 아니라 탑 전체에서 영웅으로 불리게 된 헤라클레스도.
“난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싸우고 싶으면 내가 상대해 주마. 그러니 좀 도와라.”
싸울 상대가 없어 심심한 손오공도, 제우스의 꼬드김에 넘어가 올림포스의 용병이 되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길드는 그 존재만으로도 싸움을 억제하기 충분했다.
그렇게 올림포스는 옛 아스가르드가 그러했듯, 탑의 분쟁을 막는 억제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바삭-.
판도라는 햇살을 받으며 잘 구워진 빵을 입에 넣고 씹었다.
그녀는 올림포스가 소유한 건물에 머물렀다. 수백만 포인트를 호가하는 그 넓은 저택이 판도라의 것이 됐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수십 년이 더 흘러도 그녀는 여전히 제우스를 원망했다.
그렇게 빵과 스튜로 식사를 때우던 판도라의 집으로, 헤라클레스와 손오공이 놀러 왔다.
“뭐 해?”
“선물이다.”
문을 열자, 손오공이 양팔을 흔들어 보이며 반갑게 인사했고 헤라클레스는 손에 들고 있던 선물 보따리를 내밀었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
두 사람은 몇 년에 한 번씩 그녀를 찾아왔다. 헤라클레스는 방문할 때마다 늘 옷가지나 그녀가 좋아하는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선물로 들고 왔다.
최근에는 목수로 살고 있다더니. 포인트를 벌기는 해도 쓸 데는 없고, 그렇게 번 포인트를 대부분 기부를 하거나 이렇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데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김유원 데려 와.”
“……?”
“……?”
똑같은 표정을 짓는 두 사람.
이번에도 같은 반응이었다.
이번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며, 판도라가 문을 닫았다.
“모르면 나가.”
쾅-!
신경질적인 손짓에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코앞에서 닫힌 문을 보며, 헤라클레스는 머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니 매번 문이 삐걱거리지.”
끼이이-.
그때, 다시 문이 열렸다.
판도라가 손을 뻗었다. 그녀가 뻗은 손이 헤라클레스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로 향했다.
휙, 보따리를 낚아챈 판도라가 다시 문을 닫았다.
쾅-!
그래도 선물은 받고 싶긴 했던 모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들여보내 주진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나긴 한 모양이었다.
벌써 수십 년이 넘도록 풀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대체 누굴 그렇게 찾는 거야?”
“몰라.”
헤라클레스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는 손오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김유원’이라는 이름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딘가에는 분명, 그 흔적이 남아 있을 텐데도.
수십 년 전, 그 싸움을 끝낸 게 바로 그였음에도.
아무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 * *
“바보들.”
판도라는 씩씩거리며 헤라클레스가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헤라클레스가 가져온 선물은 케이크와 초콜릿을 비롯한 여러 디저트였다.
달콤한 디저트는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는 판도라의 유일한 취미였다. 그녀가 단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두 사람은 늘 이런 걸 선물로 사 왔다.
저 둘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오는지는 알까.
아마 모를 것이다. 그리 친한 것도 아니면서, 그들은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하면서까지도 계속 자신을 챙겨 주었다.
이유라면 있었다.
아마 유원과의 관계 때문이겠지.
특히나 헤라클레스는 그 전쟁에서도 유원을 위해 판도라를 지켜 주었으니, 이렇게 자신을 챙기는 것도 납득은 됐다.
판도라가 유원과 결혼하겠다며 선언한 그날부터, 헤라클레스는 그녀를 제수씨라며 진담과 농담을 섞어 부르곤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바보들이야.
그렇게 자신을 챙기면서, 정작 유원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다니.
개연성이 맞지 않는 저 행동들 끝에, 두 사람은 유원의 이름이 나오면 끝내 생각을 포기해 버렸다.
‘김유원’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먼 길 온 수고를 마다않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버렸다.
정말, 바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푹-.
판도라는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왜 기억을 못해?”
울컥-.
포크질 한 번에 손이 멈췄다.
이십 년이 넘게 기다렸건만,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왜…… 사라졌어?”
케이크를 먹는 그녀가 끝내 울먹거렸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손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녀는 다시 케이크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판도라는 혹시 모를 그때를 대비해,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김유원.
모두가 잊어버렸어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기다릴 거다.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헤라클레스나 손오공이 아닌, 기다리던 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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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뚝-.
시끄러운 알람을 끄며, 유원이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났다.
좋아하는 노래는 알람으로 하는 게 아니라더니. 옛날부터 즐겨 듣던 만화 노래라지만 아침에 듣기에는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웠다.
“으으으-.”
기지개를 펴며 몸을 일으킨 유원이 손에 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전 – 7:30]평소보다 제법 이른 아침.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개강 첫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는 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유원은 작은 원룸에 붙은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아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학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학교 인근에 있는 원룸을 구한 덕에, 교통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등교가 가능했다.
그만큼 월세는 다른 원룸보다 더 비싸긴 했지만 말이다.
“유원아-!”
학교 정문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은은한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동기생, 한다은이 유원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다리 안 아프냐?”
“저 멀리서부터 불렀는데 씹었잖아, 네가!”
반응을 보니 꽤 멀리서부터 부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부른 건 못 들을 만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 그 노래야?”
“어.”
“넌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무슨 이런 노래를 듣냐?”
한다은은 설마 싶어 유원의 귀에 있는 이어폰 하나를 빼서 자신의 귀에 꽂았다.
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 은-
혹시나가 역시나.
유원은 그 옛날, 유원과 한다은이 갓난아기 시절에 방영되었던 만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오래된 만화.
한다은은 개강 후까지도 그 만화 노래를 듣고 있는 유원을 이상한 듯 바라보았다.
“내가 생긴 게 왜?”
“생긴 건 약간 양아치 같이 생겼잖아. 잘생기기도 했고.”
“병 주고 약주고, 아주…….”
“왜 맨날 이것만 들어? 컨셉이야?”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일.
유원은 같은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심지어 세대도 맞지 않는 만화 노래를 말이다.
그것 때문에 유원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글쎄.
잘생긴 사람은 아무리 특이해도 친구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더욱이 유원은 특이한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걸 제외하면 특별히 모난 부분 없이 성격도 괜찮았다.
“손오공 때문에.”
“손오공이 왜?”
“그냥, 왠지 친근해서.”
“그런 거라면 드래x 볼도-.”
“그건 좀 다르다니까, 글쎄.”
그렇게 대답한 유원은 다시 한다은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빼앗았다.
같은 노래가 귀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수만 번도 더 들은 노래였지만, 유원은 그것을 듣고 또 들었다.
옆에서 한다은이 무어라 말을 걸건, 말건.
유원은 노래에 더 집중했다.
‘손오공. 손오공…….’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서 유원은 계속 생각했다.
손오공.
분명 만화에나 등장하는, 그리고 서유기라는 신화에서나 등장하는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일까.
유원은 녀석의 이름이 신화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처럼 느껴지질 않았다.
‘……이상하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집착하듯 이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이 노래를 계속 듣다 보면, 무언가 기억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