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51
* * *
손오공의 눈동자에 담긴 관리자의 모습은 흡사 중세의 기사를 연상케 했다.
제아무리 바보 같은 손오공이라 해도 녀석이 50층의 관리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보통 관리자의 모습은 그 세계의 풍경과 닮은 데가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관리자의 모습은 천계가 다스리는 50층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키히히히힝-!
관리자가 탄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울부짖었다.
대기의 마나가 크게 울리며 손오공의 고막을 흔들었다.
하나 이 정도로 놀라기에는 손오공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나 위협하는 거냐?”
기이잉-.
세로로 길게 찢어지는 눈동자.
“고작 말 따위가?”
화아아-!
손오공에게서 뿜어진 기세가 관리자의 말을 덮쳤다.
부지불식간, 손오공을 위협하며 울부짖던 말이 얼어붙었다.
마력이었다면 어떤 식이었든 관리자의 애마를 위협할 수 없었겠지만 손오공의 기운은 마력과는 달랐다.
손오공이 발산한 기운은 마력이 아닌 요력(妖刀)이었으니까.
관리자는 잠시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에 든 기다란 창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혼자 온 거냐?”
“난 원래 누구랑 잘 안 다녀.”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가 뭐지?”
“너희가 먼저 비슈누를 죽였으니까.”
“제천대성과 비슈누가 그리 우애가 깊은지 몰랐군.”
투구 사이로 감춰져 있는 눈동자가 빨갛게 반짝였다.
손오공은 그 눈동자 속에 무언가 지저분한 생각이 있을 것 같아 불쾌한 기분을 받았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
“그대가 지금 이 시기에 여기 온 게 우연인가, 아니면 어떤 계획에 의한 것인가를 생각했네.”
화안금정을 통해 투구에 가려진 관리자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고민이 깊은 모양.
하필이면 50층의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이때, 손오공이 관리국을 덮친 것이 이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연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군. 우리가 아는 제천대성은 그리 머리가 좋지 않았으니.”
빠직-.
손오공의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
이 한 마디로 손오공은 동시에 두 명에게 무시를 받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왜? 나도 그 천계대전인지 뭔지 참가하고 싶다고! 거기도 관리자는 나타날 거라며?”
“확신은 못해. 그러니까 네가 필요한 거다.”
“왜?”
“50층의 관리국에 아직 관리자가 남아 있다면, 천계대전은 녀석들의 표적이 아니라는 뜻일 테니까.”
천계대전은 수많은 랭커들이 참가하는 규모가 큰 대회였다.
천계의 대장군을 뽑는 만큼 여러 거대 길드와 하이랭커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
50층의 관리자가 그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멀리서 화안금정으로 보고 있어. 관리국에 관리자가 있는지, 없는지. 만약 관리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돌아오고.”
“만약 없으면?”
“너 원하는 대로 해. 난장을 부리든, 이쪽으로 합류하든. 물론, 그쪽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다른 관리자가 합류할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겠지만.”
“무조건 오는 건 아니라는 거잖아? 영 안 내키는데…….”
손오공의 목적은 관리자와의 싸움이었다.
그러니 아무래도 관리자와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천계대전 쪽이 더 끌릴 수밖에 없었다.
“관리국을 부숴야 각 층에 퍼져 있는 관리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 손발을 자를 수 있다. 이 일도 중요해. 그리고 이 일은 네가 적임자다.”
“왜?”
“그래야 관리자들도 우연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설마하니 네가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너 지금 나 무시한 거지?”
“전보다는 좀 똑똑해진 거 같다?”
유원과 나눈 대화.
녀석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생각에, 손오공의 눈이 뒤집혔다.
부우웅-.
쩌엉-!
심부름꾼들의 시체를 밟고 위로 날아오른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둘렀다.
손에 들고 있던 기다란 창을 들어 올려 여의봉을 막아낸 관리자를 노려보며, 손오공이 으르렁거렸다.
“죽을래?”
“사실을 말하는 것이네. 만약 자네의 지능이 범인 수준만 되었더라도 헤라클레스에게 랭킹이 밀리지 않았을 것이야.”
“이런 씨-!”
부우웅-.
여의봉이 관리자의 머리를 노리고 수십 개의 방향에서 날아들었다.
긴 창을 가볍게 휘두른 관리자는 여의봉을 모두 막아 내며, 오히려 손오공의 목젖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쩡-!
창끝과 여의봉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순간 대기가 일렁거리며 하늘이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게 창과 봉이 부딪치기를 빠르게 몇 번.
몸을 위로 튕기며 거리를 벌린 손오공은 균형을 잡으며 잠시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흐음.”
치솟았던 짜증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여의봉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
꽈악-.
“싸울 맛나는 녀석이네.”
잡스러운 기술 없이 오로지 창 하나만으로 싸운다.
마력을 쓰는 건 오직 육체적인 능력을 강화시키고 창의 위력을 증가시킬 때뿐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전투 방식.
길드 ‘원탁’이 다스리며 기사들의 세계라 불리는 층.
“혹시 너, 25층의 관리자냐?”
관리자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뿜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기이이잉-.
관리자의 창끝에 노을빛의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었다.
일그러지고 증폭되어 가는 마력.
그 현상을 눈으로 본 손오공의 머릿속에 아이템이 떠올랐다.
‘……궁니르?’
시동되기만 하면 이 탑에서 가장 위력적인 힘을 뿜어내는,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왕을 만들어 낸 아이템.
관리자의 창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흡사 궁니르의 시동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관리자의 창에서 쏘아진 창격이 손오공과 함께 하늘을 관통해 날아갔다.
* * *
유원은 키트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화를 단절하고 다른 데 시선을 돌리는 유원을 보며 이예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말로 유원을 믿어도 되는 건지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기다리라는 건가.’
급한 마음에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만약 이번에도 엘릭서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그땐 딸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유원을 쥐어 패서라도 정보를 불게 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관중들의 눈과 천계의 관리 아래에서 주최된 이 천계대전에서 난장을 부렸다간 어찌 저찌 정보를 알아도 시간을 맞출 수 없을 터였다.
“오셨군.”
저벅-.
시끌벅적한 관중들의 함성을 뚫고 느껴지는 걸음 소리.
이 천계대전의 주최자이자, 천계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장군.
“이랑진군.”
천계의 하늘 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위로는 녹색 머리를 휘날리며 나타난 이랑진군이 서 있었다.
“긴 말하지 않겠네.”
그가 입을 열자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천계를 대표하는 대장군이자 20위의 하이랭커.
곧 천계의 옥황상제가 될 몸.
그는 경기장 위에 올라선 64명의 참가자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천계의 대장군은 어떤 전장에서든 가장 앞장서 싸우는 자여야 하네.”
[천계대전의 본선을 시작합니다.]이랑진군의 말과 함께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울렸다.
“규칙은 간단하네. 누구든 앞으로 나서게. 싸워서 이기고, 또 이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 대회의 승자가 되는 것이지.”
웅-.
경기장의 중앙.
반투명한 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이 만들어졌다.
[경기에 참가할 사람은 원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도전한 참가자가 탈락할 시, 원 밖의 참가자들에게 다음 도전 기회가 주어집니다.] [도전에 주어지는 시간은 5분입니다.] [5분 안에 다음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을 시, 경기는 종료됨니다.]룰은 간단했다.
원 안에서 싸우고, 살아남는 것.
하나 룰이 간단하다고 해서 내용까지 간단한 건 아니었다.
‘초반에 참가할수록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치를 보다가 5분이 지나가 버리면 대회는 그대로 종료.’
저벅-.
유원의 시선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참가자에게로 향했다.
‘그렇다는 건, 초반에 참가한 이상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여줘야 된다는 뜻이지.’
어느새 몸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아수라.
그가 두 자루의 칼을 들고 원 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참가자가 빨리 나타났군.”
아수라의 도전에 이랑진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자는 알다시피 천계의 대 장군 자리를 얻을 수 있네. 만약 이를 거절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보상을 약속하지.”
이 자리에는 여러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천계의 대장군이라는 자리를.
누군가는 명예를.
또 누군가는 엘릭서나 삼신기와 같은 전혀 다른 목적을.
그 여러 목적을 가진 채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눈에는, 조금의 긴장도 하지 않은 아수라라는 거대한 벽이 서 있었다.
“그럼, 천계대전의 본선을 시작하도록.”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으와아아아-!”
“아수라! 아수라!”
“싸워라-!”
침묵해 있던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나.
와아아아-!
그 함성에 화답하는 참가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스윽, 슥-.
하나둘 발을 뒤로 물리는 참가자들.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도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 중 대부분은 이 대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랭킹과 몸값을 높이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첫 시합부터 아수라와 싸우게 되면, 대체 어떻게 멋진 모습을 보여 준단 말인가.
‘나 말고…… ‘
‘다른 누군가…….’
‘차라리 잘됐어. 여기서 상위권 랭커들이 붙어서 자멸하면…….’
힐끔, 힐끔-.
그렇게 서로가 눈치를 살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3 : 03] 벌써 2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남은 시간은 3분.
“이대로 가면 한 번도 안 싸우고 아수라가 우승하겠군.”
“그렇다고 먼저 도전하기엔…….”
선뜻 먼저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이 자리에서 아수라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당연히 처음 도전했다가는 첫 번째로 탈락할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째깍-.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남짓.
‘이대로 끝나도 되는 건가?’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참가를 망설이고 있던 하르간은 유원의 옆모습을 힐끗거렸다.
아무래도 유원은 이 대회에는 그리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눈은 원 안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그 눈을 발견한 하르간이 흠칫 놀랐다.
‘뭐야 저건?’
눈의 색깔이 변하는 종류의 스킬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는 화안금정이 있었는데, 그건 제천대성만의 고유한 스킬이었다.
다만, 지금 그가 쓴 스킬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이대로라면 아수라의 우승으로 대회는 끝이 날 것이다.
정말로 유원이 그걸 바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끝나느니 차라리 내가-.’
그리고 그때.
저벅-.
“내가 하지.”
아수라가 있는 원 안으로, 첫 번째 도전자가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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