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55
* * *
25층의 관리자는 방패를 들었 다.
이후 날아온 여의봉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커져라-.”
짧지 않은 싸움으로 인해, 이미 그도 깨달은 상태였다.
“……여의.”
자신의 방패로는 손오공의 여의봉을 막아 낼 수 없다는 걸.
쩌어억-!
“…….”
방패와 함께 밀려 날아가는 관리자.
그가 타고 있던 말은 이미 시체가 되어 저 아래, 바위더미 어딘가에 파묻혀 있었다.
콰드드드-.
방패를 앞으로 내세운 채 몸이 밀려 날아갔다.
여의봉은 세계의 끝까지 관리자를 몰아붙일 듯했다.
“으라아아아-!”
기합과 함께 여의봉에 주어지는 완력.
눈이 반쯤 뒤집어진 손오공에게 날아가며,관리자는 반쯤 부서진 투구 속에서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과아앙-!
결국 여의봉에 날아가 땅에 처박히는 몸뚱이.
등에서 느껴진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갑옷이 우그러지고 충격이 몸통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금이지만 몸이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다.
여의봉에 얻어맞은 충격이 차차 누적되어, 어느새부터인가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강하다.’
손오공과의 싸움에서 느낀 점이 었다.
그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손오공은 강했다.
그것도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저들의 실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있다.’
저벅, 저벅-.
가까이 다가오는 손오공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것도 우려보다도 훨씬.’
드드드-.
관리자는 자신의 위에 깔려 있는 바위와 돌무더기를 손으로 치워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너져 내린 지붕.
관리자가 떨어진 집은 쓰러져 원래의 형체를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구멍이 뻥 뚫린 지붕 위로는 흐린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천계에 속한 어딘가.
그 마을 위에 떨어진 관리자를 쫓아온 손오공은 어깨에 여의봉을 걸친 채 물었다.
“너 왜 오딘을 따라 하고 난리야? 깜짝 놀랐네.”
관리자가 쏘아낸 창.
그것은 분명 오딘이 던진 궁니르를 닮아 있었다.
물론, 같은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에 따라 그 위력은 천차만별로 바뀌기 마련이었다.
관리자의 창이 그랬다.
그것은 궁니르를 닮은 시동 무기이면서도 위력은 손오공이 알고 있는 궁니르보다 떨어졌다.
물론.
“아니지. 정확히는 궁니르가 네 창을 따라 만든 거려나.”
위력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원본이라는 법은 없었다.
오딘의 궁니르가 최강의 창이 된 건 아이템의 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것을 다루는 자가 오딘이기 때문이었다.
관리자들은 오딘은 물론, 그보다 훨씬 이전 세대의 플레이어들이 활약하던 때부터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관리자가 사 용하는 장이 궁니르보다 역사가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쪽에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이런 쪽에서? 확 그냥-.”
“으아앙-!”
곧장 다시 여의봉을 휘두르려던 손오공의 귀에 들려온 소리.
관리자와 손오공의 시선이 동시에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애?”
이제 7살이나 됐을까 싶은 어린 아이.
무너진 집 아래에서 울고 있는 꼬마를 보며, 손오공은 잠시 주춤거렸다.
그리고 그 잠깐 동안.
“의외로군.”
퍼어억-!
관리자의 창이, 손오공의 어깨를 꿰뚫었다.
“천하의 제천대성이 이런 데에 흔들리다…….”
조금이지만 승기를 잡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관리자는, 이내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꾸우욱-.
자신의 창대를 붙잡은 손오공의 손.
더군다나 어깨를 꿰뚫었다 생각한 창은, 미처 끝까지 뚫지 못하고 막혔다.
‘관통되지 않았다.’
그 찰나의 순간.
어린아이에게로 한눈이 팔려 있던 손오공은 날아오는 관리자의 창을 손으로 낚아챘다.
실로 경이로운 반사 신경이었다.
화안금정의 도움이 있었다 해도 경탄할 만한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거리를 벌려야 했다.
관리자는 곧장 창을 다시 회수할 생각으로 힘을 주었다.
그런데.
“……아프네.”
꾸우욱-.
창을 붙잡은 손오공의 손에 핏줄이 돋아났다.
어깨에서 흐르는 피에 손오공이 이빨을 보였다.
사나운 기운이 손오공의 주위로 흘러나왔다.
금방이라도 손톱을 휘두르고, 거침없이 여의봉을 휘두를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시선은 울고 있는 꼬마아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야, 꼬마야.”
“으흑, 윽…….”
“시끄럽게 울지 말고. 네 엄마랑 아빠는 어디 있어?”
화륵-.
손오공의 눈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훑었다.
“여긴 없는 것 같고…….”
“엄마…… 압…….”
“그래, 그래. 엄마 아빠 어디 갔냐고. 말은 할 줄 아네.”
“엄마…… 밖에…… 아빠는 죽…….”
“엄마는 밖에 나가고, 아빠는 원래 없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꼬마를 보며 손오공은 한숨을 쉬었다.
“나도 헤라클레스 그 자식한테 물들었나. 별 게 다 눈에 밟히네.”
푸욱-.
손오공의 어깨에 박혀 있던 창이 뽑혀져 나왔다.
피를 대충 슥 닦아낸 손오공은 바닥에서 울고 있는 꼬마에게 다가갔다.
한창 싸우느라 즐거워 보이던 얼굴에 짜증이 피어올랐다.
“설마, 그 핏덩어리를 지키면서 싸울 생각이라도 하는 건가?”
손오공이 강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은 관리자였다.
누군가를 지키면서, 그것도 툭 치면 사라질 것 같은 저런 꼬마를 지키면서 싸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 그럴 건데.”
바닥에 쓰러져 있던 꼬마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올린다.
그 황당한 반응에 관리자는 손오공을 향해 다시 창을 겨누었다.
“조금 잘 싸운다고 판단을 잘못하는 모양이군.”
“아…… 그래?”
손오공이 몸을 돌려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그 녀석이 그러더라. 관리자라는 것들은 아래층에 있을수록 약하다고.”
그 말에 투구 틈 사이로 언뜻 드러나 있던 관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래층의 관리자일수록 약하다.
그건 심부름꾼조차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닌 제천대성이 알고 있다니.
“그걸 어떻…….”
말을 하던 중 멈추는 관리자.
지금 이 말은 손오공의 말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고작 25층이잖아, 넌? 그래서 말인데…….”
입가에 걸리는 비웃음.
그리고 그와 동시의 일이었다.
펑, 퍼퍼펑-.
퍼퍼퍼퍼펑-!
하늘과 땅을 가릴 것 없이 나타난, 무수히 많은 손오공의 분신들.
“내가 뭐, 이깟 녀석 하나 지키느라 너한테 갑자기 고전하기 시작하는 그런 걸 기대하는 거냐?”
그 분신들을 다스리는 본체, 손오공의 눈에는 어느새 요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진부한 이야기는 요즘 떠돌이 호사가들도 안 하더라.”
* * *
벼락이 떨어진 경기장.
그곳은 몇 분 전에 그들이 있던 경기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난장판이군.”
“그것도 엄청.”
관중석은 무너지고, 경기장 바닥은 검게 타들어 갔다.
곳곳에 난 불길은 쉽게 잡힐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잠깐 사이, 참가자들은 온갖 희비가 교차했다.
갑작스레 떨어진 벼락.
그 막대한 마력에 짓눌려 바닥에 주저앉은 자들은, 이제 정말 죽는 거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 살았다?”
“어떻게…….”
눈부신 빛에 잠시 시력을 잃었던 참가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건, 꽤 익숙한 광경이었다.
“거울?”
“또?”
츠쿠요미가 만들어 낸 거울의 방패.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벼락을 막아 낸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관리자가 나타나고, 제우스의 벼락이 떨어지고…… 그걸 또 츠쿠요미가 막아 내고…….”
“젠장. 난장판이군 완전히.”
쩍, 쩌저-.
거울은 금세 깨어졌다.
순간, 서늘한 얼음의 냉기가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웠다.
하르간은 의아한 눈으로 츠쿠요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분명 높은 랭킹의 하이랭커였다.
현재의 실력만 놓고 본다면 아마, 자신보다도 훨씬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그녀가 보여 준 실력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태상노군의 발경을 막아 내고, 제우스의 벼락으로부터 참가자들을 보호했다.
그녀가 방금 전에 해낸 일들은 츠쿠요미가 아니라 삼귀자가 모두 모인다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삼신기 덕분인 건가?’
삼신기.
츠쿠요미를 비롯한 삼귀자가 오랫동안 찾아다니던, 탑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템.
며칠 전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것은 모두 츠쿠요미의 손에 들어갔을 터.
갑작스러운 츠쿠요미의 실력 향상의 원인이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이쪽은 다행이지만…….’
참가자들이 무사한 걸 확인한 하르간의 시선이 위쪽으로 향했 다.
만 명이 넘는 심부름꾼들.
그들의 등장과 함께 제우스의 벼락이 떨어졌으니.
‘저쪽은 죽을 맛이겠군.’
치지, 치지지-.
애당초 벼락의 목적은 아래에 있는 참가자들이 아니었다.
벼락이 휩쓴 건 구름에 숨어 있던 심부름꾼들이었다.
그리고 제우스의 벼락은, 절대 다수를 상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이도 죽었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경기장 위를 가득 매우고 있던 심부름꾼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심부름꾼들 중 대부분이 까맣게 타 바닥에 추락했다.
살아남은 심부름꾼은 고작해야 천여 명 남짓.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해볼 만…… 하지 않을까?”
“제우스도 우리 편인 것 같고…….”
“천계도 있어.”
“싸울 수밖에 없잖아?”
희망에 찬 목소리들.
하지만 모르는 소리였다.
‘랭커라는 것들이 저리 생각이 짧아서야.’
하르간은 고개를 저었다.
‘심부름꾼들의 숫자보다, 남아 있는 저 셋이 진짜지.’
분노에 찬 세 명의 관리자들.
저들이야말로 이 싸움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
“이제 시작했어?”
저벅-.
벼락이 떨어진 직후, 경기장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판도라.
그녀의 등장에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였다면 사인이라도 해 달라며 치근덕댔겠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뚜둑, 뚝-.
“이제 싸우면 돼? 유…….”
유원의 등을 보며 이름을 말하려던 판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훈?”
급하게 이름을 바꿔 부른 티가 났지만, 그걸 알아챌 사람은 없었다.
끄덕-.
유원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하늘에 떠 있는 세 명의 관리자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중.
“너희는 저기 하나만 맡아.”
유원은 오른쪽에 있는 한 명.
앙상하게 마른 체구에 로브로 몸을 가린 관리자를 가리켰다.
상대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삼신기를 손에 넣은 츠쿠요미, 판도라, 이예와 하르간, 그리고 이랑진군이 팀을 이룬다면 저층의 관리자 한 명을 상대하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수라는 지금 태상노군과 대치 중이었다.
‘한 명 정도는 가능하겠지.’
앞으로의 싸움을 혼자서 할 순 없었다.
츠쿠요미를 비롯한 다른 하이랭커들 역시, 하나둘 관리자들과 싸우는 데 적응해 둘 필요가 있었다.
“하나?”
당연히 하르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기껏 삼신기를 손에 넣은 츠쿠요미 역시 의아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다른 둘은 어쩔 생각이지?”
“어쩌긴.”
그녀의 물음에 유원은 두 명의 관리자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과 관중들로 위장해 있던 안개로 인해, 유 원에 대한 관리자들의 관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데 인사는 직접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