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60
* * *
처음 그 이름을 언급했던 건 튜토리얼의 관리자였다.
“■■■이라는 녀석이 들어왔다.”
이름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대신, 어떤 대단한 녀석이 들어왔다는 소식만 기억이 났다.
류로리얼의 관리자는 최하층의 관리자였으나 지닌 힘은 관리자들 중 최상.
그는 여러 세계와 탑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플레이어를 선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가 최하층의 플레이어를 언급한 건 손오공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왜? 뭐 대단한 놈이냐?”
“이번에 제우스의 아들 녀석이 참가했다던데. 그 녀석은 뭐 하고?”
당시 관리자들의 관심은 하르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벼락을 이어받은 제우스의 핏줄.
비록 늦게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해도 그의 실력은 튜토리얼을 시작하기 전부터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어쩌면 그는 최단 기간 내에 랭커가 되어 자신들을 대신해 아우터와 싸워 줄 훌륭한 창이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녀석은 2등이다.”
결과는 관리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구라는 별 볼 일 없는 세계에서 넘어온 녀석이, 하르간을 제치고 통과했다.”
“그게 가능해? 순혈도 아닌 녀석이?”
“확실히…… 제천대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군.”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녀석 손에 키메라 제작자가 죽었다.”
그렇게 말하는 튜토리얼의 관리자는 골치 아프다며 중얼거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덕분에 튜토리얼의 마지막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야.”
■■■이라는 플레이어는 역대 튜토리얼의 모든 기록들을 다 갈아엎었다.
심지어 키메라 제작자를 쓰러뜨려, 튜토리얼 전체의 생태계를 뒤집어 놓기까지 했다.
이변(異變)이고 격변(激變)이었다.
변화는 ■■■를 시작으로 급물살을 타고 파도를 일으켰다.
1층의 관리자는 더 큰 호들갑을 떨었다.
“그 녀석이 올림포스 소속의 랭커와 싸워서 무승부를 이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제아무리 1층에서 벌어진 전투라 해도, 랭커와 싸워 무승부라니.
제천대성이 50층에서 키메라 제작자와 싸워 이긴 적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녀석이 탑에 꽤 적응을 한 이후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튜토리얼을 통과한 애송이가, 올림포스 소속의 랭커와 싸워 무승부를 이루다니.
“그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 소식을 듣고 하스터는 생각했다.
이기는 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한 아우터 갓과의 싸움.
녀석이라면 혹시, 요그 소토스와 슈브 니구라스를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뭐였지?’
한동안 그는 잊고 있었다.
■■■.
고작 세 글자로 이루어 진 이름.
화르르-.
불꽃에 태워지며 하스터는 느리게 생각했다.
‘김유원.’
잊고 있던 이름이 떠오르며, 그에 관한 기억들이 줄줄이 영상이 되어 스쳐 지나갔다.
‘왜 잊고 있었지?’
그는 어리석은 혼돈과 맞서 싸웠다.
마치 미래에서 오기라도 한 듯, 기간토마키아를 저지하고 라그나로크를 막아 냈다.
어리석은 혼돈이 세운 계획들이 줄지어 망가졌다.
이내 그는 슈브 니구라스의 첫 번째 침공을 막아 냈으며, 오딘과 함께 그녀를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슈브 니구라스의 이름을 얻었고.
니요그 소텝의, 니알라 토텝의, 요그 소토스의 힘과 이름을 취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아자토스의 힘과 이름을 손에 넣었다.
화르르-.
하스터의 로브가 재가 되어 휘날렸다.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야 속.
불타는 로브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유원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마지막 순간.
아자토스의 이름과 함께 사라졌던 그의 이름이 떠오르며, 하스터는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그대를 잊어버리고 있었군.]옥좌는 부서졌다.
그 위에서 불경스럽게 세상을 증오하고, 사랑하던 왕은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자토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들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 왔다.
그런데.
정작 또 다른 한 명.
잊어버려선 안 될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김…… 유…….]마지막 남은 머리가 재가 되어 날리며 하스터는 생각했다.
김유원이라는 변수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이 싸움에서 우리들은 패배할지도 모른다고.
치지지-.
유원은 재가 되어 바닥에 뿌려진 하스터의 잔해를 발로 밟아 불길을 꺼뜨렸다.
“아래쪽 녀석들은 이걸로 넷…… 아니, 1층에 있던 녀석까지 다섯인가.”
어쩌다 보니 천계대전이 미끼가 되어 관리자들을 다수 끌어들였다.
백 명 중 다섯.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모든 관리자들이 같은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제우스에게 경고를 한 것만 해도 그랬다.
몇 명일지는 몰라도 관리자들 중에는 분명 길드와 플레이어를 몰아내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쪽이 있었다.
‘이 정도면 녀석들도 당분간 몸을 사릴 거다.’
순식간에 네 명의 동료를 잃었다.
95층의 관리자까지 부상을 입은 지금, 조심성 많은 놈들이 함부로 움직일 리 없었다.
그렇다면.
‘천계대전을 노린 걸 보면 이미 물밑 작업은 시작되었다고 봐야겠지.’
번 시간을 허투루 쓸 순 없었다.
앞으로 할 일을 떠올린 유원은 오래전, 지구에서 하던 게임을 떠올렸다.
“이런 걸 두고 마피아 게임이라고 하던가.”
치익-.
다시 한번 하스터가 불타 없어진 잔해를 지르밟으며 유원은 주위의 불길을 꺼뜨렸다.
화륵, 화르르-.
서서히 걷히는 불길.
바로 옆으로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서 있는 손오공과 상처를 지혈하고 있는 판도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밖으로.
“…….”
놀란 눈으로 유원을 보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유원이 밟고 있는 까만 재로 향해 있었다.
바보가 아님에야 그 재가, 방금 전 유원과 함께 불꽃 속으로 사라진 하스터라는 걸 모를 수 없었다.
두 명의 관리자와 함께 사라지더니 살아 돌아오고, 거대한 불꽃으로 순식간에 또 다른 관리자를 재로 만들어 버리다니.
“저 녀석…… 뭐야, 대체?”
어이가 없어진 하르간은 웃음도 나오지 않는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처음에만 해도 이름 없는 랭커, 혹은 아직 랭킹을 부여받지 못한 최상층의 플레이어 정도로만 생각했건만.
그 속에 감춰진 정체는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는 괴물이었다.
* * *
쩌엉-!
피이익-.
아수라가 휘두른 창에 손바닥이 베어진 태상노군은 진땀을 흘렸다.
그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왜 밀리는 거냐, 왜!’
처음에만 하더라도 이깟 애송이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폐관에 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 자릿수의 랭킹에 있던 녀석.
더군다나 세 개의 머리 중 두 개를 잃어버린 녀석이 대체 뭘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첫 합을 겨루고 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내가 우세였다.’
열 번의 공방을 겨루면 아수라의 몸에 세 번의 권격이 꽂혔다.
그때마다 아수라는 몸을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고 다시 창을 휘둘렀다.
대단한 체력이었다.
하지만 제천대성처럼 불사의 힘을 지닌 게 아니고서야 언젠가는 쓰러질 나무에 불과했다.
그리 생각하며 태상노군은 싸움에 임했다.
그런데.
‘대체 왜냐.’
쩌억-!
또다시 아수라의 복부에 태상노군의 손바닥이 들어갔다.
휘청-.
츠아악-!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아수라는 창을 휘둘렀다.
태상노군의 옷깃이 찢겨져 나갔다.
창끝에 어깻죽지가 길게 베어지며 선혈이 위로 튀었다.
‘왜, 왜, 왜, 왜!’
죽지 않는 좀비처럼 달려드는 아수라를 향해, 태상노군은 결국 목청을 터뜨렸다.
“왜 쓰러지지 않는 거냐!”
아수라의 가슴팍에 닿는 손.
쩌엉-!
손바닥을 통해 쏘아진 발경이 아수라의 몸을 내장부터 뒤흔들었다.
크게 몸이 흔들리는 아수라.
순간 하얗게 뒤집어진 아수라의 눈을 보며, 태상노군은 드디어 끝났다며 안도했다.
그리고 그 찰나.
콱-.
쓰러질 듯 휘청거리던 아수라가 창을 쥔 손에 다시 힘을 더했다.
“차라리 제발 져 달라고 애원을 하지 그러냐?”
떠엉-!
“…….”
아수라가 휘두른 창대가 태상노군의 허리를 강타했다.
태상노군은 충격을 버텨 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 한 번을 버티면, 다음은 자신이 반격할 차례였다.
-그랬어야 했다.
웅, 웅-.
태상노군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는 칼과 금강저.
잊고 있었다.
아수라의 손은 하나가 아니었다는 걸.
콰드드득-.
살과 뼈를 찢으며 들어오는 칼과 금강저.
태상노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목울대를 꿰뚫은 칼과 갈비뼈를 도려 내며 들어온 금강저에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어졌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틈을…… 만든…… 거냐?”
여섯 개의 팔과 세 개의 머리를 다루던 아수라.
그는 자유자재로 그것을 무기처럼 사용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자루의 창으로만 태상노군을 상대했다.
마력이 다한 것인지, 아니면 스킬의 지속 시간에 한계가 있는 것인지.
태상노군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존재하지 않는 네 개의 팔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한 자루의 창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폐관에 들었다더니 실전 경험은 형편없더군.”
그것이 바로 아수라가 노리던 바였다.
방심, 그것이 태상노군의 패착이었고, 노련한 아수라가 노리던 바였다.
쑤우욱-.
목젖을 관통했던 칼이 부드럽게 뽑혀져 나왔다.
검게 죽은 태상노군의 눈빛.
빠르게 꺼져 가는 생명력에 아수라는 그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푸카악-!
으깨진 과일처럼 터져 나가는 머리.
이내,태상노군의 몸이 천천히 뒤로 넘어졌다.
“이놈이 제일 센 줄 알았는 데…….”
피 묻은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아수라는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잘못 생각했군.”
어중간한 세 명의 관리자들보다, 아수라는 차라리 태상노군과 싸우는 게 더 즐거울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같은 마나의 주인을 지녔다면, 분명 세 명의 관리자보다 태상노군 한 명이 더 위험할 거라 판단했다.
그런데 웬걸.
오랜 시간 관리자의 마력에 취해 그것을 익히느라 시간을 쏟은 탓인지, 태상노군은 어느새 힘만 강한 멍청이가 되어 있었다.
‘진짜는…….’
콱-.
기다란 창 대신 두 자루의 칼을 각각 양손에 쥔 아수라가 지면을 박차며 경공을 밟았다.
파앗-.
‘이쪽이다.’
돌진하는 방향은 전투가 끝난 경기장의 가장자리.
바로 불타 재가 된 관리자와 그것을 밟고 서 있는 유원이 있는 곳이었다.
슈아아악-!
첫 번째 일격은 단순한 위협용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싸움에 아직 몸이 달아을라 있는 아수라는 이런 기습 따위로 싸움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주 조금.
위기감을 심어 주기 위해 작은 상처 하나를 입힐 생각이었는데.
“아직도 방황하고 있냐?”
“……!”
고개를 돌린 유원과 아수라의 눈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놀란 아수라가 잠시 주춤하던 그 순간.
콱-.
길게 뻗어 온 유원의 손이 아수라의 머리를 움켜잡아, 그대로 경기장 바닥 위에 내리찍었다.
콰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