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81
* * *
콰득, 콰드득-.
땅바닥에 쓰러진 거인을 물어뜯는 이빨.
눈빛에 생기를 잃은 채 죽어 가는 관리자의 몸 위에서, 아난타 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관리자 나으리는 역시 맛이 좀 억세네.”
치지, 치지지-.
싸움으로 인한 전격의 잔재가 관리국 전체에 남아 흘렀다.
수만 명에 달하는 심부름꾼들.
그리고 그들을 다스리는 신, 관리자.
그들을 먹어치우며 아난타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야지.”
관리자의 맛은 끝내줬다.
그건 막 봉인에서 깨어난 직후, 관리자를 먹어치웠을 때 깨달았다.
그들이 지닌 힘.
그리고 그걸 넘어선, 순수하기 그지없는 마력.
맛을 음미할 때의 황홀감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꿀꺽-.
이내, 관리자의 몸을 먹어치운 아난타의 머리가 입맛을 다셨다.
“끝이군.”
치지, 치지지-.
자리에서 일어난 아난타의 몸에서 제어되지 않은 전격이 흘러나왔다.
소멸되었던 머리가 다시 채워지는 기분.
아직 다 채우려면 멀었지만 이런 식으로 관리자들을 먹다 보면 분명 예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머리와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외웠다.’
아난타는 마지막 순간, 수백 개의 머리를 베어 낸 흑발의 남자를 떠올렸다.
타르타로스의 힘을 사용하던 사내.
그에게서는 위험한 느낌이 풍겼다.
‘아직 부족해.’
그 순간 보았던 타르타로스가 전부가 아닐 거다.
그 사내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더 많이 느껴졌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수백 개나 되는 머리를 버리면서까지 애써 피하려고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더. 지금보다도 더.’
씨익-.
피가 묻은 입꼬리를 올리며, 심부름꾼들의 피로 얼룩진 복도를 걸었다.
‘더 많이 먹어치워야 한다.’
저벅-.
관리국을 벗어나는 아난타.
그렇게 배를 채운 아난타는 느릿하게 다음 층으로 향했다.
“잘 먹었습니다. 관리자 나으리.”
* * *
95층.
비슈누가 죽고, 그와 관리자의 싸움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 버린 세계.
이제는 플레이어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린 그 세계에 하나둘, 새로운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길 또 오게 될 줄은 몰랐군.”
이번에 도착한 사람은 소마였다.
그녀는 지도를 살피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 거기가 거긴데, 대체 어디라는 거야?”
온통 나무로 가득한 숲.
지도가 있다고 한들 길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마가 바루나에게 받은 지도를 보고 있을 때.
“혹시 길이라도 잃었냐?”
박쥐처럼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남자.
“드루바?”
“오랜만이야, 소마.”
데바의 하이랭커 중 한 명인 그 역시 이번 바루나의 메시지를 받고 이곳을 찾았다.
약속된 시간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루바는 훨씬 먼저 이곳에 와 있었던 모양이었다.
“너도 참 길치다. 어떻게 그걸 못 찾냐?”
“사방이 다 나무밖에 없는데 그럼 어떡해?”
“저거 안 보여?”
드루바의 말에 소마는 그의 손가락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높게 솟은 나무 하나.
혹시나 했는데 그 나무의 두꺼운 기둥에는 큼지막하게 ‘여기’라고 적혀 있기까지 했다.
“눈은 뭐 하러 달고 다니냐?”
“……시끄러워.”
소마를 비롯한 데바의 랭커들이 나무 위로 모여들었다.
수많은 굵은 가지들을 뻗은 나무.
흡사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연상케 하는 나무에 소마는 넋을 놓고 나무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과연 비슈누 님이라고 해야 하려나…….”
구름을 뚫고 솟아을라 있는 나무에서는 아직까지도 짙은 마력이 남아 있었다.
“정말, 살아 계실지도 모르겠어.”
랭킹에서 이름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데바에는 아직까지도 비슈누가 살아 있을 거라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
소마는 달랐다.
그녀는 의심했다. 비슈누가 살아 있을 리 없다고.
제아무리 비슈누라 해도 관리국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싸아아-.
소마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이랭커의 반열에 오른 그녀의 기분에 따라 대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앞장서 가던 중, 그런 소마를 돌아보는 드루바.
“소마?”
그의 부름에 소마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응.”
“안 가? 시간이 남긴 했는데…….”
“가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표정을 짓는 소마.
“……가야지.”
그녀는 나무를 올랐다.
저 위에, 어쩌면 비슈누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 * *
달, 달달달-.
바루나는 다리를 떨었다.
저 아래에서 소마의 마력이 느껴졌다.
점점 다가오는 데바의 랭커들.
“진짜 이래도 되는 거냐?”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자고?”
일은 벌려놓고 두려워하는 바루나의 모습에 야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야마 자신만 하더라도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비슈누 님의 이름을 팔다니.’
양심이 콕콕 쑤셔 가슴에 누가 비수를 박는 기분이 든다.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비슈누다. 자신이 평생 모시고, 존경해 온.
야마와 바루나는 그런 비슈누의 이름을 미끼로 삼아 데바의 랭커들을 이곳에 불러 모았다.
“형님은, 어디 계시는데?”
“모르겠다.”
“몰라? 여기 와 계시기로 했잖아?”
이번 일을 계획한 건 유원이었다.
찬밥이든 더운밥이든, 그는 일단 데바의 랭커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를 위한 미끼로 유원은 비슈누의 이름을 팔았다.
그런데 정작, 약속 장소에 유원이 나타나질 않다니.
“계속 그분에게 기댈 생각이냐?”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정신 안 차리면 우리가 잡아먹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바루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마는 눈을 감은 채 주변의 기척에 집중했다.
‘머지않았군.’
비슈누가 만들어 낸 거대한 나무.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 나무의 꼭대기에서, 바루나와 야마는 의자도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제일 먼저 도착한 건, 단발로 머리를 짧게 자른 하얀 머리칼의 여인이었다.
“오랜만이다, 데바후티.”
“야, 야마님?”
야마를 발견한 데바의 랭커, 데바후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이랭커에는 닿지 못했지만 그에 근접한 상위 랭커인 그녀는 야마의 실종 소식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그를 마주하니 놀람이 앞섰다.
“야마 님이 처음 오신 거예요?”
“그래.”
“오실 줄은 알았지만…… 이렇 게 빨리…….”
말을 잇지 못하는 데바후티.
‘얼마나 비슈누 님이 보고 싶으셨으면…….’
마음이 울컥거렸다.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는 바루나와 야마.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데바후티는 메시지를 보낸 바루나에게 물었다.
“비슈누 님은 안 계신 건가요?”
“어, 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바루나.
당황한 듯한 그의 표정에서 데바후티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 나중에 말해 줄게.”
“‘말’을 해 준다고요?”
정말 비슈누가 살아 있다면 지금 당장 모습을 드러내면 될 일.
바루나의 반응은 데바후티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냈 .
‘혹시, 모두가 모이면 그때 나타나시려고?’
은근한 기대감.
딱히 앉을 곳이 없어 데바후티는 눈치를 보다 자리에 섰다.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그녀는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야, 바루나-!”
슈아악-.
콱-!
등장과 동시에 뻗어 오는 손.
순식간에 바루나의 멱살을 움켜잡은 하누만은 성질을 감추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정말 비슈누 님이 살아 계신 거냐?”
“하, 하누만. 일단 이것 좀 놓고 ”
“만약 거짓말을 한 거라면, 넌 반드시 내 손으로-!”
“하누만.”
스아아-.
하누만의 몸을 타고 얼라오는 그림자.
목 언저리가 섬뜩해지는 기분에 하누만은 멱살을 잡고 흔들던 손을 멈추고는 야마를 돌아보았다.
“닥치고 저기 조용히 서 있어라. 부탁한다.”
“야, 야마…….”
비슈누 외에 하누만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사람.
그의 그림자이자 데바에서 가장 손속이 잔인하기로도 알려진 야마였다.
“부, 부탁이라면야…….”
비슈누에 관한 일이라면 눈이 뒤집어져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야마였다.
그저 단순히 이 자리에서 눈이 거슬린다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일.
지금은 일단 몸을 사려야 할 때였다.
“후아-.”
겨우 하누만의 손에서 벗어난 바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야마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자신을 달달 볶는 사람들로 넘쳐 났을 것이다.
그 이후, 야마는 바루나의 방패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련한 무대 위 가득.
데바에 몸을 담고 있던 수많은 랭커들이 모여들었다.
‘웬만한 녀석들은 다 왔다. 하이랭커 말고도 데바와 관계가 있는 중견 길드의 랭커들까지도, 전부.’
길드의 핵심이 되는 랭커들.
그 숫자가 족히 200은 넘어 보였다.
‘이렇게 모이니 어마어마하네.’
새삼 데바의 영향력이 실감이 났다.
최근 비슈누의 죽음으로 휘청거린다고 해도 데바는 데바.
올림포스, 아스가르드와 함께 이 탑을 주름잡는 최강의 길드 중 하나였다.
점점 늘어나는 시선 속, 일을 벌인 바루나는 남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모두, 바루나에게 비슈누의 생존 소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바루나. 넌 할 수 있어. 최대한 있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바로 말할 수 없는 어떤 심각한 비밀이 있다는 듯한.
그 표정을 유지하는 게, 지금 바루나가 할 일이었다.
그런데.
“뭐…… 야?”
“저 녀석이 왜 여기에?”
당황한 목소리들.
저벅, 저벅-.
데바의 랭커들이 모인 자리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많이들 모여 있네.”
밝은 얼굴로 주위에 모여 있는 데바의 랭커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백의의 남자.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바루나와 야마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잘 지냈어? 바루나. 야마.”
부르르-.
야마의 손이 떨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남자를 향해 달려들어, 목을 꺾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유?”
그는 수르야와 함께 데바를 공격한 장본인.
바루나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주했던, 데바의 배신자였으니까.
* * *
그리고 그 시각.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원은 바루나와 같은 얼굴을 보고 있었다.
백의의 남자.
그가 자리에 등장하자 주변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바유인가.’
데바의 핵심 랭커들의 얼굴 정도는 외워 두었다.
더군다나 바루나를 통해 그가 데바를 배신했다는 것 역시 알아 둔 상태였다.
‘재미있게 돌아가네.’
화륵-.
유원의 눈이 불타올랐다.
[‘화안금정’이 진실과 거짓을 판별합니다.]시야가 확대되며 바유의 등장에 당황한 데바의 랭커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표정이었다.
당황과 분노, 놀람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보였다.
‘오히려 다행인가.’
바유.
현재 확정적으로 밝혀진, 관리자들의 편에 붙은 데바의 배신자.
‘덕분에 표정들을 읽기가 더 쉬워졌으니.’
그의 등장으로 인해, 일이 더 수월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