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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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10층에 위치해 있으며 수많은 랭커들을 배출해 낸 세계.
무공의 기본적인 개념을 처음 배우는 곳으로, 각 문파에는 내세우는 랭커가 몇 명씩이나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무림에서 손꼽히는 문파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최고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팍-.
“하압-!”
주먹을 내뻗는 플레이어들.
천산 위에서 훈련을 받는, 10층 의 시험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기합이다, 기합! 소리부터 작아져서야 어찌 주먹에 힘이 실릴까!”
“하아압-!”
“소리는 곧 호흡이다, 버러지들아! 소리만 크게 질러서 강해지기를 원하는가!”
“으아압-!”
파악-!
팔에 돌덩이보다 무거운 강철 보호대를 차고,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데 기합을 지르라니.
몇몇은 이미 기절한 듯 주먹을 뻗은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들을 바라 보는 교관.
“쯧. 나약한 것들.”
천마신교의 교인, 광하묵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천마신교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열흘을 버티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탈진해서 정신을 잃고, 하산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천산에 들어오는 이유는 하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천마신교가 문을 활짝 열고, 시험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성에 차질 않아.’
합격률은 극악.
100명 중 1명이 시험에 통과하면 다행인 정도였다.
털썩-.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교육생 한 명이 자리에서 쓰러졌다.
눈이 까뒤집히고 무복은 소나기라도 맞은 듯 흠뻑 젖었다.
더 이상 훈련을 받을 교육생이 없는 상황.
“오늘은 여기까지!”
광하묵은 마지막까지 버텨 낸 교육생을 눈여겨보며 소리쳤다.
그렇게 몸을 돌린 광하묵.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그의 귓가로 쓰러져 있던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아…… 빡세…….”
“죽겠네, 진짜.”
“그래도 한 번 버텨 보자고.”
“여기서 버텨서 위로 올라간 녀석들은 다 이름을 날렸잖아?”
“게다가 요즘 거대 길드에서도 천마신교 출신을 눈여겨보니.”
그들이 천마신교의 시험에 도전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출세.
그 두 글자가 바로 그들이 이 모질고 험한 천마신교를 찾은 이유의 전부였다.
“어떻게든 시험에는 통과하고 싶고, 훈련은 힘들다는 건가.”
광하묵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동료, 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일세. 강해지고 싶어서 온 녀석이 없어.”
저들 중 순수하게 천마신교의 무공을 배우고 싶어서 온 자들은 없었다.
천마신교의 시험 첫 단계.
극한의 상황까지 자신의 몸을 단련해 내는 그 기본적인 단계마저 실패하니, 실로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다음 단계의 준비는 끝났나?”
“준비는 됐지만, 과연 저들 중 몇 명이나 넘어올지.”
“많으면 세 명. 적으면 한 명 정도일 걸세.”
“이번에도 또 자네만 고생이겠군.”
광하묵과 소천은 대화를 나누며 산을 내려왔다.
두 사람 모두 이번에 들어온 플레이어들 모두 영 엉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이상하단 말이지.’
그렇게 산을 내려가며 오늘도 광하묵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 전까지는 왜 이렇게 교인들이 없었던 거지?’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마신교의 시험을 통과한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
‘듣기로는 난이도가 많이 달랐다고는 하던데…….’
문제는 갑자기 왜 이렇게 난이도가 내려갔는가였다.
천산의 신교가 단순히 통과하는 플레이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난이도를 낮추지는 않았을 터.
매번 오전에 플레이어들의 훈련을 끝내고 나면 드는 의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산을 내려가던 중.
“응?”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추는 소천.
따라서 멈춰 선 광하묵이 그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지?”
“저기 누군가 있는 것 같지 않나?”
“모르는 사람도 아닐 텐데, 대체 누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하던 광하묵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소천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침에도 어두운 숲속.
거친 천산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진짜였군.”
광하묵은 두 사람의 행색을 살폈다.
무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주홍 머리의 여인.
특이한 점이라면 여인의 미모였다.
얼굴을 반 이상 가렸음에도 아름다움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음침한 천산에서 유일하게 저기에만 꽃이 핀 것처럼 느껴질 정도.
‘특이한 머리다.’
저런 여인이 천산에 있었다면 자신이 몰랐을 리 없었다.
아마 소문이 나도 진즉에 퍼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산인 천산에 발을 들인 외지인이라니.
이상했다.
이곳은 천마신교의 본거지였다.
원래라면 천마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거기 둘!”
광하묵은 두 사람을 부르며 손짓했다.
“이쪽으로 와 봐.”
꽤 고압적인 자세였다.
현재 그의 직책은 천마신교의 1차 시험관.
천마신교 밖에서 온 모든 플레이어들은 그의 관리 아래에 있었다.
“우리?”
“그런가 봐.”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다 광하묵과 소천을 향해 다가왔다.
그렇게 산을 올라오는 두 사람.
광하묵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둘 다 그랬다.
얼굴을 가린 여인도 그랬고 그 옆에 있는 사내도 그랬다.
묘한 기시감.
그리고 그것은 유원을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이름이 뭐였더라.’
유원도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
잠시 광하묵을 바라보며 어디서 그를 만났는지를 떠올리던 유원의 머릿속에 10층에서 있었던 천마신교의 시험이 떠올랐다.
‘맞다. 광하묵.’
천마신교에 들어와 처음 만났던 사내.
‘랭커는 아니어도 무공에는 소질이 있어 보였는데. 여기 멈춰 있는 건가?’
광하묵은 꽤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어째서인지 그는 천마신교에 몸을 담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지만,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하면 분명 랭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희, 이름이 무엇…….”
유원과 판도라의 이름을 물으려던 광화묵의 입이 멈췄다.
“……입니까?”
부자연스럽게 나온 질문.
천마신교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탓에, 광하묵은 누군가에게 먼저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천마신교는 무림 최강의 집단.
그런 곳의 일원인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 그만큼 천마신교의 위상이 낮아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뭐지? 대체.’
주륵-.
눈앞에 있는 사내와 마주하자, 광하묵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직면했다.
마치,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 는 위대한 존재를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은둔해 있던 랭커인가? 아니, 느껴지는 기운은 보잘것없다. 특별한 위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덜, 덜덜-.
광하묵의 무릎이 떨려 왔다.
머리와는 달리 몸이 말하고 있었다.
어서 무릎을 꿇고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예의를 차리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현재, 유원이 알고 있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교인 ‘광하묵’의 무례를 꾸짖습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천마신교’ 내에서 ‘천마신교 교주’를 제외한 모두의 통솔권을 행사합니다.]꽤 오랫동안 사용할 일이 없어서 잊고 있던 칭호.
그런데 그것이 천마신교에 와 광하묵을 만나며 자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건 이름을 잊어도 발동되는군.’
유원도 반신반의하고 있던 일이었다.
천마신교 소교주.
천마의 시험을 통과하고, ‘성화’라 불리던 툴차의 불꽃을 얻고 획득한 칭호.
그 칭호의 효과가 과연 이름과 얼굴이 잊힌 지금까지도 유지될 지 말이다.
그런데.
“천…… 마 신교의 소천이…….”
털썩-.
광하묵의 옆에 있던 플레이어.
천마신교 소속의 교관, 소천이 유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인사…… 올립니다.”
그조차도 왜 자신이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무릎까지는 꿇지 않았지만 광하묵은 소천을 나부라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그가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그러했을 것이기에.
“후우-.”
크게 심호흡한 광하묵은 잠시 떨리는 다리와 거칠어지는 숨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이내, 그는 다시 예를 갖춰 유원과 판도라에게 물었다.
“천마신교의 광하묵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본능을 억지로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부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이느니, 차라리 상대를 인정하고 대하는 게 백 번 나았다.
“어디서 왔냐고 하면 대답할 곳은 마땅하지 않은데.”
“소속된 길드가 없다는 말입니까?”
“소속된 곳이라…….”
광하묵의 질문에 유원은 잠시 고민했다.
소속.
그것은 탑에 사는 플레이어들에게 꽤 중요한 문제였다.
소속되어 있는 길드가 어디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며, 보통 이름보다는 길드를 소개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한 곳, 소속된 곳이라면 있긴 하지.”
결국 이렇게 사람을 마주친 거, 유원은 고민을 접고 결심을 굳혔다.
“천마신교.”
[‘칭호 : 천마신교 소교주’를 드러냅니다.]화아아-!
숨죽이고 있던 존재감이 드러났다.
드넓은 천산이 흔들리며 작은 주인을 맞이했다.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위엄에 광하묵이 무릎을 꿇었다.
유원이 의도적으로 칭호를 드러내자, 광하묵의 머릿속에는 그의 신분이 떠올랐다.
‘소, 소교주?’
허락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눈을 마주할 수도 없었다.
소교주라는 지위는 자신들의 신, 천마의 후계자이자 실질적인 천마신교의 2인자를 뜻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자처하다니.
‘시스템이 거짓을 말할 린 없다. 더군다나 이 위엄…….’
광하묵은 겨우 고개를 들어 유원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이자가, 우리들의 작은 신이라고?’
천마신교는 종교 집단이었다.
그들이 신으로 모시는 건 천마.
즉, 이 천산의 지배자이자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무진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유원이 그런 천무진의 후계자라면 자신들의 신이 될 존재라는 뜻.
그리고 적어도 광하묵의 눈에는 유원이 결코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스윽-.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어. 일어나라.”
유원은 광하묵과 소천을 향해 손을 뻗어 일으켰다.
그렇게 유원의 허락하에 자리에서 일어난 광하묵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저희 소교주님이십니까?”
“일단은.”
“일단이라니요?”
“정식으로 입교했던 건 아니다. 내가 가진 건 단지 칭호일 뿐이야.”
광하묵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유원은 분명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맞았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앉은 유원은 천마신교에 뜻이 없다는 소리였다.
광하묵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부터 자신이 꺼낼 말은 감히 소교주에게 해선 안 될 무례한 말이었다.
“지금껏…… 어디 계셨던 겁니까?”
“왜 이제 왔냐고 잔소리라도 할 셈이냐?”
정곡을 찔린 광하묵이 입을 다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은 유원이 천산의 위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얘기는 천마에게 듣겠다. 하는 네 마음도 편치는 않을 테니.”
어차피 유원이 향하던 곳은 위쪽.
천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마신교의 신이 있는 곳이었다.
“안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