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9
* * *
콰릉-!
소리가 먼저 들린 것 같았다.
진짜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진 육감.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위력적인 파괴적인 기세.
번쩍-!
강렬한 빛이 눈앞을 매우고.
[파천벽뢰(破天劈雷)]유원이 서 있던 자리의 모든 것이 쓸려 지나간다.
콰릉-!
뒤이어 다시 한번, 방금 전의 그 소리가 들려왔다.
유원은 고개를 돌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푸른빛을 띤 전격.
그리고 주먹과 함께 앞으로 뻗어지며 발생한 힘에 의해, 수십 미터 전방의 땅이 깊게 파여 있었다.
‘휘말렸다면 위험했겠어.’
위력적인 기술이다.
이게 첫 번째라니.
“피했군.”
파지지, 파지-.
권천주, 풍백림의 주먹에는 아까와 같은 전격의 마나가 휘감기고 있었다.
무림계에서는 저것을 내공(內功)이라고 부른다.
“좋은 판단이다. 피하지 않고 막으려 했다면 지금쯤 온몸이 핏덩어리가 되어 있겠지.”
맞는 말이다.
어디 핏덩어리뿐이랴.
보통의 플레이어였다면 까맣게 재가 되어 원래의 형체도 찾아보기 어려웠을 거다.
‘10층에서 이만한 위력이라니. 제정신이 아니군.’
제아무리 시험이라지만 10층에서 이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패널티를 감소시키다니.
유원은 새삼 이 시험의 난이도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두 번.’
마찬가지로 랭커였던 크리세스와는 다섯 번의 합을 겨뤘다.
그래도 크리세스는 패널티나 힘의 제약이 더 강했고, 헤파이스토스와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권천주.
그는 당시 크리세스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상대였다.
게다가 시험의 무대로 인해 패널티의 제약도 감소된 상황.
“피할 수 있다면 어디 다시 피해 보거라.”
방금 전의 손이 왼손이었다면, 이번엔 오른손이 뻗어 온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줄곧 풍백림의 주먹을 주시하고 있던 유원으로서는 하품이 나올 만한 속도였다.
하지만.
‘빨라진다.’
처음의 그 느림은 어디로 가고, 곧 주먹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라졌다.
[백보천뢰권(百步踐雷拳)]콰르릉-!
땅이 흔들린다. 뻗어진 오른팔이 관통하는 범위는 처음 일초식보다 훨씬 넓었다.
마치 하늘에서 천둥이 떨어진 것만 같다.
쿠르르르-.
풍백림은 두 번째 초식을 앞으로 뻗고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또다.
유원은 일찌감치 움직여 초식의 사정범위 안에서 벗어났다. 이번에는 아슬아슬한 차이였지만, 이건 단순히 몸놀림이 빠른 것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주먹을 뻗기 전에 움직였다.’
마치 자신의 움직임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때였다.
스으으-.
붉게 변한 눈동자.
평범한 색깔은 아니다.
게다가 갑자기 눈의 색이 바뀌는 건, 보통 현상은 아니었으니.
‘저 스킬 덕분인가.’
자신의 공격을 꿰뚫어 볼 정도의 스킬이라니.
아마 최소한 A등급 이상의 스킬일 것이다. 그게 아니고선 두 번이나 자신의 주먹을 피할 수 없다.
“자신하던 이유가 있었군.”
저런 눈을 가지고, 저만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면 아무리 파괴력이 강한 공격이라도 세 번 정도 피해 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풍백림은 유원이 바로 시험을 시작하려던 이유를 깨닫고는 조소를 지었다.
“가소로운지고.”
쿠르르르-.
천산의 하늘.
그 위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구름보다 높은 천산의 꼭대기에 드리운 먹구름. 풍림백의 손안에 푸른 전격이 맺히고, 스파크가 사방을 휘감았다.
“이 탑의 꼭대기에는 네가 모르는 세상이 펼쳐져 있거늘.”
싸움을 지켜보던 신무극은 혀를 찼다.
그가 알던 것보다는 못해도, 이 정도면 연무장 바깥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다.
“손을 좀 써야겠군.”
“내가 하지.”
창천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연무장 바깥까지 풍백림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준비했다.
유원 역시 이번 세 번째 초식은 아까까지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못 피한다.’
위력은 아까만 못할 것이다.
제아무리 풍백림이라 해도 이 정도 범위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만큼 힘을 쏟아 낼 순 없다.
그건 시험의 무대에 속해 있더라도, 하이랭커도 아닌 풍백림에게 허락된 힘이 아닐 테니까.
‘범위가 넓은 대신 그만큼 위력은 약한…….’
꽈아악-.
유원은 두 다리를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파즈즈즈, 파즈-.
흑신석의 힘이 손안을 타고 검에 깃들었다.
거기에 더해.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 [‘부분 거인화’가 진행됩니다.]우득, 우드득-.
양 팔에 깃든 거인의 힘.
유원은 두 손으로 검을 쥐었다. 흑신석의 기운이 검에 맺히며, 새까만 검신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풍백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막아 낼 셈인가.”
본능적으로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저런 ‘눈’을 가지고 있으니 분명 회피에 집중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나쁜 게 있다면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으니.
쿠르릉-.
[개벽진천뢰(開闢震天雷)]먹구름이 활짝 열리고.
콰릉-!
두 사람이 서 있는 연무장 위로, 무수히 많은 천둥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 * *
연무장 위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흙먼지가 일어나고, 부서진 땅의 돌가루가 올라왔다.
츠츠츠, 파즈즈즈-.
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전격이 연기를 타고 흘렀다. 그 무지막지한 위력에 구경하고 있던 관중들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랭커…….”
“장난 아닌데……?”
“이것도 패널티가 다 사라지지 않은 거 아니야?”
“그럼 원래는 얼마나 더 강하다는 거야?”
“나, 나 죽을 뻔…… 해, 했…….”
가장 가까이서 관전하던 관중은 바로 눈앞에 타들어 간 땅을 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만약 방금 전, 창천주가 나서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권천주의 뇌격에 휘말렸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는?”
자욱히 피어오른 연기가 걷혔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풍백림이었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미소를 짓거나 흥미로운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저 표정은 누가 봐도 그렇다.
놀란 표정이다.
“……막았군.”
본인도 설마 하고 있었던 일.
풍백림은 자욱히 퍼진 연기 사이로 드러난 유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권천주 – 풍백림’의 삼초식을 막아 내셨습니다.] [천마신교의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메시지가 떠올랐다.
유원은 찌릿한 손등을 다른 한 손으로 매만졌다. 몸으로 받아 내느라 미처 다 막거나 흘려버리지 못한 전격은 몸을 조금이지만 마비시켰다.
하지만 그뿐.
풍백림의 입장에서도 꽤 무리를 해서 사용한 세 번의 초식을, 유원은 큰 부상 없이 받아 냈다.
‘이게 무공과 스킬의 조합인가.’
유원도 제대로 견식한 건 몇 번 되지 않았다.
풍백림이 보여 준 초식은 단순한 초식이 아니었다. 그는 천마신교 태생의 무인이었지만, 어쨌거나 유원과 마찬가지로 탑을 오른 플레이어이자 랭커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그가 탑을 오르며 보내온 세월 동안 마나를 익히고 배우며, 터득한 스킬이 수십 수백 개.
그리고 풍백림의 이 세 가지 초식들은 그가 익혀 온 스킬들과의 조합으로 인해 완성된 것이었다.
“막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저벅-.
풍백림이 거리를 좁혀 걸어왔다.
더 이상 거리를 두고 차례차례 큰 초식을 날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
“하지만 그렇게 멀쩡히 막아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유원을 바라보는 풍백림의 눈빛이 변했다.
또한, 그를 중심으로 주위에 퍼지기 시작한 기운도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지지, 파지-.
미약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 패널티의 징조.
풍백림이 힘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더 할 테냐?”
시험은 끝났다.
유원이 거부한다면 풍백림에게는 이 시험을 이어 갈 만한 명분이나 자격이 없다.
그 이후부터는 다시 유원을 공격하려 할 때마다 패널티가 가해질 테고, 더불어 천마의 뜻도 거스르는 게 될 테니까.
하지만…….
[시험을 계속하시겠습니까?]유원은 그의 바람을 들어 줄 의사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당연하지요.”
유원은 아직 검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풍백림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호승심 가득한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쾅-!
풍백림의 두 주먹이 부딪쳤다.
천둥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에 주위 관중들이 깜짝 놀랐다.
“계속 놀아 보자꾸나.”
파지지지, 파지-.
하르간이 랭커가 되면 저럴까?
그의 두 주먹에서 흐르는 전격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몸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더 이상 풍백림은 시험이라는 틀에 얽매여 유원을 평가할 생각이 없었다.
두 주먹을 뻗고, 초식의 횟수와는 상관없이 유원과 싸울 셈이었다.
“그럼 먼저 들어와 보…….”
선뜻 선공을 양보하려는 풍백림.
하지만 곧 즐거움으로 가득하던 그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
츠츠, 츠-.
그의 몸에서 흐르는 전격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풍백림의 눈동자 속에 유원의 등 뒤에 피어나고 있는 옅은 아지랑이가 보였다.
내력. 아니, 마나가 형상화된 무언가.
조잡하기 짝이 없지만 풍백림은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차렸다.
아니, 느꼈다.
“네놈…….”
유원을 가리키는 풍백림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네놈이 어찌 천마령을…….”
“천마령이라고 부르기는 아직 부족하죠.”
풍백림의 말에 유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건 그 기초인 형(形 – 모양)에 불과하니까요.”
“형이라고?”
“형상화된 마나.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무언가.”
유원은 자신의 주위에 피어나고 있는 아지랑이를 바라보았다.
“이건, 천마령의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불완전한.”
아지랑이는 마치 유원을 보호하듯 움직였다.
정말로 마치 스스로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풍백림은 본능적으로 그것에 짙은 거부감을 느꼈다.
파지지지,지지-.
유원을 향해 적대심을 드러낸 풍백림의 전격이 불안정해진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금방이라도 유원을 향해 일권을 내지를 것 같던 풍백림은, 어느새 의욕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효과는 있다.’
풍백림.
천마신교의 권천주(拳天主).
그를 비롯한 네 명의 천주들은 모두 천마신교에서 나고 자라, 그곳의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그들은 무공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레벨 업보다 무공의 단련을 통해 강해진 소수의 플레이어 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그렇게 랭커가 됐다.
천마신교의 무공을 익히고.
‘천마령은 천마신교의 뿌리이자 근간. 천마 천무진이 익힌 무공이 형상화된 것.’
저벅-.
유원은 풍백림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느껴진다.
껍데기에 불과하나, 천마령을 향한 풍백림의 본능적인 거부감이.
그로 인해 흔들리는 기운이.
‘이게 진짜 천마령이었다면 말 한 마디만으로 복종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
천마는 천마신교 내에서 절대적인 힘과 권위를 지닌다. 천마신교가 그를 신처럼 떠받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결코 천마를 거스를 수 없다.
‘천마령의 유지 시간은 길어야 삼사 분 내외.’
파지지지-.
유원은 흑신석의 힘을 한계까지 뿜어내며 풍백림을 향해 다가갔다.
‘시간이 없으니…….’
“말씀하신 대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