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95
* * *
용의 울음소리는 심장과 머리를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용족을 비롯한 용의 피가 섞인 괴물들의 공통점이었다.
특히나 브리트라나 파프니르와 같은 용들은 울음소리만으로 상위 계층의 플레이어들을 무력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피어(Fear)라고 불리는 종류의 힘.
그것은 마력으로 인한 스킬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힘을 다루는 게 모든 용과 괴물들의 정점에 있는 아난타라면.
“으으…….”
“저런 걸 상대로 우리가 뭘 어떻게 하라고?”
“아스트라페까지 막혔잖아……?”
아스트라페는 지금껏 몇 번 등장한 적이 없을 뿐,, 제우스를 대표하는 스킬이었다.
그게 막혔다는 건 이 탑에서 가장 위대한 랭커인 제우스조차 아난타를 어찌할 수 없다는 뜻.
처음에만 하더라도 하늘을 찌를 듯하던 사기가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캬아아아-!
피어를 터뜨리는 아난타.
공포심을 이기지 못한 랭커들이 하나둘 정신을 잃어가는 그 순간.
“잘됐군.”
쾅-!
헤라클레스가 두 주먹을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패는 맛이 있게 생겼어.”
망설임 없는 걸음.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지면을 박찼다.
쾅-!
천둥이 터지는 소리가 지상에서 울렸다.
노란 선이 아난타를 향해 벼락처럼 쏘아지고, 주먹이 용의 머리 위로 꽂힌다.
쾅, 쾅, 쾅-!
연거푸 쏟아지는 주먹.
천 개가 넘는 머리를 가진 아난타의 전격이 헤라클레스를 향해 쏘아지고, 헤라클레스는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움직였다.
“으아아아-!”
아난타가 입고 있는 전격의 갑옷을 뚫어 내며, 헤라클레스가 기합을 질렀다.
패는 맛이 있게 생겼다.
스스로가 내뱉은 그 말을 입증하듯, 정말로 그는 상대를 압도해 나갔다.
“뭐, 뭐야?”
“통하는 거 아니야?”
“역시 헤라클레스인가…….”
가라앉았던 사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저런 괴물을 정면에서 받아 내는 헤라클레스의 위용에, 꿈틀거리던 공포와 두려움이 조금씩 희석되었다.
그래.
헤 라클레스가, 기간토마키아의 위대한 영웅이 자신들의 편에 있었다.
그렇게 꺾였던 사기가 조금씩 올라오던 순간.
“뭣들 하는 거냐!”
콰릉-!
함께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던 토르가 몰니르로 땅을 치며 소리쳤다.
“여기까지 구경이나 하러 왔어? 우린 지금부터 헤라클레스를 엄호한다!”
그 말과 함께 토르는 다른 한 손에 궁니르를 꺼내 들었다.
오딘에게 이어받은 최강의 창.
그처럼 궁니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는 없겠지만, 시동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진 몰라도 시동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 그래!”
“헤라클레스를 엄호하라!”
“공격을 퍼부어!”
“덩치가 저리 크면, 골라서 공격하기에도 좋겠어.”
발키리들이 활과 창을 들었다.
올림포스의 랭커들 역시 원거리 요격 스킬을 준비했다.
활을 들어 올리는 아르테미스.
포도주를 들이켜며 능력치를 끌어을리는 디오니소스.
전장에 버프를 불어넣는 아테나…….
토르의 신호와 함께 본격적인 아난타의 공략이 시작되었다.
‘눈치 있게 잘 들어왔군.’
하데스는 궁니르의 시동을 준비하며 진땀을 홀리는 토르를 바라보았다.
그는 때마침 헤라클레스가 사기를 끌어 올려 준 때에 맞춰 명령을 내렸다.
왕으로서의 자질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병사들을 이끌 자질은 있는 셈이었다.
스으으-.
그렇게 두 길드의 공격이 아난타에게로 퍼부어지는 사이, 하데스의 모습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림자를 타고 넘어간 하데스가 나타난 곳은 제우스의 뒤편이었다.
“어떨 것 같으냐?”
쾅-!
헤라클레스는 지금도 아난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벼락의 힘을 쉬지 않고 방출하며.
머리와 머리 사이를 오고 가며 주먹을 뻗고 곤봉을 휘둘러 댔다.
겉으로 보기에는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제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저거 우리만으로는 못 잡습니다.”
“확실하냐?”
“예.”
콰악-.
제우스는 아난타의 다리를 붙잡아 번쩍 들어 올리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 지금 무리하고 있는 겁니다.”
콰우우웅-!
구구구-.
내동댕이쳐진 아난타로 인해 지축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
헤라클레스는 혼자서 아난타의 모든 머리를 감당할 수 없었다.
캬아아아-!
하나의 머리가 헤라클레스를 향해 입을 벌렸다.
천둥소리를 내며 뿜어지는 숨결.
그렇게 헤라클레스와 아난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우스는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역시 그때 어떻게든 잡았어야 했나…….”
처음 봉인에서 풀려났을 때만 하더라도 아난타는 그리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모으지 않아도 제우스와 헤라클레스, 둘이서도 쓰러뜨릴 수 있었을 상대.
아마 그걸 알기에 아난타도 어떻게든 도망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냐?”
혹시나 하고 물으면서도 하데스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제우스였다.
누구보다 치밀하고, 보험에 능한 완벽주의자.
그런 녀석이 무턱대고 아난타를 잡겠다며 나설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확인하고 나니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다행히 아직 예상 범주 안인 모양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먹구름 위를 을려다보았다.
“……다행히 이럴 땐 빨리빨리 오는군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져라-.
부우우웅-.
먹구름을 뚫고, 여의봉이 비가 아래로 떨어졌다.
-여의.
투과광-!
* * *
캬아아아一!
아난타의 용들이 울부짖었다.
백 개에 달하는 여의봉들에 몸이 짓눌린 아난타의 몸.
힘겹게 아난타와 맞서 싸우던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들어 여의봉이 날아온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건…….’
서서히 올라가는 입꼬리.
든든한 아군이 도착했다는 생각에 헤라클레스는 환호성을 질렀다.
“왜 이제 왔냐, 원숭이!”
“누가 원숭이래-!”
귀청이 떨어져 나갈 만큼 큰 목소리.
콰앙-!
그와 함께 헤라클레스의 옆으로 여의봉이 떨어졌다.
원숭이라던 말이 어지간히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시비 거냐?”
“반가워서 그랬다, 반가워서.”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틀거렸다.
도와줄 친구가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것이다.
화안금정을 활성화시킨 손오공의 눈에 헤라클레스의 상태가 들어왔다.
몸에서 땀이 식을 줄 모르고 흘렀다.
몸에 깃들어 있던 거인과 벼락의 힘이 흩어졌다.
손오공은 짧게 혀를 차며 물었다.
“그러게 미련하게 왜 혼자 무리하고 그랬냐?”
“미련……?”
충격에 빠진 헤라클레스의 표정.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설마하니 손오공에게 미련하다는 이야기를 듣다니.
이런 날이 오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저 녀석의 피어로부터 아군의 사기가 꺾이지 않으려면.”
“고작해야 피어 따위에 겁을 집어먹는 놈들이 뭐가 중요하다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화력이 필요한 때니까.”
“내가 있는데 화력이 부족할 일이 뭐가 있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는 손오공.
확실히 분신이 가능한 그가 퍼붓는 여의봉의 화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온 주제에 어깨를 으쏙이는 손오공을 보며, 고운 말이 나올 리도 만무했다.
“늦게 온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
“인마, 너희보다 내가 먼저 찾았어.”
“그런데 왜 이제 와?”
“그냥 니들이 더 가까웠던 거지. 운 좋게.”
“지각했으면 조용히 해라.”
“그러는 너야말로 다 죽어 가는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휙-.
몸을 돌린 손오공은 분신들과 싸우고 있는 아난타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푹 쉬고 있어. 이 형님 싸우는 거 보고 놀라지나 말고.”
파악-.
그렇게 말한 손오공은 곧장 아난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근두운을 타고 움직이는 손오공.
덕분에 조금 쉴 시간을 가지게 된 헤라클레스는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후우-.”
이리저리 싸우긴 했어도 손오공은 헤라클레스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력자였다.
비록 지난번에는 아난타에게 밀렸지만 지금은 제우스의 지원도 함께였다.
그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한시라도 빨리 체력을 회복해서 전선에 합류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우우우-.
제우스가 펼친 먹구름 위.
어딘가 익숙한 흐름의 마력이 느껴졌다.
‘관리자?’
관리자들이 다룬다는 마력의 제어.
그 힘이 아난타의 주위를 덮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 저 녀석은…….’
정작 그 힘을 다루는 사람은 관리자가 아니었다.
멀리 구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미녀.
십 년 전, 먼발치에서 싸우는 걸 본 기억이 있었다.
‘츠쿠요미?’
* * *
투콰광-!
손오공의 분신들이 쏘아 낸 여의봉이 아난타의 몸을 짓눌렀다.
캬아아아-!
아난타의 용들이 전격을 뿜었다.
여의봉을 타고 흘러 들어간 전격에 분신들이 하나둘 터져 나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분신들.
아난타의 눈들이 손오공의 본체를 찾아 음직였다.
“나 찾아?”
얄입게 웃으며 손오공이 아난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길어진 손톱과 함께 주먹을 말아 쥐며 손오공이 아난타의 머리를 내리쳤다.
쾅, 돌로 내리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손오공이 다음 머리를 향해 이동했다.
『또 당신입니까?』
손오공.
제천대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하이랭커.
그는 무수히 많은 머리를 가진 아난타에게는 어찌 보면 헤라클레스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
분신술.
최고 등급의 랭크를 기록한 저 스킬은 혼자서 하나의 길드와 맞먹는 힘을 발휘했다.
본체를 찾아 제압하는 것만이 분신술의 유일한 약점.
그리고 어리석게도 손오공은, 그런 분신술을 가지고도 꼭 전면전을 택했다.
“그래, 또 나다.”
척-.
아난타의 몸통을 향해 여의봉을 겨누는 손오공.
그의 눈은 이미 벌써부터 황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길어져라, 여의.”
쩡-!
손오공은 여의봉을 휘두르고, 빠르게 몸을 날려 아난타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땐 잘도 도망쳤지?”
팍-.
손오공은 머리카락을 더 뽑아 날렸다.
머리카락을 매개체 삼아 나타나는 분신들.
기껏 분신들을 제거한 아난타의 입장에서는 바퀴벌레가 눈앞에서 증식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계속 잔재주를-.』
짜증과 함께 그가 전격을 뿜어 내려는 순간.
치지, 치치-.
무슨 영문인지 전격은 폭발하지 않고 억제되었다.
『이건…….』
이와 비슷한 느낌은 최근에 많이 받았다.
관리자.
그들이 다루는 기묘한 능력과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겹쳐졌다.
혹시라도 관리자가 플레이어들과 손을 잡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아난타는 이내, 지금과 같은 능력을 보여 주었던 한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맞아. 한 명이 더 있었지요.』
범인이 누구인지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난타에게는 수많은 눈들이 있었고, 그 눈들에 사각은 없었다.
하늘 위로 향하는 머리들, 그곳에는 하늘에 끼어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츠쿠요미가 아난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자나기 나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