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97
* * *
화아악-.
검은 공간이 모두 사라졌다.
츠쿠요미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덕분에 이자나기의 힘은 사라졌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자나기를 이용하려 한 건가…… 아니, 반대려나.’
아난타와 이자나기.
둘 중 누가, 누굴 이용하려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반쪽짜리 힘만 남은 둘이 힘을 합쳐 츠쿠요미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딱 맞아 돕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마, 츠쿠요미는 산 채로 죽은 것과 다름없이 쓰러져 있을 것이다.
“스사노오.”
-왜, 주인.
“청승 그만 떨어. 할 거면 나중에 하고.”
-지금 그거, 얘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스사노오의 말에 츠쿠요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 자리에 스사노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눈물을 홈치는 츠쿠요미.
그녀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향했다.
‘주인이라고 했어?’
자존심이라면 아마 랭킹 1등일 스사노오였다.
그런 그가,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걸 넘어 ‘주인’이라 부르다니.
스사노오와 함께 나타난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그 관계는 더 믿기 어려웠다.
“츠쿠요미.”
“으, 응?”
그녀는 갑작스러운 유원의 부름에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재회할 시간은 나중에 줄 테니 지금은 일단 회복부터 해라. 이자나기를 다시 사용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글쎄, 잘 모르겠어.”
“느낌으로만 말해도 돼. 길게 할 필요도 없고. 잠깐이면 된다.”
“잠깐이라면…….”
잠시 고민하던 츠쿠요미는 한쪽 손을 활짝 펼쳐 보였다.
“5분 정도. 그 정도면 될 것 같아.”
“5분이라.”
머릿속으로 잠시 상황을 그리던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래에서는 아난타가 손오공, 헤라클레스와 싸우고 있었다.
마력의 봉인이 풀린 아난타가 날뛰기 시작하자, 다시 상황을 팽팽해졌다.
“그럼 5분은 알아서 해 보지. 그리고 판도라는…….”
유원은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 있는 판도라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츠쿠요미 좀 봐 줘.”
“내가?”
“응. 또 저 녀석이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까.”
이자나기를 사용하는 츠쿠요미는 외부의 공격에 무방비했다.
목이 베였다지만 이자나기는 진짜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애초 에 이미 죽은 자이니, 다시 죽는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아군 한 명이 붙어 있을 필요가 있었다.
“할 수 있지?”
“응.”
판도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원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직접 싸우는 거라면 모를까, 저 멀리서 수작을 부리는 정도라면 판도라가 충분히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유원.”
판도라는 유원의 이마에 나고 있는 땀을 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상황이 급한 만큼, 유원은 태양 마차에 직접 자신의 마력을 주입해 움직였다.
마력을 있는 대로 퍼부어 속도를 높이고, 계속 위로 올라왔다.
덕분에 늦지 않을 수 있었지만 태양마차는 너덜너덜해졌다.
더군다나 유원도 꽤 많은 마력을 소모한 상태.
“걱정 마.”
유원은 판도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이번엔 저번과는 다를 거니까.”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이곳에 오는 내내, 유원은 ‘예지안’을 밝히고 있었다.
괴물왕 아난타.
덕분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녀석을 놓친 덕분에 유원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파앗-.
구름 아래로 유원이 몸을 던졌다.
그 뒤를 바짝 쫓는 스사노오.
캬아아아-!
거대한 용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흔들자, 유원의 눈이 빛났다.
‘안 놓쳐, 이번엔.’
* * *
콰우우-!
아난타의 머리들이 다시 한번 전격을 쏘아냈다.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랭커들이 거기에 휩쓸리며, 하데스는 마력을 방출해 브레스를 막아 냈다.
“이 도마뱀이!”
쩌억-!
콰득-.
손오공이 주먹으로 후려친 용의 턱이 부서졌다.
하지만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아난타는 처음처럼 무르지 않았다.
『기억나지요?』
크르르르-.
두 개의 머리가 손오공을 사이에 두고 입을 벌렸다.
기이이잉-.
『그때도 지금처럼 당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콰우웅-!
좌우에서 천둥이 치며 손오공을 덮쳤다.
노란 전격이 둥글게 모아지며 손오공을 가두었다.
치지, 치지지지-!
“끄아, 아아아아-!”
온몸을 까맣게 태우는 전격에 손오공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나쁘다더니, 다를 게 없나 봅니다. 이리 무식하게 달려들기만 하시니.』
아난타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쩌억-.
『그럼, 잘 먹겠습…….』
“끄흐…… 흐흐…….”
그때.
손오공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에 아난타가 멈칫하길 잠시.
“지각이긴 한데, 딱 좋게 왔네.”
콰앗-!
검은 선 하나가 용의 몸에 그어진다.
단단한 비늘을 가른 검 끝에서 부식의 힘이 번져 나갔다.
“뛰어왔나 보다?”
“어, 날아왔다.”
잠시 동안 유원과 손오공의 눈이 마주쳤다.
파앗-.
아난타에게 속박되었던 몸이 풀려났다.
바닥에 떨어지던 중, 근두운에 올라탄 손오공이 위로 높게 날아올랐다.
츠츠츠츠-.
유원의 손에 찬 반지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왔다.
[‘죽은 자들의 왕’이 죽은 자들의 힘을 빌려 옵니다.] [‘타르타로스’의 힘이 ‘이계검’에 깃듭니다.]콰아앗-.
날카롭게 곤두선 날이 회를 치듯 용의 비늘을 베어 낸다.
아난타의 몸 위를 내달리며 유원은 미친 듯이 칼로 그의 몸을 갈랐다.
츠츠, 츠츠-.
갈라진 비늘은 쉽사리 재생되지 않았다.
타르타로스의 힘이 깃든 상처.
아난타는 자신의 몸을 헤집는 유원을 보며 눈들을 빛냈다.
『역시 또 오셨습니까.』
이미 한 번 도망치던 아난타를 막아 냈던 유원이었다.
자신의 안일함 탓에 아난타를 놓쳤다는 생각에 속으로 칼을 갈던 유원처럼, 아난타 역시 유원에게 이를 갈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신은 이상합니다. 대체 어디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솟은 건지. 저도, 간다르바도, 그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랭커.
자신의 반을 베어 낸, 위험한 존재.
『당신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위험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렇기에 아난타는 군침을 삼켰다.
『그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먹음직해서.』
캬아아아-!
수십 개에 달하는 머리들이 일제히 유원에게 고개를 돌린다.
입 안에 강렬한 전격이 모아진다.
갑작스레 증폭되는 마력에 헤라클레스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유원-!”
망나니긴 하나 손오공은 불사였다.
만약의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절대 죽진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는 녀석.
하지만 유원은 달랐다.
‘저 녀석도 대단하지만 상대는 아난타다. 아버지의 아스트라페도 막아 냈던…….”
콰드득-.
양 팔 사이에 끼운 용의 목을 꺾으며, 헤라클레스가 유원에게로 향했다.
‘저건, 내가 막아야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치지지지지-!
유원의 손가락을 시작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전격.
[‘우라노스의 심장’에 ‘벼락’의 힘이 깃듭니다.]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 마력이 발산된다.
아난타의 전격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크기.
‘비록 벼락을 다루는 실력은 제우스에게 한참 못 미칠지 몰라도.’
치지지-.
쿠르르르-.
하늘 위까지 솟아 오른, 거대한 벼락의 창.
‘올림포스의 본체는 내 손에 있다.’
유원은 문득 궁금해졌다.
전격을 다루는 괴물들의 왕, 아난타.
녀석과 우라노스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상위 격의 전격을 다루는지 말이다.
‘시험해 볼까.’
우라노스의 심장에 마력을 퍼붓는다.
이내.
유원의 손에 쥐어진 전격이 아난타의 전격에 대항해 퍼져 나갔다.
『내 전격에……?』
자신과 같은 속성의 마력이 유원의 손에서 뿜어지자 당황한 걸까.
아탄타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렇게 다음 순간.
화르르르-.
붉은 불꽃과 함께 거대한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령(天魔靈)’이 ‘거인의 불꽃’을 다스립니다.]고오오오-.
마력을 잡아먹고 덩치를 불린 거인은 점점 아난타와 크기가 비슷해져 갔다.
그리고 그런 천마령의 등장에.
전장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거, 거인이다!”
“뭐야, 저건?”
“또 다른 괴물인가?”
거인.
아스가르드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큰 종족이었다.
불의 나라, 무스펠하임에 존재하던 거인들은 오랫동안 아스가르드와 반목해 온 적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저만한 덩치에 저만한 불꽃을 태우는 존재는 딱 하나뿐이었다.
“수르트……?”
특히 그중 토르의 눈이 가장 크게 떠졌다.
수르트.
자신의 아버지, 오딘의 적이었던 존재였다.
그는 거인들 중 가장 컸으며 가장 뜨거웠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거인은.
그런 수르트와 퍽 닮은 느낌을 하고 있었다.
화르르르-.
불꽃으로 타오르는 검.
그 검이 아난타에게로 휘둘러지는 순간.
캬아아아-!
콰득-.
용들의 이빨이 천마령의 검을 물어뜯었다.
스르륵, 스륵-.
천마령의 몸에 휘감기는 용들의 머리.
유원의 천마령과 아난타가 맞붙었다.
치이이이-.
치직, 치지지-.
불과 전격,두 가지 파괴적인 속성의 마력이 뒤섞인다.
천마령을 움직이며 칼끝을 움직인 유원의 이마에 땀이 맺혀 흘렀다.
그리고 그런 유원을 멀리서 보는 또 한 사람.
“저 녀석…….”
손오공은 이렇게까지 유원이 힘을 쓰는 걸 10년 만에 처음 보았다.
“웬일로 저렇게 독기를 품었지?”
아우터와 관련된 일이 아니기에 손오공은 유원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손을 돕는다 해도,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다.
아우터야 유원의 세상을 무너뜨린 녀석들이라지만.
아난타는 그와 관련이 없었으니 말이다.
화르르륵-!
불꽃이 하늘로 솟으며 천마령이 아난타의 목을 베어 낸다.
그러는 한편, 천마령의 몸에는 아난타의 머리들이 물어뜯는 상처들이 늘어났다.
『그깟 머리 몇 개 베어 내도 상관없습니다.』
캬아아아-!
아난타의 울음소리가 전장을 삼켰다.
그의 눈들이 전장 곳곳에 퍼져 있는 하데스, 토르, 그리고 제우스와 같은 랭커들을 훑고 지나갔다.
『이곳에는 먹을 게 아주 많아요. 이런 만찬은 처음 봅니다.』
머리가 하나씩 잘려나갈 때마다 조금씩 약해졌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먹어 치우고 나면, 탑을 집어삼킬 정도로 커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찬?”
유원의 입꼬리가 을라갔다.
“그건 우리가 할 이야기 같은데.”
저벅-.
불꽃에 타오르는 천마령 속.
유원이 칼을 아래로 내려뜨리며 한 걸음 밖으로 나왔다.
아난타는 거슬렸다.
방금 전의 말도. 여유에 찬 걸음걸이도.
『우리가? 무슨 말입니까?』
“그렇잖아? 너희 괴물들은…….”
그르르르-.
이제는 백이 넘게 짓이겨지거나 베어지고, 남은 머리들이 일제히 유원을 내려다보았다.
“옛날부터 쭉, 우리들의 경험치였으니까.”
그 말과 함께.
쩌억-.
아난타의 몸에 남아 있는 검은 상처들이 벌어졌다.
[‘타르타로스’가 ‘괴물왕 아난타’ 를 삼킵니다.]쩌어어어-.
벌어진 상처들이 아난타의 몸을 삼켜 간다.
예상치 못한 아난타가 드물게 당황했다.
『이게…… 무슨……!』
“덩치가 커서 그런가.”
기이잉-.
황금빛의 눈동자.
예지안을 빛내며, 유원이 중얼거렸다.
“발동이 좀 오래 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