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02
* * *
콜록-.
츠쿠요미가 기침을 하며 코를 비볐다.
밤중의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통해 뻣속까지 스며들었다.
타닥, 타다닥-.
눈앞으로는 뜨거운 모닥불 하나가 하늘 높이 연기를 뿜으며 타오르는 중이었다.
기침을 하는 건 츠쿠요미뿐만이 아니었다.
“엣취-!”
그녀의 맞은편.
판도라 역시 모닥불에 손을 내밀며 재채기를 하는 중이었다.
“괜찮아? 괜찮냐?”
불을 피운 유원이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모포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몸에 두꺼운 모포를 두른 츠쿠요미는 그제야 살겠다며 입을 열었다.
“한기가 계속 쌓여.”
이상했다.
얼음 속성의 마력을 사용하는 하이랭커인 츠쿠요미는 언제부터인가 추위를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설사 그곳이 사시사철 겨울이고 얼음이 녹지 않는 무림의 북해라 해도 말이다.
그런데.
고작해야 사막의 밤 따위에 이런 추위를 느끼다니.
“그냥 추운 것만은 아닐 테니까.”
“그럼?”
“뭔가에 계속 위협당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잘 버텨. 잘못하다간 정신까지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그 말과 함께, 유원의 시선이 판도라에게로 향했다.
호록-.
모닥불에 뜨겁게 끓인 물을 마시고 있는 판도라.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유원은 한숨을 쉬었다.
‘괜히 데려왔나.’
은근히 걱정이 됐다.
그녀는 이미 한 번 지금과 비슷한 일을 겪어 보았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혹독했다.
무엇보다 아자토스의 기억과 아우터의 힘을 가지고 있던 그녀다.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아 할지도, 혹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더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가야 하지?
그 와중.
죽은 자인 스사노오는 홀로 평온해 보였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열흘은 넘은 것 같은데.
“어디까진진 몰라. 그냥 가 보는 거지.”
-어 녀석에게도 뭘 찾고 있는 건지는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스사노오는 모포로 몸을 말고 있는 츠쿠요미를 보며 말했다.
대체 단풍이 뭐냐는 그녀의 질문에 유원은 ‘보면 바로 알 거다’라는 말로 답했다.
뜻을 알기 어려운 두루뭉술한 대답.
하지만 유원이라고 해서 설명을 해 주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도대체 단풍이 녀석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람?
형태 가 없는 무정형의 존재?
그도 아니면 아자토스?
‘그렇게 설명하는 건…… 어렵겠지.’
녀석이 어떤 형태로 존재할지.
존재하기는 할지.
유원도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짐작 가는 거라면 딱 하나 있긴 했다.
“우보 사틀라.”
“우보 사틀라? 그게 단풍이야?”
자신의 말에 츠쿠요미가 묻자,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그 녀석의 집이었지. 원래는.”
츠쿠요미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하긴.
단풍이나 우보 사를라나, 그녀에겐 어려운 설명이었다.
“니벨룽겐에 나타난 아우터였다. 들어 봤어?”
“니벨룽겐에…… 아!”
10년 전.
니벨룽겐의 땅을 뒤집으며 나타난 거대한 아우터.
하나의 도시만 한 크기를 가진 그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니벨룽겐과 유원, 제천대성이 힘을 합쳤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기록에서 유원을 쏙 빼놓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살아남은 니벨룽겐의 생존자들은 그날의 일을 노래로 만들어 떠들어 댔다.
“알고 있어. 니벨룽겐의 아우터.”
“그 녀석을 찾으면 된다.”
“그때 잡았다고 들었는데?”
“맞아.”
분명 우보 사틀라는 그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자토스의 이름인 무정형의 이빨에 짓이겨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 자리에 있던, 요그 소토스가 만들어 낸 존재일 뿐이었다.
“원래 그 녀석은 살아 있는 게 아니었어.”
“그럼?”
“단풍이, 그 녀석의 집이었거든.”
“집이었다고? 그게?”
유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을려다보았다.
“이 세계의 위대한 아버지가 살던 집이지. 소토스는 그걸 본 따서 이름을 만들었어.”
“……? ……? ……?”
“그게 우보 사틀라고, 형태가 없는 백치 조물주다.”
“우보…… 사틀…… 백치…….”
츠쿠요미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위대한 아버지, 소토스.
우보 사틀라, 형태가 없는 백치 조물주…….
분명 설명을 듣고 있는데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 되지 않았다.
“뭐라는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그래서 말했잖아. 말해 줘도 못 알아들을 거라고.”
화륵-.
유원은 픽 웃으며 불길을 키웠다.
[‘죽음과 부패의 불꽃’을 피웁니다.]불꽃이 커지자 으슬으슬하던 츠쿠요미와 판도라의 몸이 녹기 시작했다.
죽음과 부패의 불꽃.
그 이름의 크기는 어지간한 아우터들의 혼령 따위는 감히 다가올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편안함을 느낀 판도라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유원은 그녀의 머리를 어깨에 밭치며 말했다.
“잠깐 눈 좀 붙이고 다시 움직이자고.”
* * *
터벅-.
로브를 두른 남자가 천천히 모래를 밟고 움직인다.
느리고 여유로운 발걸음.
그 작은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위엄에 유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다 왔다.”]메에에에-.
뒤에서는 산양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울음소리다.
산양을 돌아본 유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 기억이 아니야.’
몸을 스스로 가눌 수가 없었다.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박-.
아래로 기울어진 모래사장을 걸어, 산양과 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지하로 이어지는 동굴.
익숙한 그 길을 따라 산양과 아이를 데려온다.
[“먹을 게 필요하냐?”]몸을 숙여 아이를 보았다.
눈치를 보던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원의 몸이 움직였다.
[“찾아보마. 천천히 둘러보고 있거라.”]메에에-.
산양이 아이의 몸을 잡아끌었다.
마치 제가 선배라는 듯. 이리 따라오라며 말이다.
[“잘 따라다녀야 한다. 자칫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니알라 토텝은 그렇게 슈브 니구라스를 따라갔다.
저벅-.
유원의 몸.
위대한 세상의 아버지, 아자토스는 그렇게 자신의 집을 거닐었다.
니알라가 먹을 만한 걸 찾기 위해.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잘 있었느냐?”]꿈뻑-.
꿈뻑, 쩌어억-.
수많은 눈과 입들이, 그를 반기듯 눈을 깜박이고 입을 벌린다.
[“나의 아이들아.”]* * *
팟-.
악몽에서 급히 깨어나듯 화들짝 눈이 떠졌다.
새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판도라와 머리를 맞댄 채 자고 있었다.
-일어났나?
스사노오의 목소리.
칼을 반쯤 빼든 그는 잠에 든 세 사람을 등 뒤에 두고 서 있었다.
마치 경호라도 서듯이 말이다.
“잠들었나.”
이렇게 세상모르고 잠들 줄이야. 언제 잠에 든 건지도 모르겠다.
당황한 유원의 중얼거림에 스사노오가 말했다.
-이상했다.
“뭐가?”
-너무 갑작스러웠어. 잠이 든 게 아니라 기절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유원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긴 했다.
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오래 쉬지 못하거나 전투로 인해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졸음 하나 못 참아낼 만큼 정신력이 약한 건 더더욱 아니었고.
‘그 꿈…….’
생각이 깊어진 탓에, 유원의 미간에 줄이 깊게 패였다.
‘그것 때문인가?’
만약, 그 꿈을 꾸게 하기 위해 누군가 자신을 재운 거라면.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됐다.
아무리 기억이 있다 한들, 유원은 지난 10년 동안 아자토스에 관한 꿈을 꾼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이때.
슈브 니구라스와 니알라 토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자토스의 기억이 꿈에 나왔다.
‘설마…….’
누군가 자신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일지를 떠올린 유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판도라. 츠쿠요미.”
유원은 서둘러 잠에 들어 있는 두 사람을 깨웠다.
한참 단잠을 자던 두 사람이 눈을 떴다.
츠쿠요미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응? 왜?”
“좀 서둘러야겠다.”
유원은 사막 저편은 바라보았다.
분명 꿈을 꾸기 전까지만 해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열흘 넘도록 똑같은 장소처럼만 보이던 길이 다르게 보였다.
“멀지 않은 모양이야.”
* * *
파앗-.
쏴아아아-.
사막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네 사람이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선두에 선 유원과 그 뒤를 바짝 따라붙는 판도라.
그리고 츠쿠요미를 업고 달리는 스사노오.
츠쿠요미는 전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한 방향을 향해 뛰고 있는 유원의 등을 바라보았다.
‘뭐 이렇게 빨라?’
스사노오의 등에 업혀 있는 건 그를 쫓아가기가 어려워서였다.
그만큼이나 유원은 전력을 다해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이 겨우 쫓아 올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말이다.
‘길을 확신이라도 한 것처럼…….’
단잠을 자고 있던 일행을 깨워서 대체 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했더니.
파스스-.
빠르게 전진하던 유원이 발을 멈추며 뒤로 신호를 보냈다.
천천히 느려지는 속도.
그와 동시에 츠쿠요미의 눈에 마력을 깃들였다.
[‘이자나기의 눈’이 활성화됩니다.]츠츠츠-.
하얗게 변한 눈동자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아래, 거대한 무언가들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온다.”
“온다.”
동시에 말을 뱉은 유원과 츠쿠요미.
그리고 그 순간.
푸화아-!
사막 위로 튀어 오르는 거대한 지렁이 하나.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유원과 츠쿠요미가 칼을 뽑아 휘둘렀다.
스격-.
몸이 네 등분되어 갈라진 아우터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살점을 떨어뜨린다.
사막의 모래는 마치 오랜만의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게걸스립게 아우터의 시체를 모래 속으로 빨아들였다.
하지만.
상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아아아아-!] [아아아-!]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위로 올라오는 이계의 존재들.
마치 하나의 같은 목적을 가진 것처럼, 그들은 유원과 일행을 막아서며 사막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츠쿠요미의 눈이 전방을 살폈다.
벽을 넘어온 이후로도 몇 번.
그녀는 이자나기를 사용해 이 세계를 살핀 적이 있었다.
덕분에 사막 곳곳에 서식하는 이름 없는 아우터들.
그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경우가 조금 심했다.
“너무 많은데?”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정확한 형태를 가진 그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그 숫자가 대체 얼마나 되는 건지.
이 사막 전체가 바로 그들이었다.
저벅-.
유원은 잠시 멈췄던 걸음을 움직이며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길을 알게 되었기에 빨리 가 보려던 것인데 그걸 가로막다니.
누가 이런 건지 알겠으니, 조금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조금 오래 비워 뒀다고 제 집인 줄 알았구나.”
그리고 그 순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이젠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유원의 또 다른 이름이 빛을 발했다.
[‘이계의 대적자’가 이름을 밝힙니다.]“……소토스야.”